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매일 당 떨어진다

일을 마치고 나서 통근버스에 타면 혈당을 재어본다. 낮을 때는 70, 높을 때는 110 정도이다. 퇴근 한두 시간 정도부터 준비해온 사탕, 카라멜, 젤리나 작업장에 비치되어 있는 포도당 알약을 먹는데 만약 그것들을 섭취하지 않는다면 매번 퇴근 때마다 저혈당 수준으로 혈당이 떨어지리라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저녁은 과식을 하게 된다. 먹어도 먹어도 허기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저혈당에서 고혈당으로 왔다갔다 하는 것은 당연히 몸에 좋지 않다. 그럼에도 저녁을 먹고도 무엇인가를 더 찾아 먹고 있는 나 자신을 늘 발견하게 된다. 

 

물량이 쌓여 있는 아침과 퇴근 무렵에는 일이 더 편하다. 몇 발자국 움직이지 않고도 물건들을 연달아 집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들 일을 열심히 한 덕분에 물량이 줄기 시작하면 오히려 더 힘들어진다. 겨우 물건 한두 개를 집품하기 위해 끝에서 끝으로 몇 번이나 왔다갔다 하는 경우가 생긴다.  요령이 있는 사람은 그 시점이 오면 중간에 카드를 세워놓고 몸만 왔다갔다하며 물건만 집어오기도 한다.  나는 아직 요령이 없는 터라 카트를 끌고 끝에서 끝으로 왔다갔다 하는 중이다. 마음은 급해지고 발바닥이 아파오고 당이 떨어지는 게 그때다. 이 문제는 관리자들도 인식하고 있어 현장 여건에 맞게 할당시스템을 수정하도록 요청 중이라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물량 자체가 적으면 할당시스템을 수정해도 왔다갔다 해야 하는 문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당 조절을 위해 사는 간식 비용도 꽤 나간다. 가끔 관리자가 사탕을 나눠 주는 때도 있는데 매일 주지는 않는다. 생각해보면 쿠팡 물류센터 자판기 캔 음료수가 300원으로 시중보다 저렴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당 관리를 알아서 하라는 것이 아니겠는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