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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영화, 그리고 茶...

언제나 그렇지만 오프라는건 사람을 충분히 흥분하거나 '기대'하게끔 한다.

물론 기대는 일정정도의 반감을 늘 내포하기에 무서운 것이기도 하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비싸고 맛있는 밥을 먹고, 바로 근처에 영화관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는 이유 하나로 망설임없이 다음코스는 영화보기가 되었다.  한치의 기다림도 없이 즉석해서 표를 살 수 있는 행운(?)까지 안으며 본 영화는   '포르노 그래픽 어패어'라는 제목의 프랑스 영화다.

 

잠시 이 영화의 감상을 적고자 하면...

모랄까...포르노라는 단어가 들어가기에 약간 메스꺼울것 같기도 하고 얼마나 찐한 장면들이 나올까를 염려(?)했는데 영화는 아주 간결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섹스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것은 곧 사랑의 행위라는 말로 결론 지어 지면서 섹스를 위해 만난 두 남녀가 결국은 그것을 접고 헤어지게 되는 내용이다.

내용은 이렇게 단순하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몇 안되는 의미는 감동적이었다.

 

섹스의 체위에서부터 여자는 한번도 해보지 않는 것을 요구 하였고, 남자는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는것이라면서 흔쾌히 응하는 모습과 어떤식으로든 둘은 쌍방의 '소통'을 하면서 섹스를 하는 장면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정해진 포즈란게 얼마나 권력의 속성을 많이 지니고 있으며 또는 일방적일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언제나 그 둘은 일주일에 한두번씩 만나서 잠깐의 대화를 마친후 호텔로 들어가는데 아주 만족할 정도의 섹스를 나눈후 즐거운 기분으로 호텔문을 나서곤 한다.  즉, 이 둘의 관계는 처음엔 섹스를 하기 위한 만남으로 시작됐다는거다.  그런데 시간이 더해 갈수록 여자는 남자에게 강렬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면서 '고백'을 한다.  고백을 들은 남자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자기도 사랑하는것 같다는 메세지를 전하는데...

내가 제일 감동 받았던 부분은 바로 이 대목였다.  여자의 고백을 받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그 남자의 모습...얼마나 황홀하고 감격적이었으면 하물며 남자가 눈물을 흘리면서 그 고백을 받았을까...

 

아주 간만에 느껴보는 신선한 장면이면서 그 둘의 사랑이 비록 처음의 단순한 의도와는 맞지 않았지만 참으로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족할 정도의 섹스도 한번 해보고 싶은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고...여자는 독백하듯이 말한다.  자신이 최고로 만족했던 그 섹스는 도저히 말로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튼 간만에 술 몇잔 먹고 기분좋게 편안한 맘으로 본 꽤 유쾌한 영화였다.  내가 느낀것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했던 메세지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무척 재미 있었다.  진솔한 영화인것 같았구....

 

그리고 우리는 차를 마셨다.  내 딴에는 당근 맥주한잔이 주된 코스였지만 술못하는 이와의 그것은 '고문'에 가까운 것일수도 있겠다 싶어 찻집으로 갔다.  허영심 많고 분위기 따지는 나는 괜찮은 찻집을 찾아 가고 싶었지만 그런곳을 찾기엔 시간도 그렇고 약간의 노력이 곁들여 져야 할 것 같아 그것마저 포기하고 눈에 보이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이런 저런 썰을 풀면서 '나'에 대해 또는 나의 '주변'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 동시에 상대방의 썰까지 안을 수 있는 분위기는 충분했었고...너무 짧은 시간에 많은 것들을 짚어 삼키는것 역시 탈이 날 수 있겠다 싶어 자중해야만 했던게 나에게는 약간 아쉬운 점이었다고나 할까...

 

다음을 기약하면서 쿨하게 헤어질 수 있는 그 만남이란것, 가끔은 정말로 가져 줘야 할 삶의 '영양제'가 아닌가 싶다.  올만에 가져본 제대로(?)된 코스가 한층 기분을 맑게 했던 시간였다.  낼 부턴 비록 하기싫은 명절 일거리가 기다리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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