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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시작한 고민에 대한 단상들

 

 

0.

어제는 친한 학원선생의 결혼식이 있었다. 결혼식의 허례허식이 싫다고 주례도 없이 그냥

매우 간소하게 진행한 결혼식이었다. 그래서 순간순간 어설픈 모습들이 많았고 결혼식 내내

양가 어른들이 불편해하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ㅎㅎ

 

무엇보다 축사를 해주던 임지현 교수가 '결혼하면 일심동체라고들 하는데.. 일심동체 그딴거 없다. 불평등한 관계를 조장하고 한쪽을 희생시키는 헛된 이데올로기에 휘둘리지 말고 서로 자유로운 부부가 되어라.'라고 이야기를 했을 때 어른들의 그 싸~~~~한 분위기를 잊을 수 없다. ㅎㅎ

 

 

결혼식이 끝나고 학원선생들하고 무려 12시간을 붙어 밤새도록 놀았다. 처음엔 그냥 심심하게

술만 마셨는데 2차로 옮긴 곳은 한 홀을 우리만 썼고 노래방 기계가 있어서 술에 취하고, 음악에 취해 한참을 놀았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들은 '추억'으로 삶을 살아가는지도 모르겠다. 학원 사람들은 김광석, 이문세 노래를 불러재끼며 제각각들의 추억 속에 빠져 밤새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잠을 못자서 지금 상태가 거의 헤롱헤롱거리고 있다. ㅋㅋ

 

 

 

1.

오늘의 핵심은 '젊은 여성'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어떤걸까라는 고민이다.

난 스물여섯이다. 올해 1월 1일이 될 때 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무도 모를거다. 눈물겹도록 감격스럽던 아침이었다. 드디어!! 20대 후반이 되는 것이다. ㅋ 나에게 중반은 없다. 내맘대로.

언제나처럼 어제도 오늘도 나의 희망사항은 내가 빨리 서른이 되는 것이다. ㅋㅋㅋ

 

스물여섯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몇 가지 특징을 우선 정리하면....

-병역거부운동을 한다.

  : 운동 내에서의 여성/병역거부 당사자가 아닌 운동주체로써의 여성

 

-돈버는 직장에선 팀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다.

  :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아무것도 아니진 않더군, 누군가는 나의 직책을 부담 스러워하고(아무리 고민해봐도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지만 말이다.) 누군가는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는 자리라고 시기, 질투하기도 한다. 아무 것도 아니진 않나보다. 하기싫다!!! 으아악~~

 

-유난히 어린양 가득한 말투가 나의 언어적 특성이다.

  : 이것때문에 내가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았는지는 나만 안다. ㅋㅋㅋ

 

-나이터울이 큰 언니들과 언제 어디서나 막내였다.

  : 이것때문에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피곤한 사람이 되고싶지 않아서 난 언제나 어른스러운

    척하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그러지 말라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내 고민의 귀결점은 운동을 하는 여성들에게 요구되어지는 역할

자체가 운동 내에서의 미묘한 구조적 문제상 혹은 사회적 구조가 가지는 문제 자체가

운동사회 내에 고스란히 반영되어지는 것 때문이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운동을 하는 여성들에게는 정말 어른!!!!다운 모습이 요구되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운동사회 내에서 지금까지 여성들이 가져온 역할들이. 그리고 구조적으로는 여전히 동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명목상 남성 활동가들과의 동등함을 보이기 위해

여성들에겐 언제나 든든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이 요구되어진 것은 아닐까???

 

 

운동에서만은 아닌 것 같다. 내가 돈 버는 곳에서도 마찬가지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비해

난 나이도 가장 어린 편에 속하고 경력도 썩 길지 않은 조건 속에서! 전체적 조율을 하는 일을

맡아버리게 되는 순간 나의 말투, 나의 행동은 지타치리만큼 남성화되곤 한다. 감정적인 모습보다는 합리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나의 어린 모습을 보이는 순간 공격당할 여지가 많아진다는 자기방어 심리의 작용.

 

어떤 이들은 나에게 조금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 또 어떤 이들은 내가 애써

어른인척 하려는 모습을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한다. 그 누구의 장단에도 맞출 생각은 없다.

 

 

그저 이제부터 내가!!!! 고민을 시작하려고 하는 것은 말이다.

내가 어른인척!!!!살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가보려고 한다.

그리고 문득 이 미치광이 세상 속에서 '젊은'이라는 딱지가 붙고 '여성'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활동가'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아가는 것들이 서로 긴밀하게 작용하고 영향을 준 부분이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소식지 기획기사에서 써보고싶다. '병역거부운동 속에서의 여성' '운동사회 속에서의 여성'

특히!!!!나이가 젊은!!!! 별로 중요해보이지도 않는 그 놈의 나이때문에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

 

단체의 정체성, 소식지의 정체성 때문에 쿠사리를 먹을 수도 있겠지만... 해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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