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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가도 전쟁기지

 
평화의 섬, FTA로 상처받고 군사기지로 상처받고
[지역언론 별곡-184] 분노 가득한 제주, 누가 그들을...
텍스트만보기   박주현(parkjh) 기자   
 
 
▲ 인터넷신문 <제주의 소리>는 지역 주민들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삭발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부각시켜 보도했다.
ⓒ 제주의 소리
 
'거리로 나선 성난 제주민들'
'수백 년 삶의 터전 쫓겨날 판'
'지역반대 뭉개는 해군기지 결사반대'


'평화의 섬' 제주도가 '분노의 섬'으로 바뀌었다. 기사와 사진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한미FTA 직격탄을 맞은 곳이다. 그런데 이번엔 해군기지 건설문제로 민심이 걷잡을 수 없이 사나워지고 있다.

김태환 도지사까지 2심에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600만원이 선고돼 갈등 중재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민심이반은 설상가상이다. '평화 제주호'가 격랑에 휩싸여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보이질 않는다.

'평화의 제주호' 격랑에 흔들... 왜?

 
▲ <제민일보>는 '해군기지 유치 정부지원 기대이하'란 기사를 비롯해 관련기사를 계속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 제민일보
구원의 손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중앙과 타 지역 언론들은 별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 고립무원이 따로 없다. 제주지역 언론사들만 노기 가득한 민심을 전달하느라 여념이 없다. 사설과 논평에서 연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다.

한미FTA 협상타결로 흉흉해진 민심이 해군기지 강행으로 '폭발 직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분위기가 극도로 사나워진 13일 오전. 제주지역 언론들이 일제히 "참여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위한 수단으로 인권유린 등 정도를 넘어서는 방법까지 동원, 파문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 장관의 방문과 맞물린 시점이다.

강한 바람과 함께 간간이 비가 흩뿌리는 날씨를 보이면서 제주도 전 해상에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날이다. 하필 바람이 강하게 불고 돌풍까지 일던 날 김장수 국방부장관은 제주지역을 방문했다. 그러나 화근이었다.

김 장관의 제주도청 방문에 항의하기 위해 오전부터 모여든 해군기지건설 반대 측은 도청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곧바로 시위대와 경찰간 격렬한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면서 지역언론들도 부산해졌다.

제주지역 언론사들은 "경찰은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 회원들은 물론 여성들과 신부 등 종교인들을 포함한 시위대 약 70명을 강제 연행하는 과정에서 과잉진압이 문제를 증폭시켰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지역신문들, 성난 민심 릴레이 보도

 
▲ <한라일보>는 14일 사회면에 전날 시위 과정에서 불거졌던 문제점들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 한라일보
 
김 장관은 격렬한 시위로 예정시간 보다 다소 늦게 제주도청을 방문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국방부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제주도의 오랜 숙원사업인 모슬포 알뜨르비행장 부지를 지역발전을 위해 법적절차에 따라 제주도와 협의를 거쳐 제주도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 하겠다"며 당근책을 제시했다.

그러나 언론의 초점은 국방장관의 입보다 반대주민들의 성난 얼굴에 무게를 더 두었다. 특히 지역신문들은 정부와 도정이 지역주민을 무시한 채 비밀리에 국방부장관의 제주방문 일정을 수립하는 등 해군기지를 강행함으로써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민일보>는 '정부·제주도, 인권무시 강제연행' 기사에서 "해군기지 반대 시위에 동참했던 도의원들은 물론 신부와 수녀들까지 무참히 끌려 나가는 사태까지 발생해 공권력에 대한 도민들의 원성이 빗발치고 있다"고 인터넷신문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했다.

또한 "격분한 반대단체들은 '제주도정이 국방부장관과 물밑접촉을 통해 제주도를 팔아먹으려 한다'며 폐쇄행정으로 일관하는 김태환 도지사의 퇴진을 촉구했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제민일보>는 지난 11일 사설 '지역반대 뭉개는 여론조사라니'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해군기지 유치여부를 도민여론조사를 통해 결정짓겠다고 밝혔으나 미심쩍은 부문이 많다고 문제제기 했다.

이 사설은 "김태환 지사가 해군기지를 도민사회로 던진 것은 일찌감치 예상된 일이다"며 "도민들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지만 정작 해당지역 주민들의 의견이 묵살 되고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갈등 야기한 여론조사" 잇단 문제제기

 
▲ <제주일보>는 김장수 국방부장관의 13일 회견내용의 기사를 무게 있게 다뤘다.
ⓒ 제주일보
 
지역 언론사들은 '평화의 섬' 이미지를 무참히 깨버릴 가능성이 짙고 지역민의 첨예한 갈등을 낳은 민감성 현안문제를 일반 유권자 0.36%의 설문결과로 판가름 낼 성질의 문제는 아니라며 비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라일보>는 14일 사설 '난제 겹친 도정, 중심 잡고 흔들림 없길'에서 도정이 사면초가의 궁지에 몰렸음을 우려했다. "그렇지 않아도 FTA 협상으로 제주의 중심축인 감귤산업이 휘청거리며 몸살을 앓고 있다"고 한 사설은 "최대 지역현안으로 대두된 해군기지 문제 역시 살얼음판을 걷듯, 앞길이 험난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표현했다.

그런 뒤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 하겠다'는 지사의 발언은 찬·반 양측의 격론만 불러 일으켜 도민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차분한 논리보다는 감성적 호소 등이 줄을 이으면서 해결의 실마리는커녕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는 꼴"이라고 힐난했다.

인터넷신문 <제주의 소리>는 '평화의 섬 군사기지로 전락하나…?'란 특집기사를 통해 해군기지의 섣부른 결정이 화를 자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주의 소리>는 특히 '신부·수녀, "왜 우리가 경찰에 연행됐지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13일 경찰이 사상 초유로 현직 도의원은 물론 성직자인 신부 4명과 수녀 4명을 연행해 공분을 사고 있다"며 상세하게 보도했다.

"제주경찰은 제주도의 시설보호 요청을 받아 13일 오후 2시 15분부터 3시 20분까지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외치며 농성을 벌이고 있던 주민 71명을 연행해 갔으나 연행자에는 현직 도의원 문대림 의원은 물론 천주교 제주교구 소속 임문철·고병수·노승준·홍석윤 신부와 수녀 4명이 포함됐다"고 덧붙였다.

성직자까지 연행... 험난한 가시밭길 예고

 
▲ <제주의 소리>는 관련 기사를 동영상과 함께 실시간으로 내보내고 있다.
ⓒ 제주의 소리
 
이 인터넷신문은 또 "군사정권 시절에도 강제연행하지 않았던 성직자까지 포함돼 충격을 주고 있다"며 "게다가 남원읍 주민 30여명의 경우 집까지 태워준다고 속인 후 제주경찰서로 연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고 고발했다.

그러나 <제주일보>는 향후 험난한 상황을 염려했다. '도정 험난한 가시밭길 예고' 기사에서 김태환 지사에 대해 2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인 벌금 600만원이 선고된 내용을 크게 부각시키면서 갈증 중재역할의 부재상황을 우려했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는 12일 김 지사 등 피고인 9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유죄를 인정, 일부 공무원에 대해서는 1심보다 높은 벌금형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김 지사가 1심에서 법정 벌금형 최고액인 600만원을 선고한 것을 감안,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공소사실 중 3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벌금 600만원을 그대로 선고했다.

이처럼 제주는 지금 3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그중 한미FTA 감귤류 협상 결과로 실망이 어느 지역보다 크다. 쌀과 동등한 대우를 해 줄 것을 주장해 온 제주도민들의 상처가 깊다. "'제주경제 붕괴'란 말 이외에 달리 할 표현이 없다"고 지역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게다가 해군기지건설 강행으로 성난 민심은 더욱 사나워지고 있다. 아직 대법원의 판결이 남았지만 도지사의 2심 벌금형도 악재다. 갈등중재와 조정은 그래서 더 안개속이다. 그나마 지역 언론들이 이 소식을 육지로 전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날씨마저 더욱 사나워지고 있다"는 기사가 더 크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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