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 - 2007/03/12 10:01

[해외칼럼] 강대국이 게릴라전에 약한 이유
[경향신문 2007-03-09 18:48]    

〈윌리엄 파프/ 미 칼럼니스트〉

 

때로는 시간 낭비하는 일도 필요하다. 미국 정치학자 2명이 최근 250건의 비대칭 전쟁(군사적으로 압도적 우위에 있는 적을 상대로 비전통적인 전술로 대항하는 전쟁) 사례를 분석한 결과 기술적으로 강한 국가일수록 비대칭 전쟁에서 지는 경향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들은 강대국이 게릴라 전략을 사용하고 외국인 점령을 혐오하는 사람들과의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미 프린스턴 대학 제이슨 라이얼 교수와 미 육군사관학교 아이자이어 윌슨 중령은 이 결론을 미 국방부나 정치학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계량화했다. 그들은 1800~1850년에 강대국들이 비대칭적 전쟁에서 이길 확률은 85%였지만 1950년에는 21%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계량화는 무의미하지만 지금까지 이 논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무관심했다. 자기만족에 빠진 강력한 재래식 군대는 사상자 발생을 꺼리기 때문에 군대의 안전에만 치중해왔다. 그들은 게릴라들과 싸움을 할 수도 없고, 하려고도 하지 않은 채 허무하게 게릴라들에게 나와서 싸우라고 압박한다. 데이비드 페트라우스 신임 이라크 주둔 미군 사령관은 새로운 안보 전략 중 하나로 바그다드 주변에 작은 요새인 안보 초소를 세웠다. 이는 무장세력을 밖으로 유도해 미국 방식으로 이라크군과 싸우기 위한 것이다. 무장세력들이 왜 그렇게 해야 할까.

 

미국은 길가에 심어놓은 폭발물을 탐지하고 허공에서 폭파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수십억달러를 썼다. 공군은 이라크에서 최고의 전자 탐지 장치를 갖춘 최신예 F22 전투기를 사용하길 원했다. 미국 항공 전문지 에비에이션위크 & 스페이스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공군은 F22 전투기가 전자장애를 겪고 있어 지상군이 폭발물을 탐지하는 데 무용지물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로널드 키이스 미 공군전투사령관은 “F22는 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가 겪고 있는 이라크전을 위해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대국들이 비대칭 전쟁에서 승리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정체성과 자치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적보다 동기가 강하다는 점이다. 외국 군대가 독재자를 무너뜨리고 발달된 문명과 민주주의를 전파하려는 순수한 의도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것은 현재 상태를 무너뜨리기 위한 외국의 침략으로 인식된다. 물리적으로 사람들을 자유롭게 할 수는 있지만 그들 자신으로부터 그들을 자유롭게 할 수는 없다. 이라크에서 사담 후세인은 이라크의 사회와 역사를 만들었다. 대부분의 이라크인들이 그를 미워했지만 후세인은 이라크인 중 하나였다. 미국이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가져다 준 것은 남의 것이었다.

 

다른 한 편에서 한 국가의 개혁이나 자유주의를 지지하기 위한 외국의 개입은 성공할 수 있다. 그것은 변화를 위한 시도가 아니라 사회가 원래 상태로 복귀하는 것을 돕기 때문이다. 냉전 동안 미국 포트 그래그 특수부대는 동유럽에 침투해 게릴라를 지원했다. 그러나 베트남전에서는 게릴라들에 대한 사냥꾼이 됐다.

 

두 사람이 내놓은 보고서의 결론은 목적보다는 수단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반드시 제기돼야 하는 근본적인 것이다.

정리|김정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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