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살기 - 2007/03/24 18:01

[Life Style]펜션은 지금 ‘테마’로 통한다
 
[동아일보]《“에세이 책을 즐기는 ‘페퍼민트 숲’, 영국 정원 느낌이 나는 ‘로즈힙 가든’ 등 네 개의 방에는 저마다 테마가 있습니다. 대화 시간을 뺏는 TV와 인터넷은 아예 없죠.” (강원 홍천군의 ‘오렌지 페코’ 펜션)

“요즘 테마를 앞세우는 펜션이 많은데 우리는 ‘무(無)테마’가 테마입니다. 방문객들에게 여기서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빈둥빈둥 보내라고 권하죠.”(경북 청송군 ‘송소고택’)

가족 단위 여행객들의 새로운 휴식공간으로 각광받는 펜션이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농가형 소규모 펜션부터 기업형 리조트급 펜션까지 각양각색의 펜션이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독특한 테마로 무장한 펜션이 대거 등장하면서 여행객들은 취향이나 여행 목적에 맞는 펜션을 고를 수 있게 됐다.》

○ 체험을 원한다면

최근 문을 연 대부분의 펜션은 특정 테마에 집중해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즐기는 기회를 제공한다.

삼성전자 입사 동기로 퇴직 후 강원 홍천군에서 펜션을 운영 중인 김소현(30) 한규환(32) 씨 부부의 ‘오렌지 페코’(033-434-3013)도 이색 테마펜션으로 입소문이 난 곳. 오렌지 페코는 홍차의 한 종류로 이들 부부는 티 문화를 펜션의 테마로 삼았다.

이들이 펜션을 지은 동기도 독특하다.

“신혼여행지인 몰디브에서 독서와 잠자기, 선탠, 수영, 대화를 즐기면서 ‘휴식 체험’의 소중함을 절감했지요.”

이후 남편은 목공일을 배웠고 아내는 인테리어와 마케팅을 익힌 뒤 4개의 테마 방을 탄생시켰다. ‘페퍼민트 숲’ ‘로즈힙 가든’ 외에 한식의 맛을 아기자기하게 전하는 ‘끽다거 초당’, 판타지의 꿈을 자극하는 ‘앨리스 자몽’이 방문객을 맞는다.

방마다 주제에 맞는 차와 책, 음악, 인테리어로 장식된 이곳에선 휴식과 성찰, 대화, 삶의 기쁨이라는 테마가 적절히 조화를 이룬다.

제주 서귀포시의 ‘재즈마을’(064-738-9300)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펜션 공동체다.

3600여 평의 용지에 4개 동, 25개 객실을 갖춘 재즈마을은 ‘음악이 있는 풍경-더 왈츠’ ‘문학이 있는 풍경-노래하는 산호’ ‘영화가 있는 풍경-재즈시네마’ ‘미술이 있는 풍경-푸른 지붕’ 등 동별로 테마가 있다.

오스트리아풍의 객실인 ‘더 왈츠’에서는 고급 오디오시스템을 갖추고 음악 CD를 무료로 대여한다. ‘노래하는 산호’에 투숙하면 책을 무료로 읽고. ‘재즈시네마’의 객실에선 DVD 영화를 즐길 수 있다.

경북 경주시 동방동의 ‘펜션600’(054-777-0600)은 차 예절 교실, 도예체험, 활쏘기체험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경기 양평군의 ‘캐슬빌’(031-775-3940)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전문 강사에게 승마를 배울 수 있다. 경기 이천시의 ‘도자펜션’(031-638-8359)엔 가족들이 직접 도자기를 만드는 체험 코스가 있다.

○ 독특한 건축물을 보고 싶다면

강원 강릉시 경포대 부근에 있는 ‘객주 휴심’(033-642-5075)은 530평의 대지에 소나무와 황토만을 이용해 지은 전통 한옥펜션이다. 13개의 객실 이름은 방해정, 상영정, 홍장암 등 경포호수 주변에 있는 정자에서 따왔다.

가장 인기 있는 객실은 홍장암이라는 이름이 붙은 초가집. 아궁이에 불을 지펴 난방을 하는 전통 구들방이다. 벽은 소나무와 황토, 바닥은 두꺼운 돌 구들장으로 돼 있다. 장작 아궁이 위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가마솥에 직접 지은 밥과 누룽지를 맛볼 수 있다.

양평군의 대명비발디파크 입구 변에 있는 ‘생각속의 집’(031-773-2210)은 건축가 민규암 씨가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6개의 숙소를 보유한 이 펜션은 전원 속의 일급호텔을 표방한다. 특급호텔 수준의 실내 마감과 내부 구조를 갖췄고 외부는 콘크리트 블록의 독특한 건축양식이다.

외관이 독특한 펜션을 원한다면 버섯집 모양의 스머프 마을 형태를 띤 ‘해피하우스’(031-357-3909), 제주도에 있는 ‘UFO’(064-713-6555) 등도 괜찮다.

○ 역사와 문화를 찾는다면

경북 청송군의 ‘송소고택’(松韶古宅·054-873-0234)은 경주 최부잣집과 함께 경북지방의 대표적 부호인 심부잣집의 전통가옥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고택이 일반인에게 개방된 것은 2003년 초 일부 방을 공개하면서부터다. 유교문화권 개발사업 덕택에 오랫동안 빈집을 수리해 옛 모습을 복원했다. 행랑채, 안채, 사랑채, 별채 등 아흔아홉 칸에 이르는 이 고택에서는 조선시대 상류계층 주택의 특징을 엿볼 수 있다.

현대식 펜션 개념으로 보자면 불편할 수도 있다. 주방이나 침실, 화장실 같은 현대식 설비가 없다. 화장실과 세면장은 별도의 공동시설을 이용해야 하고, 그 흔한 텔레비전이나 컴퓨터도 없다. 적막한 곳이다.

하지만 문을 열면 넓은 마당과 아름드리 감나무가 반기고 뒷산 울창한 참나무 숲에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130년이 넘은 고택의 마루와 창살, 기둥에서 독특한 역사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편의시설이 부족하지만 방문객의 반응은 매우 좋습니다. 실제로 이곳에선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말수도 줄어듭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는 멋과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박경진 사장)

역사와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또 하나의 펜션은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해대교를 지나 서산 나들목까지 1시간 남짓이면 도착할 수 있는 ‘백제의 미소’(041-663-0890).

황토로 지은 벽 두께가 30∼40cm에 이르는 초가집과 기와집, 80년은 족히 된 안면도 해송을 다듬어 지은 건물에 들어서면 백제시대의 마을 어귀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펜션 주변에는 수덕사, 한국고건축박물관, 해미읍성, 마애삼존불상, 보원사, 개심사, 용현자연휴양림 등 사적지와 휴양지가 30분 거리에 있다.

○ 좀 더 이색적인 곳을 원한다면

강원 양양군에 있는 ‘더그힐’(033-671-6603)은 대부분의 펜션에서 금지된 애완견 동반이 가능하다. 경기 포천시에서 노부부가 2개의 객실만으로 운영하는 ‘마당 예쁜 집’(031-532-7722)도 펜션 애호가들이 추천하는 곳이다. 경기 가평군의 ‘취옹예술관’(031-585-8649)에 가면 그림 가옥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즐기면서 숙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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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4 18:01 2007/03/24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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