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03/26 23:50

내가 좋아하는 사람 - 오철수

 

항상 웃으면서
나를 대해주는 그가
나는 좋다
똑같이 어려운 세상살이 하면서도
언제나 나를 생각했다는 듯
마음 속
깊이 내려놓는 눈길

 

항상 단정하게 보일려는
그의 외모에도
마음이 끌린다
볼 때마다 같은 단벌 바지이지만
깨끗이 하고
궂은 일은 미리 나서서
팔을 걷어부치는 그
언제나 꼿꼿하게 보이는
그가 나는 좋다

 

그는 늘 생각하고
항상 책을 놓지 않는다
‘우리에게 밑천이라고 몸뚱이 밖에 더 있어,
몸뚱이는 일하는 데 쓰고
공부는 일단
잠잘 시간 까먹는 거지‘하며
그가 말할 때는
참 운동이라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나를 만나면
어쩌면 그렇게 기억을 다 하는지
일전에 내가 이야기했던
가까운 예를 들어
세상을 보게 해주는
그가 나는 좋다

 

약속 시간에 늦으면
‘요즘 바쁘나 봐’하며
씽긋이 웃으며
대신 말이 빨라지는 그
나무라지는 않지만
매사에
지켜야 될 것을 꼭 지켜
그라면
믿지 못할 것이 없을 것 같은
그가 나는 좋다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항상
‘나는 이렇게 생각해,
그런데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하고 묻는 그
이야기를 다 듣고 나면
생각하는 듯
마주하고 있던 눈을 잠시 떨구고 있다가
‘정말, 그럴 수도 있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면 뭐가 달라지는 걸까‘하며
대화를 풀어가는 그
함께 있으면
함께 있는 것이
든든해지는
그가 나는 좋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가끔
화를 내는 대목에서도
그를 탓하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보게 한다
그가 화를 내는 대목은 꼭 하나
우리가 가야 할 나라에 대해
의심하는 듯하면
그것은 영락없이
야단을 한다
무엇이든지 다 들어 줄 것 같은 그지만
꼭 한 가지
타협하지 않는 것을 가진 그가
나는 좋다

 

가끔
내 말꼬리에
‘노동자 계급의 자유가 아닌
모든 자유는 슬픈 거야‘하고
말해주는 그가
나는 정말 좋다
언젠가 한 번
‘이렇게 우울한 날은 옛사람을 만나
뒤돌아볼 시간이 있는
넉넉한 사람이 되고 싶어‘하니까
‘그것 시적인데,
그러면 뭐가 달라지는 거지‘하며
생맥주 한 잔 할까
웃어주던 그

 

그와 함께 있으면
마치 어린날 시골 초등학교 교실
그것도 주번이라고
남들보다 먼저 가서
문을 열 때
교실에서 풍겨나던 나무 냄새를 맡고 있는 듯
푸근해진다

 

오늘 처음으로
그가 15분 늦었다
눈이 와서 일부러 30분이나 빨리 출발했는데...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는 그를 볼 때
이 세상에
분명히 다른 세계가 있구나
자랑스럽게 느껴지며
정말
그가 좋아진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7/03/26 23:50 2007/03/26 23:50
TAG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soist/trackback/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