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 2006/10/26 18:23

의사결정 불변의 법칙

데이비드 A. 웰치 지음 / 권춘오 옮김

청년정신 / 2004 10 / 384 / 15,000

 

저자 데이비드 A. 웰치

데이비드 A. 웰치는 토론토 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이다. 저서로는 정의, 그리고 전쟁의 기원(수상작), 위기일보 직전, 쿠바 미사일 위기를 다시 평가하는 미국과 소련(공저) 등이 있다.

 

역자 권춘오

동국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 인터넷에서 결코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당신 자신을 브랜드화하라』『세스 고딘 보고서등 다수가 있다.

 

Short Summary

살아가다 보면 자신의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선택의 기로에서 소수의 사람들은 신속하고 자신 있게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는 운이나 지적능력과는 상관이 없다. 그들이 훌륭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것은 그 방법을 배우고 습관화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칙을 습관화하다보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본능적으로 발현하게 된다. 즉 탁월한 직관능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의사결정 방법은 하나의 기술이다. 이 책은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위한 기술로서 <의사결정 과정 9단계> <5가지 전략>을 수학공식처럼 제시하고 있다. 또한 각기 다른 상황과 성별 그리고 도덕적 이성에 따른 다양한 사례들에 대입함으로써 그 기술을 흥미롭게 풀어간다. 저자는 탁월한 심리학적 서술기법으로 독자를 다양한 사례의 의사결정자로 유도한다. 이는 독자에게 자기성찰의 중요성을 전달하려는 저자의 의지를 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의 내용은 정보와 통찰력을 제공하는 창고와 같은 원천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차례

프롤로그  위대한 업적 뒤에는 반드시 훌륭한 결단이 있었다!

 

1  이상 세계에서 의사를 결정짓는 방법

2  전략, 경험, 그리고 선택의 원칙

3  수치에 의한, 현금과 기회

4  판단·인식 그리고 선택, 인간 심리의 변덕과 함정

5  올바른 일을 한다는 것, 도덕적 선택 이끌어 내기

6  남자와 여자의 의사 결정 차이점? 과연 그런가?

 

에필로그  의사결정의 연습은 완벽함 대신 탁월함을 만든다.

 


의사결정 불변의 법칙

데이비드 A. 웰치 지음 / 권춘오 옮김

청년정신 / 2004 10 / 384 / 15,000

 

1.  이상 세계에서 의사를 결정짓는 방법

 

이상적인 주관적 기대효용 최적화(SEU)

모든 의사결정은 다음 세 가지 과정을 거친다. 목표를 정하고 마음에 드는 항목을 결정하며 선택 항목 중에서 한 가지를 택한다. 아무리 사소한 선택을 한다고 해도 모두가 이 과정을 거친다.

 

예를 들어, 짜증이 날 정도로 무더운 날, 당신이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고 가정하자. 아마 시원한 레모네이드 생각이 절로 날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편의점에 들어가 냉장고에서 레모네이드 한 병을 꺼낸 후 점원에게 값을 지불할 것이다. 당신은 별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이러한 행동을 하겠지만 위의 세 가지 과정을 통해 의사를 결정한 것이다. 당신은 갈증을 풀겠다는 목표를 정하고, 갈증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무엇을 마실 것인지 몇 가지 음료를 선택하며, 선택 항목 중에서 레모네이드를 선정해 구입한다.

 

이번에는 의사결정과정이 달라지는 상황을 살펴보자. 편의점에 들어갔는데 레모네이드가 다 떨어지고 없다. 하지만 갈증을 해소하고자 하는 당신의 목표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당신은 냉장고 안의 다양한 음료를 살피게 된다. 각각의 음료를 보면서 짧은 순간 그것들을 마셨을 때의 기분을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음료들을 선택범위에서 제외시킨다. 남은 선택항목 중에서 포도 주스가 가장 맛있을 것 같다. 그런데 포도 주스는 3달러짜리 대형사이즈만 있다. 반면, 오렌지 주스는 1달러짜리의 작은 병이 많이 있다. 그 순간 당신이 생각하기에 오렌지 주스도 맛이 있을 것 같다. 결국 당신은 오렌지 주스를 고른다.

 

이런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사소한 일에 특별한 결정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을 의식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당신이 오렌지 주스를 선택한 의사결정은 주관적 기대효용 최적화(sebjective expected utility maximization)'를 추구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주관적 기대효용 최적화란 다른 개인이나 사회가 아닌 당신 개인의 행복감이나 즐거움, 만족에 대한 감정 충족을 뜻한다. 따라서 당신에게 주관적 기대효용 최적화를 부여한 것은 가격과 맛을 동시에 만족시킨 오렌지 주스이다.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위한 단계

지금부터 설명할 여덟 가지 단계는 앞서 설명한 의사결정과정, 즉 목표를 정하고, 선택범위를 정하고, 그것들 중 최종 선택을 하는 세 가지 단계를 실행하는데 도움을 주는 지침이다. 그러면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어떤 단계들을 거쳐야 하는지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1. 목표를 파악하라 : 의사결정을 위해 맨 처음 해야 할 일은 자신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우선 파악하는 것이다. 중요한 일일수록, 의사결정과 관련된 요소(선택항목)의 가격과 이점이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차선책을 결정해 놓아야 한다.

 

2. 선택 가능한 것들을 사전에 조사하라 : 기말시험에서 전 과목 A학점을 받는 것이 목표라고 가정하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한 방법이 선택 항목이 된다. 그것은 철저한 복습을 하거나, 모의 시험문제를 만들거나, 스터디그룹을 구성하는 것이다. 나아가 이 모든 것들을 병행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한편, 부정행위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3. 숨겨진 가치를 파악하라 : 쉽거나 하찮은 일의 의사결정에는 목적을 질문해볼 필요가 없다. 목이 말라 음료수를 마시고 싶을 때, 내가 갈증 해소를 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질문하려면 편의점이 아니라 티베트 산중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기말시험은 많은 이해관계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다. 따라서 A학점을 받아야 하는지 자신에게 물어볼 수 있다. 이는 진학이나 취업, 나아가서는 부를 향한 기회로서의 가치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신은 천성도 착하고, 정직을 교육받은 사람이므로 부정행위를 한다면 죄책감을 느끼고 자존심이 상하게 될 것이다. 자존심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인생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며, 다른 중요한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4.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평가하라 : 자신의 의사 결정에 얼마나 많은 투자가 필요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해당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평가해야 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상황의 전후관계를 따져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파티에 참석했을 때, 누군가 당신에게 술을 한 잔 권했다고 가정해 보자. 보통의 경우, 이것은 중요한 결정이 아니므로 한 잔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간질환을 앓고 있거나 음주를 금하는 종교를 갖고 있다거나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면, 이 의사결정은 중요하다.

 

5. 시간과 노력에 대한 계획을 짜라 : 일단 선택항목과 숨은 가치를 발견하게 되면, 시간과 노력과 돈을 얼마나 들여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한다. 중요한 의사결정에는 이러한 것들이 더 많이 투자될 것이다. 예를 들어 집을 살 경우, 구입비용 등의 지출금액과 자금 조달방법, 이사 날짜 등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이 신속해야 한다.

 

6. 전략을 선택하라 : 의사결정을 위한 전략은 하나의 행동 계획으로서 어떤 전략은 유익한 반면, 어떤 전략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전략은 최종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잘못된 전략은 피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저녁식사를 위해 레스토랑에 갔다면, 어떤 요리를 먹을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선택한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도 결정해야 한다. 이때 스스로 결정할 것인지, 웨이터의 추천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일행의 의견을 물을 것인지 등의 방법이 전략이 된다. 즉 어떤 전략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맛과 가격에 대한 만족도가 달라지는 것이다.

 

7. 선택 가능한 것들을 파악하라 : 우리는 대개 선택항목을 정할 때, 면밀히 조사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후회하곤 한다. 시장에는 늘 새로운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사라지기 때문에 점점 파악하기도 어려워진다. 이처럼 선택항목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그것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줄 대상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즉 선택항목 선택을 위한 방법도 함께 선택해야 한다.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나 자료에서 도움을 얻어야 후회하지 않는다.

 

8. 적절한 시기에 계획한대로 선택하라 : 어떤 사람들은 선택 항목에 대한 모든 정보를 갖고 있는데도 선택을 미루는 경우가 있다. 이는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발생될 결과를 미리부터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만약 의사결정 과정을 잘 세웠다면, 잘못 선택할 위험성은 적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선택일지라도 선택하지 않은 다른 것에 대한 여운을 갖는다. 그러나 이미 결정한 결과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위와 같은 의사결정 단계를 철저하게 따르게 되면,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것들과 자신에게 장애가 될 만한 것들에 대해 신중히 생각하게 될 것이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욱 잘 알수록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보다 분명히 이해하게 된다. 그래서 고통스러운 것이든 아니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수월해진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위해 자신을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2.  전략, 경험, 그리고 선택의 원칙

 

현실 세계에서 전략과 선택

어느 날 저녁, 당신이 직장 동료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차이나타운에 가기로 했다고 가정해 보자. 차이나타운에는 수십 개의 식당이 골목마다 즐비하게 자리 잡고 있고, 당신을 포함하여 동료들은 모두 좋아하는 음식과 가격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 상황을 앞서 배운 의사결정 단계에 대입해 보도록 하자.

 

목표를 파악하라 : 당신과 동료들은 모두 적절한 가격에 가능한 유쾌한 분위기에서 고급 정통 중국요리를 먹고 싶어 한다.

선택 가능한 것들을 사전에 조사하라 : 차이나타운 모든 음식점에 대해 사전 조사를 한다.

숨겨진 가치를 파악하라 : 당신과 동료들은 맛있는 음식과 친목, 가격, 즐거운 시간, 육체적 편안함, 그리고 새로운 분위를 즐기는데 관심이 많다.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평가하라 :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때, 국가원수에게 식사를 대접하지 않는 이상, 다들 이 결정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과 노력에 대한 계획을 짜라 : 이 선택은 중요하지 않은 의사결정이므로 15분 이상의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

의사결정을 위한 전략을 선택하라 : 이미 정보를 취해, 몇 군데 식당만을 선택항목으로 결정했으므로 이는 사전선택(preselection) 전략을 취한 것이다.

선택 가능한 것들을 파악하라 : 사전선택한 식당들에 대해 맛과 가격, 분위기 등의 가치를 기준으로 따져본다.

적절한 시기에 계획한대로 선택하라 : 최종조사를 마치면서 당신과 동료들은 식당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계획했던 15분 이내 이루어졌다.

 

어떤 상황에서는 탁월했던 의사 결정 전략이 다른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위의 가정(假定)에서는 의사결정 단계에 사전선택 전략을 활용했다. 이 전략이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적합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전략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각각의 상황에 대해 적용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또한 이는 사람 개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전략을 취할 때는 차선책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의사 결정 전략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최적화, 제한적 최적화, 만족화, 사전선택, 무작위 선택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최적화 전략이란, 모든 것을 100퍼센트 조사하고 평가하여 그중 최고로 좋은 것을 선택하는 전략이다. 따라서 이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많은 정보가 필요한 전략으로 차선책을 찾을 때 도움이 된다. 그러나 사소한 결정을 내릴 때 최적화를 선택한다면 필요이상의 행동을 하는 것이다.

 

만족화는 다양한 대안 중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으로서, 사전 정보가 거의 없거나 시간과 에너지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 선택하는 전략이다. 이 방법은 효율성보다는 만족도에 가치를 둔 전략이므로 중요한 결정에 사용하기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 예를 들어, 기름을 넣어야 하는데 주유소가 드물 때는 대충 적당한 곳을 선택하는 만족화를 취하는 것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이다.

 

제한적 최적화는 움직이는 저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유용하다. 이는 시간이나 지역 등 제한된 조건 내에서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하는 전략이므로 시간을 줄이면서도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다만 최고의 선택을 놓칠 위험도 따른다.

 

사전선택은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다. 이 전략을 사용하면 의사 결정과정에서 검색과 평가라는 항목을 건너뛸 수 있다. 그렇지만 실행과정에서 문제가 발생되면 의사결정을 위한 준비를 다시 시작해야 하므로 많은 비용을 지출하게 된다. 문화권에 따라 만연된 포경수술이나 편도선 수술은 사전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나중에 이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해도 이는 수습할 수 없는 문제인 것이다. 따라서 사전선택은 당신이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취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전략이다.

 

무작위 선택이 탁월한 의사 결정 전략이 되는 상황은 매우 적다. 이 방법은 말 그대로 모든 대안들 중 하나를 무작위로 추출하기 때문에 모든 대안들을 평등한 비중으로 생각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의사결정의 초기 단계부터 무작위 선택을 하는 것은 유익하지 않다.

 

상황에 따른 의사결정 전략

위의 다섯 가지 전략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전략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문제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데 있어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고민해야 할 때가 있다. 따라서 적어도 일생에 한 번 이상은 중요한 의사 결정을 내린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중요한 의사결정 사례로 주택구입에 대한 문제를 다뤄보기로 하자.

 

당신과 아내는 주택 임대가 어려운 대도시에 새 직장을 구했다. 그리고 임대보다는 구입하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사전조사를 위해 부동산 중개업자를 찾았다. 중개업자는 몇 가지 매물을 설명했는데, 어떤 곳은 당신의 직장에서 가깝고, 어떤 곳은 아내의 직장과 가깝다. 또 어떤 곳은 두 직장 사이에 위치해 있다. 그 외 통근거리가 45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교외주택도 알려줬다. 곧 당신은 잠재가치에 대해 생각한다. 그중 한 가지는 금전문제이고 다른 한 가지는 삶의 질이다. 당신은 주택구입 비용을 융통할 수 있으므로 선택 가치는 삶의 질, 즉 교외인가, 도시인가로 좁혀진다. 교외주택은 아이들이 밖에서 놀아도 안심할 수 있고, 전원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도시주택은 쇼핑 등의 문화혜택을 누릴 수 있고, 출퇴근도 편리하며, 자녀교육에도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 사안이고, 아직 충분한 시간이 있다. 그래서 모든 것을 다 조사해 보는 최적화전략을 사용해 보기로 하자. 그러나 시내와 교외의 모든 집들을 다 조사할 수 없으므로 도시와 교외를 나누어서 각각 두 세군데 동네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기로 한다. 그러나 어디를 관찰지역으로 선택해야 할지 쉽지가 않다. 이때 좋은 방법은 통계를 이용하는 것이다. 통계를 비교해 보기 위해서는 집의 크기, 환경, 지역학교의 수준, 출퇴근 편리성 등의 가치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그것에 대한 점수를 매기기 위해서는 부동산이나 인터넷 등의 자료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당신은 통계를 비교해 보면서 적절하지 않은 주택들을 빼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섯 채의 집이 선택항목으로 남겨졌다면, 이때부터는 제한된 최적화전략을 활용한다. 즉 다섯 채의 집을 직접 둘러보는 것이다. 이때 볼 수 없는 부분은 경험법칙에 의존한다. 예를 들어 특정한 시기에 건축된 집은 더 견고하고 좋은 재료를 썼으며, 편도는 2차로에 비해 조용하다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가치를 두는 부분들이 많아질수록 가장 가치를 두는 부분의 중요도는 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최종 선택항목에서는 다른 것을 선택하면 어떨까를 먼저 상상해 보고 마음이 편안하다면 과감히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

 

3.  수치에 의한, 현금과 기회

 

돈에 관한 생각

경제학에서는 돈을 가치측정교환 매체라고 정의한다. 확실히 돈은 교환을 위한 도구다. 하지만 돈이 정말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치솟았던 주식 시장은 장부상의 실질적인 가치 사이에 괴리가 있음을 확연히 보여준다. 게다가 화폐 공급의 팽창과 수축은 실제 실물 가치의 현실적인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 따라서 우리는 돈으로 인한 값비싼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 이는 기업과 국가가 겪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 장에서는 돈에 따르는 함정을 다루고자 한다.

 

돈이 돈을 부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돈벌이에도 돈이 들기 때문이다. 백만장자들은 수백만 달러를 벌 수 있다. 하지만 빈털터리는 백만 달러를 벌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물론 복권에 당첨되는 등의 예외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돈을 유지하는 데도 비용이 든다. 투자나 예금 계좌를 갖고 있다면, 그 계좌가 유지되는 비용을 누군가에게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돈으로 무엇을 하든, 그에 따라 지불해야 할 비용이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기회비용과 거래비용을 따져보자.

 

기회비용이란 당신이 한정된 돈을 어느 한곳에 사용함으로써, 그 돈으로 할 수 있는 다른 것을 포기할 때 놓치는 비용을 말한다. 예를 들어 돈을 침대 매트리스 밑에 보관하고 있다면, 여기서의 기회비용은 은행에 저축하면 받을 수 있는 이자가 되는 것이다. 거래비용은 말 그대로 세금, 요금, 수수료 등 돈을 사용할 때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돈으로 거래하는 모든 비용에 적용되는 수학을 놓치곤 한다. 제품을 구입할 때 세금, 서비스 비용, 할부 수수료 등의 부대비용에 대한 계산을 따져 보지 않는 것이다.

 

돈에 관해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돈이 항상 약간 모자란다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 약간의 돈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 따라서 자신이 처한 조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을 미리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 약간의 여유자금을 마련해 놓는 일은 현명한 자금 관리 방법이며, 이 자금은 예상외의 지출이나 퇴직 후 노후생활 그리고 자녀들을 위한 학자금 같은 부분에 요긴하게 사용될 수 있다. 이것은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명한 사업가라면 재정상태가 불안할 때는 위험회피 전략을 따르고 안정적일 때는 좀 더 모험적인 전략을 시도할 것이다.

 

공통 위험과 함정

몇 년 전 내가 사는 지역의 2월 날씨가 혹독하게 추웠다. 그 지역의 파이프들은 추위로 인해 모두 터져버렸는데, 3월이 됐을 때, 지역 신문이 그 사건을 헤드라인 뉴스로 다뤘다. 보통 2월 평균 최고 기온이 영하 1도인데, 이번 2월은 평균 최고 기온이 영하 4도였다는 기상학자의 말이 인용되었다. 그리고 요약하자면, 이번 2월의 날씨는 예전보다 4배나 더 추웠다.라고 평가했다. 내 생각에는 이번 2월이 예전보다 더 추웠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숫자 4 1을 보고 단순히 4:1의 비율로 추론해 버린 것이다. 우리가 숫자에서 저지르는 실수들은 정보 부족으로 빚어지는 것도 많지만 일부는 심리적 요인 때문이다.

 

수학에 대한 심리학의 승리는 왜 도박 산업이 항상 호황인지를 잘 설명한다. 도박에서는 철칙이 하나 있다. 결국에는 이길 수 없는 것이다. 짧은 순간에는 딸 수도 있지만, 그 순간조차도 이길 확률보다 질 확률이 더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도박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이길 거라고 과신하기 때문이다. 로또복권은 1부터 49번까지의 숫자 중에서 여섯 개를 고르는 것이며 한 숫자조합에 1달러가 든다. 로또번호에서 생성될 수 있는 숫자조합의 총 개수는 13,983,816개이다. 이는 번개에 맞을 확률보다도 더 낮은 확률이다. 1 4백만 개의 숫자조합을 다 구매한다면 당첨될 수도 있겠지만, 만약 공동 당첨자가 발생된다면 이도 손해이다. 

 

사람들은 어떤 말을 해도 로또복권을 계속 구입할 것이다. 그들은 호주머니에 있는 돈 몇 푼으로 로또를 샀다가 당첨되어 엄청난 부를 얻게 된 누군가의 이야기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제 친구의 이웃집 사촌이 4백만 달러에 당첨됐다고 해요. 이 사람은 당첨자와 개인적으로 아는 바가 없다. 그러나 인연의 사슬이 자신에게 얽혀 있다는 사실만으로 지금까지 자신과는 멀게 느껴졌던 로또 당첨의 기회가 성큼 다가온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감은 영리한 복권 회사의 술책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진다. 복권회사들은 세 개에서 다섯 개까지의 숫자를 맞춘 사람들에게도 소액의 당첨금을 지급하여 이러한 기대감을 지속시키고 있는 것이다.

 

4.  판단·인식 그리고 선택, 인간 심리의 변덕과 함정

 

판단 기준과 위험 감수

사람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이성적이지 않고 이치에 맞지 않는 이상한 일들을 저지르곤 한다. 이러한 일탈 행위들은 심리적인 요인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로 당신이 극장에 갔을 때 매표소 앞에서 10달러짜리 지폐 한 장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렸다고 하자. 기분은 언짢겠지만 당신은 10달러짜리 영화티켓을 기꺼이 구입할 것이다. 하지만 미리 예매해둔 10달러짜리 티켓이 없어졌을 경우에는 다시 10달러짜리 티켓을 선뜻 구입하기가 꺼려질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사람들은 10달러짜리 현금의 분실과 10달러짜리 티켓의 분실의 의미를 달리 생각한다. 4장에서는 이렇게 매혹적인 그리고 유용한 발견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행동결정 이론의 중요한 관점 중 하나는 사람들이 이익인가, 손해인가를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위험을 감수하는데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점이다. 즉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한 대처는 기꺼이 하지만, 이익을 위한 좋은 투자에는 쉽게 뛰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확실한 3,000달러의 이익과 80퍼센트 확률의 4,000달러 이익을 놓고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를 조사했는데 사람들은 4 1의 비율로 확실한 3,000달러의 이익을 더 많이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확실하게 3,000달러를 잃는 것과 80퍼센트의 확률로 4,000달러를 잃는 것 중 어떤 손실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는 1 11의 비율로 후자를 더 많이 선택하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를 따져보자면, 첫 번째 조사에서 예상 이익 중 확실한 3,000달러는 3,000 × 1로써 3,000달러이다. 반면 후자는 4,000달러 × 0.8로써 3,200달러가 예상된다. 두 번째 질문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사람들이 이익을 선택할 때는 3,200달러가 아닌 3,000달러를 선택했고, 손해를 선택할 때는 3,000달러가 아닌 3,200달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이는 형편없는 도박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모험을 받아들이고, 이익을 얻기 위해 위험을 피하려는 보편적인 심리에 기인한 것으로서 매우 합리적인 행동인 것이다.

 

친구가 집을 장만할 때의 일이다. 친구는 집을 구하던 차에 자신이 원하는 조건에 맞는 완벽한 집을 하나 발견했다. 그래서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집주인과 협상에 들어갔다. 그런데 친구가 지불할 수 있는 금액과 집주인이 내놓은 가격은 15,000달러나 차이가 났다. 당연히 집주인은 친구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래서 친구는 부동산 업자에게 그 집이 얼마동안 매물로 나와 있었으며 얼마나 많은 문의가 있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부동산 중개인은 그 집에 대해 구입의사를 밝힌 사람은 세 달 동안 당신이 처음이오.라고 대답했다. 친구는 집주인이 그 집을 팔 의향이 강한지를 다시 물었다. 그러자 부동산업자는 그 사람이야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팔고 싶어 하죠. 집이 안 팔리니까 좌절감에 빠져있는 걸요.라고 대답했다.

 

친구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부동산 업자를 통해 집주인에게 전달했다. 지금 시세와 당신이 집을 구입했을 때의 시세는 상당히 차이가 나지 않습니까. 또한 앞으로 세달 동안에도 전혀 구입문의가 없을지도 모르고, 설령 구입 문의가 온다 해도 당신이 원하는 가격을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만약 제가 제안한 금액을 받아들인다면 당신은 손해를 상당히 줄이는 셈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전달받은 집주인은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친구가 제안한 금액과 집주인이 생각한 금액의 차이금액인 15,000달러에는 그동안의 소요비용이 포함된 금액이었다. 그래서 집주인은 15,000달러를 받지 못하면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친구가 부동산 업자를 통해 했던 일은 집주인의 이러한 관점을 미래의 불확실에 대한 위험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집주인이 생각하기에 친구가 제안한 금액은 어쨌든 애초에 자신이 구입했던 금액보다는 많으니 손실은 아닌 듯했다. 그래서 집주인은 확실하지만 적은 이익을 선택하는 대신 미래에 더 클지도 모를 불확실한 이익을 포기한 것이었다.

 

이 집주인과 같이 누구나 수많은 판단기준에 변덕을 부릴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1995년에 2,000달러를 가지고 라스베가스에 갔다가 3,000달러를 가지고 집에 돌아왔고, 몇 년 후, 2,000달러를 들고 라스베가스에 갔다가 이번에는 다 잃고 돌아왔다고 하자. 당신의 친구가 그 일을 두고 어떻게 된 거야. 얼마를 잃은 거야?라고 물으면 당신은 아마도 1,000달러가 아닌 2,000달러를 잃었다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당신에게는 이전의 수익이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판단 기준은 손실을 낳게 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초반기에 내려진다. 도박꾼들이 손해를 복구하기 위해 더 크고 필사적인 모험을 감행하는 것도 처음의 손실액이 판단기준으로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손쉬운 방법들, 편견, 그리고 다른 일상적인 실수

사람들은 종종 한 사건에 대한 가능성을 경험을 통해 쉽게 평가하려 한다. 사람들이 항공 사고가 조사된 수치보다 더 자주 일어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생생하고 끔찍한 장면들을 떠올려 크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심리학 용어로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이라 부른다. 즉 관련된 경험이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가에 따라 특정한 사건의 발생 확률을 추정하는 경향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가용성 휴리스틱은 고정과 조정(anchoring and adjustment)으로 나타난다. 이 개념은 교사들에게 특히 위험하다. 한 학생이 그다지 잘 쓰지 못한 에세이를 제출하여 C학점을 받았다. 그 학생은 몸이 아팠고 사랑하는 개가 죽었으며, 며칠 전에 집이 화재로 불탔다. 그는 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으므로 그 불행을 이용해 변명하려고 하지 않았다. 또한 원래 그 학생은 우수했다. 그래서 다음 에세이는 잘 썼다. 하지만 첫 번째 받은 C학점은 두 번째 에세이가 B+를 받도록 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만약 두 번째 수준의 에세이를 처음에 냈으면 A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처음의 에세이를 두 번째 제출했다면 C+를 받았을 것이다. 이것이 고정과 조정의 법칙이다.

 

우리는 종종 부정확하고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 편견을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이미지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제인 오스틴이 발표한 오만과 편견에서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네트의 문제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그녀는 다아시를 단 몇 번 만나면서 갖게 된 편견을 가지고 재빨리 부정적 이미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어렵게 그 이미지를 바꾸어 나갔다. 그녀가 그에 관한 이미지를 바꾸는 데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필요로 했다. 우리는 과거의 경험과 이해라는 편견을 통해 세상과 현재를 이해한다. 따라서 때로 어떤 상황에서 편견의 렌즈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자문하는 것은 살아가는데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사람들의 행동에 다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될 것이다.

 

5. 올바른 일을 한다는 것, 도덕적 선택 이끌어 내기

 

규칙과 결과

지금까지는 기계적 의사결정에 대해 다뤄왔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인간의 삶에 있어 그보다 훨씬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도덕적 의사결정에 대해 설명해 보고자 한다. 도덕적 의사결정의 예로 안락사에 대한 의사의 입장을 한번 생각해 보자. 당신은 의사이고 루게릭병(퇴행성 신경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상태가 나빠져서 온 몸이 마비되고 말도 못할 상태에 이르러, 하루 종일 누워서 산소호흡기로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더구나 그를 간호해줄 가족도 없다. 결국 그는 자신의 고통을 빨리 끝내줄 것을 간청한다. 이런 경우 의사인 당신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도덕적 규범과 원칙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의무론적(deonlogical) 도덕 논리이다. 그리고 환자의 평온과 고통을 번민하고 있다면 그것은 결과론적 도덕 논리가 된다.

 

대부분의 종교는 의무론에 바탕을 둔다. 이 윤리 시스템의 가장 순수한 사례는 임마뉴엘 칸트에 의한 것이다. 그의 위대한 저술서는 신앙과 이성의 일치를 모색하는 것으로서, 그 추상성과 철저한 보편성으로 주목받는다. 즉 동서고금의 모든 사람은 공통된 도덕에 철저하게 복종하고 그 행동은 이성을 통해 추론된다는 것이다. 칸트의 보편적 도덕주의의 한 예를 들자면, 칸트는 그의 저서 박애주의적 관점 때문에 거짓말을 해야 할 권리에서 모든 선언에 솔직해진다는 것은 신성하며 이것은 어떤 예외도 없음을 말하는 논리적인 법칙이다라고 말함으로써 거짓말을 하는 것은 어떤 예외도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친절, 예의, 혹은 자기 방어를 위해 거짓말을 긍정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공리주의는 결과론적 도덕 논리에 가장 적절한 사례가 된다. 공리주의자들은 행동으로 인한 결과는 의사결정 과정의 도덕성과는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공리주의자들이 말하는 공리 (utility)란 전체로서, 사회로서의 이익을 위한 행동,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이끌어내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도덕적으로는 벗어난 행동이더라도 많은 사람을 위한 것이라면 그것이 바로 선()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본 어려움의 본질은 다음의 이야기에서 드러난다.

 

피터 싱어는 프린스턴 대학의 윤리학 교수이며, 그는 전형적인 도덕적 공리주의자이다. 싱어는 행동의 도덕성은 전체적인 행복을 증가시키는지에 대해 물어봐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가난한 한 가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보탬을 주는 것보다는 열 명의 수단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좋다라고 말하고 이는 세계의 총 행복지수를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그는 장애를 가진 태아에 대해 임신중절을 허용해야 하고, 더 이상 회생 가능이 없는 환자나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는 노약자에게 안락사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싱어는 그의 어머니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게 되었을 때, 어머니를 사립 병원에 보냈고, 치료비로 수천달러를 지불했다.

 

우리는 결과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칸트의 주장에 동의하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결과가 모든 것이라는 공리주의자에게도 동의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우리의 도덕적 관념에는 규칙과 결과가 모두 중요하다는 사실이 담겨있다. 다만 이들의 균형을 이뤄 일상의 의사결정에 활용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도덕적 직관들을 통합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고려하고 염려하는 마음이다. 근본적으로 도덕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에 기인한다. 따라서 우리는 도덕적 의사결정에 임했을 때, 도덕적 규칙으로부터 시작하여, 타인과 생각을 바꿔보고, 그것을 심사숙고하여, 현재의 상황에 맞춰 판단해야 한다.

 

도덕적 의사 결정 과정, 어려운 문제에 대한 고찰

이 단원에서는 도덕적 의사결정, 즉 앞서 설명한 의사결정 단계에 도덕적 규칙과 결과를 대입시켜 실행해 보고자 한다. 이 문제는 그만큼 어려울 수 있지만, 앞으로 당신이 겪을 수도 있을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여성이 어려운 문제해결을 위해 어떻게 체계적으로 도덕적 결정에 접근했는지를 살펴보기로 하자.

 

프레드와 진저는 로스앤젤레스의 근교(부자들이 사는 곳)에 거주하는 성공한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아직까지 자녀는 없다. 프레드는 종교가 없기 때문에 특정 종교의 도덕적 규율에 얽매여 있지는 않으나 어떤 경우든 싸우는 법이 없다. 진저는 장로교 신자로서 아주 신실하며 항상 부모와 친밀하게 지내고 그 효심도 깊다. 그녀의 어머니는 무용가로서의 보장된 미래를 희생하고 딸을 양육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그래서 진저는 아이를 낳으면 자신의 어머니처럼 자녀양육에 최선을 다하리라고 생각했다.

 

진저의 어머니는 최근 미망인이 되었고 스스로 살아갈 능력이 없는데다 퇴행성관절염으로 고통 받고 있다. 그녀는 6주간의 입원치료에 들어갔다. 진저의 어머니는 악몽을 꾸는 등 정신적으로도 매우 힘들어 하고 있다. 그러나 딸에게 부담을 주기는 싫었다. 의사는 진저에게 이러한 환자의 상태를 알려주고, 퇴원 후 어머니를 모실 수 있겠는지를 물었다. 퇴원까지는 2주 밖에 남지 않았다. 진저는 이 문제를 프레드와 상의했다. 프레드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고 인정했으나 최고의 양로원에 어머니를 모실 수 있도록 비용을 기꺼이 지불하겠다고 대답했다. 의견 다툼은 바로 이 부분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진저는 프레드를 사랑한다. 그리고 프레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내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고민에 처한 진저는 종이와 볼펜을 꺼내놓고 아래와 같이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1. 목적 : 어머니를 보살피고 안락함을 드려야 한다. 프레드와 틈이 생겨서는 안 된다.

2. 확실히 파악된 것들 : 어머니가 집으로 들어오신다. 양로원에 모신다. 어머니를 보살필 수 있는 간병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

3. 문제와 관련된 가치들 : 어머니에 대한 의무. 프레드에 대한 의무. 나의 마음상태. 나의 결혼생활

4. 결정의 중요도 : 아주 높다

5. 결정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 : 2 - (모든 조건에 대한 조사기간 - 1.  평가와 결정 기간 - 1) 휴가를 내서라도 2주 이내에 마쳐야 함.

6. 전략 : 모든 조건을 고려 대상으로 활용해야 함.

 

진저가 펜을 놓고 친구들과 전화통화로 이 문제를 상의하는 사이 프레드는 진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집에 들어왔다. 프레드는 그 사이, 집 가까운 곳에서 가장 시설이 좋은 양로원에 대한 정보들을 알아봤다. 그는 그날 이후로도 수일 동안 조사를 계속했다. 진저는 그가 하는 일을 말리지 않았다. 그 사이 진저의 친구들도 아주 흥미로운 의견을 내놓았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증축해서 거주 공간과 현관문을 따로 하면 어머니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고, 프레드는 사생활 침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었다.

 

프레드는 최종적으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우선 시설 좋은 양로원을 살펴보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진저는 이 의견에 반대하지 않고 프레드와 함께 몇 곳의 양로원을 돌아보았다. 진저는 선택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신중하고 싶었던 것이다. 진저는 어머니에게 지금 자신이 계획하는 일을 설명했다. 어머니는 자신의 말에 동의하고 고개를 끄덕였으나 얼굴이 창백해졌다.

 

진저는 한 시공업자에게 증축을 문의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진저가 사는 지역은 현행법에 따라 증축이 불가(不可)했다. 따라서 방법은 증축이 가능한 다른 지역에 새집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집을 구하는 것도 시간이 소요되지만 증축을 하는데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그래서 진저는 자신들이 원하는 구조대로 이미 증축이 되어있는 집을 찾기로 했다. 친한 이웃을 동원하고, 부동산 중개업자를 찾아다녔다. 다행히 가격이나 조건에 알맞은 매물이 두 개 나와 있었다.

 

진행이 여기에 이르자, 진저는 프레드와 대화를 요청했다. 그리고 자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고, 그와의 결혼을 얼마나 가치 있게 여기는지를 먼저 말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있어서 나이 드시고 병에 걸리신 어머니의 안락과 보호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말하면서, 현재의 집을 증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이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난 프레드는 자신은 이 집에 만족하고 있으며, 이웃들과의 친분도 소중하고 새집을 사는데 드는 비용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저는 그의 말이 합리적임을 인정하고 다만 현재 자신들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사항들을 차분하게 평가해볼 것을 권유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조건에 알맞은 두 개의 매물을 다음날 가서 둘러보자고 말했다. 프레드는 탐탁스럽지 않았지만, 우선 그녀의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그녀는 증축된 새집을 구하기 시작했을 때, 미리 부동산 중개인에게 남편이 이사를 꺼리고 있으며, 왜 그런지를 설명했었다. 그리고 남편이 와인, 뮤직, 자동차에 열정이 많은 사람이고 자신은 시설이 충분하게 갖춰진 집을 선호한다는 사실들을 알려줬었다. 이러한 정보를 참고로 하여 부동산중개업자가 소개한 두 집은 와인 저장고와 홈 오디오 시스템, 그리고 네 대의 자동차를 주차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진저는 중개인에게 프레드가 오면 이 시설들을 강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그 일을 완벽하게 해줬고, 프레드는 미끼를 물었다.

 

진저와 프레드의 어머니 모시기 프로젝트는 숫자로 떨어질 수 있는 기계적인 의사결정이 아니었다. 이것은 도덕적 직관에 의존한 판단으로서, 의무와 원칙을 공평이라는 요소로 아주 신중하게 나누려는 시도였다. 이 과정은 기계적 의사결정 과정과 다를 바 없지만 진실로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에 비중을 두었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6. 남자와 여자의 의사 결정 차이점? 과연 그런가?

 

여성스러움, 남자다움, 그리고 의사결정에 관한 통념

남자와 여자의 쇼핑 습관을 연구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들은 여성보다 훨씬 빨리 물건을 고르고, 충동구매를 하며, 영양 성분에 별 관심이 없고, 지출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이 모든 남성의 쇼핑경향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야기될 수 있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몇 가지 중요한 용어의 의미를 정의하고자 한다. 그것은 (sex)' '성별(gender)'이다. 여기서 성은 생물학적 특성으로 신체적인 것을 말하며, 성별은 염색체적 성향, 즉 남자다움과 여성스러움을 말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남성과 여성이 다르게 의사 결정을 한다는 것이 아니라, 남성다운 의사 결정과 여성다운 의사 결정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다. 고정관념은 꽤 단순하다. 남자들은 냉철하고, 이성적이며, 논리적, 효율적이고 결단성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대로 여성은 우유부단하고, 직관적이며, 감성적이어서 결정하기 전에 고심하고, 결정한 후에도 혹시 잘못되지 않았나? 하며 초조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된 고정관념은 형편없는 차별을 낳게 한다. 누구도 100퍼센트 순수하게 남성적 혹은 여성적인 특징을 보이지는 않는다. 현실 세계에서 모든 사람들은 이 두 가지가 혼합되어 있다. 문제는 두 요소의 상대적인 균형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의사결정 방법이므로 이 장에서는 남성적·여성적 성향이 의사결정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따라서 의사 결정의 함축된 가치는 성별에 따라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하지만, 성별에 따른 어떤 선입견이라도 타파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남녀 양성이 균등하지 않다는 점도 주지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성향 정도에 따라 차이점이 있다는 말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두 가지 사례를 들어보고자 한다.

 

밥과 캐롤은 오늘밤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낯선 곳에 가기로 했다. 밖에는 비가 오고 있다. 출발하기 전, 캐롤은 밥에게 길을 아는지 물었다. 밥은 주소를 알고 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캐롤은 그래도 지도를 가져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밥은 차안에 지도가 있다고 말했다. 출발 후 얼마쯤을 지났을 때, 그들은 길을 헤매게 되었다. 캐롤은 차를 멈추고 지도를 찾아보자고 말했다. 밥은 자신의 군복무경험으로 지도 없이도 찾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한참 후, 그들은 같은 구역을 돌고 있음을 인식하게 되었다. 화가 난 캐롤은 지도를 찾아보자고 말했고, 그들은 함께 지도를 찾아보았지만 지도는 어디에도 없었다.

 

캐롤이 소리쳤다. 지도가 있다고 했잖아! 밥도 역시 소리를 질렀다. 있는 줄 알았어! 호흡을 가다듬은 캐롤은 주유소에 차를 세우고 길을 물어보라고 말했고, 밥은 여전히 찾아갈 수 있다고 큰 소리를 쳤다. 결국 캐롤은 그렇다면 내가 물어보지!하며 차문을 쾅 닫고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터벅터벅 길을 건너갔다. 결국 어렵게 파티장소에 도착한 두 사람은 기분이 나빠서 파티를 즐길 수 없었다.

 

하나의 사례를 더 들어보자. 앨리스는 퇴근 후, 여성 호신술 도장에서 보내온 전단지를 보았다. 교육과정은 매주 화요일 밤에 세 시간씩 6주 동안 교육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 그리고 수강료는 150달러였다. 그녀는 최근 몸이 쇠약해진 것 같았고, 틀에 박힌 일상생활도 지루해서 이 새로운 도전에 흥미가 생겼다. 그렇지만 호신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매주 화요일 밤에 아이들만 남겨둬야 한다. 또한 생활비에서 150달러가 얼마나 부담이 될지를 잘 몰랐다. 그래서 앨리스는 가장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이 문제를 의논했다.

 

친구는 앨리스의 고민을 경청한 후, 확신이 안서는 터라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앨리스는 언니에게 전화했다. 언니도 마찬가지의 대답을 했다. 그녀는 이렇게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1주일 동안 의견을 물었다. 그리고 전단지를 받은 지 거의 2주가 될 무렵 남편 테드에게 의견을 물었다. 남편은 별 관심이 없다는 듯 그건 당신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앨리스는 이러한 가족의 반응이 서운했다. 그래서 다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하고, 호신술학원에 등록할 것을 결심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결정을 남편에게 알리고, 학원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수강인원이 이미 꽉 차서 등록이 마감되어 있었다.

 

두 예문을 통해 남성적인 의사 결정과 여성적인 의사 결정 타입에는 중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밥은 좀 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또한 앨리스는 생각하는 시간을 줄이고 자신이 원하는 바에 대해 더 많은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 의사 결정과정 초기에 밥과 앨리스는 적절하게 시간과 에너지의 배분을 계획했어야 하는 것이다. 남성은 남성적인 방법으로 여성은 여성적인 방법으로 서로 다르게 의사 결정을 내릴 필요가 없다. 두 사례를 약간 뒤집으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앨리스가 파티에 가기 위해 운전을 하고, 밥이 호신술 수강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면 어땠을까?

 

이 책에서 제시되고 있는 통찰력을 당신의 상황에 적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먼저 파악하여 당신이 직면한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꾸어 말하면 효율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사람은 철저하게 자기 반성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전체에 흐르고 있는 주제이다. 자신이 의사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 현재 적합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자신의 강점을 적용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지 나의 권고를 다시 한 번 살펴보라. 강조하자면, 당신은 의사 결정을 위해 얼마나 심사숙고하려고 노력하는지를 스스로에게 질문해보라. 그것이 유능한 의사결정자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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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26 18:23 2006/10/2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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