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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지난 1월 28일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김○○성폭력 사건보고 및 평가보고서 채택 건]이 1호 안건으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정작 대의원대회 회순에서는 임원선거 이후로 미뤄졌고 보고서는 초안조차 제출되지 않아 대회 중 논란이 예고됐다.
대의원대회가 시작되자 대의원들에게 이번 안건을 유예하지말 것을 호소하는 피해자의 편지가 ‘피해자 지지모임’을 통해 낭독됐다. 이어 토론이 시작되자 대의원들은 성폭력 사건 평가 보고서가 제출되지 않은 이유를 물었고 조합원들과 피해생존자에게 정부와 자료를 공유하지 못한 점 등을 제기했다. 이해 대해 민주노총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사과했고 대의원들은 차기 대대 1호 안건으로 결정하면서 토론은 종결됐다.
대의원대회에서 성폭력사건 후속조치 이행 건이 결의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결국 또다시 이월됐다.
이제 성폭력 사건에 대한 후속처리와 평가는 새 집행부의 과제다. 또 다시 이 문제가 이월되지 않기 위해, 제대로 된 평가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대응원칙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선 후속처리와 평가 속에는 지난 과정에서 드러났던 왜곡된 인식과 논란에 대한 바로잡기가 포함돼야 한다. 이를 통해 단순히 ‘처리’를 위한 후속처리와 평가가 아니라 성억압적 조직문화와 운동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처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비슷한 성폭력 가해자를 양산하고 처벌하는 과정을 반복하게 될 뿐이다.
둘째, 성폭력사건은 특정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그 조직의 가부장적, 권위주의적 문화나 관행의 문제라는 조직 전체의 공유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성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한 조직 만들기 실천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도 현장에서는 각종 성차별 및 성폭력사건이 발생하고 있으며, 여전히 여성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조직적 노력은 부차적인 문제로 치부당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바꿔내는 것이 바로 혁신운동의 출발점이다.
새 집행부의 임무는 막중하다. 1년 넘게 상처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한 채 민주노총을 끝까지 믿고 있는 피해자를 생각한다면 이 임무를 또다시 미루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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