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말했다. “하도 민망한 일이라 변명할 엄두도 내지 못했습니다.” 나는 이 말을 노무현이 아니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또는 조승수와 김창현에게서 듣고 싶다. 정말이지 노동자 민중이 죽어나가고 있는 이 판국에 이른바 진보정당 또는 그 당의 주요 인사들이 펼치고 있는 정치력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단 말인가?
나는 보고 싶다. 어느 누군가 기필코 당선되어 어떤 활동과 희망을 보여주려고 그토록 끈질기게 후보단일화에 매달렸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것을. 나는 알고 싶다. 진보정당의 활동을 통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인가를. 나는 듣고 싶지 않다. 그런 것들은 의회 다수당이 되어야 가능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나는 묻고자 한다. 어떻게 해야 의회 다수당이 될 수 있는가를. 나는 궁금하다. 의회 다수당이 되고 집권당이 돼서 당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가가.
“왜 이래, 아마추어 같이”라든가, “의원 해봤어,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라고 말한다면 이렇게 돌려주겠다. 당신들의 프로페셔널은 부르주아 정당의 그것에 비하면 그들의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는 수준에 불과하다. 당신들이 말하는 프로페셔널의 기준과 잣대가 결국 제도 정치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사회주의 정치활동 해봤어, 안 해봤으면 말을 하지 마. 어찌 사회주의 정치활동에서 나오는 활력과 기쁨을 그깟 의원 활동에 비하겠는가.
후보단일화는 이제 저들에게 맡기자. 그들이 알아서 하게 하자. 그것은 이제 더 이상 노동자 민중의 관심사가 될 수 없다. 그 어떤 기대나 실망도 하지 말자. 그럴 필요와 이유가 조금도 남아 있지 않다. 거기에 눈길을 줘야 할 만큼 정세와 세상이 한가하지 않다. 후보단일화를 위한 정치활동 전 과정을 통해 두 당과 두 인사는 철저히 자신들의 이해와 명분에 따랐다. 이 점에서 그들은 이제 거추장한 아마추어 복장을 훨훨 벗어 던졌다. 부르주아 정당과 제도 정치를 향한 프로의 날개 짓을 맘껏 펼쳤다. 그렇게 가도록 이제 놓아 주자.
4월 4일 후보단일화 대표회담장을 나서는 노회찬(진보신당 대표), 강기갑(민주노동당 대표) 사진출처 울산노동뉴스
분리될 것이 분리되었을 뿐이며, 분리할 것을 분리할 뿐이다. 사실 너무 늦었다. 있어야 할 것, 왔어야 할 것이 지체되는 바람에, 바로 그 공백 때문에 그나마 지난 10년 간 저들의 존재감이 보였을 뿐이다. 아직도 많은 노동자 민중이 저들에게 기대는 것이 남아 있고, 아직은 그 기대감을 완전히 져버릴 만큼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사회주의 정당 건설과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미뤄서는 안 된다.
민주노동당 일 때는 미처 몰랐다. 진보신당이 분리될 때만 해도 무언가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이번 후보단일화 과정을 통해 진면목이 드러났다. 노무현에게 실망하는 ‘민주세력’(?)의 심정보다 두 당에 느끼는 노동자 민중의 비애는 더욱 쓰라리다.
고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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