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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연습장

500원짜리 동전이 덜컹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이젠 도망갈 수는 있어도 피할 수 없다 낡고 닳아 매끈해진 빨간 목장갑을 멀끄러미 쳐다보다 자해라도 하는 심정으로 맨손으로 방망이를 들고 타석에 들어선다 110km짜리 어설픈 속구 정직하게 뻗어나오는 공이지만 저것도 기계인지라 가끔씩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공이 날라온다 50원의 손해보다 위험한 것은 아무런 준비가 안되었을 때 팔꿈치를 노리며 달려드는 공 왠지 그 공에라도 맞아야만 속이 후련할 것 같다 아니면 장외홈런이라도 될듯 시원시원한 타구를 쳐내야 할텐데 나의 야구 재능이 그정도는 되지 못함을 빚맞은 충격에 쩌릿쩌릿한 손가락들이 알고 있다 이상하게도 공이 아주 느리게 느리게 보인다 마치 저 정도의 공은 오만가지 잡다한 생각 다하고도 머리털 쑴풍 빠질듯한 어려운 문제 다 풀고도 방망이를 휘두르면 저 하늘 너머로 날릴정도로 세게 칠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지구의 자전보다도 느려보이는 공에 실밥의 갯수까지도 셀 수 있을것 같은 공에 나의 방망이는 여지없이 허공을 가른다 지구의 공전보다도 스윙 헛스윙 헛스윙 헛스윙 간단하게 삼구 삼진을 먹은후에 시원하게 잘 맞은 안타를 때려내지만 저건 안봐도 뻔하다 느려터진 내 다리로는 혹은 불성실한 나의 주루로는 1루베이스도 밟지 못할 것 같다 헬멧을 쓰고 연습장에 들어올 걸 그랬다 팔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들어올 걸 그랬다 어설프게 겁만 많아서 데드볼도 피해버리지 말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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