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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4 발리, 우붓에서의 나날

당신에게도 행운을...

아침마다 발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을 비는 제물.

 

발리라고 하면 대부분 바다를 떠올리게 되지만, 지금 내가 있는 이 곳은 우붓이라는 작은 마을. 발리의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아름다운 동네로, 오래 전 부터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고 한다. 덕분에 마을이 점점 커지고 여행자 중심의 느낌이 나긴 한다.


그래도, 어찌나 아름다운지. 한마디로 묘사하기는 어렵지만, 어떤 곳이냐는 동생의 질문에 대답했던 것 처럼, (여행자들이 많고 그를 위한 편의시설과 그들을 타겟으로 한 가게들이 많다는 점에서, 그리고 여행자들 특유의 분위기가 감돈다는 점에서) 카오산 같기도 하면서 (곳곳의 사원들과 평화로운 분위기 덕분에)루앙프라방 같기도 한 동네.
볼 것도 할 것도 많은 이 곳에서 닷새나 머물렀지만 한 일은 별로 없다. 단지 싸고 소박한 숙소에서 여유작작 게으름을 피우다 동네 가게와 사원들을 조금 둘러보다가, 인터넷 되는 식당에서 친구들이랑 수다나 떨고... 그도 그럴 것이 눈만 돌리면 곳곳이 사원이고 미술품 들이며 시시때때로 보이는 것이 기도하는 사람들이라, 뭘 딱히 찾아볼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 곳의 나른한 공기가 나의 게으름 병을 더욱 부채질 해서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나중에 섭섭할까봐 가까운 석굴사원인 구능카위와 발리에서 가장 중요한 사원이라는 베사키 사원에는 다녀왔다. 가서 본 것도 좋았지만 더 좋았던 건, 우붓을 벗어나서 볼 수 있었던 작은 마을들의 풍경. 사람과 논밭과 크고작은 사원들이 어우러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모습들이었다. 그리고 발리 전통 공연인 케챡 댄스 한 번, 아, 그리고 발리 맛사지 강습.
처음 이 곳에 발을 들였을 때는 사고 싶은 것도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았는데, 막상 떠날 때가 되니 조금 아쉽긴 하다.
만일 다시 올 기회가 있다면, 이 곳의 분위기를 같이 즐길 수 있는 사람과 함께였음 좋겠다. 그리고 운전을 배워서 오토바이를 하나 렌트하고 상세한 지도를 하나 구할 것. 오토바이에 두 사람의 몸을 싣고 발 가는 데로 달리는거다. 좋은 곳이 나오면 멈추어 서서 사진도 찍고, 맛있어 보이는 것이 보이면 또 멈추어서 먹고, 그야말로 자유롭게 발리의 공기를 만끽할 수 있도록.


# 지금 발리는 밤이 되면 꽤 춥다. 어제 새벽 베사키 사원에 가기 위해 해 뜨기 전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을 땐 정말 오랫만에 뼈속까지 느껴지는 한기. 밤에는 드디어 여간해서는 귀찮아서 꺼내지 않는 패딩점퍼를 꺼내 입고 잤을 정도였다. 적도에 있는 나라인데, 신기해서 이곳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8월 중순 부터 9월 한달은 원래 밤에는 온도가 뚝 떨어진다고.

 

# 수마트라에서 진도 6.7의 강진이 있었다고 한다. 아마 많은 피해가 있었겠지. 이런... 그래도 나는 수마트라가 아니라 발리에 있었던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오늘 부터 대부분의 이슬람 문화권이 라마단에 들어간다고 한다. 발리는 힌두문화권이라 별 문제가 없겠지만, 다음주 초, 태국으로 넘어가는 길, 자바 섬의 솔로로 돌아가서 비행기를 타고 쿠알라룸프르에서 태국 국경을 넘는 길엔 뭘 얻어먹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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