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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4 스스로 방학을 결정하다.

어제는 첫 주말 이후 첫 수업 날이었는데, 아무래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일단 또 늦잠을 자서 아침식사와 셔틀을 놓치고, 오후가 되니 에어컨 바람 때문에 몸이 점점 차가워지고 안좋아지는 것이었다. 오는 길에 맥주가 땡겨서 저녁 전에 한 캔 사서 마셨는데, 얼굴이 약간 빨개진 채로 밥을 먹고 나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선, 눈을 떠 보니 8시 반 정도가 되어 있는데, 기분도 몸 상태도 아주 구린 느낌. 그제서야 생각했다. 오늘 아침에 늦잠을 잔 것도, 하루 종일 기분이 안좋은 것도 다 같은 흐름 속에 있겠구나.

그래서 결심했다. 스스로에게 휴가를 주기로.
며칠 쉬면서 멀리, 보라카이나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하고, 론리를 펼쳐 보라카이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이게 또 어찌나 즐거운지!
쯪쯪, 여기 와서도 여행을 꿈꾸며 좋아하다니.

오늘 학원에 가서 헤드튜터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어쩐지 그녀가 오늘 오지 않았다. 대신, 내 튜터들에게는 결석할 거라고 이야기를 해두었다. 다만 아쉬운 건 혼자 가야 한다는 것. 해변에서 혼자 노는 게 상상보다 훨신 더 재미없다는 걸 알고 있는데다, 5월 에 갈건데 같이 가자는 사람들이 오후 늦게나 나타나서 아쉬움이 더해지긴 한다. 그래도 생각해났을 때 질러버리는 자유를 한번 누려보자는 쪽을 선택하기로 했다. 게다가, 편하지 않은 사람들과 노는 것 보다는 혼자가 더 좋을 때도 있는 법.

사실, 한국에선 계속 뭔가 하고 있었고, 논 기간이래 봤자 대만에서의 5일과 마닐라에서의 하루 뿐인데, 무거운 짐과 정해지지 않은 일정 때문에 불안한 상태라 제대로 쉬질 못했지 않은가.
이번엔 제대로 쉬고 올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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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기 전에

 긴 여행을 결심하는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면, 왜 여행을 떠나는 지에 대한 긴 글이 있던데, 나는 도저히 그런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는다. 떠나기 전에, 아니 결심 할 때쯤엔 가능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한국 땅의 수많은 관계들을 벗어나서 혼자 생활하는 것이 이미 현실이 되어버려서, 여행을 꿈꾸던 때의 수많은 환상과 가능성들이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긴 여행은 나의 오랜 소망이었다는 것 정도. 2002년, 처음으로 한국 땅을 떠나 태국 방콕의 카오산과 꼬싸멧의 해변에서 느꼈던 해방감은 나를 계속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떠나게 만든 힘이었다. 국경을 넘어 메콩강을 타고 라오스에 가면서 경험한 힘들지만 흥분되는 기억들, 덥고 춥고 아프지만 마음만은 충만한 여행지에서의 그 느낌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첫 여행 이후로 너무나 흥분하던 나를 잘 아는 오랜 친구는, 단지 처음으로 제대로 놀아보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해주기도 했다. 어쩌면 그럴지도...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엔 그 때 대로, 시키는 것(공부?) 뿐 아니라 안해도 되는 것(써클 활동, 영화광 노릇 하기 등등...) 까지 모두 지극히 성실하게 해내던 학생이었지, 대학 생활 역시 일분일초를 아까워하며 힘차게 보냈었고, 센터에서의 5년도 최대한 힘을 낸 것이었다. 물론 대학 입학 이후 센터를 그만두기 까지 10년의 시간이 모두 충실했냐고 누가 묻는다면 감히 그랬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더 별 수 있었겠냐 하고 생각되긴 한다. 아무래도 5년 씩 이어지던 그 활동들은 첫 1년 어리버리 하다가 3년 째 될 때에 최고조의 성능(?)을 발휘하다가 4년 째 엄청 힘들어지고, 5년 째엔 정말 다른 가능성을 고민하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시간이 갈수록 내공은 쌓이고 네트워크도 넓어지지만, 그것 보다 더 지쳐가기 때문에, 지속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지침은 많은 문제들을 야기했다. 개인적으로나 내가 관계맺고 있는 상황이나 사람들에게나. 이런 문제적 상황들을 끊어내자. 그리고 좀 쉬자. 오랜 소망을 실현하자! 그래서 여행을 떠났다. 6개월 정도의 긴 여행. 중간 2개월 정도는 필리핀에서 영어 공부를 할 예정이다. 물가 싸고 별로 스트레스 받을 상황이 없는 곳에서 조용한 일상을 잠시 보내고 싶었다. 또, 본래 여행이란 꽤나 체력과 정신력을 소모하는 작업인데, 지금의 몸과 마음으론 도저히 소화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를 더 잘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당분간 활동을 정리하고 쉬겠다는 것이 여러모로 현실화될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여유가 생기고 이제까지 안보이던 것이 보이거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가능성을 찾거나 할 수도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면들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들이 많이 생기기도 했지만, 이번 휴식은 또 다른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을까. 무엇 보다, 표정이 좋아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단지 며칠의 일탈이 아니라 당분간의 일상으로 여행을 해보자. 제대로 한번 놀아보자. 시간에 대한 감각을 바꾸어 보자. 보다 긴 호흡을 갖자.

그런 마음으로 떠났다. 6개월 간의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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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21 M.T. 가다

일로일로에서 맞는 첫 주말.
그제 밤에는 같은 숙소에 있는 몇몇과 근처 길거리 술집으로 맥주를 마시러 갔다. 다음 날 수업도 없겠다, 맥주한잔 하실래요? 라는 질문이 어찌나 반가운지. 돼지고기 꼬치구이와 함께 산미구엘을 2~3병 씩 마시고, 수다를 떨었다. 덕분에 많이 친해진 느낌.

오늘은 학원에서 activity라는 것을 간다고 했다. M.T. 혹은 소풍 같은 거 같은데, 여하튼 새벽같이 일어나서 학원에 모여서 학원 봉고차와 대절한 지프니를 타고 튜터들과 학생들이 모두 움직였다. 도착한 곳은 일로일로에서 한 시간 쯤 가면 나오는 두망가스(?)라는 지역의,  일종의 리조트 같은 곳. 바다 같은 곳을 가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실망이다.

프로그램은, 조별로 준비한 공연(?) 발표, 게임, 노래, 수영 등. 화려한 M.T. 혹은 회사 야유회와 비슷할 거 같다. 어디나 사람 노는 건 비슷한가보다. 하지만 5일 내내 공부하느라 시달리고, 어제 다들 과음을 한 상황에서, 지독하게 더운 환경에 몇 시간 씩 방치되어 있다 보니 학생들은 대부분 축 늘어져있다. 하다 못해 수영도 안한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수영장 근처 방갈로(?)에서 그냥 축 처져 있거나 잠시 졸거나. 그래도 오랫만에 밖에 나와서 공부도 안하고, 맛있는 점심도 주니 나쁘진 않았다. 이 행사는 사실 학생들 보다 튜터들이 몇 배는 더 즐거워 하는 것 같았다. 대여섯 시간 동안 쉴 새 없이 노래를 부르는 걸 보니, 이 사람들도 어지간히 노래방을 좋아하나보다. 노래를 엄청 잘하는 사람, 춤을 엄청 잘 추는 사람도 많고. 필리핀 사람들이 정말 잘 논다는 사실을 확실히 인식한 날이었다.

두망가스 가는 길
두망가스 가는 길. 역시 엄청 더운데, 녹음이 우거진 길을 먼지마시며 달려갔다.

하늘
그나마 볼 건 하나도 없던 리조트. 하늘만은 언제나 처럼 멋졌다. 이곳은 이상하게 언제나 구름이 아주 낮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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