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도 어디냐는 이야기를 할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겠다.

 

오늘 들은 이야기인데, 최근 장애인운동단위에서 기획강좌가 7개인가 몇 개 있었는데

그 중에 '여성'을 주제로 한 강의가 있었다고 한다.

그 주제의 배치는 장애여성 공감의 제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다른 강의내용 중에

'여성' 강좌의 내용과 앞 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도 많았다고 한다.

(쉽게 말해 친여성적이지 않은 내용..)

사실상 장애여성 공감의 제안으로 '여성'이라는 주제의 강의가 배치되기는 했으나

다른 강의는 '여성'이라는 주제와 동떨어지거나 오히려 배치되는 내용이 있었던 걸

어떻게 봐야 할까?

그저 문제라고 나는 지적하고 싶진 않다.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길지 않은 장애인운동 역사 속에 나는 그래도 장애여성 공감을 비롯하여 장애여성들의

'투쟁'이 성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는 생각한다.

 

어제 졸업식으로 끝난 '인천공공노동자학교'은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인천공공노동자학교>

1강의 - 토론방법론

2강의 -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3강의 - 노동자의 삶과 철학

4강의 - 민주노조 운동사 1

5강의 - 민주노조 운동사 2

6강의 - 토론학습 - 자본주의와 노동자

7강의 - 한국 노동운동의 현안과 과제

특강 - 양성평등 교육

 

나는 자본주의란 무엇인가를 들을 때도, 노동자의 삶과 철학을 들을 때도 민주노조 운동사를 들을 때도, 또 한국 노동운동의 현안과 과제를 들을 때도 왜 '여성노동자'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지 내내 의구심이 들었다. 자본주의 안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어떻게 억압받고 있는지, 또 민주노조 운동역사에서 여성노동자들이 어떻게 투쟁했었는지, 또 왜 투쟁했는지, 현재 여성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어떠한지, 여성노동자의 투쟁은 어떤 것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할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급기야는..

노동자의 삶과 철학 강의에서 노동자들이 한미fta에 반대하는 투쟁,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 투쟁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내가 여성노동자에 대한 것도 중요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더니 강사는 아주 당당하게 '제가 그 부분은 잘 모릅니다. 좋은 생각 있으시면 제가 아까 말씀드린 ***연구소 사이트에 글올려주세요'라고 대답하였다.

 

사실 더 기가막힌 이야기도 있다.

 



아마도 그 강사는 '투쟁없이 쟁취없다'는 메세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거 같은데(주제가 노동자의 삶과 철학이었으니까) 그래서인지 강의 중간에 "프랑스 혁명 때 부르주아들과 노동자들이 함께 싸웠지만, 노동자들이 투표권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투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노동자들이 투쟁하였는데, 남성노동자들만 투표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성노동자들이 투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라고 이야기해서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것에 대하여 내가 프랑스 혁명 때 여성들이 투쟁했다는 사실은 많이 가려져 왔지만, 최근 여성들 또한 투쟁했다는 사실이 역사속에서 많이 복원되고 책도 많이 나왔다고 문제제기했더니 '아, 그 말은 취소하겠습니다'라고 간단히 대답하였다. 헐.. 너무 성의없는 답변이었다. 페미니즘에 대하여 식견이 없는 게 실망스러운 게 아니라 너무 성의가 없고, 어떠한 성찰도 없는 그 모습이 너무 실망스러웠다.(왜 사람들은 이런 사람을 강사로 부르고 하는 걸까? 뭐를 배우기 위해?)

 

나는 프랑스에서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했지만, 남성노동자들만 투표권을 가지게 된 것은 남성노동자의 여성노동자에 대한 '배신'이었다고 생각한다. 배신이라는 표현이 조금의 과장도 심한 표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배신행위는 지금도 지속되고 있고,

(현대자동차 구조조정 반대투쟁에서 식당여성노동자들만 해고하는 걸로 합의하고

투쟁은 정리되었다. 금융권 수많은 여성노동자들이 해고되고 비정규직으로 채용될

때 남성노동자들은 투쟁하지 않았다. 더 심한 사례도 얼마든지 있다. 노조 내 남성조합원 혹은 남성간부들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하여 여성조합원, 여성간부를 성폭력 하며

스트레스를 푼다.)

이런 배신에 여성노동자들이 남성노동자들을 응징하는 것은 우리스러운 것이 아니므로 남성노동자들이 여성노동자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암튼.

이 세상의 절반은 여성이고, 노동자의 반은 여성이며, 민주노조운동이 제조업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시작되었는데 왜 여성, 여성노동자에 대한 인식은 늘 주요운동과는 동떨어진 특수한 부분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남성노동자 중심으로 현재 노동운동과, 노조문화가 구성되어 왔는데, 그것을 지양할 노력이 이번 교육에서'도'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떤 노조에서도 이렇게 교육을 고민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건 엄밀히 이야기해서 노조 내에서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흔히들 이야기하는 '노동운동'을 노동운동가들은 노동에 대한 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는 거 같다. 그러나 이 노동자를 둘러싼 사회의 조건들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자기사업장 안에서 임금 몇 푼 올리고 노동조건을 약간 개선한다고 노동자 삶이 뭐가 그리 달라질 수 있을까? 그리고 백번 양보하여 노동에 대한 운동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여성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노동'이라는 것은 제대로 인식이나 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장애인운동단위에서의 '여성' 강좌가 어찌보면 구색맞추기식으로 배치되었을 수 있으나 그것은 장애인운동역사속에서 명백한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위에서 썼다. 그러나 나는 노조 교육에서 '여성' 꼭지가 하나 배치된 것은 성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거라도 얼마냐고 자족할 수 없다. 그렇게 자랑차다고 이야기하는 한국의 노동운동의 역사가 얼마인데, 기껏 강좌 하나 배치된 거 가지고 자족하라고 하는가? 노동운동이 위기라고 본질적으로 다른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다른 강의와 독립적으로 덜렁 하나 배치된 거 가지고 그나마 그거라도 어디냐고 말할 수는 없다.

 

이번 '인천공공노동자학교'를 거치며 내가 느낀 것은 노동운동은 '노동에 대한 운동'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하는 사회운동'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동자를 '어떤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이 사회 속에서 노동하며 살아가는 인간'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반기 누군가에게 나는 '운동은 망했다'고 이야기했다. 세상은 우리를 낭떠러지로 밀고 있는데 낭떠러지로 떨어지면서 사업장 문제에 주구장창 매달리고 있는데 이게 망한 게 아니라면 뭐가 망한 건가.

 

연맹 ***동지가 한국 노동운동의 현안과 과제 강의를 하면서 자기는 노동운동이 이렇게 가면 망할 거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강의를 듣고 있는 나에게

"동지, 희망이 있습니까?"

라고 물었다.

나는

"있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동지는 저보다 낙관적이시군요"

 

하지만 나는 전혀 낙관적이지 않다. 운동이 망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이미 망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운동을 반성적으로 살펴보며 노동자들이 인간보다 이윤을 쫒는 질서에 반대하며, 사회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력을 획득할 수 있게 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사회에 대한 노동자의 통제력 속에 노동에 대한 통제력을 노동자들이 가지게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운동을 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운동을 만들려는 노력이 바로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갈 길이 멀다. ㅎㅎ 그걸 깨달은 것도 '희망'이다. ㅋㅋ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10/22 17:39 2006/10/22 17:39
https://blog.jinbo.net/wldud/trackback/23
YOUR COMMENT IS THE CRITICAL SUCCESS FACTOR FOR THE QUALITY OF BLOG POST
  1. 껌뻑 2006/10/22 22: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성노동자가 싸우지 않았다........여전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