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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3호] 유성지회 동지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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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지회 동지들 인터뷰]


“조합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전체 계급적 관점에서 투쟁하지 않으면

 

이명박의 노조 말살 정책에 대응할 수 없다.”

 

 

엄기준, 엄선주 / 구재보

 

 

91일간의 투쟁을 일단락하고 현장으로 복귀한 유성지회 엄기준 동지(아산공장 정비과 대의원)와 엄선주 동지(아산지회 검사과 대의원)를 만났다. 엄기준 동지는 지난 2003년 세원테크지회 이현중,이해남 열사 투쟁 당시 구속되어 4년의 옥고를 치른 동지이다. 엄선주 동지는 입사 5년차 막내이면서 올해 대의원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동지이다.

외부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아 공장 내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하고 공장 앞 시내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 다방에서 진행했다. 유성자본의 현장탄압에 맞선 현장투쟁, 어용노조와의 마찰, 선복귀 조합원들에 대한 재조직화 활동 등 하루하루 고된 상황에서도 웃으며, 때로는 분노하고, 슬퍼하는 모습 속에서 유성지회의 희망을 느꼈다.

아직 유성지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한 번 예전처럼 노동자들이 현장을 장악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당연히 유성동지들만으로는 할 수 없다. 전국의 노동자들이 계급적 관점에서 함께 투쟁하고 연대할 때만이 가능하다.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인터뷰 진행 : 구재보]

 

 

Q. 91일간의 투쟁이 일단락되고 현장에 복귀했는데 지난 투쟁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선주 : 일단은 개인적으로는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했다. 다른 투쟁사업장에 연대가서 보면 우리는 호강하면서 투쟁한 것 같다. 조합원들의 경우 집행부가 이렇게 합시다 하면 따라올 사람들이 대부분인데도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집행부가 조합원들이 투쟁하려는 것을 억누르는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 주간연속2교대 쟁취든 일괄복귀 쟁취든 간에 하자고 했으면 하나로 끝까지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기준 : 유성이 외부적으로는 조직력과 투쟁력이 강력한 조직이라고 알려졌는데 그게 아니었다. 5월18일 투쟁을 시작하기 전부터 사측에서는 휴일에 관리자의 라인 투입을 노조에 요청했었는데 집행부가 그것을 허용해주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들이 하나둘씩 쌓이다보니 그동안 조합원들도 그런 부분들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안이하게 생각하게 되었는데, 막상 직장폐쇄를 당하고 보니 그것에 대해서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는 힘들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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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야간노동 철폐가 조합원에게 직접적이고 절실한 요구가 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준 : 주간연속2교대 요구를 처음 접했을 때 만일 유성이 이것을 쟁취하게 되면 전국 노동자들에게 가히 혁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야간노동을 하고 근속년수가 높은 조합원들은 임금 손실 문제때문인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물론 노동시간 단축투쟁을 하면서 임금 삭감이 없어야 하고 노동강도가 강화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전제이긴 하지만 그야말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약간의 임금손실을 각오하고서라도 야간노동은 철폐되어야 한다. 당장 눈앞의 임금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Q. 6월 14일 현장복귀 선언(기자회견)을 진행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또 그것이 유성투쟁을 더 힘들게 만들지 않았나?

 

  선주 : 5월24일 공권력 투입 이후 조합원들이 개별적인 현장복귀를 하던 과정에서 남아있는 조합원들의 조직력이라도 유지하기 위해서 그러한 결정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기준 : 현장복귀라는 것은 우리가 엎드리고 들어간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보니 해보는 데까지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합원들도 있었지만 또 일부는 이미 진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동지들도 있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이야기처럼 그동안 아무것도 아닌 듯한 사측의 탄압들에 대해서 지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과정들이 계속되면서 조직력이 많이 축소되어 있었고, 유성지회가 외부적으로는 강력한 조직으로 비쳐졌지만 내부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었다.

 

 

Q. 재판부의 조정으로 투쟁이 일단락되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준 : 직장폐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 법원이 계속해서 조정을 하려고 했던 것에 대해서 당시 비대위에 조정에 목매지 말 것을 강하게 얘기했었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조정 결과에 대한 기대심리가 상당했기 때문에 비대위가 많이 몰렸던 것 같다.

 

  선주 : 당시 비대위와 변호사가 우리가 이길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법률적 판단에 대한 기대치를 올려줬다. 실제로 많은 수의 조합원들이 이거 하나 믿고 버텼던 사람들이 있었다. 조합원들에게 법률적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서 차라리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투쟁을 조직했어야 했다.

 

 

Q. 조정내용 중 각서를 썼는데?

 

  선주 : 각서를 쓰는 것에 대해서 많은 조합원들이 ‘이게 뭐냐, 사측이 원하는 것 다 해주고 노조가 뭐하는 거냐’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정말 이런 것 받으려고 싸웠던 것이 아닌데 너무 허탈했고, 노동조합으로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도 생각했다.

 

 

Q. 투쟁 과정에서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했던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준 :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의 일회적이고 형식적인 투쟁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집회에서 위원장 연설 한 번 하고 가는 게 끝이었다. 조합원들은 싸우지 않을 거면서 뭐하러 오냐 라는 불만도 터져 나왔었다. 6월22일 투쟁 다음날 금속 충남지부가 하기로 했었던 공장 앞에서의 총회투쟁을 연기했었는데 조합원들이 지부 사무실에 쫒아가서 강력하게 항의도 했었다.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투쟁조직인데 유성투쟁을 돌아보면 싸우려고 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생각을 했다. 싸우지 않는 조직은 뇌사 상태의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또 진보정당 역시도 투쟁하는 동지들을 그저 정치권(의회)으로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Q. 복귀 후 먼저 복귀한 조합원들과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선주 : 어용노조가 만들어졌는데 그들하고는 단절하고 지내지만 징계를 안 하겠다는 조건 때문에 불가피하게 어용노조에 가입한 사람하고는 친분을 유지하려고 한다.

 

  기준 : 정비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복귀 했지만 어용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조합원들을 끌어안고 재조직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재조직 활동이 조직적으로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서 아쉽다.

 

 

Q. 복귀 후 현장 탄압의 형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탄압에 맞서 어떻게 투쟁하는가?

 

  기준 : 전환배치와 이에 불응하면 경고장을 남발하고 귀가조치 등을 자행하고 있다. 또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조합원들을 감시하고 있다. 정비과 조합원들은 사측에게 우리가 뭉쳐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모이는 시간들을 자주 갖고, 토론하고 조직적으로 행동하자고 결의한다.

 

  선주 : 검사과의 경우 복귀를 하고 보니 사측이 라인을 통합시켰다. 먼저 복귀한 동지들이 이에 맞서 싸웠다. 경고장을 받고 귀가조치를 당하고, 심지어는 용역깡패들에 의해 쫒겨나기도 했지만 결국 예전대로 되돌려놓았다. 또 과장이 노조사무실 가는 것, 화장실 가는 것까지 자기에게 허락받고 가라고도 해서 하루 종일 과장 쫒아 다니면서 일일이 허락을 받는 투쟁을 했다. 결국에는 과장이 중요한 것들만 보고하라는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다. 검사과 동지들은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함께 모여서 토론해서 결정한다. 한명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Q. 이러한 현장탄압들에 대해서 집행부는 어떻게 투쟁하고 있는가

 

  기준 : 현재 비대위는 해소했다. 지회장과 쟁의부장이 보석으로 석방되었는데 집행부가 비대위 체계에서 그나마 남아있는 조직력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조직력을 확대하고 사측의 탄압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차기 지도부 구성을 완료해야 한다.

 

  선주 : 조합원들보다 집행부의 의식이 떨어지는 것 같다. 조합원들은 싸우려고 하는데 집행부는 지금은 때가 아니라면서 억누르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Q. 이번 투쟁을 통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선주 : 노조활동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제비뽑기로 대의원을 맡았는데 맡자마자 직장폐쇄가 터진 것이다. 뭐가 옳고 그른 건지 판단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대의원이었기 때문에 선배 언니를 따라다니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기 시작했다. 진작에 많이 알았으면 하는 후회가 든다. 이번 투쟁을 통해서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정말 되게 많이 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또 뭐 하나라도 쟁취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열심히 배우고 공부할 것이다.

 

 

Q.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이 요구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만을 가지고 투쟁의 승패를 이야기하는데 이건 조합주의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의식이 얼마나 성장했고 조직력이 얼마나 탄탄해졌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또 조합주의 관점을 뛰어넘어서 계급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기준 : 공감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부분을 조합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그동안 유성도 그래왔다. 임금을 얼마나 더 올려낼까, 체육복을 얼마나 더 좋은 것으로 할까 등등 이런 것들을 더 중요하게 여겨 왔었다. 이런 것들이 사소하다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만 그쳐서는 안 되는데 그러다보니 조합원들 역시도 여기에 서서히 물들었던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지역 및 전국의 동지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 혹은 부탁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기준 : 유성투쟁이 터지자마자 우후죽순으로 전국에서 연대해주었던 노동자, 학생, 선생님, 공무원 동지들에게 고맙고 그렇게 연대했던 동지들에게 승리하지 못한 결과를 안겨주어서 안타깝고 미안하다. 그렇지만 투쟁하는 장소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투쟁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올바른 연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합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전체적이고 계급적 관점에서 투쟁하지 않으면 이명박의 노조 말살 정책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우리 투쟁 끝나지 않았으니 지속적으로 연대해주기 바란다.

 

  선주 : 고맙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할 뿐이다. 우리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쟁하는 다른 사업장에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앞으로도 우리 투쟁을 계속할 것이니 많은 관심 바라고 우리도 더 힘 있게 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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