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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3호] 곽노현 사태와 부르주아 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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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현 사태와 부르주아 도덕

 

 

김병효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곽노현 교육감이 박명기 교수에게 2억을 건넨 데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다양한 논란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들 사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인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지배계급은 부르주아 도덕의 잣대를 들이밀며 노동자 계급을 포함한 진보 진영 전반에 대한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는 그들의 계급적 기반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만 하다.

 

  그런데 소위 진보라 자처하는 시민사회단체 및 운동세력들조차 부르주아 도덕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노동자의 벗인 양 하는 이들이 정작 노동자 계급의 이해와 무관한 부르주아 도덕으로 무장한 채 심판자적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심판자적 태도는 노동자 계급의 역사적 이해라고 하는 목표를 내팽개치고 그 자리에 부르주아 도덕을 채워 넣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 노동자 계급의 자기 해방이라고 하는 과제를 먼 미래로 미뤄두고 오직 자본주의적 개혁에 대한 환상을 유포하게 된다. 이러한 행태는 일면 반동 세력의 행태보다 오히려 해악적이다. 반동 세력의 노골적인 책동이 계급 사이의 적대를 명확히 하고, 노동자 계급의 자기 해방의 과정으로서 계급투쟁으로 안내하는 반면, 이들 노동자의 친구들은 노동자들에게 개혁주의적 환상을 유포하면서 노동자의 혁명적 에너지를 갉아먹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한국에서의 계급투쟁의 계속적인 패배라고 하는 조건과, 이와 연동된 것이긴 하지만 목적과 수단의 변증법이라는 맑스주의적 태도로부터의 일탈이라는 사상적 측면에서의 혼란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로서 다양한 소부르주아 개혁주의로의 편향이 존재하는 것이다.

 


곽노현 사건에 대한 입장들

 

  곽노현 교육감에 대한 검찰 수사 소식이 전해졌다. 교육감 선거 당시 후보 단일화 대가로 박명기 교수에게 돈을 건넸다는 혐의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투표를 무산시킨 소위 진보 세력은 정치검찰의 술수라는 것을 직감한다. 그런데 얼마 안 있어 곽노현은 스스로 돈을 건넨 것이 사실이며 금액도 검찰이 밝힌 것보다 많은 2억이라고 밝힌다. 다만 대가성은 없었다고. 어쨌든 곽노현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되었다.

 

  이와 관련한 태도는 다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문제가 많으며, 사퇴해야 한다. 둘째,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으나, 법적인 문제는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므로 두고 보면 된다. 셋째, 2억을 건넨 것은 선의에 따른 행동으로서,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


 

지배계급의 전략과 소부르주아의 동요
- 진보의 핵심적인 가치는 진정성과 양심에 있다.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문제가 많으며,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나라당과 조중동을 비롯한 지배계급의 기본적인 판단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선일보는 곽노현이 2억을 건넸다고 밝힌 후 8월 28일자 사설에서 "합법성만 강조하고 인정(人情)을 상실하면 몰인정한 사회가 된다"고 하더니, “정작 자신이 법을 어긴 불의(不義)가 드러나자 '정의'란 칼 대신 '인정(人情)'이란 잣대를 들이대”라고 하며, 곽노현이 돈을 건넨 것이 “후보를 돈으로 매수한 것”이라고 암시했다. 강력하게 비도덕, 불법 공세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8월 30일 KBS 라디오 정당대표 연설에서 “검은 돈으로 후보직을 매수한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그것을 선의로 주었다고 거짓말하고 있는 것은 교육자로서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밝힌다. 9월 1일 한나라당 대변인 논평은 곽노현을 ‘몰염치와 부패 그리고 위선의 대표주자’라고 말한다. 조선일보가 불법행위라고 규정하는 것을 서슴치 않는 것에 비해 한나라당은 좀 더 도덕 공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도덕 공세 대부분은 대중들이 바로 한나라당과 관련짓는 것이다. 부정부패, 차떼기 정당 등으로 표현되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바로 한나라당이다. 특히 국회 인사 청문회 때마다 드러나는 위장전입, 탈세,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등 후보자들의 각종 불법 혹은 비도덕적 행위는 이제 마치 MB 정부에 들어서기 위해 꼭 필요한 자격요건처럼 여겨진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이 도덕 공세를 펼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나라당의 도덕 공세는 단순히 진보 진영을 싸잡아 비판하는 정치 공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는 소위 진보 진영에 존재하는 도덕주의적 태도와 비교해보면 쉽게 드러난다.

 

  당장 소위 진보 세력들 사이에서도 한나라당과 동일한 입장이 존재한다. 특히 곽노현이 직접 2억을 건넸다고 밝히면서 이들은 도덕과 상식을 동원해 곽노현의 행위에 대한 실망의 표현과 함께 적극적으로 도덕성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있다. 당사자들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하더라도 2억이라는 돈을 순수한 선의로 전달했다고 보기에는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교육감으로서 교육에 미치는 영향 및 자신이 추진해왔던 반부패 정책에 비추어 보더라도 사퇴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진보의 핵심적인 가치는 진정성과 양심에 있다. 위선과 몰염치에 가득 찬 진보는 그 자체로써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어느 진보 인사의 발언임직 한 이 말은 바로 한나라당 대변인 논평에서 언급한 말이다. 제 집안 단속도 힘들어 보이는 한나라당이 진보 진영에 대해서까지 오지랖 넓게 한 마디 한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이 이야기하는 도덕과 상식은 자본가 계급의 이해관계를 도덕과 상식으로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를 일반화시킴으로써 자본주의가 필연적으로 드러낼 수밖에 없는 계급 적대와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은폐하는 것이다. 따라서 철저하게 지배계급의 이해를 사뭇 점잖은 태도로 조언하듯이 내뱉으면서 소위 진보진영 역시 부르주아 도덕을 따르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발언을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호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도덕주의자들, 즉 전형적인 소부르주아 지식인 말이다. 소부르주아 지식인들은 정치적으로 독자적인 계급 이해를 표현할 수 없으며 변동하는 정세에 따라 자신의 입장을 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계급투쟁의 장에서는 철저한 무능력과 혼란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무게추가 기울면 거기에 손을 들어주는 것이다. 심리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안에 대해 도덕주의적 설교를 통해 예언자적 태도를 제시함으로써 이러한 정치적인 무력감을 극복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노동자의 귀에 부르주아 도덕을 지껄이는 자들을 경계해야 한다. 이들은 언제든 노동자계급을 배신할 준비가 되어 있다.


 

개혁주의 세력의 한계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으나, 법적인 문제는 법원에서 판단할 일이므로 두고 보면 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곽노현 개인의 도덕적 문제가 있을 수 있으나, 곽노현으로 표현되는 진보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판적지지 입장이라 할 수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그리고 많은 소위 진보 인사들이 취하는 태도다. 이들은 곽노현의 행위에 대해 도덕적 판단 대신 검찰 수사의 정치적 배경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민주당은 검찰 수사 발표 직후에 사퇴 입장을 표명했다가, 9월 2일 입장을 바꿔 피의사실 공개 및 정치검찰의 행태를 비판하며 사실상 사퇴 입장을 뒤집었다. 민주노동당은 29일 대변인 논평에서 ‘대가성이 사실이라면’이라고 하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즉각 사퇴를 주장했다. 그러다가 이후 논평에서는 슬쩍 사퇴 입장을 뺀 채 검찰의 정치공세와 피의사실 유포 등에 대해 문제제기하면서 곽노현을 옹호하는 입장을 제출하고 있다. 진보신당은 곽노현의 2억 기자회견 전인 27일 논평을 통해 정치수사라며 검찰의 조사에 문제제기 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후인 29일에는 표적수사이긴 하지만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입장’을 내놓아야 할 잘못된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진보교육감의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표현도 함께 담고 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민주당이 이후 판결에 따른 정치적 부담까지 감수하고서도 입장을 뒤집고 곽노현 옹호 입장을 제출한 이유는 무엇일까? 2012년 선거를 앞둔 민주당으로서는 한나라당과의 대결을 앞두고 소위 진보 진영의 표를 결집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계속적인 민주당의 좌클릭 속에 민주주의, 인권, 보편적 복지, 그리고 구체적 정책에 있어서는 무상급식, 학생인권 등등 곽노현이 주장하는 진보적 가치를 못 받아들일 것도 없다. 이는 다르게 표현하면 곽노현으로 표현되는 진보의 가치라는 것이 노동자 계급의 이해와는 무관한 부르주아 개혁 세력의 가치라는 것이다.

 

  당장 곽노현의 가치는 노동자 계급의 투쟁을 통한 압박 속에서 노동자들의 이해를 구현한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인 경제위에 따른 긴축과 노동자에 대한 고통 전가, 그리고 이에 따른 사회적 위기의 심화라는 조건 하에서 부르주아 개혁 세력이 택할 수 있는 선택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따라서 민주당이 곽노현에 대한 구체적인 태도에 있어서는 크게 방향을 바꾸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부르주아 도덕의 기조에서 전혀 벗어난 적조차 없는 것이다.

 

  물론 부르주아 개혁주의자라 하더라도 바로 그 개혁적 성격 때문에 제한적으로 사안에 따라 노동자들의 이해와 일치하는 부분이 존재하긴 한다. 노동자들이 때때로 개량주의 세력들의 정책에 지지를 보내기도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계급적 이해와 다른 상황에서의 지지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안에 따른 일시적인 연합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다른 차원의 문제도 한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곽노현 사건에 대한 법률적 판단 이후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유죄로 판결나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무죄면 또 어떻게 할 것인가? 앞서 언급한 야당들을 포함하여 이들이 곽노현의 행위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피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치검찰의 행태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구체적으로 곽노현 사건에 대한 판결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입장을 내기 힘든 상황에서의 절충적 입장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부르주아 개혁주의 세력은 근본적으로 노동자 계급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 부르주아 도덕, 그리고 그 형식적, 제도적 표현인 법을 넘어서지는 않고서는 결코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관철시킬 수 없다. 노동자 계급의 계급적 이해를 진보라는 틀로 형해화시키고 노동자들에게 개혁주의적 환상을 유포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자 계급의 잠재력을 소진시키는 짓이다.

 

  최근 전 세계에 걸쳐 혁명의 기운이 분출되고 있는 상황에서 개혁주의 세력은 노동자 계급의 투쟁을 자본주의의 틀 안에 가두고 어떻게든 혁명적 에너지를 고갈시키는 데 주력한다. 왜냐하면 노동자의 혁명성이 분출할 때는 개혁주의 세력이 설 자리조차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현존 질서에서의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다. 결국 개혁주의 세력의 이러한 태도는 노동자 계급의 자기 해방 사상으로서의 맑스주의는 물론이고 현실에서의 노동자들의 이해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


 

탈정치의 정치- 순수 그리고 무지

 

  2억을 건넨 것은 선의에 따른 행동으로서,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은 바로 곽노현 자신의 주장이자, 지지자들의 주관적 의지가 투영된 결론이다. 먼저 곽노현 자신의 주장부터 살펴보자. 곽노현은 기자회견에서 "박명기 교수의 경제적 곤궁과 심리적 위험"을 두고 볼 수 없어 긴급하게 개입했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2억을 건넨 행위가 후보 단일화 대가가 아닌 순수한 의도였다고 시종일관 주장하고 있다. 도덕적으로 ‘순수’한 의도였으므로 문제가 없고, 법적으로도 당연히 대가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많은 지지자들의 택하는 입장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이 부르주아 도덕을 강요하는 태도라면 곽노현 및 지지자들의 태도는 정치적 판단과 무관한 ‘순수’의 영역, 즉 절대 도덕이 존재한다는 입장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법의 관점에서 비난하고 있는바 문제의 화해와 증여는 범죄가 아니라 선한 본성을 드러내는 계기로서 사건(event)이라고 보아야 한다.
  엄격하게 순수성을 논의한다는 것은 인간성의 파괴이고 테러라고 해야 한다. 이런 식의 순수성의 잣대로 삶을 재단한다면 인간은 완전히 초라한 파충류가 될 것이다.

 

  곽노현, 강경선 등과 개인적인 친분도 있는 건국대 이재승 교수는 사건 당사자들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하면 대가성 없는 순수한 증여가 맞다고 주장한 글의 일부다. 이 교수는 기사에서 ‘포틀래치’ 비유를 들어가며 순수한 증여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곽노현 및 지지자들은 정치적 입장을 제시해야 할 순간에 무조건 승리를 보장하는 ‘순수’라는 절대 카드를 내밀었다. 2억에 대한 의혹 제기가 모든 인간 행동을 유전자 수준에서 규명하라고 하는 것처럼 무한 소급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말 그대로 상식적인 수순에서 행위의 목적과 의도를 판단해 보는 것일 뿐이다. 이 교수가 예를 든 ‘순수’한 증여 행위인 포틀래치조차 자신이 인정하다시피 자신의 관대함과 대범함을 드러내어 사회적 위신을 높이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즉 목적과 무관한 순수한 행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개인적으로 ‘순수’한 동기에 기반한 행동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행해지는 순간 그것은 정치적인 것이 된다. 예를 들어 평상시에 살인 행위는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나 문제가 되지만, 전쟁 상황에서는 오히려 살인을 거부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도덕을 논하려면 최소한 그 사회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교수는 선한 본능 운운하면서 탈역사적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목적’과 무관하게 ‘순수’한 행위가 존재할 수 있다고 보는 태도는 현실에서의 계급투쟁은 물론이고, 목적과 수단의 변증법적 상호 관련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계속해서 ‘순수’를 주장하는 태도는 마치 MB 정권의 장관 인사 청문회의 한 장면을 보는 듯도 하다.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병역 비리 등에 대해 장관 후보자들의 한결같은 답변, 당시 사회 통념이었고, 그럴 의도는 없었고 등등. 이 말과 순수의 차이는 무엇인가?


 

결론을 대신하여

 

  맑스주의에 있어서 수단은 목적과 관련해서만 정당화 될 수 있다. 여기서 수단과 목적은 고정불변의 무엇은 아니다. 때로는 수단이 목적이 되기도 하고, 목적이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목적의 정당성은 어떻게 보장하는가? 여기서 목표는 인간에 대한 인간의 지배를 폐지하고 인간의 자연에 대한 힘의 증대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맑스주의의 관점, 즉 프롤레타리아의 역사적 이해라는 측면에서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노동자 계급의 해방은 노동자 스스로의 투쟁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교육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계급적 이해를 반영하는 것은 곽노현으로 표현되는 개인 혹은 배후의 정치세력이 아니라 계급투쟁에서의 한 걸음 전진이다. 결국 노동자 계급에게 중요한 것은 당장 곽노현에 대한 판단이 문제가 아니라 계급의 이해와 요구를 전면화시키고 이를 현실에서 관철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곽노현 교육감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는 그 자체로 계급적 이해를 전면화시킬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물론 곽노현 교육감을 둘러싼 쟁점이 노동자 계급의 자기 해방으로서의 투쟁은 아니라 하더라도 당장에 곽노현 사건의 추이에 따라 노동자 계급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히 달라진다. 그러나 현실적 입장에 대한 강박으로 소위 진보 세력이 부르주아 도덕을 빌어서라도 뭔가 입장을 제출하는 것은 오히려 노동자 계급의 전진을 가로막게 된다.

 

  곽노현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란들의 시각을 제대로 분석하고 그 약점들을 폭로하는 것이 바로 계급적 이해를 드러내는 출발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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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3호] 유성지회 동지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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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지회 동지들 인터뷰]


“조합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전체 계급적 관점에서 투쟁하지 않으면

 

이명박의 노조 말살 정책에 대응할 수 없다.”

 

 

엄기준, 엄선주 / 구재보

 

 

91일간의 투쟁을 일단락하고 현장으로 복귀한 유성지회 엄기준 동지(아산공장 정비과 대의원)와 엄선주 동지(아산지회 검사과 대의원)를 만났다. 엄기준 동지는 지난 2003년 세원테크지회 이현중,이해남 열사 투쟁 당시 구속되어 4년의 옥고를 치른 동지이다. 엄선주 동지는 입사 5년차 막내이면서 올해 대의원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동지이다.

외부인의 출입이 허용되지 않아 공장 내 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진행하지 못하고 공장 앞 시내에 있는 작은 시골마을 다방에서 진행했다. 유성자본의 현장탄압에 맞선 현장투쟁, 어용노조와의 마찰, 선복귀 조합원들에 대한 재조직화 활동 등 하루하루 고된 상황에서도 웃으며, 때로는 분노하고, 슬퍼하는 모습 속에서 유성지회의 희망을 느꼈다.

아직 유성지회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한 번 예전처럼 노동자들이 현장을 장악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당연히 유성동지들만으로는 할 수 없다. 전국의 노동자들이 계급적 관점에서 함께 투쟁하고 연대할 때만이 가능하다.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인터뷰 진행 : 구재보]

 

 

Q. 91일간의 투쟁이 일단락되고 현장에 복귀했는데 지난 투쟁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선주 : 일단은 개인적으로는 기대에 많이 미치지 못했다. 다른 투쟁사업장에 연대가서 보면 우리는 호강하면서 투쟁한 것 같다. 조합원들의 경우 집행부가 이렇게 합시다 하면 따라올 사람들이 대부분인데도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집행부가 조합원들이 투쟁하려는 것을 억누르는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 주간연속2교대 쟁취든 일괄복귀 쟁취든 간에 하자고 했으면 하나로 끝까지 밀고 나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도 안타까운 부분이다.

 

  기준 : 유성이 외부적으로는 조직력과 투쟁력이 강력한 조직이라고 알려졌는데 그게 아니었다. 5월18일 투쟁을 시작하기 전부터 사측에서는 휴일에 관리자의 라인 투입을 노조에 요청했었는데 집행부가 그것을 허용해주기 시작했다. 이런 문제들이 하나둘씩 쌓이다보니 그동안 조합원들도 그런 부분들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안이하게 생각하게 되었는데, 막상 직장폐쇄를 당하고 보니 그것에 대해서 올바르게 대응할 수 있는 힘들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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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야간노동 철폐가 조합원에게 직접적이고 절실한 요구가 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준 : 주간연속2교대 요구를 처음 접했을 때 만일 유성이 이것을 쟁취하게 되면 전국 노동자들에게 가히 혁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야간노동을 하고 근속년수가 높은 조합원들은 임금 손실 문제때문인지 달가워하지 않았다. 물론 노동시간 단축투쟁을 하면서 임금 삭감이 없어야 하고 노동강도가 강화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 당연한 전제이긴 하지만 그야말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약간의 임금손실을 각오하고서라도 야간노동은 철폐되어야 한다. 당장 눈앞의 임금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Q. 6월 14일 현장복귀 선언(기자회견)을 진행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또 그것이 유성투쟁을 더 힘들게 만들지 않았나?

 

  선주 : 5월24일 공권력 투입 이후 조합원들이 개별적인 현장복귀를 하던 과정에서 남아있는 조합원들의 조직력이라도 유지하기 위해서 그러한 결정을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기준 : 현장복귀라는 것은 우리가 엎드리고 들어간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보니 해보는 데까지 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합원들도 있었지만 또 일부는 이미 진 싸움이라고 생각하는 동지들도 있었다. 아까도 얘기했지만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이야기처럼 그동안 아무것도 아닌 듯한 사측의 탄압들에 대해서 지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과정들이 계속되면서 조직력이 많이 축소되어 있었고, 유성지회가 외부적으로는 강력한 조직으로 비쳐졌지만 내부적으로 많이 약해져 있었다.

 

 

Q. 재판부의 조정으로 투쟁이 일단락되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준 : 직장폐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 법원이 계속해서 조정을 하려고 했던 것에 대해서 당시 비대위에 조정에 목매지 말 것을 강하게 얘기했었다. 그러나 조합원들이 조정 결과에 대한 기대심리가 상당했기 때문에 비대위가 많이 몰렸던 것 같다.

 

  선주 : 당시 비대위와 변호사가 우리가 이길 것이라며 조합원들의 법률적 판단에 대한 기대치를 올려줬다. 실제로 많은 수의 조합원들이 이거 하나 믿고 버텼던 사람들이 있었다. 조합원들에게 법률적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서 차라리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투쟁을 조직했어야 했다.

 

 

Q. 조정내용 중 각서를 썼는데?

 

  선주 : 각서를 쓰는 것에 대해서 많은 조합원들이 ‘이게 뭐냐, 사측이 원하는 것 다 해주고 노조가 뭐하는 거냐’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정말 이런 것 받으려고 싸웠던 것이 아닌데 너무 허탈했고, 노동조합으로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도 생각했다.

 

 

Q. 투쟁 과정에서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했던 역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기준 :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의 일회적이고 형식적인 투쟁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집회에서 위원장 연설 한 번 하고 가는 게 끝이었다. 조합원들은 싸우지 않을 거면서 뭐하러 오냐 라는 불만도 터져 나왔었다. 6월22일 투쟁 다음날 금속 충남지부가 하기로 했었던 공장 앞에서의 총회투쟁을 연기했었는데 조합원들이 지부 사무실에 쫒아가서 강력하게 항의도 했었다. 노동조합은 기본적으로 투쟁조직인데 유성투쟁을 돌아보면 싸우려고 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생각을 했다. 싸우지 않는 조직은 뇌사 상태의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또 진보정당 역시도 투쟁하는 동지들을 그저 정치권(의회)으로 들어가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Q. 복귀 후 먼저 복귀한 조합원들과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선주 : 어용노조가 만들어졌는데 그들하고는 단절하고 지내지만 징계를 안 하겠다는 조건 때문에 불가피하게 어용노조에 가입한 사람하고는 친분을 유지하려고 한다.

 

  기준 : 정비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선복귀 했지만 어용노조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조합원들을 끌어안고 재조직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재조직 활동이 조직적으로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서 아쉽다.

 

 

Q. 복귀 후 현장 탄압의 형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탄압에 맞서 어떻게 투쟁하는가?

 

  기준 : 전환배치와 이에 불응하면 경고장을 남발하고 귀가조치 등을 자행하고 있다. 또 CCTV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어서 조합원들을 감시하고 있다. 정비과 조합원들은 사측에게 우리가 뭉쳐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함께 모이는 시간들을 자주 갖고, 토론하고 조직적으로 행동하자고 결의한다.

 

  선주 : 검사과의 경우 복귀를 하고 보니 사측이 라인을 통합시켰다. 먼저 복귀한 동지들이 이에 맞서 싸웠다. 경고장을 받고 귀가조치를 당하고, 심지어는 용역깡패들에 의해 쫒겨나기도 했지만 결국 예전대로 되돌려놓았다. 또 과장이 노조사무실 가는 것, 화장실 가는 것까지 자기에게 허락받고 가라고도 해서 하루 종일 과장 쫒아 다니면서 일일이 허락을 받는 투쟁을 했다. 결국에는 과장이 중요한 것들만 보고하라는 답변을 받아내기도 했다. 검사과 동지들은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그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함께 모여서 토론해서 결정한다. 한명에게만 해당되는 문제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Q. 이러한 현장탄압들에 대해서 집행부는 어떻게 투쟁하고 있는가

 

  기준 : 현재 비대위는 해소했다. 지회장과 쟁의부장이 보석으로 석방되었는데 집행부가 비대위 체계에서 그나마 남아있는 조직력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조직력을 확대하고 사측의 탄압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하루빨리 차기 지도부 구성을 완료해야 한다.

 

  선주 : 조합원들보다 집행부의 의식이 떨어지는 것 같다. 조합원들은 싸우려고 하는데 집행부는 지금은 때가 아니라면서 억누르려고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Q. 이번 투쟁을 통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선주 : 노조활동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제비뽑기로 대의원을 맡았는데 맡자마자 직장폐쇄가 터진 것이다. 뭐가 옳고 그른 건지 판단할 수도 없었다. 그렇지만 대의원이었기 때문에 선배 언니를 따라다니면서 여러 가지를 배우기 시작했다. 진작에 많이 알았으면 하는 후회가 든다. 이번 투쟁을 통해서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는 정말 되게 많이 잘해야겠다고 결심했다. 또 뭐 하나라도 쟁취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열심히 배우고 공부할 것이다.

 

 

Q.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이 요구를 얼마나 달성했는지만을 가지고 투쟁의 승패를 이야기하는데 이건 조합주의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의식이 얼마나 성장했고 조직력이 얼마나 탄탄해졌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또 조합주의 관점을 뛰어넘어서 계급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기준 : 공감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부분을 조합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 그동안 유성도 그래왔다. 임금을 얼마나 더 올려낼까, 체육복을 얼마나 더 좋은 것으로 할까 등등 이런 것들을 더 중요하게 여겨 왔었다. 이런 것들이 사소하다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만 그쳐서는 안 되는데 그러다보니 조합원들 역시도 여기에 서서히 물들었던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지역 및 전국의 동지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 혹은 부탁하고 싶은 내용이 있다면?

 

  기준 : 유성투쟁이 터지자마자 우후죽순으로 전국에서 연대해주었던 노동자, 학생, 선생님, 공무원 동지들에게 고맙고 그렇게 연대했던 동지들에게 승리하지 못한 결과를 안겨주어서 안타깝고 미안하다. 그렇지만 투쟁하는 장소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정으로 투쟁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올바른 연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합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전체적이고 계급적 관점에서 투쟁하지 않으면 이명박의 노조 말살 정책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우리 투쟁 끝나지 않았으니 지속적으로 연대해주기 바란다.

 

  선주 : 고맙고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할 뿐이다. 우리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투쟁하는 다른 사업장에 함께 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앞으로도 우리 투쟁을 계속할 것이니 많은 관심 바라고 우리도 더 힘 있게 연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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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만적인 권고안을 거부하라!!

  • 분류
    특보<혁명>
  • 등록일
    2011/10/12 02:34
  • 수정일
    2011/10/12 02:34
  • 글쓴이
    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
  • 응답 RSS


기만적인 권고안을 거부하라!!


정리해고 없는 세상, 충분히 가능하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이른바 ‘국회 권고안’이라는 이름으로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동자들, 그리고 희망버스 투쟁에 직접 발 벗고 나섰거나 지지했던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여전히 85호 크레인에서 투쟁하고 있는 김진숙 소금꽃(동지)에게 정리해고를 인정하라는 최후통첩이 날아들었다. 권고안이 담고 있는 ‘1년 뒤 재고용’은 정리해고를 인정하고, 1년 뒤에 조남호의 선처에 노동자의 운명을 맡기라는 투항요구다.

 

  이 최후통첩을 들고 온 자 누구인가? 자본가 정당들과 한 통속이 되어 희망버스 투쟁을 좌절시키는 행위를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하는 것도 모자라 무슨 굉장한 성과라도 가져온 양 하는 태도마저 보이는 자들, 바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금속노조를 포함한 민주노총 관료들이다. 여기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도대체 이들 세력은 누구의 편이란 말인가?

 

  국회 권고안은 진보정당과 노조 관료들의 입장에서 보면 기대 이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들 모두는 한 입으로 기만적인 권고안을 들이밀면서, 다른 입으로는 정투위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참으로 무책임한 언동을 하고 있다. 정투위 결정에 따르겠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말인가? 만약 정투위가 국회 권고안을 거부하면 거기에 따르겠다는 것인가? 만약 그럴 셈이었다면 스스로 국회 권고안 같은 기만적인 안을 도출하는 데 처음부터 가담하지 말았어야 한다. 설령 가담했더라도 그 따위 권고안은 필요 없다고 내팽개치고 자신들이 투쟁에 앞장서겠으니 정리해고 철폐를 위해 더욱 투쟁을 강화하자고 나서야 마땅하다. 결국 저들이 정투위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하는 것은 한 마디로 정투위와 희망버스 투쟁 주체들에게 권고안 이상은 불가능하니 이제 그만 투쟁을 멈추라는 경고에 다름 아니다.

 

  소위 진보정당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내의 관료들은 스스로 앞장서 오늘의 희망버스와 같은 투쟁을 조직하지도 않았고, 그런 투쟁을 조직할 생각조차도 처음부터 있지 않았다. 누구의 말마따나 그들은 대중의 자발적 투쟁이 벌어지자 그 때서야 나타나 거기에 겨우 숟가락을 얹었을 뿐이다. 희망버스 투쟁이 한창일 때도 ‘진보대통합’, ‘민주대연합’과 같이 노동자계급을 더욱 고통에 빠뜨리는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보였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자신들이 이 투쟁의 결정권자라도 되는 듯 행세하고 있다.

 

  이 사태가 별로 놀라운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 진보정당과 노조 상층 관료지도부는 ‘반MB연합’을 명분으로 ‘야권연대’에 목을 매는 정치행위를 일관되게 해왔다. 그러면서도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반MB투쟁’조차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조직한 바가 단 한 차례도 없다. 물론 노동자투쟁에 전력을 다해 결합하거나 이끈 바도 없다. 언제나 이미 벌어진 투쟁을 뒤쫓아와서 야권연대를 앞세우며 투쟁의 발목을 잡곤 했을 뿐이다. 노동자계급의 직접 투쟁을 중심으로 정치활동을 펼치지 않고 부르주아 의회 안에서의 정치활동을 더 중시한 데 따른 필연적 귀결이다.

 

  오늘과 같은 사태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우리를 포함해 그동안 희망버스에 결합했던 그 많은 사람들이 진보정당과 공식노조를 향해 야권연대에 얽매이지 말 것을 수없이 경고했고, ‘부르주아 국회’, 즉 ‘국회청문회’, ‘국정감사’ 같은 것에 그 어떤 기대도 하지 말고 오직 희망버스 투쟁을 더욱 강화하고 확산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것이다.

 

  현재 정투위와 김진숙 동지는 지금 엄청난 곤혹에 처해 있다. 어쩌면 국회 권고안을 받을 수도, 받지 않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어찌 안 그럴 수 있겠는가? 그러나 물이 아직 완전히 엎질러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국회 권고안을 딛고 앞으로 나갈 가능성은 충분히 살아 있다. 지금의 국회 권고안이나마 나올 수 있었던 것이 무엇 때문이었는가? 김진숙 동지의 과감한 행동이 없었던들, 희망버스 투쟁이 만들어지지 않았던들, 정투위를 중심으로 한 한진 노동자들의 결단이 없었던들 조남호가 꿈쩍이라도 했겠는가?

 

  어렵더라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리해고 철폐 투쟁을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국회 권고안을 거부하고 희망버스 투쟁을 더욱 확산하고 강화해야 한다. 정투위와 김진숙 동지가 다시 한 번 나서서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해야 한다. 진보정당과 노조 상층 관료지도부에게 더 이상 야권연대에 목매지 말고 희망버스 투쟁을 확산하고 강화하는 데 즉각 나설 것을 그들에게 명해야 한다. 만약 이들이 거부하면 노동자계급에게 직접 호소해야 한다. 그리고 이는 단지 정투위와 김진숙 동지만이 외롭게 결단할 일이 아니다. 그렇게 되도록 동지들을 내몰아서도 안 된다.

 

  우리 모두 정리해고가 한진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토록 외쳐오지 않았던가! ‘국회 권고안’의 근간인 정리해고를 받아들이는 것을 인정한 속에서 실무 교섭을 통해 몇 가지 더 얻는 것에 그친다면 지금까지의 투쟁이 이룩한 정치적 의미와 성과가 약화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쌍용자동차투쟁, 현대차비정규직투쟁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또 다시 노동자계급과 희망버스 투쟁에 열화와 같이 나섰던 사람들이 엄청난 좌절감에 빠질 수 있다. 그리고 진보정당과 노조 상층 관료들은 지금과 같은 배신적 행위를 더욱 공공연히 자행할 것이다.


  지금 현재 국회 권고안을 둘러싼 논란은 단지 ‘명분’이냐 ‘실리’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 정리해고 문제에 대한 계급적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전체 노동자계급의 사활이 다시 한 번 결정되는 중차대한 일이다. 향후 정세를 가를 수 있는 또 한 번의 분수령인 것이다.

 

  여기서 희망버스 기획단이 해야 할 역할도 중요하다. 정투위 결정에 따르겠다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얼마나 기만적인 것인가를 희망버스 기획단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희망버스 기획단은 이제 와서 정투위와 김진숙 동지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진보정당과 노조 상층 관료지도부의 행태를 준엄하게 비판해야 한다. 정투위, 김진숙 동지와 희망버스 투쟁 대오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저들의 얄팍한 의도를 박살내야 한다.


  희망버스 투쟁은 계급투쟁, 대중투쟁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희망버스 투쟁은 기존 공식노조 체계나 질서를 넘어 아래로부터의 대중의 자발적인 투쟁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정리해고 철폐를 다시 정치사회쟁점화 시킨 것 못지않게 새로운 투쟁 경로와 양상을 개척한 것도 중요한 성과이다.

 

  희망버스 기획단에 제안한다. 이제 여기서 한 발 더 전진하자. 희망버스 기획단이 제3자로 돌아서서는 안 된다. 빠른 시일 안에, 현재 진행중인 교섭이 완전히 국회 권고안을 전제로 한 실무교섭 정도로 정리되기 전에 ‘희망버스 전국토론광장’을 열자. 지난 4차 희망버스에서 이미 한 차례 토론회 형식을 통해 시도한 경험이 있다. 희망버스 투쟁에 그동안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공동토론하고 공동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례를 만들자. 희망버스 투쟁을 ‘대중 총회’로 만들어가자.

 

  정투위와 김진숙 동지에게만 무거운 짐을 지게 하지 말자. 국회 권고안 따위에 동요하는 세력들에게 단지 비판의 무기만이 아닌 대중 총회를 열어 무기로서의 비판을 가하자. 상층 관료가 지배하고 있는 공식노조 체계와 질서를 대중 총회로 넘어서자. 대중의 힘과 의지를 믿고 그들과 함께 직접 행동, 직접 정치를 해 나가자. ‘월가를 점령하자’의 한국 버전을 만들어 나가자.

 

  그동안 희망버스 투쟁에 참여했거나 지지했던 모든 동지들에게도 호소한다. 그리고 제안한다. 지금은 희망버스 투쟁의 가장 중요한 고비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우리 모두가 나서서 이 고비를 넘어서자. 우리에게는 그럴 책임과 의무, 나아가 자격이 있다. 정투위와 김진숙 동지가 판단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우리의 투쟁 결의를 명확히 천명하자. 야권연대의 그늘에 우리 동지들을 맡기지 말자. 우리 모두가 ‘내가 소금 꽃이다’라고 외치지 않았던가! 우리가 나서서 대중 총회를 성사시키고 새로운 투쟁국면을 열어 나가자. 희망버스가 왜 희망버스인가를 멋지게 증명하자.

 

 

2011년 10월 11일
가칭)노동자혁명당 추진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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