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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호(통권9권)] <그리스> 선거와 혁명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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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선거와 혁명전략

 


                                                               홍수천

 

 


  6월 17일 그리스 재선거에 유럽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스 파산이 그리스 일국으로 끝나지 않고 유럽 전체들 뒤흔들고 있는 상태에서 치르는 선거이기 때문에 과연 어느 정부가 들어설 것인지, 파산 사태에 대해 어떤 해결책을 내놓을 것인지에 귀추가 쏠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든 간에 그리스 사태 해결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지난 5월 6일에 있은 1차 선거 결과는 현재 준혁명적 정세에 있는 그리스 계급투쟁 상황을 반영하여 기성 주류 정당(사회당과 신민당)이 패배하고 상대적으로 더 왼쪽과 오른쪽에 있는 정당들이 약진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최종 결과는 어떤 정부도 구성하지 못한 채 선거를 다시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재선거에서도 과반 정당이 나올 가능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연정조차도 1차 때 못지않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연정을 구성한다 하더라도 지금의 조건에서 해결책이 나올 여지가 없기 때문에 어느 정당이든 연정 참여에 소극적이다.

 

 

정부 구성 문제

 

  현재 우파정당인 신민주당과 급진좌파연합 시리자(SYRIZA)가 1,2위를 다투고 있다. 선거 전 사회당과 연정을 함께 하며 긴축을 밀어붙였던 신민주당은 유럽연합(EU)과 IMF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강요하고 있는 긴축을 거부하면 파산을 면할 수 없고 유럽연합에서도 퇴출당할 것이라며 국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있다.
  신민주당은 1차 선거에서 시리자에 2.4% 앞선 18.9%로 1위를 했다. 제1당에게 50석을 보너스로 얹어주는 선거제도 덕에 총 300석 가운데 110석이 신민주당에게 돌아갔고, 16.5%를 득표한 시리자에게는 51석만 돌아갔다. 3%도 안 되는 차이 가지고 신민주당이 59석이나 더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신민주당이 긴축 고수 입장인 사회당(13.2%로 3위를 해서 39석)과 함께 다시 연정을 꾸릴 수도 있었지만, 결국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투표한 국민의 2/3 가까이가 긴축에 반대하는 당들에게 투표하여 “반긴축 정부” 구성이라는 국민적 의사가 확인된 상태에서 사회당 득표율까지 합쳐도 32% 밖에 안 되는 지지기반 가지고 정부를 구성해봐야 긴축을 밀어붙일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2차 투표에서는 파산과 유럽연합 퇴출에 대한 국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해 “친긴축 정부”에 대한 과반 지지를 획득하겠다는 전략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는 2차 선거를 앞두고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다투고 있고 선거에서 제1당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시리자는 1차 선거 이전부터 민주좌익당(DIMAR; 시리자에서 오른쪽으로 떨어져 나간 세력이 만든 정당)과 그리스공산당(KKE), 반자본주의연합(ANTARSYA) 등 집권 사회당 왼쪽에 있는 정당들에게 좌파연립정부 구성을 제안해 놓고 있다.(현재까지는 모두 거부하고 있다). 시리자는 이러한 좌파연립정부를 구성하여 긴축에 대해 “거부/ 재협상” 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독일 등 유럽연합과 IMF가 긴축을 거부하면 파산시키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에서 설사 협상테이블이 열린다 하더라도 재협상으로 긴축 기조를 바꿀 수 있을 가능성은 없다. 그 때문에 그리스공산당은 시리자의 좌파연립정부 제안을 거부하며, ‘재협상’은 “인민들에게 독점자본 및 제국주의 연합과의 대결 없이도 인민들을 위해 더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환상을 조장”하는 공상적인 주장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재협상에 대한 이러한 비판은 맞지만, 그러나 긴축에 대해서는 당장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긴축만으로도 그리스 노동자 민중들은 이미 생존권이 벼랑 끝까지 내몰릴 대로 내몰렸다. 따라서 추가적인 긴축을 거부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리해고, 임금 ∙ 연금 삭감, 단협 파기, 공공복지 축소 등 긴축 정책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그리고 ‘긴축이냐 성장(경기부양)이냐’ 사이에서 맴도는 ‘경제 살리기’ 프레임을 깨고 ‘노동자 민중 살리기’에 즉각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레닌이 <임박한 파국, 그것에 맞서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서 제기한 요구들과 같은 이행요구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부채 무효화 ▷유럽중앙은행과 IMF 등 국제금융자본이 그리스 내에 보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을 동결, 몰수하고 ▷대기업과 은행을 노동자 통제 하에 몰수 국유화하고 ▷여기서 마련된 기금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유용한 공공사업을 벌여 실업을 해소하고, 생활 임금 ∙ 연금을 지급하고 만신창이가 된 공공복지를 대대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그리스의 임박한 파국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이러한 이행요구 프로그램을 -- 그 중에 몇몇 요구가 아니라 통으로, 하나의 총체적 프로그램으로 -- 즉각 실시해야 한다. 시리자는 긴축을 반대한다면서도 긴축이 몰고 온 파국적 상황에 맞선 이러한 이행요구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거부하고 있다. 그리스의 파국적 상황이 “긴축 반대” 요구와 이행요구 강령 사이에 그 어떤 장벽도, 그 어떤 만리장성도 허물어 놓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당면 요구와 혁명적 이행강령 사이의 간극이 급속히 좁혀져 맞닿아 있는 상황임에도 긴축 반대 투쟁을 이행요구 프로그램과 연결시키기를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좌익개량주의 세력인 시리자가 이런 프로그램을 쉽게 받아 안을 걸로 기대해서가 아니다. 현재로선 긴축을 반대하는 대중들의 반긴축 여망이 많은 부분 시리자를 통해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리자가 제안하는 좌파연립정부를 “부르주아 정부”라며 거부하고, “독점자본 및 제국주의 연합과의 대결”을 주장하는 그리스공산당은 어떠한가? 임박한 파국 상황에서, 혁명적 정세의 문턱까지 차오른 심화된 준혁명적 상황에서 그러한 “대결”을 넘어 위와 같은 이행요구 프로그램과 그것을 실행할 혁명적 노동자정부 수립에 대한 방침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다. 그리스 주요 산별노조들에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가지고 있는 그리스공산당은 그 혁명적 언사에도 불구하고, 긴축에 맞선 하루 또는 이틀 총파업을 무기한 전면 총파업으로 확대하라는 요구를 지난 2년 동안 계속 봉쇄해 왔다. 그리고 최근까지만 해도 “양심적인” 애국적 소부르주아 및 부르주아들을 포함하는 “애국정부”를 주장해 왔다. 자본가계급의 비독점 분파와 연합하는 이러한 인민전선 정부를 내걸고 혁명적 노동자정부에 대해서는 거부해 왔다.

 

  이행요구 프로그램을 실시할 혁명적 노동자정부 수립을 위해서는 노동자평의회(소비에트)와 공장위원회, 노동자정방대와 노동자민병대 같은 대중투쟁기관들이 건설되어야 한다. 그리고 형식적인 24시간 또는 48시간 시한부 파업을 넘어 아래로부터 솟구치는 실질적인 대중투쟁을 분출시킬 무기한 전면 총파업으로 확대시킬 때에만 그 속에서 이러한 혁명적 대중투쟁기관이 출현할 수 있다. 이러한 대중투쟁기관들은 기존의 자본가 권력과 대치하는 이중권력 상황을 조성할 것이며, 이 상황에서는 자본가 권력을 타도하고 혁명적 노동자정부를 수립하는 봉기를 일정에 올릴 수 있다. 현 그리스의 깊은 준혁명적 상황에서 이것은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공황과 긴축과 계급투쟁

 

  지난 5월의 1차 선거와 마찬가지로 6월 17일 재선거는 매우 중요한 정세적 배경 속에서 치러지는 선거다. 2년 여 동안 준혁명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그리스는 지금 이 장기화된 준혁명적 정세가 중대한 고비를 맞는 국면에 이르렀다.

 

  노동자계급과 피억압 민중들은 잔인한 긴축을 강요하는 파판드레우 정부와 그를 뒤이은 파파데모스 정부를 몰아내기 위해 계속 투쟁해 왔다. 주요 시위 때마다 수십만 명의 노동자 민중들이 거리로 나왔다. 24시간, 48시간 총파업도 여러 차례 벌였다. 노동자 민중들은 아테네의 신타그마 광장을 비롯해 주요 도시들의 중앙 광장을 점거했다. 장기파업이 계속되고 있는 사업장들도 많은데, 특히 작년부터는 그리스의 주요 산업인 철강산업을 비롯하여 병원과 신문사들에 이르기까지 상당수의 사업장에서 점거투쟁이 진행되고 있고, 그 중 일부는 노동자 통제 아래 운영되고 있다. 다수의 지구들에서 주민위원회와 주민총회가 결성되었고, 현장의 평조합원위원회들이 만들어져 지역과 사업장 단위로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주도에 의한 투쟁들은 그 자체로 중요하지만, 그러나 이 투쟁들이 국지적 현상을 넘어 총괄 조정되고 전국화 되지 못한 채 여전히 지역과 사업장 차원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그리스 자본주의의 위기가 가져온 결과는 참혹하다. 노동자와 빈민들은 물론이고 농어민 같은 소부르주아 생산자들로부터 도시의 전문직과 소상공인들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중간계급들”의 생활수준도 급격히 저하되었다. 지난 3년 동안 그리스 경제는 완전한 공황 상태이다. 2011년에 GDP는 7.5%나 감소했다. 상황은 더 악화될 기세이다. 수만 개의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있고, 건설업 수주가 2011년에 반 토막이 났다.

 

  지난 3년 동안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노동자계급이다. 자본가 체제의 위기를 노동자계급이 온통 전가 받고 있는 상황이다. 공식 집계에 따르면, 실업자는 2008년 말 이래 60만 명이나 증가하여 현재의 실업률이 21%로 나타나고 있다. 청년층과 여성들이 특히 실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25세 이하 인구의 반 이상이, 그리고 여성의 35%가 일자리가 없다.

 

  그리스 정부는 최근까지 두 차례 “연금 개혁”(개악)을 실시했다. 이로 인해 수십만 명이 빈곤층으로 굴러 떨어졌다. 그리고 현재 퇴직 연령층으로 일자리를 잃은, 또는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이 특히 연금 개악으로 심각한 생존권 위협에 놓여 있다. 연금 개악과 함께 전국 단위 임금교섭 체제도 사실상 폐지되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가장 극심한 타격을 받았다. 임금이 약 30%나 깎였다. 최저임금도 20% 삭감되었다. 성인 인구의 약 10%가 전혀 소득이 없다. 아테네와 그 인근을 포함한 수도권은 전체 그리스 인구의 약 40%가 거주하는데, 현재 2만 명이 집 없이 노숙자 생활을 하고 20만 명이 무료급식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절대 다수 대중의 소득이 삭감되고 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인플레가 계속 치솟고 있다. 특히 주요 도시들이 그러한데 집세 등 주거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그나마 아직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지역들에서도 임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아예 못 받는 경우도 종종 벌어졌다. 이것이 공장 점거의 방아쇠가 되고 있고, 나아가 노동자 통제 하의 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해서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들이 만든 생산물을 판매하여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사업장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사업장 점거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2만5천 명 규모의 소도시 킬키스 소재 한 병원은 그 동안 많이 소개되고 있는 주요 사례인데, 여기서는 간호사, 기능직, 사무직, 의사 등을 포함한 전체 직원들이 2월 2일부터 3월 중순까지 병원을 점거하여 노동자 통제 하에 병원을 운영했다. 이것은 결코 유일한 사례가 아니다. 그리스에서 현재 많은 노동자들이 이 같은 점거 행동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도록, 어떤 면에선 상황에 의해 내몰리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투쟁으로 철강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다. 4,500명의 철강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과 전국 단위 교섭 폐지에 반대하여 현재 7달 동안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데, 파업투쟁이 전혀 흔들림 없이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내부 결속력이 강화되고 있고, 사측의 대량해고 발표 이후 지원과 연대가 늘어가고 있다. 

 

  이들 사례를 비롯하여 어디서나 노동자들은 해당 부문에서 종사하는 모든 인력 -- 정규직∙비정규직, 숙련∙비숙련을 가리지 않고 모두 -- 을 포괄하는 정기적 대중총회를 조직하고 있다. 여기서 투쟁위원회와 대책위원회들, 대표자들이 선출되었다. 철강노동자들의 투쟁을 포함하여 많은 투쟁들에서 자발적인 지원대책위와 가족대책위도 만들어졌다.

 

  작업장 현장 차원에서 노동자 통제 및 노동자 자주관리를 위한 기층 평조합원 기관들이 세워졌다. 이들 기관은 보통 당면 대응을 위한 실제적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그럼에도 노동자들의 자주적 조직화 및 의식 수준을 끌어올리고 단사와 부문을 넘어서도록 하는 데 명백히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공동의 적 -- 정부와 사장들, 그리고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과 IMF 등의 금융자본가 집단들 -- 에 대항하는 연대 의식을 크게 강화시켰다. 그러나 전국적 차원에서는 노동총연맹(GSEE)과 공공노조연맹(ADEDY) 같은 주요 연맹 지도부들이 이러한 파업과 점거에 대한 지지 지원을 거부하며 관료들의 배신자적 역할을 드러냈다.

 

  점거운동 자체가 갖고 있는 명백한 약점도 있다. 생존권 파탄과 대중의 참상에 대해 올바르게도 “체제”에 비난의 화살을 날리면서도 여전히 점거투쟁은 대부분 순수 경제투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역적, 전국적으로 점거투쟁들 간에 연결망을 구축하거나 다른 대중운동들과 연결하려는 시도가 거의 없다. 개별 고용주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을 강화하는 데서만이 아니라 정확히 “체제” 전체에 맞서 싸우는 데서도 그러한 연결이 필수적인데 현재까진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현장의 대중투쟁기관들이 전체 노동자계급의 조직 구심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 투쟁기관들이 현 자본가 권력에 도전할 수 있는 노동자평의회로 발전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이다.

 

  점거 투쟁의 현실 자체가 이러한 필요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점거 투쟁이 사업장 수준에 머물러서는 그 투쟁의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을 것이다. 자본가들에 대한 몰수를 단행하고, 노동자 통제 하의 비상계획에 맞춰 생산과 작업을 재조직하는 정치투쟁이 필요하다.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투쟁기관들을 통해 권력 장악으로 나아가게 해줄 정치투쟁의 고리가 결정적으로 빠져 있다. 투쟁의 긴급한 필요로 인해 노동자들, 특히 가장 능동적이고 선진적인 노동자들은 이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 자본가국가 및 국제금융자본가기관들과의 피할 수 없는 전투에서 지침이 되어줄 전략과 전술, 즉 강령적 지도력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기성제도권 정당들은 지금 퇴조하고 있고, 그리스 자본주의의 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그들에겐 없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리스 노동자들이 부닥쳐 있는 주요 장애물이 있다. 대중의 당면 투쟁들을 자본주의 타도로 연결시키는 데 복무할 정치 지도부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 지도력의 위기가 노동자의 이해를 방어하는 자생적인 투쟁을 모든 면에서 약화시키고 있다.    

 

  대규모 노동조합 연맹들이 투쟁을 전국화 시키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연맹 지도부들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무기한 총파업 호소를 일절 거부해 왔고, 하루 또는 이틀간의 시위행동 수준으로 총파업을 제한시켜 왔다. 마찬가지로 시리자와 그리스공산당과 민주좌익당 같은 개량주의 좌파정당들도 노동자계급이 권력을 잡을 수 있는, 무기한 총파업과 노동자평의회 창설 같은 혁명적 투쟁 방법을 거부하고 있다.
  한편 아나키스트들과 자율주의자들은 투쟁대표자회의와 평의회 같은 노동자민주주의 기관들을 통해 투쟁을 중앙집중화 시킬 필요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극좌파”의 모택동주의나 트로츠키주의 그룹들은 대중투쟁을 조직하는 데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지만, 노동자들을 개량주의 지도부들로부터 떼어내서 노동자권력을 위한 투쟁으로 결집시킬 수 있는 일관된 전략 전술을 발전시키는 데는 실패해 왔다.      

 

        

체제 위기

 

  이와 같이 대중투쟁이 분출하고 자생적인 급진화가 이루어지고 사회 기능이 마비되고 있는 상황이 오랜 동안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중들이 유럽연합과 IMF와 유럽중앙은행(이른바 ‘트로이카’)이 강요하는 잔인한 긴축 프로그램에 대해 “긴축 거부”를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지만, 무엇을 위해 싸울 지와 관련하여서는 명확한 정세전망과 함께 단순히 “반대”, “거부”를 넘어서는 포지티브한 프로그램을, 즉 행동강령을 어디로부터도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정치적으로 양극화가 첨예하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양대 주류정당인 중도우파 신민주당과 중도파 사회당은 지지 기반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각각 그 오른쪽과 왼쪽의 분파들이 떨어져나가고 있다. (신민주당에서 오른쪽으로 떨어져 나간 분파는 독립그리스당을 따로 만들었고, 사회당에서 왼쪽으로 떨어져나간 분파는 민주좌익당에 합류했다.) 이것은 지배계급의 내적 위기를 반영한다.

 

  파판드레우 총리가 사퇴하고 그 자리를 이은 기술관료 총리 파파데모스는 어떠한 선거나 국민투표도 거치지 않은 채 의회에서 요식행위를 거쳐 선출된 총리로서, 사실상 유럽연합과 IMF 등의 국제 금융과두제에 의해 임명된 거나 다름없다. 파파데모스 정부는 5월 선거 이전의 압도적 의회 다수파(신민당-사회당 의석)에 기반하고 있지만, 결코 어떤 의미에서도 “인민 의지”를 반영한 정부가 아니다.

 

  이와 같이 부르주아 민주주의 제도조차 건너 뛰어버린 파파데모스 정부는 양대 주류정당인 사회당과 신민주당이 그리스 자본가계급 및 제국주의와 묶여 있는 긴밀한 끈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정부이다. 이것은 그 양대 정당이 그리스 주민의 소수를, 그것도 급속히 줄어들고 있는 소수를 대변할 뿐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 바로 이것이 극우 준파쇼 세력인 LAOS당(인민 정교회 연대)이 연정에서 급히 발을 빼고 자신을 전 그리스인들의 애국적 민족주의 운동으로 제시하고자 애쓰는 이유이다.

 

  최근 몇 달간 사회당과 신민주당의 세 약화와 탈당 행렬은 단순히 가라앉는 배에서 탈출하는 비겁한 국회의원들 때문만은 아니다. 잔인한 긴축에 대한 ‘민주적’ 위임을 확보하는 것이 더욱더 어려워지고 있는, 지배계급의 내적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리스 지배계급과 국제 금융자본도 이들 정당의 수권 능력에 대해 점점 더 회의적으로 되고 있다.

 

  그리스 자본가들과 은행과 잔존 독점 대기업들(선박회사들 같은)은 글로벌 금융자본과 긴밀히 묶여 있다. 그리스 은행을 비롯한 금융업체들도 국제 금융과두 세력과 마찬가지로 그리스 국채에 대해 투기해 왔다. 그리스의 대규모 선박회사 자본가들의 경우 그들의 이윤이 증세로 위협받으면 외국 국기를 달고 선단을 운영하겠다며 협박하는 한편, 유럽연합과 IMF가 강요하는 긴축안은 그것대로 행복하게 노동자 임금 삭감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어 지금 표정 관리하느라 바쁜 상황이다.

 

  2008년 이후 세계공황으로 구제금융을 받았다가 지금은 국채와 통화에 도박을 걸고 있는 금융사들과 은행들과 투기꾼들한테 그리스가 좋은 먹잇감이 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그리스가 독일 제국주의의 헤게모니 하에 유럽연합과 유로존의 질서 재편을 위한 실험장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 등이 실제로는 그리스에서 경제적∙사회적 위기를 심화시키는 잔인한 긴축 조치를 강경하게 강요해 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스 국가와 그리스 자본주의의 지위를 말 잘 듣는 반(半)식민지로 재편하려는 의도뿐만 아니라 그리스를 실험장으로 해서 남유럽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정책을 테스트해 보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과 유럽중앙은행 등은 그리스 국민에게 어떤 양보도 할 의사가 없다. 유럽연합 역내의 모든 나라 노동자 민중들에게 너희들도 같은 공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가혹한 긴축 조치의 끈을 절대로 늦출 의사가 없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리스에서 새로 들어서는 어떤 정부가 만약 드라크마화(현 유로화 이전의 원래 그리스 통화)로 복귀할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인다면 금융과두세력이 국제 합작으로 그리스 경제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에 나설 것이다. 국채와 외환과 수출입에 대한 집중 포격으로 경제를 초토화시킬 것이다. 국제 금융과두제의 지배 아래 있는 것이 그나마 밖에 있는 것보다는 덜 혹독할 것이라는 점을 “입증시켜주기 위해” 드라크마화 복귀 같은 망상에 찬 민족주의적 프로젝트는 반드시 대실패로 끝나버리도록 모든 권력 수단을 동원하여 응징할 태세를 만반으로 갖추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민주”정부가 실패하면 유럽연합과 그리스 지배계급은 권위주의적 해결책을 찾을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도 명백하다. 이것은 의심할 바 없이 이주노동자들을 비롯한 이주민들에 대한 대대적인 참주선동적 포퓰리즘적 인종주의 캠페인과 결합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 계급투쟁과 혁명의 운명은 긴축에 반대하여 그 자신의 대안 -- “독-프 제국주의 지배 아래 유럽의 자본주의적 통합”을 대체할 사회주의적 대안 -- 을 위해 싸우는 유럽 노동자계급의 투쟁과 ‘한 배의 운명’인 상황이다.     

 

 

권력 문제

 

  극우 세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는 노동자와 청년층과 빈민들이 정치 스펙트럼의 왼쪽에서 해결책을 찾고 있다. 점거와 파업 횟수가 늘어나고 있고 노동자 통제 기관 등 아래로부터의 평조합원 조직 등 기층 구조들이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전국적 전계급적으로 일반화될 경우 이러한 기층 구조들은 노동자평의회가 될 수 있는 조직 형태들이다. 혁명적 정세 그 문턱까지 차올랐음을 가리키는 실물적 증거들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좌파정당들에 대한 지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도 표현되고 있다.  

 

  이번 5월 선거 결과를 보더라도 시리자와 그리스공산당과 민주좌익당이 얻은 득표율(각각 16.8%, 8.5%, 6.1%)을 합치면 약 31.4%로 지난 2009년 총선 때 3당이 얻은 18%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양대 주류정당인 신민당과 사회당이 얻은 득표율 32.1%(각각 18.9%와 13.2%)와 엇비슷한 수치이다. 지배계급과 유럽연합 제국주의자들과 부르주아 언론들은 유럽연합과의 “협약”을 전면 부정할, 또는 “재협상”을 들고 나올 “좌파정부”의 위험을 연일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지금까지 투쟁하는 노동자 민중들에게 (권력 문제에 대한 명확한 답을 주는 것은 고사하고) 정부와 유럽연합의 프로그램에 대항할 일관된 전략과 지도력을 제공하지 못해 온 좌파정당들의 정치가 아니다. 이들 좌파정당들이 6월 2차 선거에서 다수파가 되거나 또는 의회 내 최대 블록이 되어 정부를 구성할 수 있게 될 경우 이들이 받게 될 엄청난 대중적 기대치와 사회적 압력이 지금 지배계급과 제국주의자들을 잠 못 이루게 만드는 공포의 근원이다. 그리스와 유럽의 지배계급들은 좌파에 대한 지지가 확대 강화되는 것을 깊은 우려를 가지고 바라보고 있지만, 정작 좌파정당 자신들은 선거 승리의 전망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혼란에 빠져 있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

 

  시리자의 리더 알렉시스 치프라스의 좌파연립정부 제안에 대해 민주좌익당은 침묵과 동요가 뒤섞인 형태의 반응을 보이고 있고, 그리스공산당과 반자본주의연합 안타르시아는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시리자의 제안이나 이에 대한 다른 당들의 반응이나 모두 그리스 좌파의 뿌리 깊은 정치적 오류와 노동자계급이 직면한 지도력 위기의 깊이를 드러낸다.

 

  5월 선거 이전부터 시리자의 지지율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그럼에도 당 내부 분열로 이미 코키노(Kokino[그리스어로 ‘빨강’이라는 뜻] ; 노동자인터내셔널건설위원회[CWI]의 그리스 지부)가 탈퇴했고, 모택동주의 세력인 KOE도 탈당이 예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시리자는 그 주류세력을 이루고 있는 시나스피스모스(Synaspismos ; 그리스어로 ‘연합’이라는 뜻)의 색깔이 더욱 두드러져가고 있다. 시나스피스모스는 구 유로코뮤니스트들로서 지금은 프랑스 ∙ 독일의 좌파당과 함께 유럽좌파당에 가맹해 있다. 

 

  시리자의 의원단은 지난 몇 달 간 긴축과 트로이카(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IMF) 프로그램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고, 긴축조치 폐기안을 상정해 놓고 있다. 부채 지불 일시정지와 함께 경제가 다시 성장 궤도에 들어설 때까지 상환 유예를 요구하고 있고, 이와 관련하여 트로이카와 부채 재협상을 원하고 있다. 시리자는 드라크마화로의 복귀를 피하고 싶어 하지만,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트로이카로부터의 일정한 양보를 받아내길 바라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시리자 주도의 정부가 구성될 경우 그 전략의 결과는 정부 정책이 노동자 민중들로부터의 요구와 자본가들과 제국주의로부터의 요구 사이에서 왔다갔다 동요하는 것으로 나타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시리자가 내걸고 있는 “반긴축” “반신자유주의” 정부가 그리스 자본주의의 토대를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의 그리스 상황에서 대규모 독점자본의 몰수 ∙ 국유화 요구조차도 시리자는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개량주의 정당으로서 의외일 것도 없지만 시리자가 말하는 “반긴축 정부”는 순수 의회적인 차원으로 철저히 제한되어 있다. 그 동안 수많은 그리스 역대 자본가 정부들을 그리도 잘 섬겨왔고, 지배계급 및 제국주의와 수천 개의 끈으로 묶여 있는 부르주아 국가기구에 대해 시리자는 “좌파정부”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인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트로이카의 요구를 따르길 멈추려는 사소한 시도라도 있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뒤따를 이들 트로이카와 지배계급으로부터의 사보타지와 공공연한 공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시리자는 어떤 전략도, 어떤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        


 
민주좌익당의 반응

 

  민주좌익당(DIMAR)은 시리자의 제안에 대해 대응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 제안 자체는 자신들의 정책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시리자에 대한 모종의 기피증 때문이다. 민주좌익당은 2010년 6월에 시리자가 사회당 정부에 대해 이른바 ‘종파주의’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550명의 시나스피스모스 소속 당원과 4명의 의원이 탈당할 때 함께 탈당한 시리자 내 우파에 기원을 두고 있다. 탈당파들이 실제로 원한 것은 당시 총리 파판드레우와 동맹을 맺고 그의 정부를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 왼쪽으로 밀어붙이는 것이었다! 민주좌익당은 그리스가 유럽연합과 유로존에 남아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언제나 자신의 정치와 강령에서 키포인트로 설정해 놓고 있다. 따라서 트로이카와 완전히 단절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재협상”에 찬성한다.

 

  민주좌익당은 최근에 세가 늘었다. 사회당에서 탈당한 세력들의 다수가(특히 이전의 당 지도부들, 의원들, 조합관료들) 어느 다른 좌파정당보다도 민주좌익당을 선호한 결과다. 민주좌익당이 기존에 사회당 통제 아래 있던 층들 속에서, 특히 노동조합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늘리고 싶어 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사회당 및 사회당에 여전히 충성하는 노동조합 관료들과의 모든 유대가 끊어지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 민주좌익당이 시리자와의 (특히 그리스공산당이나 안타르시아와는 더더욱) 동맹에 스스로를 묶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결국에 민주좌익당은 “좌파정부”보다는 ‘개혁된’ 사회당 및 여타 중도좌파 정당들(아마 시리자도 포함해서)과의 동맹을 선호할 것이다.

 

 

그리스공산당(KKE)

 

  이번 선거에서 8.5%의 득표율을 얻은 그리스공산당은 “선거 이후 당들의 연정으로 만들어지는 어떠한 정부도... 자본가의 필요와 이익, 유럽연합과 IMF의 요구를 따르게 될” 부르주아 정부에 불과할 것이라는 근거로 좌파연립정부를 거부하고 있다. 그리스공산당은 이러한 입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시리자와 민주좌익당에 대해 몇몇 지점에서 올바른 비판을 제기하는데, 특히 이 두 당이 부채 무효화 및 즉각적인 지불 정지 선언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 그러하다.

 

  그렇다면 그리스공산당이 내놓는 대안은 무엇인가? 기회주의자들과 정부를 구성하는 것을 거부하는 것은 훌륭하지만, 그러나 그리스공산당은 1990년대 초에 신민주당과 소위 “반부패” 정부를 구성하지 않았던가? 그리스공산당이 시리자의 “반긴축” 정부가 자본주의적 소유관계에 기반한 여전히 부르주아 정부일 것이라고 지적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훌륭하다. 그러나 그리스공산당이 몇 년 동안 선전선동해 온 “애국정부” 요구는 어떠한가? 그러한 정부도 여전히 부르주아 국가기구와 사적소유관계에 기반한 정부일 것이다. “애국정부”가 설사 그리스공산당의 프로그램에 따른다 하더라도 단지 자본의 독점 부분들만 제거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조치마저도 과연 서로 적대적인 계급들(“혁명적” 노동자들과 “양심적”인 애국 부르주아 및 소부르주아)을 각각 대표하는 당들의 애국정부(즉 인민전선정부)가 과연 실행할 수 있을 것인가? 과거 1930년대에 프랑스나 스페인에서의 인민전선정부들의 부정적 사례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리스공산당이 제시하는 전략은 사회주의로 가는 길에 장애물을 놓는 전략이다. 왜냐하면 “애국적” 부르주아지가 여전히 국가와 사회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는 것을 전제로 하여서만 실행될 수 있는 그러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전략의 연장선에서 당연히 당면 전술 문제에서도 같은 맥락의 오류에 빠져들고 있다. 시리자를 “기회주의” 세력이라며 반긴축 정부 구성을 거부하는 그리스공산당의 정책은 친긴축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한 공동행동에 거대한 장애물이 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긴축에 반대하는 정부 대신 긴축에 찬성하는 정부가 들어서도록 허용하고 있는 꼴이다. 선거에서 압도적으로 노동자 민중들이 친긴축 정부가 다시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는 표를 던졌는데도 말이다. 이것은 1929-33년에 독일에서 나치에 대항하는 노동자 공동전선 결성에 최대 장애물이었던 독일공산당의 종파주의적인 “제3기” 정책의 조잡한 복사판이다. 당시 독일공산당은 개량주의 사민당과 그 당이 주도하고 있던 거대 노조들에 대해 기회주의라는 이유로 그들과의 반나치 공동투쟁을 거부함으로써 결국 히틀러의 권력 장악에 길을 닦아줬다.

 

  좌파연립정부 같은 정부 구성 문제에서만 종파주의적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투쟁에서도 그러하다. 그리스공산당은 투쟁사업장 대표자들에 바탕한 전국 단위 공동투쟁기구를 만드는 데서도 “기회주의자들”과 공동전선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발을 빼버렸고, 집회와 시위도 자신들이 단독으로 조직하는 경우가 아니면 참가하길 거부해 왔다. “애국적” 부르주아와는 함께 해도 노동자운동 내 “기회주의자들”과는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민전선을 위해 노동자 공동전선을 거부하는 것이 언제나 그리스공산당의 전략∙전술에서 뼈대를 이루어 왔다.

 

  그리스공산당은 그 동안 유로화 및 유럽연합 탈퇴 캠페인을 벌여 왔는데 최근 두어 달 전부터 “자본주의적 관계 아래서 드라크마화를 재도입하는 것은 대대적인 인플레의 충격 하에 노동자들의 생활수준을 훨씬 더 급속히 저하시키는 것으로 결과할 것”이라는 사실을 ‘돌연’ 깨닫고서 탈퇴 입장을 완화시켰다.1) 

  같은 맥락에서 그리스공산당은 “애국정부” 요구도 “인민정부” 요구로 대체했다. 인민전선의 좀 더 좌익적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인민정부”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의 어딘가에 놓여 있는 “반독점 단계”의 정부라는 것이다. 현실에서 존재할 가능성이 없는 이러한 인민정부를 위해 당면한 “반긴축 정부” 요구를 거부한다면, 현실에선 친긴축 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허용하고 이 정부에 대한 단지 제도권 야당으로 남는 것 이외에 그리스공산당한테는 다른 길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시리자에게 그리스공산당 때문에 반긴축 정부가 날아가 버렸다는 대중적 핑계거리를 만들 기회를 주는 한편, 시리자의 “긴축 거부”와 “반신자유주의 정부” 요구를 대중들의 눈앞에서 시험대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이 때문에 5월 1차 선거에서 시리자가 약진할 수 있었던 반면 그리스공산당은 답보 상태로 머물러버린 것이다. 조건이 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6월 재선거 결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스공산당의 전략에 대해 의아해 하며 노동자 조직들의 단결을 원하는 지지자들의 바람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던지 그리스공산당은 “약한 정부는 강한 인민을 의미한다”며 낙관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이것은 거의 범죄적인 자기만족적 수동성이다. ‘인민이 계속 전진해서 그리스공산당을 강화시켜주는 한에서는 정부를 누가 구성하든 그 정부는 약한 정부일 것’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지난 파판드레우 정부도 약한 정부가 아니었던가? 그리고 현 파파데모스 정부도? 그 정부들이 거대한 대중투쟁에 부닥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 정부들은 대중을 궁핍과 도탄에 빠뜨리는 데 성공하지 않았던가? 정말 그리스공산당은 그 같은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혹은, 무르익은 혁명적 정세조건들이 그냥 흘러버리고 썩어문드러져서 대립물 -- 파시즘의 반혁명 -- 로 전화될 위험은 없는가?    

  

  권력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현 시기에 정부 문제에 대한 그리스공산당의 답변은 대기주의 그 자체다. 그리스공산당은 여타 개량주의 정당들을 대신할 혁명적 또는 “공산주의”적 대안이 전혀 못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그리스공산당이 취하고 있는 그 같은 태도가 시리자나 민주좌익당 같은 당들의 지도부에게 투쟁을 회피할 구실을 주고 있고 당 내외에서 어떤 도전도 받지 않게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노동조합 지도부들이 사회당 지지를 고수하든, ‘중립적’이 되든, 시리자나 민주좌익당과 손잡든 아무 구애 받지 않고 행동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해주는 것도 다름 아닌 이런 그리스공산당의 대기주의적 태도이다.

 

 

중도주의 좌파의 “노동자정부” 요구

 

  그리스공산당의 대기주의적 자세와는 달리 적어도 시리자의 제안은 선거와 정세가 제기하는 실제 문제 -- 정부 문제 -- 를 어쨌든 취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리자 왼쪽에 있는 자율주의자들이나 아나키스트들 같은 “극좌파”들도 이 문제에 대해 기피, 또는 기권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그리스공산당과 마찬가지다. 그들은 한 걸음 나아가 “아무것도 바뀔게 없다”며 간단히 선거를 기각해버림으로써 스스로 정세적으로 완전히 무가치함을 드러내고 있다.

 

  중도주의 좌익들 가운데 트로츠키주의를 자임하고 있는 코키노(CWI 그리스 지부)는 그리스공산당과 시리자와 민주좌익당 3당으로 구성되는, “사회주의 강령”에 입각한 “노동자정부”를 요구하고 있다. 코키노는 이렇게 해서 의회 내 다수파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며, 그 3당이 단일후보명단으로 선거에 나가서 보너스로 얹어주는 50석을 획득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코키노는 노동자 민중의 민주적 통제 하에 은행 및 대기업 국유화와 부채 무효화 같은 올바른 요구를 다수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코키노가 이들 부르주아 노동자당들에게 정부권력을 잡으라고 요구하는 것은 옳지만, 이들 개량주의 정당들이 “사회주의 강령”을 실행할 수 있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틀렸다. 더욱이 코키노의 요구에는, 예상되는 자본으로부터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정부가 반드시 기반해야만 하는 투쟁기구들, 즉 노동자평의회나 노동자정방대 같은 대중투쟁기관들과 관련한 요구안이나 제안이 일체 빠져 있다.  

 

  코키노가 말하는 노동자정부는, 부르주아 국가기구를 분쇄하지 않고서도, 노동자 민중을 무장시키지 않고서도, 현재의 각 작업장 단위 대중총회들과 주민총회들을 소비에트 같은 평의회로 확대시키고 이 평의회들을 중앙집중화 시키지 않고서도, 이들 평의회들로 국가기구를 대체시키지 않고서도, 이 모든 것을 수행하지 않고서도 사회주의 강령을 실행할 수 있는 정부이다! “노동자정부”를 이런 식으로 제시함으로써 자신의 중도주의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반자본주의연합(안타르시아)

 

  5월 선거에서 1.19%를 득표하여 2009년 총선(0.36% 득표)에 비해 나름대로 약진한 반자본주의연합 안타르시아(ANTARSYA)는 위에서 우리가 제시한 바와 같은, 해고 금지, 생활임금, 부채 무효화 등 반긴축 요구와 함께 노동자통제, 몰수∙국유화 등의 이행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

 

  안타르시아는 이러한 요구들을 쟁취하기 위해 “전체 근로민중의 봉기, 반자본주의 혁명”을 호소한다. “우리가 나아갈 길은 현 권위주의 정치체제를 타도하고 그 자리에 노동자 민주주의와 노동자권력을 세움으로써 자본주의와 단절하는 길이다... 노동자, 지식인, 창조적 민중들의 공동전선이 지도력을 떠맡는다면 우리는 사회적 생산력을 집단적으로 사용하여 이윤 논리와 시장, ‘경쟁력’과 환경 파괴 등과 단절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 결과에 대한 문제와 관련해서 안타르시아가 취한 입장은 완전히 혼란 그 자체다. 안타르시아는 시리자와 그리스공산당과 민주좌익당이(여기에 더해 노동조합들이) 노동자계급 대중의 압도적 다수를 대표하고 있다는, 그리고 노동자계급은 긴축을 거부하며 그로부터의 탈출구를 이들 정당을 통해 찾고 있다는 사실을 간단히 무시한다. 노동자들이 잘못 알고 있으며, “그들의” 당들이 그들을 배신할 것이라고 말하고 그냥 넘어간다.

 

  지금 초미의 문제는 노동자들이 배신당하고 패배당하기 전에 어떻게 노동자들을 그들 지도부로부터 단절시켜낼 것인가이다. 단지 그 지도부를 비난하는 것만으로는 노동자들의 환상을 깨고 새로운 지도부를 형성해내는 데 결코 충분치 않다. 개량주의 정당들과 노동조합이 유럽연합과 IMF 등 금융과두세력을 비난하곤 있지만, 현재 그들의 정책과 지도부는 “근로민중의 봉기”와 “반자본주의 혁명”을 가로막는 가공할 장애물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 장애물을 어떻게 헐어낼 것인가이다.

 

  혁명적 전략은 ‘폭로 + 대중투쟁 결합’ 그 이상을 하는 것에 기반해야 한다. 안타르시아는 공동전선을 촉구하지만, 그 공동전선은 “체제와의 단절과 혁명을 원하는 모든 자들의 공동전선”이다. 이것은 안타르시아의 목표에 이미 동의하는 자들과의 공동전선이다. 그러나 그건 그리스 노동자계급이 필요로 하는 공동전선이 아니다. 지금 그리스 노동자계급이 필요로 하는 것은 개량주의건 혁명주의건 긴축을 거부하길 원하는 모든 세력들의 공동전선이다. 안타르시아 자신이 바라는 단결과 이것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지금 안타르시아가 해야 할 것은 개량주의 정당들과 노동조합들에게 대중적 공동전선을 결성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촉구가 그 당원들 및 조합원 대중들과 그들 지도부 모두에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전국 단위만이 아니라 각 지역 단위로도 긴축 거부 공동전선이 결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공동전선은 임금∙연금, 일자리, 단협, 복지 등 일체의 삭감 및 직장폐쇄에 맞서 싸우고, 조직노동자들과 함께 실업노동자, 학생, 연금수령자들을 투쟁으로 결집시키는 것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현재 현장과 지역 차원에서 아래로부터 건설되고 있는 대중총회를 통해 투쟁대표자회의를 선출해야 한다. 종파주의를 거부하는 혁명가들은 이러한 대표자회의에 모든 노동자당들 소속의 인자들과 이 당들 외부의 인자들을 가리지 않고 모두 끌어들이려고 해야 한다. 경찰 탄압과 함께 신나치 황금새벽당이 급속히 세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각 지역 차원에서 노동자 ∙ 청년들의 정당방위대 건설이 지금 긴급히 필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동전선이 개량주의 지도부들의 대중 장악력을 무너뜨리는 데 효과적인 투쟁전선이 될 수 있으려면, 이들 지도부들이 공황에 맞서 모든 수준에서 단결하도록 선동하는 것을 반드시 포함하는 전선체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선동에는 이들 지도부들에게 ‘자본가 정당들과 단절하라’,  그리고 ‘긴축을 거부하고 사장들과 부자들과 국제 금융자본가들에게 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을 노동자정부를 구성하라’ 고 요구하는 것도 포함된다. 자본가 국가의 군대와 관료기구가 아니라 현장과 지역의 대중총회들, 투쟁하는 노동조합들, 청년과 실업노동자 등으로 구성되는 모든 투쟁대표자회의, 평의회들에 의존해야 하며, 여기에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대중적인 민병대를 창설하여 노동자정부의 포고령이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스 인민의 다수(65%)가 긴축 거부에 투표했다. 이것은 신민주당-사회당 긴축 정부가 계속해서 인민의 삶을 파괴하는 것을 막으라는 인민 위임권이 내려진 것으로 봐야 한다. 의회 소수파 정부(즉 여소야대 정부)가 되더라도 부채를 무효화하고 국제 금융과두세력과 단절하는 조치부터 취한다면 인민 다수의 동조를 얻게 될 것이다. 그 정부는 노동조합과 대중총회들, 청년과 실업노동자, 소농민, 파산한 소상공인 등의 대중적 결집에 의존하여 국가기구와 자본가 정당들의 사보타지로부터 자신을 방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개량주의 지도부들은 동요하고 배신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 지도부를 지지해 왔던 노동자들이 결집하여 혁명적 세력들과 어깨 걸고 나선다면 이러한 동요와 배신을 견제할 수 있고 나아가 권력을 노동자와 청년층과 소농민의 수중에 가져다 줄 진정한 반자본주의 혁명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개량주의 정당들을 지지해 온 노동자들을 그들의 기회주의 지도부(시리자)와 종파주의 지도부(그리스공산당)로부터 떼어내서 혁명 지지 쪽으로 전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이러한 능동적인 혁명전략이 지금 사활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그리스 노동자계급이 권력쟁취 투쟁으로 나아가는 것이 지금까지처럼 현 지도부들에 의해 계속 봉쇄된다면, 파쇼 세력들이 급속히 힘을 키울 것이고 혁명을 향해 무르익어 가는 정세는 곧 썩어버릴 것이다. “와인이 식초로 바뀔 것이다.” 시간이 무제한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혁명 세력들은 시급히 자신의 노선과 전술을 다시 검토하고 이에 기초하여 훨씬 더 시급히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극좌파들

 

  안타르시아는 스파르타쿠스그룹(OKDE-Spartacos)과 사회주의노동자당(SEK) 같은 혁명주의를 자임하는 10개 극좌파 그룹들이 결성한 연합조직이다. 이들 극좌파 그룹들은 안타르시아를 통해 하나의 연합체로서 활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개별 조직으로서의 독자적 정치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이들 그룹들 거의 모두가 지금 정부 문제에 대한 명확한 대응방안을 가져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그리스공산당처럼 이들 극좌파들도 기회주의의 위험성을 두려워하여 어떠한 정부 참여도 배제해 왔고, 개량주의 좌파정당들을 겨냥한 어떠한 전술도 -- 좌파정당들이 의회 다수를 이뤄 정부를 구성하는 경우에 대한 전술도 --  발전시키지 못해 왔다. 그냥 “좌파정부”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경고만을 되풀이 하는 수준이다.

 

  극좌파들은 투쟁을 정부 타도와 봉기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야 한다며, 정부와 긴축에 맞서는 전체 노동자운동의 “광범위한”  -- 시리자와 그리스공산당을 포함하는 -- 전선을 건설할 것을 되풀이해서 촉구하고 있다. 극좌파들이 많은 약점과 오류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조직들에게 당면한 공격에 대항하는 공동전선을 결성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옳다. 그러나 시리자와 그리스공산당과 민주좌익당 등 좌파정당들이 의회 다수를 획득할, 또는 소수파 정부(여소야대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현실적으로 되고 있는 상황에서 극좌파들은 이러한 가능성을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처할 필요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것은 명백히 오류이며 자멸적인 태도이다. 긴축과 정부에 맞서는 투쟁에서는 허용되는 개량주의자들과의 공동전선이 정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왜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인가?

 

  개량주의자들을 대체할 혁명적 대안을 세우고자 하는 극좌파 세력들은 (기회주의적 오류에 빠지지 않으면서) 이 사안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용기 있고 명확한 정책과 전술이 필요하다. 개량주의자들이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경우 혁명가들은 개량주의자들에게 자본가 정당을 배제하고 정부를 구성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개량주의자들에게 노동자계급운동의 주요 요구안들과 정부에 의해 공격 받고 있는 모든 노동자 민중들의 주요 요구안들을 실행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시리자나 그리스공산당이나 민주좌익당의 개량주의 전략에 정치적 지지를 보내는 것으로 혼동되어서는 안 된다. 혁명가들은 개량주의자들이 노동자 민중들의 투쟁 요구를 구부리고 적들에게 양보하려는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내야 한다. ‘좌파정부’에 대한 어떠한 환상도 유포해선 안 되며, 이들 정당들이 일관된 혁명적 정책을 실행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와 함께 동시에 이들 정당이 그리스 노동자계급과 피억압 민중의 상당 부분을 대표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말이지 이들 정당은 대다수의 노동자 민중들을, 특히 가장 능동적이고 투쟁하는 부위를 대표한다. 선거와 여론조사에서 이들의 지지율 상승을 이와 달리 생각할 방법이 없다. 이들이 노동자계급의 현 지도부이다. 극좌파들이 노동자들을 그 자신의 강령 쪽으로, 예를 들어 ‘노동자 통제 하의 국유화’를 위한 투쟁 쪽으로 전취하기 위해서는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전술을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럴 때만이 노동자들을 그들의 현 개량주의 지도부로부터 단절시켜 낼 길이 열리기 시작할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들 정당의 강령은 노동자계급에게 어떤 답도 줄 수 없는 강령이다. 민주좌익당은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사회당과의 협조를 선호한다. 시리자는 부패한 그리스 국가기구들에 바탕을 두고 유럽연합 및 IMF와 잘 지낼 수 있는 개량주의 정부를 원한다. 그리스공산당은 합헌적 수단에 의해 “인민권력”을 들어서게 할 수 있을 의회 다수세력으로 자신들이 성장하기만을 오직 기다리고 있다. 그 때까지는 전 노동자운동 차원의 어떠한 공동투쟁도 차단한다.

 

  이들 정당의 파멸적인 기회주의 전략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민중들은 이들 쪽으로 이동해 왔다. 왜? 이들이 지난 몇 년간의 대중투쟁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했고, 그 가운데 중요한 투쟁들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다른 의회 정당들과는 달리 이 당들은 긴축을 비롯하여 국제 금융과두제가 강요하는 것들에 반대하는 표를 던졌다. 극좌파들은 개량주의 강령과 전략의 약점들을 인식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아직 그 약점들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노동자 대중들에게 선거는 현 긴축 정부를 몰아내는, 그리고 그 정부의 복귀를 막는 수단이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좌파정당들이 이를 막기 위해 싸울 것이고, 선거에서 당선되면 정부권력을 쉽게 신민당과 사회당에게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물론 극좌파들이 이들 좌파정당들에 대한 노동자들의 환상에 경고를 발하는 것은 옳지만, 그러나 노동자계급이 이러한 희망을 가지고서 “자신의” 당들에게 정부권력을 잡을 수 있을 때 잡아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다. 혁명가들은 이것을 환영해야 한다. 이것은 그들 좌파정당들을 폭로할 것이고 그들을 시험대 위로 올려놓을 것이다. 이와 같이 좌파정당들로 구성되는 정부로 떠밀리는 것을 싫어하는 그리스공산당과 민주좌익당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개량주의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시험대이다.

 

  따라서 그러한 정부를 촉구하는 것은 그들 좌파정당들에게 “긴축 거부”만이 아니라 “몰수 ∙ 국유화”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명확한 요구안들을 거는 것과 결합되어야 한다. 또한 그들에게 사업장 현장의 다양한 평조합원 조직들과 투쟁위원회들, 주민 대중총회들 같은 노동자 민중들의 투쟁조직들에 기반을 둘 것, 그리고 이 투쟁조직들을 총괄 조정하고 지역과 광역과 전국 단위로 중앙집중화 시킬 것을 요구하는 것과 결합되어야 한다. 철강노동자들과 여타 점거파업 노동자들이 창조해 낸 조직들, 광장점거운동 속에서 만들어진 각종 네트워크들, 그리고 주민총회들이 이미 그 같은 노동자평의회들의 중앙집중화를 구축해 낼 토대를 공급하고 있다.

 

  이것은 “좌파”정당들이 선거에서 단지 상대적 다수만을 확보할 경우에 특히 중요하다. 그 상황에서 우리는 그 당들에게 소수파 정부 -- 즉 공약한 것들을 이행하고 자신의 강령을 실행에 옮기기를 원한다면 위에서 언급한 대중투쟁 조직들의 지지에 기반해야 하는 그러한 정부 -- 로 통치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 동일하게 이 경우에는 그 당들의 노동자계급 지지자들도 정부에 들어간 “자신들의” 당들을 경험하는 것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마침내는 부르주아 국가기구를 분쇄하고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자신들의 기관을 발전시키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다른 가능성

 

  그러한 정부가 이루어지게 될지 여부는 선거 결과와 함께 개량주의 정당들에 대한 대중의 압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 현재 그리스공산당과 시리자와 민주좌익당의 정치를 놓고 보면 그러한 정부 가능성은 희박하다. 설사 그들이 의회 다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더 높은 가능성은 트로이카와 그리스 자본가들을 대행하여 공세를 이어갈 정부를 노동자들이 맞게 될 가능성이다. 따라서 제2라운드의 공격에 직면하여 효과적인 반격이 필요하게 될 가능성이다.

 

  다음과 같은 요구들을 포함하는 행동강령을 중심으로 저항과 투쟁을 전국화, 일반화하여 당면한 공격에 대응해야 할 것이다.

 

△ 부채 무효화! 유럽연합과 IMF가 강요하는 일체의 긴축 프로그램 중단! 지방정부들의 부채 무효화!

 

△ 전국 단위 단체교섭과 최저임금제 원상회복! 이와 관련한 노동악법 철폐! 일체의 해고 금지! 비정규직 철폐!

 

△ 모든 기업의 회계장부 공개! 은행과 국가의 모든 계약 및 거래 공개!, 부자들에 대한 누진과세! 노동자 민중들에 대한 과세 폐지!

△ 물가폭등에 맞선 식품과 주거, 기타 생필품을 위한 가격통제위원회 구성! 임금 및 복지수당에 대한 물가연동제 실시!

 

△ 저렴한 신용을 비롯하여 농어민들의 파산을 막기 위한 조치 즉각 실시!

 

△ 은행, 대기업, 대지주, 제국주의 금융자본가들(투자회사들)에 대한 무상몰수! 직장폐쇄한 모든 사업장들에 대한 노동자통제 하의 국유화와 모든 해고자 원상회복!

 

△ 노동자통제 하의 중앙은행! 대규모 산업에 대한 민주적 계획 및 노동자통제 하의 공공사업 프로그램!


 

  그러나 이 같은 조치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정부가 필요하다. 현 정부를 끌어내릴 대중총파업에 의해서만 이러한 노동자정부 형성이 가능하다. 또한 노동자평의회와 정당방위대 같은 기관에 자기 기반을 둘 때에만 위와 같은 조치들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이러한 노동자정부는 그리스 내부뿐만 아니라 유럽연합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따를 반혁명적 공격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노동자정방대, 민병대로 노동자 민중들을 무장시켜야 한다. 그리고 반혁명의 무장해제를 위해 경찰, 보안정보기관을 해체하고 병사평의회를 통해 군사령부의 지휘권과 통제권을 분쇄해야 하다.

 

  이러한 노동자정부는 그리스 경제와 사회의 사회주의적 변혁을 시작할 수 있지만, 그 첫날부터 투쟁을 국제화하는 것에 착수해야 한다. 일국에서 사회주의 건설은 스탈린주의의 역사와 그 붕괴가 증명하듯 불가능하다. 그리스에서 일국 사회주의 건설은 단지 반동적인 트라우마로만 끝날 것이다. 그러나 그리스 혁명은 유럽에 거대한 파장과 효과를 미칠 것이다. 어떤 경제위기보다도 더 그것은 제국주의 ∙ 자본주의 유럽연합을 뒤흔들 것이다. 그리스 혁명은 유럽 사회주의혁명을 일정에 올려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의 노동자들에게, 그리고 나아가 프랑스와 독일 같은 보다 강력한 제국주의 국가들의 노동자들에게도 그리스 혁명은 노동자들이 승리할 있다는, 경제와 사회를 합리적으로 재조직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다.

 

  오늘 이러한 투쟁이 준비되어야 한다. 그리스에서만이 아니라, 전 유럽에서 그리스 노동자들과의 연대행동에 착수하는 것을 통해, 유럽연합 및 유럽 지배계급들의 긴축 공세에 맞선 전 유럽적인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것을 통해, 그리고 유럽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한 유일하게 생명력 있는 영속적 해결책으로서 사회주의유럽합중국을 위한 투쟁을 제기하는 것을 통해 지금 바로 그러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각주>

 

 1) 그리스공산당의 유럽연합 탈퇴 입장에 대한 비판으로는 <혁명> 창간준비 6호에 실린 “그리스 혁명과 전 유럽 노동자혁명”을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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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호(통권9권] <자료> 노동자정부 전술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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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노동자정부 전술에 대하여1)

 

 

 

  코민테른 제4차 대회에서는 노동자정부 전술을 놓고 많은 논의가 전개되었다. 논의의 초점은 개량주의 정당과 공공연한 부르주아 정당 간에 정부 구성을 놓고 경합하는 나라들에서 어떤 전술이 필요한가 하는 문제에 놓여 있었다. 어느 당이 정부를 구성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두고 코민테른은 노동자정부 슬로건이 “공동전선 전술로부터 불가피하게 따라 나올 수밖에 없음”을 승인했다.

 

  심지어는 이와 다른 경우의 나라들에서도 그 슬로건은 “일반적 선전 슬로건으로서 어디서나 실천적으로 사용”될 수 있었다. 말하자면, 노동자정부라면 노동자 조직들의 통제 아래 있어야 하고, 자본에 맞서 노동자들의 이해에 따라 행동해야 하며, 노동자 조직들을 무장시켜야 한다는 등의 주장은 공산주의적 선전의 기본 구성부분이라는 것이다. 이 슬로건을 어떻게 전술로 사용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였는데, 4차 대회에서는 이 문제를 체계적으로 정립해내지는 못했다.

 

  그 후 이 문제에 대한 과학적 논의는 5차 대회에서 궤도를 이탈해 버렸고, 그 뒤에 스탈린주의 코민테른이 부르주아지와의 공공연한 연합(인민전선)을 위해 그 슬로건을 기각시켜버리면서는 논의 자체가 중단되어 버렸다.

 

  그러나 4차대회의의 심의안과 테제들에는 혁명주의자들에게 진정한 “노동자정부”를 구성하는 본질적인 특징들이 무엇인지가 나타난다.

 

“노동자정부의 최대 임무는 프롤레타리아트를 무장시키고, 부르주아 반혁명 조직들을 무장해제 시키고, 생산 통제를 도입하고, 주요 과세 부담을 부자들에게 넘기고, 반혁명 부르주아지의 저항을 분쇄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한 노동자정부가 가능한 경우는 오직 대중들의 투쟁 속에서 탄생하는 경우, 그리고 투쟁을 수행할 수 있는 노동자 조직들 - 노동대중들 중 가장 억압받는 부분들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들 - 의 지지를 받을 경우일 뿐이다.”

 

  이것이 혁명주의자들이 쟁취하고자 하는 정부 유형을 묘사한 것이라면, 비혁명적 노동자 정당들에 대한 공동전선의 일환으로 노동자정부 슬로건이 제안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그 슬로건은 대수학적 성격[백지수표의 경우처럼 거기에 누가 무엇을 써넣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진다는 의미에서. 즉 세력들의 역관계와 투쟁에 의해 내용이 결정된다는 의미에서]을 가진다. 혁명주의자들에게 이 정부는 부르주아지와의 혁명적 전쟁을 선포하는 정부이다. 그러나 개량주의자들에게 이 정부는 부르주아 체제를 관리하는 정부일 것이다.

 

“진정한 노동자정부의 구성, 그리고 혁명적 정책을 추구하는 정부의 존속은 결국 격렬한 투쟁으로 이어지며, 종국에는 부르주아지와의 내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것이 “노동자정부 수립” 슬로건에 혁명주의자들이 부여하는 내용이라면, 그 슬로건이 공동전선으로서 제안될 수 있으므로 개량주의자들 및 개량주의 지도력의 영향 하에 있는 노동자들은 그 슬로건에 비혁명적 내용을 부여할 수 있고, 아마 그렇게 할 것이다. 따라서 4차 대회는 그러한 ‘노동자정부’ 레테르가 붙여질 가능성이 있는 5가지 정부 유형을 식별하여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첫 번째 가능성은 “자유주의 노동자정부”였다. 사회주의를 공언조차도 하지 않는 노동당 정부가 이 경우이다. 오스트레일리아에 들어섰던 노동당 정부가 그 사례였고, 영국에서도 곧 노동당 정부가 들어선다면 이런 경우일 공산이 컸다. 두 번째는 “사회민주주의 노동자정부”인데, 독일에서 존재했던 사민당 정부가 여기에 속했다. 이 두 경우 모두 “부르주아 노동자당 정부”였으며, 현실에서는 부르주아지와의 은밀한 연합이었다.

 

  코민테른은, 혁명적 공세를 피하기 위해 부르주아지가 용인할 수 있는 것이 이러한 정부들이며, 혁명주의자들이 이러한 정부들에게 어떠한 정치적 지지도 줄 수 없지만, “그러한 정부조차도 객관적으로 부르주아 권력의 해체 과정을 가속화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음”을 승인했다.

 

  이는 그러한 정부가 노동자들의 대표체로서 권력에 오르면 애초 하려고 했던 것보다 더 나아가도록 강제되며, 그럼으로써 지지 노동자들의 기대와 요구 수준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그러한 정부는 필요하면 어디서든 부르주아지와 한 편이 되는 것이 필연적이므로 개량주의 정당에 대한 대중의 환멸을 또한 가속화시킬 수 있다.

 

  세 번째 가능성은 노동자 ․ 빈농 정부였고(당시 동유럽 나라들에서 가능했던 정부), 네 번째는 혁명주의자들이 참가할 수 있는 노동자정부(즉 노동자 공동전선의 정부적 표현)였다. 이 두 경우 모두 혁명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정부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산주의자들[혁명주의자들]은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필요성을 아직 인정하지 않는 노동자들, 즉 사민당 소속 노동자들, 기독교 정당 소속 노동자들, 무당파 생디칼리스트들 등등과 함께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하여 공산주의자들은 일정한 조건에서는 그리고 일정한 보장이 갖춰진다면, 공산주의적이지 않은 노동자정부를 지지할 태세가 되어 있다. …… 이 세 번째와 네 번째 유형의 정부에는 공산주의자들이 참가할 수 있다. 이들 정부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대표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프롤레타리아 독재로 가는 역사적으로 불가피한 이행 단계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정부가 구성되는 곳에서는 그러한 정부가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위한 투쟁의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섯 번째 가능한 노동자정부 형태는 혁명주의자들 자신이 정부를 구성하는 경우이다. 이것은 단 하나의 “순수한” 노동자정부 형태였고,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같은 것이었다.            
노동자정부들에 대한 코민테른의 유형 분류는 오늘날 다소 시대착오적인 지점이 있다. 구래의 “자유주의 노동당”과 사민주의 정당은 하나로 수렴되었고, 그에 따라 두 유형의 “부르주아 노동자 정부들”도 하나로 “융합”되었다.

 

  또한 4차 대회에서 채택된 노동자정부에 관한 테제에는 이미 1922년에 발전하기 시작한 코민테른 내부 투쟁의 흔적을 띠고 있는데 이것이 나중에 코민테른의 타락을 수반하였다. 예를 들어 지노비예프는 노동자정부를 직접적으로 그리고 오로지 프롤레타리아 독재와 동일시하고자 하였다. “노동자정부”는 단지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동의어”일 따름이라는 그 같은 해석은, 노동자정부 슬로건이 공동전선 제안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지점을 그 슬로건에서 제거해버리는 해석이다. 지노비예프의 사용법으로 보면, 그 슬로건은 오직 최후통첩주의적으로만, 예를 들어 사민주의 정부를 겨냥하여 최후통첩주의적으로만 제기될 수 있었다. 

 

  이러한 최후통첩주의는 그 기회주의적 대립물로 쉽게 전화될 수 있다. 스탈린과 부하린이 “노동자 ․ 농민 정부”를 “프롤레타리아트와 농민의 민주주의 독재”라는 역사적으로 퇴물이 된, 따라서 반동적인 개념과 동일시했을 때 바로 그랬다.
  이것은 결정적인 점, 즉 그러한 정부는 강령적으로 볼 때 부르주아 정부라는 점을 모호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스탈린과 부하린은 중국에서 그러한 정부의 구성을 강령적으로 필수적인 혁명 단계라고 내세웠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러한 정부는 트로츠키가 설명한 바와 같이 “사회주의 혁명의 길에 놓인 주 장애물”이며, 따라서 노동자정부 전술에 대한 부정이다.

 

  코민테른 테제에 담긴 그 같은 느슨한 정식화들에 내재하는 위험은 세 번째 및 네 번째 노동자정부 유형과 관련하여 가장 분명하게 나타난다. 여기에는 공산주의자들이 포함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코민테른은 공산당원들이 그러한 정부에 들어갈 수 있는 조건을 엄격히 규정해 놓았다. 일단 코민테른의 동의가 절대적 전제다. 이러한 전제 하에서 정부에 들어간 공산당 소속 각료들이 가장 엄격한 당 통제 하에 있어야 하며, 노동자 혁명 조직들과 가장 긴밀한 접촉을 맺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산당 소속 각료들이 절대적 독자성과 비판의 권리를 허용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은 경우에든 혹은 여타 이유들로 인해 공산주의자들이 이러한 노동자정부에 들어가 있지 않은 경우에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4차 대회가 있은 지 일 년도 안 되어 문제가 터졌다. 독일 내에서 사민당과 독립사민당이 장악한 지방정부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그리고 그 지방정부들에 공산당원들이 들어간다면 어떤 조건으로 들어갈지를 놓고 분열이 일어났는데 이로 인해 독일공산당은 파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노동자정부 전술의 올바른 사용법은 러시아에서 2월 혁명과 10월 혁명 사이의 몇 달 간에 볼셰비키가 보여준 실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볼셰비키가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넘길 것을 요구했을 때 사실상 그것은 노동자들 자신의 투쟁조직들에 바탕을 둔 정부, 즉 나중의 용어법으로 말하면 노동자정부를 요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볼셰비키는 그러한 정부를 구성할 실제 세력이 누구여야 하는지에 대해서 미리 규정해 놓지는 않았다. 이런 의미에서 그 요구는 “대수학적”이다. 정부 구조의 차원에서 요구되고 있는 모든 것은 그 정부가 소비에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정부의 정치적 임무들에 대해서는 아주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다: 즉각적인 평화, 생산에 대한 노동자 통제, 모든 은행의 국유화, 토지를 농민에게, 이러한 조처들에 대한 부르주아지의 저항을 진압하기 위한 국가 무장력 (즉 소비에트 민병대)의 사용 등.


  이러한 조처들이 최소한의 필수적 요구들이라는 인식을 노동자들이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였는데, 볼셰비키는 마침내 이러한 인식 쪽으로 노동자들을 획득함으로써 멘셰비키와 사회혁명당에 대해 이러한 강령(프로그램)을 채택하도록 훨씬 더 큰 압력을 조성해내는 데 성공했다. 볼셰비키는 이러한 압력과 함께 “부르주아지와 단절하라!”라는 요구를 결합시켰다. 그러나 멘셰비키는 그 강령을 실행하는 것도, 부르주아지와 단절하는 것도, 자신의 근거를 소비에트에 두는 것도 다 거부하였다. 볼셰비키가 조성해낸 압력은 이러한 과정에서 소비에트 내 멘셰비키의 다수파 지위를 급속히 파괴해 나갔다.

 

  권력이 실제로 소비에트로 넘어갔을 때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소비에트 정부는 스스로의 근거를 소비에트 권력에 두고 필수적 조처들을 실행할 준비가 되어 있는 정당들, 즉 볼셰비키와 사회혁명당 좌파로 구성되게 되었다. 볼셰비키는 권력 장악에서 소비에트의 역할을 물신화시키지 않았다. 7월의 날들 이후 볼셰비키가 소비에트에서 내쫓기고나서 볼셰비키는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 요구를 접어버렸다. 대신에 레닌은 공장위원회를 노동자정부의 권력 기반이 될 수 있는 조직 형태로 보기 시작했다. 코르닐로프 사태 이후 소비에트가 다시 민주화되고 나서야 소비에트는 다시 볼셰비키 선전의 중심에 자리하게 되었다.

 

  코르닐로프 쿠데타 동안 볼셰비키는 반동에 대항해 “부르주아 노동자정부”를 무조건적으로 무장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여기서 볼셰비키의 목적은 혁명이 진전되기 위해 필요한 군사적 준비를 가능케 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다 근본적으로는 계속해서 멘셰비키를 권력에 있게 함으로써 그들의 파산과 계급적 배신이 노동자계급의 다수에게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지지는 정확히 케렌스키(당시 부르주아 노동자정부[임시정부] 수반)에 대한 “교수형 집행인의 올가미”인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것은 실제로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정부 형태가 되었던 또 다른 노동자정부를 위한 길을 닦았다.

 

볼셰비키의 노동자정부 전술 사용법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1) 노동자들의 필요에 답하면서 동시에 노동자계급 국가권력에 대한 필요를 제기하는 즉각적 조처들로 구성되는 “행동강령”을 내거는 것.

 

  2) 이 강령(프로그램)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정부로서 노동자정부가 제기된다. 처음에는 대수학적으로. 그 정부의 정확한 구성은 미리 규정되어 있지 않다.

 

  3) 노동자 정당들에게 부르주아지와 단절하여 이러한 노동자정부를 구성하라고 요구한다. 단 정부의 방어와 지지를 노동자들의 독자적 투쟁조직에 의존할 것을 분명히 하면서.

 

  4) 개량주의자들이 대중의 지지를 아직 잃지 않고 있는 한 혁명주의자들은 반동에 대항해 개량주의자들을 방어하면서 동시에 그들에게 어떠한 정치적 지지도 주지 않고 완전한 독자성을 유지한다. 
     
  5) 개량주의자들이나 중도주의자들에 의해 구성된 정부지만 소비에트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경우 혁명주의자들은 반동에 대항해 그 정부를 무조건적으로 방어할 것이다. 그러한 정부가 소비에트 민주주의를 존중하는 한 혁명주의자들은 봉기에 의해 이 민주주의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다.

 

  6) 이 전 과정에 걸쳐 혁명주의자들은 자신의 강령 및 조직 상의 독자성을 지켜나간다. 또한 노동자계급의 전위 및 그 배후의 노동자 다수가 혁명의 필요를 인식하는 쪽으로 획득되자마자 혁명주의자들은 국가권력 장악에 나서야 하는 바, 혁명주의자들은 이러한 자신의 목적의식을 지켜나간다.

 

  오직 현실 사회세력들의 충돌만이 노동자정부 요구에 정확한 “산수학적” 내용을 부여할 수 있다. 그리하여 1917년에 소비에트 2차 대회 이전의 올바른 슬로건은 “모든 권력을 소비에트로!”였던 데 비해 2차 대회 때는 “볼셰비키 ․ 사회혁명당좌파 정부 수립”이 올바른 요구였다.


  개량주의자들에게 소비에트에 바탕을 둔 정부를 구성하라고 하는 요구가 노동자정부 전술 사용의 중심 요소이긴 하지만, 그 요구는 언제나 정치 강령(정치적 프로그램)에 종속되어야 한다. 소비에트가 대의체인 한 소비에트는 혁명주의가 다수파일 수 있는 것만큼이나 반동이 다수파일 수 있다.
  소비에트의 존재는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보장하지 않는다. 이는 1918년 11월 독일혁명에서 부정적으로 입증된 바 이다. 거기서 권력은 노동자 ․ 병사 대표자 평의회의 수중에 있었다. 1917년 2월의 러시아에서처럼 그 평의회들은 권력을 그들의 개량주의 지도자들에게 건네주었다. 사민당 지도자들인 에베르트와 샤이데만이  막스 폰 바덴 공과 연합하여 왕정을 구해내려 한 그들의 시도가 실패하고 난 뒤에  선포한 정부는 노동자평의회에 기반을 둔 공화주의 정부였다. 그것은 그 형태에 있어 노동자정부였다.
  그러나 그것의 정치적 내용은 부르주아 노동자정부, 즉 프롤레타리아트의 혁명적 공세를 봉쇄하고 종국에 파괴하기 위한 부르주아지와의 은밀한 연합이었다. 사민당 지도자들은 평의회에서 그들이 받고 있는 지지를 이용하여 그들의 권력 기반을 국회와 바이마르 헌법을 통해 의회적 기구로 이전시켰다.   
 

 

  이렇게 해서 그들은 그들 정부의 형태를 그 내용에 조응하도록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이제 부르주아지와의 공공연한 “인민전선” 연합을 이룬 개량주의자들은 1919년 한 해 내내 그들의 부르주아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노동자계급의 혁명적 전위세력을 테러하고 말살해 나갔다. 여기서 혁명적 전위세력이 노동자 다수로부터 고립되어 있던 상황을 교묘히 이용했다.

 

  1920년 3월의 카프 폭동은 개량주의가 계급들 사이를 오가면서 책략을 부릴 그 능력이 절대적 한계점에 몰리게 될 때 어디까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드러내 주었다. 부르주아 군대가 개량주의 지도자들인 에베르트와 샤이데만과 노스케를 버렸을 때 당시 행동에 나선, 그리고 부분적으로 무장한 노동자들에 의해 이들은 계속해서 권력에 있게 되었다. 그러나 레기엔이 쿠데타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노동자정부”를 제안했을 때 (그가 의도한 것은 ‘부르주아 노동자정부’ 였다.) 에베르트 등 이들 사민당 지도자들은 그 제안이 자신들을 노동자계급으로부터의 너무 큰 압력 하에 놓이게 할 것임을 눈치 챘다. 그러한 상황에서 노동자평의회를 정부의 기초로 공공연히 선포하는 것은 사민당 스스로가 볼 때도 자신들이 실행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기대치만 노동자들 사이에 조성해 놓는 꼴이 될 것이었다. 이러한 전망에 직면하자 사민당은 부르주아지와의 새로운 연합을 이루는 쪽으로 선택하였다.

 

  일단 새로운 정부가 권력에 확고히 안착하자 국방군이 동원되어 노동자평의회들을 무장 해제시켰다. 레기엔의 제안 당시에 공산당은 그러한 ‘노동자정부’의 구성을 원리적으로 반대했고, 거기에 맞서 혁명의 필요성을 들이밀었다.

 

  이것은 사민당이 곤경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는(고리에 걸린 사민당의 고리를 풀어주는) 꼴만 된 종파주의적인 대응이었다. 이때에 노동자정부 전술을 올바로 사용했다면, 그것이 가져다주었을 효과는 분명하다. 그러한 노동자정부의 정치 프로그램, 즉 다음과 같은 조처들을 관철시켰을 것이다. 무장한 노동자 평의회의 법제화, 자유의용군의 해산, 소비에트 러시아와의 즉각적인 동맹, 베르사유 조약에 따른 전쟁 배상에 대한 반대.

 

  이 모든 것이 실행되었다면 레기엔의 길에 장애물을 놓을 수 있었을 것이다. 동시에, 공산당이 노동자 정당들로 구성된 정부라는 사상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반동에 맞서 그러한 정부를 무조건적으로 방어하는 태도를 취했다면 이것은 공산당으로 하여금 사민당 소속 대중들과 더 긴밀히 접촉할 수 있게 해주었을 것이고, 그럼으로써 개량주의자들에 대해 부르주아지와의 연합을 구성하지 말라는 압력을 더 강화시켜 주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량주의자들이 부르주아지와 연합을 해버렸을 경우 노동자들은 개량주의자들이 노동자들을 해산시키고 무장 해제시키려 하자마자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독자적 행동을 취할 준비가 더 잘 되어 있었을 것이다.

 

  러시아에서보다 자본주의 선진국들에서 개량주의가 노동자계급에 대한 더 큰 장악력을 가지고 있고, 그 중 독일의 개량주의는 이 점에서 선두주자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혁명가들로서는 독일의 경험이 제공하는 교훈들을 학습하고 숙지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부의 방어와 정부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구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개량주의자들이 주도하는 정부와 관련하여, 그것이 형태상 부르주아 입헌정부(즉 부르주아 노동자정부)건 혹은 형태상 노동자 조직들에 기반한 정부(노동자정부)건 혁명주의자들은 반동에 대항하여 (필요한 경우) 무장을 하고 그 정부를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정치적 지지는 오직 혁명의 길을 취하는 노동자정부에게만, 즉 ‘진정한’ 노동자정부를 규정하는 핵심 조처들을 실행에 옮기는 정부에게만 주어질 수 있다. 코민테른과 제4 인터내셔널이 그랬듯이 우리도 부르주아 노동자당들이나 중도주의자들이 그러한 정부를 구성할 수 있음을 입증시켜 보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행강령>>이 설명하는 것처럼, “완전히 예외적인 환경들(전쟁, 패전, 재정 파탄, 대중들의 혁명적 압력 등등)의 영향 하에 스탈린주의자들을 포함한 소부르주아 정당들이 그들 스스로 하고자 했던 것 보다 더 멀리 나아가 부르주아지와 단절하는 길로 가게 되는 이론적 가능성을 미리 무조건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다.”     

 

  사민주의자들과 스탈린주의자들이 부르주아지와 단절한 “진정한 노동자정부”를 구성할 수 있을, 이러한 만에 하나의 이론적 가능성을 트로츠키가 승인한 것을 가지고서 그의 아류 지지자들은 자기들 멋대로 왜곡시켰다. ‘그러한 사민당과 스탈린주의 공산당들을 포함하는 정부가 노동자정부이다’ 라는 식의 명제로 둔갑시킨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 사회당-공산당 정부가 부르주아 노동자정부라는 의미에서가 아닌 어떤 다른 의미로의 노동자정부인 것처럼 말한다든가, 또는 영국 노동당에 의한 노동자정부 구성이 그 자체로 가능할 뿐만 아니라 전략적으로 필요하다는 식으로 말한다든가 하는 것은 가장 비겁한 기회주의이다.

 

  우리는 그 같은 방식으로 “노동자정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거부한다. 코민테른 4차 대회 테제의 정신은 아주 분명한 것이었다: “노동자정부”란 다음과 같은 것을 실행하는 정부를 가리킨다. 부르주아지를 무장 해제시킨다. 생산에 대한 부르주아지의 통제권을 제거하기 위한 조처들에 착수한다. 이러한 정책들을 강행하고 정부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노동자계급을 그들 자신의 조직들을 통해 무장시키며 이들 조직에 정부 스스로가 책임을 진다.

 

  우리가 노동자정부 “요구”에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이다. 공동전선의 원리들에 맞춰서 혁명주의자들과 비혁명주의자들이 노동자계급의 이해를 지키거나 강화시켜내기 위해 정부 수준에서조차도 연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제안이 곧 노동자정부 “요구”에 담긴 실천적 의미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량주의자들과 중도주의자들에 의해 구성되는 여타의  모든 정부 형태들은 “부르주아 노동자정부”로 지칭되는 것이 정확한 용어법이다. 명백히, 노동자정부를 직접적인 요구로 제기할 지 여부는 정세 조건에 달려 있다.
  일반적으로, 권력 문제가 제기되는 혁명적 위기의 경우들이 아니라면 혁명주의자들은 ‘노동자정부’를, 진정한 혁명적 노동자정부에 관한 선전으로 제기하는 한편, 이와 동시에 정부를 구성한 개량주의 정당들에게 부르주아지와 단절하고 노동자의 이해를 위한 구체적 조처들을 취하라고 요구한다.  

 

 

 


 

<각주>

 

1) 이 자료 글은 해외 좌파 잡지 <Permanent Revolution> 1호에 실렸던 글 ‘The Workers' Government’를 번역한 것이다.

http://www.permanentrevolution.net//?view=entry&entry=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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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호(통권9권)] <기고> 오월동주, 1사1조직 통합과 이동우 죽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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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월동주, 1사1조직 통합과 이동우 죽이기

 

 

- 아방가르드
 

 

 

  현재 현대차지부 및 기타 사업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간의 1사1조직 통합논의가 원.하청 공동투쟁의 기제로 작용하여 아측의 투쟁동력을 배가시킬 수 있다면 굳이 1사1조직 통합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1사1조직의 통합이 비정규직지회의 투쟁동력을 파괴하고 관료주의, 조합주의에 의한 흡수통합 이라면 그 1사1조직 통합은 재고되어야만 한다. 우리는 1사1조직 통합이 완료된 시점인 현재 기아차 이동우 동지가 조합원 인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는 기아차지부의 사례에서 1사1조직 통합논의에 대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이번 4월 기아차 대대에서 드러났듯이 유독 비정규직 지회 부지회장이었던 이동우 동지만 조합원 인정이 되지 못하고, 해고자 복직은 아예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것인가? 그것은 이동우 부지회장이 2,3차 하청 조합원이고 가장 헌신적이고 치열하게 원 하청 사측 자본과 싸워왔기 때문이다. 2.3차 하청 조합원과 계약직을 노조에 가입 받을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동우 동지에 대한 조합원 불인정은 기아차지부의 입장이전에 사측의 요구이기도 하다. 이동우 동지는 투쟁의 핵심이기에 사측과 그에 순응하는 기아차지부 관료들은 기를 쓰고 이동우 동지의 조합원 신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동우 동지는 2004년에 입사했고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2,3차 하청노동자로 2005년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가 건설되면서 선봉대 중대장과 상집간부등의 활동과 비정규직지회 부지회장을 역임하였다. 2005년도에 비정규직지회가 단협을 체결했는데 그 과정에서 2·3차 업체 노동자들이 배제되어 2·3차 노동자들의 단협체결과 2006년 비정규직지회 임투를 위해 투쟁하는 과정에서 해고되었다. 07년 점거파업을 이유로 원 하청 사측에 의해 고소. 고발 당하였으며 이랜드 이젠택 연대투쟁과 촛불투쟁에 결합했다는 이유로 2년6개월의 옥고를 치루었다. 2007년 점거파업 당시 100여명의 구사대에 의해 폭행당해 병원에 실려가기도 하였다. 가장 치열하고도 헌신적인 사람에 대해 조합원 인정을 하지 못하겠다는 것은 사측과 공조해서 철저하게 '이동우 죽이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기아차지부 노조 집행부는 2007년 1사1조직 통합을 주도하며 비정규직 노조를 파괴했던 사람들이다. 지난 4월 기아차 대대의 상황이 인터넷으로 생중계되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분통을 터뜨리게 하였다. 이들은 이동우 동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초래한 장본인으로 매도하며 김수억. 이상욱. 윤주형 3인의 해고자 복직에 대해서만 처리하자고 주장하였다. 대대에서 기아차지부 대의원 A씨는 윤주형 동지에 대해 대의원의 신분으로 조합원에 대해 폭언 했다는 이유로 정당한 조합원 활동이 아니라며 비난 하였다. 그가 말한 조합원이란 협력업체 사장의 친인척이며 전직 관리자였던 사람이다. 그는 3년 동안 노동조합과 합의 없이 생산공정의 변화와 주야간 전환배치를 독단적으로 결정했고 노조를 탄압하던 사람이다. 노조의 2년여의 투쟁 끝에 그는 주임에서 면직되었다. 하지만. 그 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공정변화와 주야간 전환배치를 노동조합 분회와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였다. 그들이 매도하는 윤주형 동지의 폭언이란 대의원 신분으로 회사 측에 항의하며 작업거부투쟁으로 노동조합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며 그로인해 해고당한 것이다. (그가 엄연히 노조를 탄압하던 사측 관리자였는데도 불구하고 조합원 가입이 된 배경이 있다. 2008년 1사1조직 통합에 의한 기아차지부 관료들의 직가입을 통해 그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는 협력업체 사장의 친인척이기도 하지만. 기아차 집행부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노회(기아 민주노동자회) 중앙 집행위원장의 매형이기도 하다. 그러하기에, 윤주형 동지의 정당한 조합활동을 왜곡하고 조합원들간의 폭언으로 매도하는 것이다.) 또한. 기아차지부 대의원 B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왜 하지 않았는가 따지면서 오히려 해고자복직 투쟁에 대한 문제를 개인적이고 법적인 문제로 국한시키며, 기아차지부 집행부가 해결해야 될 해고자 복직문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였다. 결국. 해고자 복직에 대한 문제는 김수억. 이상욱 동지에 대한 안건은 요구안으로 이동우. 윤주형 동지에 대해서는 집행부 사업으로 안고 가겠다며 (사실상 기아차지부 집행부는 이동우. 윤주형 동지에 대한 해고복직안 상정을 거부하였다.) 기아차지부 집행부는 이 안건에 대해 날치기 처리 하였다.

 
  윤주형 동지 비토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기아차지부 관료는 어용인지 민주노조인지 구분할 수 없다. 그들에게 도대체 아군은 누구이고 적군은 누구인가? 이러한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들 관료들은 사측자본과 안정적인 상생관계를 유지하려고 하기에 사측자본과 타협하고 사측자본의 이해와 논리가 그대로 관철되는 것이다. 물론. 정규직 활동가나 정규직 조합원들 중에는 원청자본과 용역깡패들의 폭력침탈에 공동대응하며 비정규직투쟁을 도운 사람도 많다. 여기서는 기아차지부 정규직 전체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기아차지부 노조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관료를 비판하는 것이다. 기아차지부 노조간부들 중에는 실제로 사측과 타협하며 뇌물수수 5000만원으로 조합원 자격이 박탈된 자도 있다. 그는 기아차지부 노조간부였으며 기노회(기아 민주노동자회)의 수장이기도 하였다. 법원의 2차 판결이 날 때까지 그들은 사측의 조작과 탄압이라고 극구 부인하였으나. 최종적으로 대법원 확정이 되고나서야 그를 제명시켰다. 이는 이동우 동지와 극명히 대별되는 사건이다. 그들 기아차지부 집행부 관료들이 얼마나 아전인수격이고 사측자본과 타협적인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또한. 지난 5월11일 발행된 기아차지부 함성특보에는 주간2교대. 임금단협안에 대한 요구만 있을 뿐이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해서는 눈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다. 과연 누구를 위한 1사1조직이고 누구를 위한 통합 이었는가? 2008년 사측의 탄압이 격렬해지는 시점에서의 1사1조직을 위한 기아차지부의 직가입 종용은 전투적인 기아비정규직지회를 폭력적으로 해산시키는 파괴행위였으며 사측자본의 입장을 관철시키는 사기극 이었다. (현재 사내하청분회로 재편한 사내하청분회는 상집간부구성부터 각종쟁의행위와 교섭요구안까지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다.)

 
  금속노조는 지난 2007년 3월 26일 ‘금속노조 전국 지회장 수련대회’에서 15만 산별협약과 교섭구조 통일을 중심으로 하는 사업계획을 제시했다. 정갑득 위원장은 비정규직 주체들에게 지부에 들어갈 것과, 1사 1조직을 통해서 미조직 비정규직을 조직화할 것을 주장했다.


  산별규약에 의한 1사1조직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 노조의 통합은 기아에서는 흡수통합의 형태로 나타났다. 무원칙한 대동단결로 인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사측자본의 사주를 받는 관료들에 의해 사측이 원하는 대로 전투적인 비정규직의 투쟁대오를 무장해제 시키고, 조합주의적인 기아차지부 관료의 지배질서하에 비정규직 조합원이 통제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들은 다음과 같이 비정규직 노조를 파괴하는데 앞장섰다.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 파괴사례>


   1. 2005년 임단투 까지 기아차지부 정규직 노동자들은 사측 용역깡패들의 비정규직 침탈을 자발적으로 막아서기도 하였다. 반면에 기아차지부 집행부 관료들은 비정규직지회를 통제하고 수시로 비정규직 지회를 매도하였다. 당시 19대 기아차지부 화성지회장은 어용세력들의 관제집회에 참석해 “저들은 비정규직이 아니다. 협력업체의 정규직이다”라며 어용세력의 악선동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러한 매도행위는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불신과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을 조장하였다. 그러한 가운데 어용세력들은 정규직노동자들에게 회사 살리기 이데올로기를 유포시켰으며 그 결과 비정규직 투쟁에 대해서 정규직 노동자의 정서는 이반되어 갔다.


  2. 2006년 임투 때 식당 조합원들이 파업에 들어가자 당시 18대 기아차지부에서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식사를 위해서 식당 조합원들의 파업을 자제할 것을 요청하였다.


  3 . 2007년 도장공장 점거파업 당시 19대 기아차지부장 ;
“비정규직지회의 심경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기아노동자 3만 4천의 생존의 문제이기에 도장공장의 점거를 풀어줄 것과 어렵다면 도장공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줄 것을 호소한다.” 

 
  당시 19대 지부장의 말은 사실상 비정규직 파업이 회사를 망하게 하려 한다는 자본의 논리를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또한. 기아차지부 관료들은 비정규직노조 간부가 인화성 물질을 들고 도장공장 점거농성을 한다는 악선동을 퍼뜨렸다. 기아차지부 집행부 관료의 점거 해제 요구는 어용세력들이 비정규직지회를 침탈하는 명분을 주었다. 어용세력들은 비정규직지회는 물론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했던 정규직 활동가들에게까지 테러를 자행하였다. 여기에 정규직 조합원도 가담하였다.


  4. 김모 조합원의 증언: 2007년 8월 31일 당시 많은 여성노동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아직까지도 그 충격이 남아있다. 그 때 당시 구사대로 나섰던 사람들이 관리자가 아니라 정규직 조합원이라는 사실에, 같은 현장에서 근무하던 남성 노동자들이 여성노동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에 충격이 너무 컸다.

 

  5. 2007년 9월17일 어용세력과 구사대들의 연대대오에 대한 폭력행위중 기아차지부 중앙위원 목격. 화성지회 상집간부도 폭행에 가담.


  6. 2007년 이동우 동지가 어용세력과 구사대 100여명에게 폭행당할 시 상집간부가 이를 말리려 했으나. 쌍욕을 퍼붓던 노조 전간부 한사람이 “저 새끼 끌어내” 라고 말하니 100여명이 구타.
 
  7. 금속노조 지도부는 폭력을 행사한 노조원의 징계를 회피하며 증거제시를 요구하였다. 기아차지부의 직가입 규약위반 및 비정규직 노조파괴 행위에 대해서도 시종일관 금속노조 지도부는 책임회피와 방관으로 일관하였다. 금속노조 정갑득 위원장은 이를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마찰과 대립으로 규정지었으며. 1사1조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 직가입 공세: 비정규직 지회 파괴행위 
 
  1) 2007년 3월 13일, 기아차 지부 화성지회(이하 화성지회)는 소식지 함성을 통해 “비정규직지회와는 조직 대통합을 이루고, 비조합원의 경우는 직가입 형태로 적극 조직하는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며, 화성공장의 비정규직의 문제는 기아차지부와 함께 풀어가야 할 과제라면서 “예전과 같은 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조직 대통합은 반드시 이뤄내야 하고 조직 통합을 위해 지속적인 조직사업을 진행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기아차지부와 화성지회가 말하고 있는 “예전과 같은 현장의 혼란”이란 비정규직지회의 독자 파업을 말한다.)


  기아차지부 집행부의 이러한 초기의 입장표명 조차 사실은 립써비스 였으며 이들은 직가입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1사1조직과 관련하여 “해당단위의 결정에 따른다.”는 금속노조의 규약에 따라 비정규직지회에게 그 권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아차지부 집행부는 집단적 직가입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가입원서를 새로 쓰라.’며 협박했다. 이것은 탈퇴하지도 않은 금속노조에 개별적으로 다시 가입하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이다. 또한 이들은 비정규직지회의 조직전환 총회를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철저히 개별적으로 비정규직 지회를 흡수통합 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초기의 직가입자 100명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며 광주. 소하리에는 한명도 없었고 사측 구사대나 어용들도 있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규약을 위반하는 기아차지부 관료를 압박하거나 징계하기는커녕  그들을 두둔하였다. 이는 기아차지부 관료와 금속노조의 관료가 한통속 이라는 것이다.


  금속노조는 지난 2008년 6월 3일 결의대회에서 “비정규직에게 정규직 노조 가입의 문을 연 기아차 1사1조직의 사례”라는 제목의 선전물을 통해 기아자동차의 1사1조직 사례를 모범사례라고 극찬했다. 실제로 보장되지 않는 사내하청분회의 파업권이 보장되며, 2·3차 하청노동자도 가입할 수 있다는 사기극을 선보였다.
 

  권ㅇㅇ조합원 : 직가입자와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사이에 인간차별이 너무 심하다. 어제는 기아차지부 대의원 선거 후 직가입자들이 비정규직지회를 이겼다고 축하파티를 하더라. 기아차지부 대의원 선거 때 당선된 직가입자들 중에 비정규직지회 투쟁을 파괴하는 데 나섰던 사람들이 많다. 하청업체 사장들이 데려와 현장에 심어놓은 사람도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김ㅇㅇ조합원 : 본조에서 비정규직 투쟁을 파괴했던 사람들이 직가입하고, 대의원 후보로 나가는 문제라도 해결해주었으면 좋겠다. 어용은 어용이다. 직가입한 사람들은 위기가 오면 또다시 노동조합을 떠날 것이다.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 달라. 금속본조에서 공문 보내는 것에 그치지 말고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 비정규직지회가 힘이 약해져서 당하고 있다. 사측은 8월부터 9월, 10월까지 온갖 핑계를 대며 파업을 했다는 이유로 월급을 부분적으로 지급하지 않았다. 사측에서 그냥 돈을 주는 것이 아니다. 파업을 해야 권리를 찾을 수 있다. 직가입자들은 그걸 모르고 있다. 현재 직가입자들은 비정규직지회 단체협약을 적용받고 있다. 직가입을 했다고 해서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단체교섭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도부에게는 체포영장이 떨어져 있고, 직가입으로 혼란이 가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원청 사측만 기세등등하다. 금속 본조에서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지금 현장은 노동조합이 세워지기 이전과 비슷하다. 힘이 없다. 임금문제로 사측에 항의를 해도 사측은 그만두라고 이야기하거나 아예 요구를 외면해버린다. <기아 비정규직지회 파괴사례에 대한 자료출처: 사회주의 노동자 신문>
 
 

  직가입 공세를 통한 기아차지부의 비정규직지회의 흡수통합은 사측 자본의 논리에 부합되는 노조파괴행위 그 자체였다. 항상적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26개업체)의 요구와 정규직의 요구는 다를 수 밖에 없다. 투쟁속에서 원청자본의 탄압에 대한 공동대응의 의미로써 정규직과 비정규직 양자의 동등한 조건하에서만 통합은 의미가 있다. 동등하게 서로의 이해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굳이 통합할 필요가 없다. 기아차지부 혹은 금속의 관료들이 주장하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문제는 사측의 논리이다. 비정규직의 파업이 생산을 타격하고 고용안정화를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반대로 흡수통합이 완료된 지금의 시점에서 원청 사측 자본과 어용세력의 공세는 그 어느 때보다 거세졌다. 순망치환이다. 전투적인 비정규직 노조의 파괴로 기아차지부의 투쟁동력은 상실 되었으며, 사측의 통제와 간섭은 보다 강화 되었으며 현장에서는 임단협에서 합의된 사항이 지켜지지 않아도 아예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동우 동지에 대한 조합원 인정 및 해고자 복직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기아차지부 및 금속노조 관료에게 있다. 기아차지부 및 금속노조 관료가 기아차 비정규직 지회를 파괴했기 때문이다. 기아차지부 집행부와 금속노조 관료는 이 문제와 해고자 전원복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를 해결 하던가 아님 통합이전의 원상태로 되돌려놓아야만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갈등과 불신을 초래하고 진정한 단결을 저해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인가? 자본가 계급과 타협하고 노사 상생관계 속에서 안주하고 노동자들을 통제하려는 민주노총 상층부, 금속과 기아차지부 관료들의 조합주의, 계급협조주의 이다. 이들을 제거하지 않는 한 올바른 의미에서의 단결은 기대할 수 없다.

 

  1사1조직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해 양단간에 결정을 하라는 이분법적인 논의는 올바른 단결의 원칙을 저해한다. 이 논리의 프레임은 관료들의 프레임이다. 즉. 이 논리 속에는 이 논리를 거부하면 무조건 분열주의자가 되어 고립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저의가 깔려있다. 통합 혹은 단결에 대한 논의는 이분법적인 논의 말고도 제3의 방법도 있고 무수한 방법이 있다. 그들 관료들이 갖고 있는 그들 중심의 통합논의를 거부하고 비정규직지회가 독자적으로 칼자루를 쥐고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지회의 독자성이 보장되지 않는 흡수통합이 된다면 거부해야만 하고 제3의 방법으로써. 원. 하청 공동투쟁과 연대 투쟁으로써 다른 단결의 방법을 모색해야만 한다. 통합하게 된다면 최소한. 비정규직 전체에 대한 조합원 인정. 비정규직지회의 독자 파업권. 비정규직 지회의 의결권이 보장되어야만 한다.

 

 

  무엇보다 이들 우리운동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관료들. 개량주의자들이 쳐놓은 장막을 걷어내지 않는 한 우리의 운동은 단 한 치도 발전할 수 없다. 부르조아와 타협하는 민주노총 상층부의 관료주의. 기회주의를 제거하고 노동자계급의 당파성에 입각한 평조합원 운동이 될 때에만,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동등한 조건에서 자본가계급에 대한 공동투쟁의 일환으로써 작용 할때만 대동단결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때에야 비로소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은 해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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