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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7호] 4.11 총선과 노동자계급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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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1 총선과 노동자계급의 과제


 

 

고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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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번 4. 11 총선은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는 지난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일어난 이후 치러지는 선거 중 역대 최악의 선거로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물론 부르주아 선거의 본질에 대해 비판하고 폭로하는 것은 그것대로 필요하지만 해당 시기에 구체적으로 필요한 정세적 과제를 제기하는 것과 분리된 채 원리적/원칙적 수준(차원)에서만 비판하는 것에서 그치거나, 이러저러한 현실적 이유(사실은 자기 조직이 처한 한계)를 들어 정세 대응을 미루는 것은 무기력함을 넘어설 수 없고 정당화 될 수도 없다.

 

  이번 4. 11 선거가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역대 최악의 선거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즉 노동자계급의 입장에서 이번 4. 11 선거에서 제기해야 할 최대 정세적 과제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대가 단지 부르주아 야당으로의 정권 교체, 즉 반MB 야권연대로 왜곡/수렴되는 것을 저지하는 것, 그리고 통진당에 대한 대안으로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또 다른 의회주의로 귀착되는 것을 저지해야 하는 것에 있다. 그러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전술)은 바로 이와 같은 정세적 과제를 구체적/실물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명확한 정세 구심, 정치적 대안 구심을 형성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움직임 자체가 매우 미약하다는 사실이다. 이 점이 지금 다른 모든 문제에 앞선 가장 결정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2

 

  사태가 이 지경에 처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 15년 이상에 걸쳐 지속된 잘못된 ‘진보정당’ 운동과 바로 그러한 ‘진보정당’ 운동을 낳고 또한 그 ‘진보정당’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자처한 관료화되고 박제화된 공식노조가 걸어온 행태에 있다. 그러나 짧게는 지난 2007년 말~2008년 초에 걸쳐 일어난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로부터 시작하여 그 뒤 지속된 이른바 ‘진보대통합(당)’ 논의와 ‘진보의 재구성’ 논의가 저지른 잘못을 들 수 있다.

 

  무엇보다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의 원인을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이 주도한 노동자 독자적 정치세력화가 실패한 데서 찾지 않고, 즉 그에 대한 발본적/근본적 평가를 미룬 채 엉뚱하게도 민주노동당 분당이 가져온 효과/후과를 봉합하려는 데 모든 초점이 맞춰지고 말았다. 이렇게 되기까지 민주노총 관료지도부가 절대적 역할을 수행했다. 이 때문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대중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서 벗어나 오히려 도로 민주노동당(진보대통합)으로 돌아가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은 주체로 되살아나게 되었다. 여기에 일조를 한 것이 바로 이른바 ‘진보의 재구성’ 논의였다. ‘진보의 재구성’ 논의는 사민주의/개량주의/의회주의 전략이 낳은 폐해에 대해 논쟁하는 것을 건너뛰고(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추상적 언사, 사실은 비정치적/탈계급적 내용으로 가득 찬 ‘가치 논쟁’으로 둔갑시켰으며 민주노총 관료의 문제를 노동자계급 자체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으로 이끌었다.

 

  여기에 ‘진보교연’을 중심으로 한 소부르주아 지식인(교수, 연구자)이 크게 한 몫 거들고 나온 사실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마침 이명박 정권에 의해 그나마 가지고 있던 기득권을 빼앗겨야 하는 처지에 몰려 있었다. 정확히 그들의 사회경제적 처지가 심각하게 위협당하는 현실을 절감하게 된 것이다. 그들 전부는 아니지만 그들의 대표적 인사들은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에는 그래도 그들 정권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유지했으며, 그 중 일부는 여전히 변혁적 전망을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다시 말해 이명박 정권을 향한 원망이 잘못된 결과를 낳게 한 것이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방안이 없다. 마침 당시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적수가 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었던 것도 그들에게 잘못된 판단을 일으키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이른바 ‘선 진보대통합, 후 (조건부)민주대연합’ 논리를 들고 나오게 되었다. 민주노동당으로서도 진보신당으로서도 충분히 자기들의 입장에서 활용할 가치가 있는 논리였으며 실제 그 뒤로 철저히 그렇게 활용 당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정치력에 대해 주관적 착각을 하고 있었으며 오히려 사회주의 세력을 철모르거나 정치를 모르는 원칙주의자 내지 정치적 아마추어(세력)으로 매도했다. (물론 사회주의 세력이 저지른 잘못은 그것대로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것은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다.) 

 

 

#3

 

  4. 11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과 민주당 등 지배계급 분파들이 복지,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등과 같은 현란한 정치적 수사를 앞 다투어 쏟아내고 있다. 노동자 민중들은 이명박정권과 한나라당(새누리당)에 대해 직접적으로 분노하고 있지만 그 배후에 있는 재벌을 비롯한 자본가 지배체제와 그 일부인 민주당에 대해서도 분노하고 있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지배계급 각 분파들로서도 일단은 어떤 형태로든 노동자 민중을 달래야 할 필요성이 긴급해 진 것이다. 그 때문에 민주당의 경우 마치 정권만 바뀌면 금방이라도 세상이 달라질 것처럼 온갖 호들갑이 난무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과의 야권연대에 목을 매는 통진당은 오히려 오른쪽으로 이동하여 정리해고제 폐지는 정리해고 ‘요건 강화’로, 비정규직 철폐는 ‘차별 축소’로 자본가 정당들을 따라하고 있다. ‘야권연대’ 공통 공약으로 한미FTA 폐지는 사실상 실체도 불투명한 ‘전면 반대’로 애매하게 처리하고, 제주 ‘해적기지’ 논란에서는 아예 지배계급의 논리를 손들어주는 현상마저 등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 때다 싶게, 반MB 프레임에서 탈출해 오히려 한미FTA와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공격적으로 선거 쟁점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다.

 

  바로 그 결과가 최근 반MB 대세가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배계급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는 온갖 매체들이 이 때다 싶게 자본가정당 사이의 쇄신/혁신 경쟁이나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을 앞 다퉈 보도하면서 이것들이 마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이슈나 쟁점인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그나마 반MB라는 개념 속에 남아 있던 최소한의 계급적대성마저 완전히 앗아가려고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야권연대 입장에서도 겉으로와는 달리 내심으로는 반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야권연대 최대의 목표는 오로지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는 것과 연말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달성하는 것뿐이다. 여기에 금상첨화와 같은 것은 자신들이 해결 할 의지도 없으며 감당할 수도 없는 노동자 인민대중의 요구와 관심사를 자본주의 체제 내에 묶어두는 일이다. 물론 그 때문에 선거에서 불리하다 싶으면 ‘립 서비스’는 언제든지 다시 등장하겠지만 말이다.

 

 

#4
 

 

  지난 2007년 대선 참패 뒤 민주당은 끝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었다. 2008년 촛불투쟁 당시 민주당이 초라한 몰골을 보였던 것도 그 때문이다. 대중들의 폭발적인 지지와 참여 속에서 촛불투쟁이 전개되자 민주당은 촛불에 개입하고 싶어 했지만 시위 대열에 얼씬거리는 것조차 거부당했고 정치적으로 고립되었다. 알다시피 촛불투쟁의 내용이 급진적, 반자본주의적이어서가 아니다. 집권 기간 동안 대중들의 경험으로 이미 그 반노동자적 반민중적인 실체가 철저히 폭로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 상황에서조차 대중의 상태나 요구와는 전혀 동떨어진 이른바 뉴민주당 플랜을 들먹이고 있었을 뿐이다. 이러던 민주당이 어느새 작년 희망버스에 이어 이제 한미FTA 반대투쟁에서는 당당히 대중집회 연단에 올라 노동자 민중들의 반이명박 분노에 대한 정치적 대변세력처럼 행세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을 이처럼 되살려 놓은 동력은 어디에 있는가? 물론 일차적으로는 이명박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분노와 불만을 말할 수 있다. 노무현/김대중의 연달은 죽음도 분명 한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것은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치러진 재보궐 선거와 지방선거에서부터 시작된 ‘야권/후보단일화’ 즉 ‘야권연대’에 있다. 대중들은 그 때나 지금이나 결코 다른 대안이 없다고 봐서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 관료들과 진보정당들에 의해 민주당 지지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계급운동 내 이들 계급협조 기회주의 세력들이 집권 기간 철저히 폭로되어 주변부로 밀려나 버린 민주당에게 야권연대라는 신임장을 바치고, 노동자 민중들을 다시 민주당 주위로 불러 모은 것이다. 그래 놓고는 그걸 근거로 또 다시 ‘야권연대’의 정당성을 부르짖고 있는 것이 통진당이다.

 

  통진당으로서도 ‘야권연대’를 통해 죽어가던 존재감을 되살리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통진당 이전 민주노동당 시절에 그들은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나는 투쟁하는 노동자들로부터 전혀 신임/환영받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야4당(야5당) 중재단을 만들어 현자비정규직 25일간 점거투쟁을 비롯해 쌍용차, 금호타이어, KEC, 한진중공업 등 노동자 투쟁들을 주저앉히고 깨뜨려 왔던 역할을 되풀이 했던 것을 노동자들이 알고 있었던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안철수, 박원순, 나꼼수 현상이 등장하면서 ‘진보정당’의 존재감은 대중들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었던 사실이다. 특히 지난 서울시장 보궐 선거 당시에는 굴욕적인 태도마저 보일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기까지 했다. ‘자본가정당’과 단절하라는 요구를 당 안팎에서 들어야 할 만큼 정치적으로 시달렸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은 그 위기를 자본가정당인 ‘국참당’과 통합하는 것을 통해, ‘야권연대’를 밀고 나가는 것을 통해, 원내 교섭 단체를 달성하자는 것을 통해, 민주당과의 ‘공동정부’를 세울 수 있다는 주장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통진당은 전국적 차원에서 민주당과의 ‘야권/후보단일화’를 성사시켰다. 민주노총은 이런 통진당을, 아니 ‘야권 단일후보’를 사실상 배타적으로 지지하는 방침을 강행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2천명 가까이 노동자를 구속했으며,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악법, 노사관계 로드맵을 밀어붙여 대량실업과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한미FTA 추진과 이라크 파병, 노조 말살·노동탄압으로 수많은 노동열사들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철저히 1% 재벌, 자본가계급의 천년왕국을 위해 99% 노동자 민중들을 억누르고 생존권을 파탄으로 내몬 자본가 정권과 그들 주역들을 노동자가 나서서 지지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진보신당(사회당과 통합한)도 기회주의로 말하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야권연대’를 반대하기는커녕 한 술 더 떠 자신들은 ‘야권연대’를 거부한 적이 없다는 주장을 앞세워 오히려 이정희 통진당 공동대표를 ‘허위사실’를 유포했다고 고소하는 촌극까지 벌이고 있다.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거제에서 ‘야권 단일후보’가 된 것을 가장 다행스럽게 생각해야 할 만큼 한심한 몰골을 보이고 있다.

 

 

#5

 

  한편 야권연대와 통진당 반대 흐름(더 정확하게는 통진당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통진당이 추진하는 민주대연합 반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들이 중심으로 참여하고 있는 ‘선언운동본부’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이 흐름은 정체성이 모호할 뿐만 아니라 야권연대 반대를 일관되고 철저하게 진행시킬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한마디로 ‘진보신당’ 지지하라는 거냐?라는 반문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이와는 달리 쌍용자동차 희망텐트촌 투쟁을 계기로 형성된 ‘노동자참가단’이 있다. ‘노동자참가단’은 바로 희망버스 투쟁이 ‘국회권고안’ 앞에서 좌절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희망버스 투쟁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노동자참가단’은 <점령하라> 제호의 유인물을 통해 일관되고 철저하게 반MB 야권연대가 갖는 허구성을 폭로하고 노동자 인민대중의 직접행동, 직접정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노동자참가단’ 역시 야권연대에 맞서는 전국적 정치전선을 현실화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비통진당 ‘범좌파’(정당)을 모색하려는 흐름이 있다. 그러나 이 흐름 역시 자신들의 주관적 주장이나 의도와는 관계없이 ‘선언운동본부’가 부딪치고 있는 한계를 고스란히 안고 있으며 즉각 정세에 대응하려는 태도를 유보 또는 포기하고 대기주의에 빠져 있다.       

 

  적어도 작년 희망버스 투쟁이 ‘국회권고안’ 앞에서 좌절되기 시작할 때부터라도 야권연대에 맞서는 전국적 정치전선을 형성하기 시작했어야 했다. 노혁추는 바로 그 시점에서 “2012년 노동자계급 총단결투쟁 10대 요구”를 내걸고 야권연대에 맞서는 전국적 정치전선을 형성하자는 주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노혁추는 희망버스 투쟁이 불러일으킨 아래로부터의 자발적인 연대투쟁, 즉 공식노조 체계와 질서에 얽매이지 않고 동시에 ‘진보정당’으로부터 촉발되거나 ‘진보정당’에 의해 주도되지 않는 투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목격하면서 이 운동을 더욱 진전시키는 것이 너무도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10대 요구>와 같은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총기치를 내걸고 투쟁함으로써 야권연대에 의존하지 않는 전국적 정치흐름을 형성해야 할 필요를 절감한 것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진보정당들은 ‘민주대연합’이냐, ‘진보대통합’이냐를 놓고 세월만 죽이고 있었다.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혁명적 투쟁, 유럽에서의 광장점거시위, 마침내 미국에서 등장한 월가점령운동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는 자본주의 체제에 대항하는 아래로부터의 노동자 인민대중의 직접행동과 투쟁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정세였음에도 진보정당들은 그런 것과는 아랑곳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지금 노동자 인민대중이 처한 상황은 참으로 어렵다. 이대로 계속 간다면, 즉 야권연대에 대당하는 전국적 차원의 정세적 대안 구심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2013~14년 예상되는 지배계급의 총공세를 그대로 당해야 하는 현실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민주노총에서 말하고 있는 정치총파업을 현장에서부터, 아래로부터 실질적으로 조직하는 것을 통해 현 상황을 돌파하자거나, 더 나쁘게는 선거 국면에 대한 개입 자체를 터부시하는 태도와 전술로는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정치총파업을 조직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오직 그것을 통해서만 전국적 정치전선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것도 대중에게 야권연대 반대를 직접적이고 노골적으로 폭로하는 것이 여의치 않다는 상황인식에서 그런 것이라면 더욱 재고해야 한다. 야권연대 반대를 분명히 하지 않는 정치총파업이 어떻게 가능하며 어떻게 조직될 수 있겠는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적 명확성이다. 도대체 누가 노동자 인민대중과 함께 끝까지 정세를 부여잡고 투쟁하려는 지를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우선 <희망광장>에 모인 투쟁하는 노동자들로부터, 자기가 속한 조직의 낡고 보수화된 이데올로기를 벗어 던지고 오로지 현 자본주의 체제가 노동자 인민대중에게 가하는 고통을 끝장내기 위한 투쟁을 해야 한다고 믿는 활동가들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아니 지금은 그렇게 시작해야 한다.

 

  다시 촛불투쟁과 같은, 이명박정권과 새누리당에 맞서는 대중투쟁이 타오르면 기만적인 야권연대가 힘을 잃어버리고 민주당은 고립되거나 주변부 세력으로 밀려나게 될 수 있을 것인가? 지금은 2008년 촛불 같은 자생적인 대중투쟁을 기대할 수 없다. 민주당과 야권연대 같은 제도정치권과 의회에 의존하지도 않았고 의존할 것도 없었던 2008년 촛불 당시의 대중 동력이 현재는 반MB 야권연대에 의해 대부분 수렴되거나 봉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반이명박정권’/ ‘반새누리당’만으로는 설사 촛불과 같은 자생적인 대중동력이 올라오더라도 결코 야권연대와 반MB 선거심판론을 넘어설 수 없다. 국회의 비준 이후 전개된 한미 FTA 반대투쟁 같은, 일시적으로 의회를 벗어난 것처럼 보였던 대중투쟁에서도 민주당은 야권연대 지지 세력들에 의해 ‘국회 내에서 야권연대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비난받았을 뿐, 야권연대 자체가 힘을 잃어버리거나 민주당이 폭로 타격받고 주변부 세력으로 밀려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다. 누가 뭐래도 지금 한미FTA 반대투쟁의 성과는 민주당과 야권연대가 다 챙기고 있지 않은가.

 

  대중투쟁이 자생적으로 터져 나오기를, 그것도 그 내용이 반자본주의적, 변혁적인 방향으로 터져 나오기를 기대하는 식의 대기주의를 떨쳐버려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투쟁이 진전되면 그 속에서 지도력의 문제를 해결해 줄 전위당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것이라는 따위의 환상을 깨야 한다. 야권연대에 맞서는 대안적인 정세 구심을 지금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명박 정권과 1% 자본 독재에 대한 노동자 민중들의 분노와 저항이 어떻게 반MB 야권연대와 선거심판으로 왜곡 수렴되는 것을 막아내고 자본주의 그 자체와의 투쟁으로, 혁명적 계급투쟁으로 나아가도록 할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적인 총기치와 대안적인 전국정치전선을 어떻게 세워낼 것인가? 혁명적 정치조직들, 계급협조에 반대하는 평조합원 현장활동가들, 의회주의에 반대하는 직접행동 활동가들,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모두 결집하여 야권연대에 맞설 대안적인 정세구심을 형성하고 대안적인 전국 정치전선을 쳐야한다.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희망광장, 한미FTA 반대투쟁, 사내하청 정규직화 투쟁, 야간노동 철폐투쟁, 장투사업장 투쟁, 대학 등록금 폐지투쟁, 물가폭등에 맞선 최저임금 인상/생활임금 쟁취투쟁, 민영화 반대투쟁, 해적기지 건설 반대투쟁, 전쟁 반대/핵 반대투쟁, 재벌 반대투쟁 등 모든 투쟁전선에서 이러한 대안적 정세구심을 작동시키자. 그리고 대안적인 전국정치전선 아래 이 모든 투쟁들이 배치되어 반MB 야권연대를 딛고 자본주의 그 자체와의 투쟁으로 나아가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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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7호] <현장기고> 두 갈래 길 앞에 선 '희망'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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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기고] 두 갈래 길 앞에 선 ‘희망’운동

 

 

강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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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0일 시청광장에 쌍용자동차, 재능교육, 유성기업, KEC,  콜트-콜텍, 코오롱 정투위, 기아차해복투, 현대차비정규직, 대우차비정규직, 기륭전자 등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99% 희망광장’의 기치 아래 모여 들었다. 이들은 길게는 8년, 짧게는 몇 달 전 정리해고에 의해 공장 밖으로 쫓겨났고, 비정규직으로 내몰려 신음하다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이다.

 

  이보다 앞서 1월말부터 2월초까지 2주일 동안 이 사업장을 포함하여 한국 3M, 대우자판, 풍산금속 노동자들이 함께한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희망발걸음’ 투쟁이 있었다.
  한편, 2009년 77일간의 공장점거투쟁을 벌여냈던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희망버스로 표출된 힘을 바탕으로 세 차례에 걸쳐 ‘희망텐트’ 투쟁을 전개했다.
  작년 여름에는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콜트-콜텍, 재능교육, 발레오공조코리아 등 정리해고, 비정규직사업장 노동자들이 광화문 KT빌딩 앞에서 노숙을 하며 ‘희망꽃밭’을 표방하고 투쟁을 전개했다.
  이 모든 투쟁의 이름만 살펴봐도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모두 저마다 ‘희망’을 내걸고 아직은 요원하게만 보이는 희망을 찾아 앞장서 분투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요원하게 보이는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어떻게 하면 그리 될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미 우리 앞에는 크게 두 갈래 길을 제시하며 우리에게 행동을 요구하는 세력들이 있다. 하나의 길은 바야흐로 선거의 해인 2012년 반MB 야권연대를 통한 정권교체를 위해 투표장에서 야당에게 몰표주기의 길이다. 다른 하나의 길은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은 한계에 달한 자본주의가 유지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기에 이를 철폐시키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를 갈아엎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스스로 대안 정치세력이 되어 투쟁하기의 길이다. 우리가 어느 길을 택하느냐에 따라 우리 운동의 사활이 걸려 있는 것은 물론 정리해고자, 비정규직 노동자 개인에게도 상반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다. 아래에서는 우리가 어떤 길을 택해야 하는 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희망버스는 노동자계급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희망버스에 대해 아주 여러 곳에서 다양한 평가를 진행했다. 대중의 역동적 자발성에 대한 ‘재’발견, 조직노동자 운동의 더딘 대응 내지는 무대응에 대한 ‘재’평가가 주류를 이루었고 일정 부분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국회권고안이 나오고 보여줬던,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주체들의 모습, 더 나아가 희망버스 기획단, 좌파 정치세력의 대응은 제대로 평가되지 못한 채, 아쉽지만 김진숙 지도위원이 무사히 생환한 것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유야무야되어 버렸다. 이러한 사태진행이 처음이라면 모르겠지만 우리는 그리 오래지 않은 과거에 쌍용자동차 8.6 합의에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공장점거 투쟁의 마무리 국면에서 ‘똑같은’ 경험을 한 바가 있다.

  누구의 눈에도 그 권고안이 미진하고 100% 실현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었지만 그 이전의 숱한 합의가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던 쓰라린 기억을 더 많이 갖고 있던 조직, 개인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왜? 첫째, 조직되지 않은 미조직 대중들의 자발성에만 철저히 기댔기 때문이다. 정작 투쟁주체들은 언제나 이들의 종속변수였다. 둘째, 그 대중들을 하나로 엮을 정치가 존재하지 않았다. 김진숙이라는 아이콘에 집중된 ‘열망’은 있었지만, 정리해고 철회라는 슬로건은 존재했지만 ‘어떻게?’라는 것에 대한 내용 논의는 부족했다. 셋째, 조직 노동자운동의 무능력과 좌파 정치조직의 실력이 그대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조직을 만들어 투쟁하는 이유는 운동을 조직하기 위함도 있지만 언제라도 터져 나올 수 있는 대중의 역동성을 한 곳으로 모아 기성체제에 파열구를 낼 수 있는 곳으로 집중시키는 등 우리의 역량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위치에 복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리 조직운동은 어떠한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이리하여 글자그대로 정말 목숨 걸고 크레인에 오르고 공장을 무덤 삼겠다는 각오로 전개한 투쟁들이 야당이 개입하고 중재안이 나오면서 정크본드 수준의 어음 한 장 달랑 받고 정리당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 데도 굴하지 않고 싸우고 있는 투쟁사업장 노동자들에게, 투쟁의 길에 처음 들어서는 노동자들에게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이제는 실물로 보여줘야 할 때다. 그래야만 더 이상 죽 쒀서 개주는 꼴을 안 보게 될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희망이 현실이 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은 지금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세력들의 실천을 바탕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희망텐트, 희망발걸음, 희망광장에는

‘희망’을 넘어설 정치가 필요하다.

 

  올해에는 작년 희망꽃밭과 확연히 다른 점이 하나있다. 바로 선거를 목전에 두면서 이것이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선거를 통해 정권교체를 이루어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을 철폐하여 ‘희망’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현안 사업장 노동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정치가 좀 더 그럴듯하게 좀 더 노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도 잠깐 살펴봤지만 현재 야당의 중재로 투쟁을 마무리했던 사업장들은 최악의 결과물을 받아 안아야 했다. 지금도 진행 중인 21명의 죽음, 수백 명에 달하는 해고를 포함한 징계, 수십 명의 구속, 수백억 손배소송.
또 있다. 정리해고제, 변형근로시간제, 근로자파견제는 김대중 정부에서, 기간제법 등 비정규직 악법은 노무현 정권에서 시행되었고 그 기간 동안 헤아릴 수조차 없는 노동자들이 희생당했고 이를 막기 위해 투쟁하다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바쳐야 했고 수백 명이 감옥에 끌려갔다. 이른바 민주정부 하에서 구속, 수배, 해고된 노동자가 더 많았다는 것은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최소한 희망광장에 모여 있는 노동자 대다수는 그들 스스로의 경험에 의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을 만드는 데 앞장선 현재의 야당에 기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 중 일부는 이미 민노당과 국참당의 무원칙한 야합에 반대하여 민노당을 탈당하고 야합 반대성명을 내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나아가 야권연대에 대해 맹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방침에 반기를 들고 ‘선언운동본부’를 결성하는 데 동참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희망’운동이 민주노총 지도부가 올인하고 있는 야권연대와 다른 길을 걸음으로써 미조직 대중들의 자발적 참여와 눈 밖에 난 투쟁사업장 위주로 그 동력이 형성되었는데도 정작 이들 사이에서 정치가 실종된 것이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헌신적으로 투쟁하는 노동자들,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폐해를 온몸으로 경험했기에 누구보다 더 절실하게 이의 철폐를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이를 위해서 어떤 정치를 갖고 어떻게 투쟁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진지한 토론을 거치지도 못했고, 정치적 대안세력에 대한 고민도 공유한 바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이들 내부에서는 야권연대에 대한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알아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 것 같은 수준에서만 논의와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경험으로 알고 있는 것처럼 선거판세가 박빙이거나 현 정권의 폭정이 극에 달할수록 선거일이 다가올 때 노동자 개인이 유권자로서 받는 압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래도 이명박보다는 낫다는 생각, 똑같은 놈이지만 내가 기권함으로써 혹시 한나라당(새누리당) 놈들이 반사이익을 누리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 등이 결정적인 국면에서 현재의 ‘희망’운동에 커다란 원심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위험이 내포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희망텐트에도, 희망광장에도, 앞으로의 ‘희망’운동에도 살아있는 노동자계급의 정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희망광장에 모여 있는 노동자들은 청와대 가까이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라 왜 청와대로 달려가지 않느냐고 목청 높여 투쟁의지를 밝히는 노동자들이기에 그러하고 이미 공장점거, 1,000일을 훌쩍 넘기는 장기투쟁의 경험과 실천으로 야권연대에 앞장서 반대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들에겐 이미 상당한 정치적 합일점이 존재한다. 이제 그것을 밝히 드러내고 이를 조직하여 더 크고 강력한 운동을 시작할 때이다. 그 첫발은 이제 ‘희망’운동의 이름으로 선명하게 야권연대에 반대하는 것이다. 우리의 ‘희망’은 이명박 정권은 물론 결코 야권연대에도 있지 않다는 것을 단지 선언이 아니라 가장 노동자적인 방식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아니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특수고용노동자는 당연히 노동자이기에 단체협약 쟁취할 때까지 투쟁하는 것이고, 다시는 야당 중재안에 속아 공장점거를 풀지 않는 것이고, 이들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엄호하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집권여당일 때 한미FTA나 강정해군기지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이 그 당시 뭘 잘 몰랐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이다. 이명박 정권하에서도 민주당에 뒤통수를 한두 번 맞은 것이 아니다. 그 때 민노당은 무엇을 했고 뭐라고 했던가? 삶의 벼랑 끝에 서서 투쟁하다 분신한 노동자를 두고 비아냥댔던 것이 노무현 정권이다. 그리고 그런 정권의 핵심에서 전도사를 자처하던 유시민의 당과 통합한 뒤 전태일과 노무현이 만났다라고 선언하는 통진당에게 표를 던지라는 말인가? 치매 환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그들과 야권연대를 하자고 주장할 수 있으며, 철면피가 아니라면 어떻게 야권연대를 통해 창출해 낼 정권이 노동자들을 위해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을 철폐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는가?

 

  ‘희망’운동이 이처럼 자명한 사실에 대해 침묵한다면 의도와 달리 ‘희망’운동조차 야권연대의 제단에 제물로 바쳐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목소리를 ‘지나치게’ 크게 내면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거나 지나친 소심함이다. 이미 ‘희망’운동에는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데 한 치의 두려움도 없고 주저하지도 않을 사람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이미 몇몇 조직과 개인의 이름으로 무원칙한 야합인 야권연대에 반대하는 실천을 하지 않았는가? 또 이러한 ‘희망’운동의 정치에 동감하기에 함께하기 위해 모여드는 미조직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현실과 문제의식을 희망광장에 녹여내고, 청와대 포위투쟁에 앞장서고, 총파업 조직에 앞장서고 한다면 4월 11일에 그리고 그 이후에 우리 눈앞에 보이는 각 정당들은 이러한 힘에 의해 좀 더 왼쪽으로 와 있거나 왼쪽에 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부산을 떨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욱 중요하게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중심이 된 정치세력이 어느덧 대안세력으로 우리들 앞에 한 발짝 더 다가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처럼 야권연대의 기만성과 폐해를 사실과 경험에 입각하여 앞장서 폭로하고 그들이 제시하는 죽음의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열어젖혀야 할 우리의 길을 힘차게 걸어가면서 우리가 스스로 대안세력이 될 때만이 정리해고도 비정규직도 없는 노동자들의 세상이 우리 앞에 다가올 것이다.

 

  자 이제 더 이상 두 갈래길 앞에서 멈칫거릴 이유도 시간도 없다. 야권연대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향한’ 99%의 길이 결코 아님을 선언하고 노동자는 단지 표 찍는 기계가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대안세력임을 행동으로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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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_창간준비 7호] 불법파견 "문제 해결"인가, 사내하청· 비정규직 “철폐 투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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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문제 해결”인가?

 

사내하청·비정규직 “철폐 투쟁”인가?

 

 

안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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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23일 대법원 확정 판결이후, “불법파견 철폐, 정규직화 쟁취!”는 현대자동차에서 먼 미래에 가능한 당위적 구호가 아니라 당장 풀어야할 현실 과제로 떠올랐다. 따라서 “비정규직 철폐 투쟁” 계획은 매우 구체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판결 한 달을 훌쩍 넘긴 오늘까지도 현장에선 선언적 수준 이상 이렇다 할 구체 방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범죄를 행한 가해자 현대자동차 사측만이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노력하는 형국이다.

 

 

불법파견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현대자동차 사측!
사내하청·비정규직 “철폐 투쟁”에 망설이는 현대자동차 지부!

 

  분명, 판결에선 사측이 졌다. 그런데 선제공격에 나선 쪽은 사측이다. ‘대법판결 존중’을 운운하면서도, 2월 29일 공장장 담화문에서 “금번 23일 대법원 판결은 사내하청과 관련한 개인의 판결이며, 전체 사내하청을 대상으로 하는 판결이 아님을 직시해야” 한다며 판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3월 초에는 “대법원 판결의 당사자 뿐 아니라, 사내하청업체에서 2년 미만 일한 근로자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논의할” 특별 노사협의체 구성과 노사 현장조사단 등 대법원 판결 이행을 위한 방안을 노조보다 ‘먼저’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여전히 지회 해고자 출입을 봉쇄하고, 지회 선거에 프락치까지 동원해 후보 등록한 선본을 주저앉히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이런 적극 선방과 함께 잽도 날리고 있다. 1공장 FS터보 M/H 협의과정에선 턱없는 인원감축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며, 4공장 NC협상에서는 외주화와 모듈화를 대폭 높여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현대차지부 긴급지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 공장에서 2년 이하 비정규직 노동자 계약해지를 자행하는 등 노조 대응을 시험 삼아 찔러보고 있다.

 

  이처럼 현대차 사측은 자신이 생각하는 불파 문제 처리방안에 맞춘 프로그램을 착착 실행하고 있다. 이에 반해, 현대차지부를 비롯한 현장은 아직까지 기본 방향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법승소로 승기를 틀어쥐고 있는데다 사측보다 먼저 구체 투쟁계획으로 나서야 할 주체들이, “대법판결 이행, 정규직화”라는 누구나 말하는 수준 정도의 선언 이상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지부는 판결 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1만 여 모든 사내하청의 정규직화가 아닌 “최병승과 유사한 3,000~4,000명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판결을 기준으로 정규직 전환대상자를 축소하고 있다. 또한 3월 5일 현대-기아차 공동투쟁본부 기자회견에는, 현장대의원들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신규채용 시 비정규직 우선 채용”을 공동요구로 발표한 바 있다.
  즉각 선포해야 할, 상식 수준의 ‘긴급지침’ -- △신규 비정규직 투입 및 계약해지 금지, △전환배치 및 공정분리 금지 -- 또한 마찬가지다. 2주간의 논의 끝에 긴급지침을 내리긴 했으나, 지금도 비정규직 정리해고와 전환배치는 벌어지고 있다. 또한 가장 기초 수순으로 해야 할 수배 중인 최병승 동지 조합원 신분 처리는 3주 가까이 지나서야 선언됐다. 조합비 납부 관련한 구체 실무 문제도 말끔하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간단한 경위만으로도 현대차지부가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 아니라, ‘문제 해결’이라는 관점을 사측과 공감하고 있지 않나 하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현대차지부 태도는 앞선 문제 외에도 첫 주요사업으로 제출한 전수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소, 나이, 성별, 결혼여부, 부양가족 등 실태조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문항과 현재 일하고 있는 공정 상세내용을 파악하고 있는 ‘비정규직 고용 및 근무형태 실태조사’가 그렇다. 이미 ‘불법파견’임이 판결난 마당에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현장 활동가들 의문 속에 실시되고 있어서인지, 투쟁계획 하에 배치되지 않아서인지 실태조사의 수거율은 저조한 상태다.

  비정규직 전체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문제는, 실태조사를 잘하고, 판결 문구를 잘 해석하는 것에 달려있지 않다. 설령 회사 입장이 아닌 ‘비정규직 철폐 투쟁’이라는 올바른 내용으로 진행하더라도 말이다. 이는 분명하게도 투쟁에 대한 태도 문제다. 지금까지 명확한 투쟁 기조를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사측의 공세적인 대응과 제안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벌기’로 일관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장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불거진 불파 문제를 테이블에 앉아 전수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해결할 것인가, 사내하청 폐지를 위한 투쟁을 전면화할 것인가. 협상테이블을 통해 노사공동의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으려는 태도는 비단 비정규직 문제 뿐 아니라 주간연속2교대 관련한 대응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다.
 이 두 방안 사이에 절충은 없다. 물론, 제 3의 방안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물음을 회피하고선 단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다.

 

 

얼만큼 정규직화 할 것이냐? vs 얼만큼 투쟁할 것이냐!
모든 사내하청 정규직화 요구를 분명히 하고

구체 투쟁계획 필요한 때다!

 

  이번 대법 판결은 현대차 내 비정규직 자체가 불법파견임을 증명한 것이다. 단 하루를 일하더라도 불법은 불법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일부 비정규직들만 해당하는 문제라는 식의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이런 추세에 힘입어 얼마 전 전주지방노동위는 충남지노위와 동일하게 직접생산라인만을 불법파견으로 인정하고 생관, 보전 등 간접부서는 합법도급으로 판결했다. 또한 모든 지노위에서 의무자와 2년 미만자들은 현대자동차 사용자성을 각하했다.

  이로부터 고용의제에 해당하는 2005년 이전 입사자와 고용의무에 해당하는 2005년 이후 입사자, 그리고 2년 미만자를 구분하는 태도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판결 직후부터 현장에서는 비정규직 뿐 아니라 정규직 조합원들, 심지어 활동가들까지 어디에 해당되는지 안 되는지에 착목한 질문들을 많이 쏟아내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도 모자라, 의제자/의무자/2년미만자, 직접생산라인/간접부서, 1차하청/2ㆍ3차하청 등으로 사측은 현장을 분열하려 들고 있다. 또한 올 한해 897명 신규채용 발표로 투쟁주체들이 투쟁에 나서지 않도록 꼼수를 부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8월 2일 개정된 파견법 시행을 앞두고 가능한 한 2년 미만의 비정규직을 정리하고 있다. 8월 2일부터는 하루 일해도 고용의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결국 법을 따르겠다던 사측의 속셈은 고용의제에 해당하는 조합원들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조건으로 진성도급을 합의하고, 나머지는 고용유연성을 위해 기간제로 사용하거나 구조조정으로 정리하는 방식으로 사내하청을 재편하겠다는 뜻이다. 사측 속셈은 이미 시작됐다.

  따라서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사내하청 폐지를 분명히 목표로 하는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명확한 기조와 전망을 갖지 않는다면, 빤한 사측 술수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얼마만큼 정규직화 시킬 수 있을까가 아니라, 얼마만큼 투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고민해야할 때다.

 

  물론 모든 투쟁을 준비하여야 한다. 그러나 불파 문제는 이미 8년 넘도록 오랜 시간을 끌어왔다. 대법판결로 다시 분위기가 올라오는 지금, 즉각 투쟁태세에 돌입하고 시동을 거는 게 아니라 새삼 준비된 투쟁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은, 지금은 싸우지 않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투쟁 확대를 위한 선거가 아닌 당선을 위한 행보가 사방에서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조차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통합진보당은 국회 20석 이상 확보하여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진보건 보수건 모두 비정규직 문제해결을 떠드는 선거정국에, 똑같이 여론전이나 추상적 정치선언에서 그칠 게 아니라, 실물적으로 투쟁을 만들어내기 위한 구체 계획이 제출해야 한다. 이제 선언이 아니라 실천으로 나설 때다.
 

 

 

원ㆍ하청 공동투쟁, 출발은 비정규직 스스로 투쟁부터!
파업, 파업, 총파업!

 

  현 상황의 관건은 비정규직지회에 달려있다. 투쟁주체이자 정규직화 대상인 비정규직동지들이 주체적으로 투쟁에 나서지 않는 한, 노사공동의 합리적 문제해결이라는 지금의 이상한 정국은 깨지지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그리고 당연하게도, 현장은 움틀거리기 시작했다. 기대감과 희망은 집회에 속속들이 참여하는 비정규직 조합원 수의 확대만큼 커져가고 있다. 수요집회는 현장 조합원 참여가 눈에 띄게 꾸준히 늘고 있다. (판결 후 2월29일 집회 150명 -> 3월7일 집회 170명 -> 3월14일 집회 200여 명) 최근에는 각 공장별 깃발을 띄우고 현장에서부터 조합원들을 모아 행진해서 참여하기도 하고, 업체별 자체 회의에서 집회 전원 참석, 중야식 선전전을 결정하는 등 자발적인 투쟁결의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해고와 징계, 그리고 비리문제와 내부 분열 등으로 지도력이 제대로 서지 않은 채 침체해왔던 그 동안의 분위기는 점차 과거가 되고 있다. 비록 아직 지회 정상화는 되지 않고 있지만, 여기저기서 어려운 조건에도 스스로 결의를 표명하는 동지들도 생겨나고 있다.

 

  이제 서서히 올라오는 투쟁 분위기를 구체적인 계획으로 다잡고 확대할 적기다. 2,3차 노동자, 식당, 환경, 경비를 포함해 모든 사내하청노동자 요구를 걸어야 한다. 이미 지회는 8대 요구를 갖고 있다. 8대 요구를 중심으로 하여 중단된 특별교섭을 요구하고, 지회 스스로 투쟁체계를 갖추어 본격적인 시동을 걸 때다. 현안 대응은 물론 출입투쟁 등 해고자의 선도 투쟁과 함께 현장 분위기를 끌어내며 지금부터 대중파업을 준비해 들어가야 한다. 사측이 주도권을 잡고 내부를 갈라치기 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단결하여 선제공격에 나서야만 한다.

 

  지난 CTS투쟁, 우리는 승리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고립된 투쟁, 준비 안 된 투쟁이라 평가하기도 한다. 더 많은 비조합원들을 조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만, 과연 쪽수가 적어서 승리하지 못했을까. 사회 각계각층에서 관심이 쇄도하고 전국적으로도 이슈화된 것은, 공장을 점거하고 우리 비정규직의 힘으로 직접 생산을 멈춘, 강력한 대중적인 파업투쟁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는 승리하지 못했지만, 패배한 것은 아니다.
  투쟁을 실제화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지, 준비한 후에 투쟁하자고 말하는 것은 하나마나한 소리다. 이미 투쟁은 시작됐음이 분명하다. 이제는 이것저것 잴 것이 아니라, 우리 요구를 분명히 하고 본격적인 태세를 갖출 때다. 뭐든지 싸움을 만들고 계획을 내고 행동해 나갈 때다. 올해야말로 지난해 찍지 못했던 승리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일어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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