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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범지대이자, 사각지대 대학 내 교수 성폭력을 말하다>(4)

미국의 경우, 70년대부터 대학 성폭력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화되고, 제도화되었다. 그러나, 오랜 노력을 기울여 온 이들 대학의 경우에서도 아직까지 성폭력 문제의 신고와 해결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으며, 이에 미국의 대학들은 성폭력 사건의 체계적 대응과 해결을 위한 방책들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와 같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례로 미국 하버드의 '성폭력 대응 연합'의 사례와 로렌스 대학의 성폭력 정책을 살펴보고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들과 성폭력 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찾아보고자 한다.

하버드 '성폭력 대응 연합'이 노력하고 있는 것들.

하버드의 '성폭력 대응 연합'에서 학생들로부터 자주 들어오는 성폭력에 관한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을 모아 놓은 글을 보면 대학 보건국의 조사 결과 2000년에만 128명의 학생이 유사 성폭력을 경험했으며, 52명의 학생이 성폭행을 당했음이 밝혀졌다고 한다. 심지어 사법부가 2000년 12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1000명 중 27.7 명의 여성이 강간을 당했으며, 이 수치를 하버드에 적용한다면 3000명의 여학생 중 한 해에 거의 83명이 강간을 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에 의하면, 하버드에서는 2000년에서 2001년 사이에 128명의 학생이 강간 시도를 당하고, 52명이 강간을 당했으며, 21명의 학생이 신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행정위원회는 이 중 오직 7건만 다루었고, 그나마 가해자 중 한 학생만 퇴학 조치되었다. 그러나 그 학생마저 2002년 가을 학기에는 다시 복학하였다.
하버드의 '성폭력 대응 연합'은 이와 같은 문제들이 대학의 행정 당국이 사건과 관련한 증거들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사건 처리 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로 보고,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대학의 행정 당국에 대하여 성폭력 사건의 사례들과 해결을 위한 증거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구체적이고 충분한 해결 과정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버드의 이와 같은 사례는 대학 내에 성폭력 정책이 수립되고 집행되더라도 제대로 된 사건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 당국의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집중과 체계적 집행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보여주고 있다.

로렌스 대학(Lawrence University)의 성폭력 정책

위스콘신 주 로렌스 대학의 성폭력 정책은 그간 대학 당국과 구성원이 많은 논의와 노력을 기울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대학의 성폭력 정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것들을 몇 가지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대학 내 모든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가해자는 대학에서 퇴출 된다.

로렌스 대학의 성폭력 정책은 이 대학이 소유 또는 임대하거나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모든 장소의 학생, 교수, 직원 또는 방문자 모두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정책에 따르면 로렌스 대학은 피해자가 자신에게 성폭행을 가했다고 믿고 있는 사람과 성폭력 행위가 고발된 사람 모두를 대학에서 퇴출시키도록 되어 있다. 또한 사건을 고발한 이에 대한 보복 행위와 그에 동참하는 행위 또한 금지하며, 학생과 교수, 직원 중 서로 신분이 동등하지 않은 이들간에 성폭행이 자행된 경우, 이들이 서로 사랑하는 관계라는 것이 명백하게 입증되지 않는 이상 정책을 위반한 것으로 하고, 처벌은 동일하게 적용한다. 그리고, 적용 대상에 대한 마지막 절에서는 특별히 교수와 학생, 행정 책임자와 아르바이트 학생간의 관계에서 자신의 가진 권위를 이용하여 성폭력을 행한 경우에는 더욱 엄중히 처벌할 것임을 명시하고 있다.

◎ 성폭력 사건의 신고와 처리에 관한 체계적 방법과 충분한 환경 조성

우선은 긴급한 상황에 대비한 시스템이 충분하게 갖추어져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대학 내에서는 보안처와 의료센터, 병원, 성폭력 센터가 긴급한 성폭력 상황에 대비하여 언제든 신고를 접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신고가 접수되면 경찰서와 병원 등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학생처나 보안처에서는 피해자를 위한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총장은 최대한 빨리 피해자의 보호와 사건에 대하여 대학 당국이 취할 행동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또한 행동이 요구될 경우에는, 총장의 권한으로 관련자를 대학으로부터 분리시키는 행동을 포함하여 즉각적으로 필요한 행동들을 취할 수 있다.
피해자가 공식적인 고발 절차를 진행하지 못한 상태라 하더라도 해당 상황에 대한 청문회와 토론을 거쳐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릴 수도 있다. 대학 당국은 공식적으로 고발된 사건의 모든 경우에 대해서 피해자의 기소 여부의 결정에 필요한 각종 정보, 의학적 원조, 내부 고발 절차, 대안 공간, 자신감 회복을 위한 심리 상담, 학과 공부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 등을 제공하며, 사건의 기소를 위한 증거의 확보와 보안 유지 등을 위해 대학 경찰 또한 피해자를 위해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 사건의 처리 과정에 대해 전문성을 보장하며, 처리 과정 중에도 다양한 경로로 대학 당국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로렌스 대학의 성폭력 정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는 내부 고발 과정에 대한 설명 부분에서는 사건의 해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들에 대한 대책들을 설명하고 있으며, 사건의 해결에 전문성과 객관성을 기하기 위한 대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의 접수와 해결은 대학의 정규 직원이 아닌 관련 분야에서 전문적 교육을 받고 경험을 쌓은 전문 상담가가 책임지고 진행한다. 이는 사건의 해결이 대학 당국의 관련자에게 맡겨지게 될 경우, 악덕한 총장이나 학장, 부처장 등에 의해 피해 학생이나 교수, 직원 등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전문 상담가는 대학 내의 모든 교수, 학생, 직원 및 방문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또한 고발된 사건에 대한 청문회는 교수, 학생, 직원이 동수로 참여하며, 결과에 따라 가해자는 상담이나 경고의 수준에서부터 정직 또는 파면 수준의 처벌까지 받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반드시 공지된다.

◎ 대학의 성폭력 정책에 대한 일상적 교육과 모든 대학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예방 교육의 실시

마지막으로, 로렌스 대학은 정책적으로 대학의 성폭력 정책에 대해 전 구성원에게 핸드북을 통하여 숙지하도록 하고 정기적으로 교수, 학생, 직원을 포함한 대학 내의 전 구성원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며 이에 필요한 면담과 수업, 관련 프로그램의 개설과 출판 등을 상시적으로 제공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 이 글은 제가 문화연대의 주간 문화정책 뉴스레터 <문화사회> (http://weekly.culturalaction.org)에 게재했던 기사입니다. (2003.7.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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