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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범지대이자, 사각지대 대학내 교수 성폭력을 말하다>(5)

4회의 기획기사가 연재되는 동안에도, 변함없이 또다른 교수 성폭력 사건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고통 속에 살아온 서강대의 피해자는 여전히 교원징계위원회에 나가 가해 교수와 다시 대질을 해야하는 어려운 상황들에 직면하면서 힘겹게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교수 성폭력 사건들이 빈번하게 언론에 등장하면서 수많은 비판과 성토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음에도 여전히 대학 당국들과 교수 집단, 대학 사회의 모습은 혹여 사건 하나라도 외부로 유출될 새라 감추고 억누르기에만 바쁠 뿐, 어디에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들은 보이지 않는다.
대학 사회가 하루빨리 진지하고 성숙한 성폭력 정책을 마련하고, 새로운 문화를 구축하기를 바라며 마지막으로 성폭력 없는 대학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마련되어야 할 대학 사회 문화와 성폭력 정책들을 제안한다.

대학에 성폭력 정책 수립을 의무화해야 한다.

각 대학의 정관과 학칙에 준하여 성폭력 정책이 별도로 수립되고 적용될 수 있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별도의 성폭력 정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으며 사건이 발생했을 시 이를 정관이나 학칙과 동일하게 적용하여 가해자에 대한 명확한 징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부분 대학의 경우 학칙은 처벌 조항 등이 보다 구체적인 데 반해 정관 상의 교원 및 직원에 관한 처벌 규정은 상대적으로 매우 모호하게 되어 있어 대학 당국의 임의대로 적용할 수 있으며, 하기에 악용되는 사례도 많다.
성폭력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도 2000년 이후 몇몇 대학에 학칙이 마련되기는 했으나 대학의 전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구체적 신고 및 사건 처리 절차와 피해자에 대한 보호책 등을 담은 구체적 정책의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기에 이제는 전국의 대학이 대학에 소속된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구체적 성폭력 정책을 마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대학의 각 구성원이 정책 수립 논의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적으로 이를 의무화하여 전체 대학에서 성폭력 사건이 형사법상의 처벌 원칙과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연재글에서 살펴 본 미국 각 대학의 경우에도 각 대학의 성폭력 정책은 대학이 소속된 연방 주의 법률에 따라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대학 내에서의 성폭력 사건들도 범죄 행위와 동일하므로 각 대학에서는 이를 기준으로 한 처벌 원칙을 세우고 의무적으로 성폭력 정책을 마련하도록 하여야 한다.

성폭력 정책은 대학의 일상적 교육과 문화까지 다루는 구체 내용이어야 한다.

성폭력 정책은 결코 가해자에 대한 처벌과 이를 위한 기술적인 처리 과정을 기술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성폭력 정책은 대학에서의 일상적인 성폭력 예방 교육과 대학 문화 전체를 지속적으로 평가하고 개선해가기 위한 내용들을 담고 있어야 하며 아주 구체적이고 세심하게 성폭력 사건의 신고 및 처리 과정과 관련한 지역 센터들과의 연계망 설정, 피해자 보호 정책, 징계위원회의 구성 원칙 등을 담아내야 한다.
앞서도 검토해 보았듯이, 성폭력은 구조적 문제이다.
성폭력 사건의 발생은 결코 개인만의 문제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소속되어 있는 사회의 특수한 문화와 그 안에서 지닌 그들의 위치가 성폭력 사건의 발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하기에 성폭력 문제의 책임을 여전히 개인에게만 남겨 놓는다면 결코 성폭력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각 대학은 성폭력 정책을 마련하기 전에 반드시 대학 문화와 특히 교수 학생 간 관계에 관하여 구성원 상호간에 명확하게 성찰하고 반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정책 수립 이후에도 향후 시행할 지속적인 예방 교육과 대학 문화 개선을 위한 내용들을 담아내고 시행하여야 한다.

성폭력 사건의 처리는 대학 구성원 외의 전문 카운슬러가 담당하여야 한다.

성폭력 사건이 접수된 순간부터 사건은 외부의 전문 카운슬러에게 전적으로 위임되어야 한다. 많은 사례들에서 보듯이 대학 내 구성원에 의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학교 당국의 권위와 입장이 관여될 수 있으며 이에 피해자는 이중의 고통을 당하게 된다.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진행되는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피해자는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게 된다. 하기에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의 처리는 전적으로 외부의 카운슬러에게 맡겨져야 하며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학교 당국이나 가해자가 개입했을 경우에도 이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세밀하고 광범위한 보호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대학 내의 성폭력 피해자는 사건의 발생부터 처리 과정 및 그 이후까지도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하기에 대학의 성폭력 정책에서는 무엇보다도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 세밀하고도 다양한 보호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대학이 성폭력 발생에 대비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해 놓아야 하는데 가장 기본적으로 지역의 병원, 경찰서, 상담소 등과 상시적으로 연계망을 구축해 놓아야 하며 언제든 신고와 상담을 할 수 있는 상담센터가 설치되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의 2차 성폭력을 피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하며 필요하다면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사건의 발생 후 피해자가 정신적, 신체적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을 대학 당국이 책임지고 제공해 줄 수도 있어야 한다. 또한 사건의 처리 이후에 피해자가 별도의 부담 없이 다시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등의 배려가 필요하다.

마지막 제언, 학생에 대한 교수 1인의 영향력을 줄여야..

대학 전공 교수의 학생에 대한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며 특히 대학원 지도 교수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교수 1 인이 학생의 인생을 뒤흔들 수 있는 상황은 성폭력 뿐만 아니라 교수의 학생에 대한 각종의 폭력을 가능케 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이에, 성폭력 대응책으로서의 제안을 포함하여 대학 사회의 전반적인 권위적 구조와 문화를 타파하기 위한 제안으로써 학생 평가에 대한 교수 영향력의 분산을 제안한다.
1인의 지도 교수가 아니라 관련 학과의 다양한 교수진이 학생에 대해 평가하고 조력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어야 학생-교수간에 보다 협력적이고 비 권위적인 문화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며 학문적 토양도 보다 다양화되고 깊어질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제가 문화연대의 주간 문화정책 뉴스레터 <문화사회> (http://weekly.culturalaction.org)에 게재했던 기사입니다. (2003.8.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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