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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그리고 이것저것.

이야기 하나.

 

평소에는 잘 표현하지 않던 일이나 인식하고 있지 않은 듯한 일.

그러나 무의식 중에 항상 머리속에 잠재하고 있는 일들이

꿈에서는 '기억하라'는 듯

항상 나타난다.

 

4월 말 경에는

4월까지만 활동을 하겠다던 혜진이가 나타나

나를 보며 활짝 웃으면서

"나 다시 계속 활동 할려구"

하면서 활짝 웃었다.

혜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 역시 활짝 웃었다.

"그래, 잘 생각했어!"

 

육교를 건너면서는 종필과 도끼가 나와 함께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관해 심각하게 논의했다.

 

저 아래, 버스 정류장에서

문화연대 사람들이

"빨리 와~!"하고 부른다.

 

어느 날엔,

바람소리 사람들과 판굿을 신나게 뛰었다.

송글송글, 사람들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과

신명나는 풍물 소리에 취해

나도 덩달아 열심히 뛰었다.

 

한 동안 거의 매일 나타나던 전경들은

최근엔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들과 대치하게 되는 장소는

어딘 지 모를 휘황찬란한 건물 앞 거리

또는 덕성여대이다.

 

학교에서는 수미 언니가 나와 함께 쫓기고 있다.

우두두두 달려드는 새까만 전경들을 피해

언니와 나는 건물과 건물 사이를 지나

가쁘게 계단을 오르내리고,

결국엔 막다른 곳에 다다라

전경들과 대치하게 되지만

잡히기 일보직전,

천장에 난 작은 문을 급하게 열고

옥상으로 힘겹게 뛰쳐 올라간다.

 

거리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투쟁하고 있다.

전경들이 몰려오고

우리는 전경들과 대치하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전경들이 우리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우면

꽉 막힌 골목의 끝에서

우리는 필사의 힘을 다해 전경들의 방패를 밀어낸다.

 

작년에 꾸었던 꿈 중에

너무 생생해서 절대 잊혀지지 않는 꿈은,

범국민교육연대 동지들과 함께 어떤 건물의 제일 윗층에서 세미나를 하던 중

폭탄이 날아들었던 꿈이다.

 

폭탄이 건물 한 가운데로 떨어졌고

우리는 사다리가 잔뜩 쌓인 비상계단을

미끄러지듯이 내려가고 있었다.

 

내가 정신없이 사다리에 밀려 무너지듯 그 계단을 내려가고 있을 때

뒤에서 천보선 선생님이 외친다.

"나영아~!! 성명서 써야 하는데~!!!!"

 

최근엔 꿈을 잘 꾸지 않거나

꿈의 내용을 금방 잊는다.

 

자기 전에 먹는 약의 영향인 것 같은데,

꿈을 꾸고 있을 때는 괴롭고 긴장되더라도

그 꿈들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게

조금 섭섭하긴 하다.

 

이야기 둘.

 

학원 아이들이 요즘 신입생 환영회다,

수학여행이다. 소풍이다 해서 다들 바쁘다.

 

나는 수학여행 가서 밤마다 술만 마시고

다음 날엔 버스 안에서 잠만 자서

수학여행에 이렇다할 추억거리가 남아있지 않다.

 

슬프다.

 

그래서 요즘 학원 아이들에게 항상 강조한다.

"얘들아, 나처럼 후회하지 말고 술은 적당히 마시고 재밌는 추억을 많이 만들어라"

 

술은, 추억을 남기는 데 그리 좋은 도구는 되지 못한다.

 

이야기 셋.

 

우리 동네는 임대 아파트 단지이다 보니

이 동네엔 무언가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혼자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

부모님이 일주일에 한 번 올까말까 하여

매일 밤을 친구들과 술로 지새는 아이들.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을 피해

아이와 함께 숨어 사는 여성들...

 

이들이 우리의 이웃이다.

 

이런 환경의 아이들이 있는

단지 앞 중학교에서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요청해서 찾아갔더니

교사라는 사람이

"얘네들 수준을 몰라서 그렇지, 얘네 전국 꼴지예요. 얘네들한테는 많은 걸 기대할 게 없어요"

라고 망언을 내뱉는다.

 

"당신이야 말로 최악이야. 당신같은 교사에게, 아이들도 기대할 게 없다구!"

소리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그 날, 그 말을 하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지금도

밖에서 어떤 아주머니가

술에 취해 뭐라고 울부짖으며 비틀비틀 걸어간다.

 

슬픈 일이 있나보다.

 

이 동네에는 슬픈 사람들이 참 많다.

 

오늘 밤에는,

우리 동네 사람들이 모두 행복한 웃음을 짓는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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