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메로스의 일리아스.
필멸의 인간의 삶 곳곳에 불멸의 신이 등장한다.
불멸의 신. 결과야 어떻든 그들의 뜻대로 하고야 마는 신에게
필멸의 인간들은
소중한 것들을 바치며 간청하고 또 분노하고
그럼에도 또 받아들인다.
필멸하는 인간의 숙명.
일리아스를 읽는 내내 '굿'이 연상된다.
기원전 600년 전 인간의 삶과 사고들 -무탈을 기원하고 무형의 존재(신)에게 기도하는 의식들이 큰 의미인- 과
굿에 담긴 모든 것들이 어울려 춤을 춘다.
그렇게 너무나도 노골적이고 사실적인 상상력이 가득한, 이천육백년도 더 된 서사시 속에서
나는 굿을 본다.
그리고 굿이 위로하던 내 삶을 본다.
보이는 것, 물질에 집착하는 세계는
무형의 존재에 용서를 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