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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착해질 때"

 

올 초에 나온 서정홍 선생님 시집.

십 년만에 내는 시집이라신다.

 

도시에 있을 때는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글도 많이 썼는데

농사지으며 살다보니 그다지 하고픈 말도 없다신다.

 

모으고 모아 엮은 시집.

마을사람들 이야기, 농사이야기, 그의 소박하고 여유롭고 정다운 삶 이야기에 찌릿찌릿한다,

 

아이들이 많이 읽고 농촌현실을 알았으면 좋겠다신다.

-아니, 아이들이 그 슬픈 현실을 먼저 알고 나면 누가  농촌 가려하겠소!

 

 

그 시들 중에서

소박하고 따뜻한 시는 놓아두고

절박하고 풍자스런 시를 옮겨본다.

요즘들어 인기 좋다는 시다.


 

마지막 뉴스

                                            -서정홍

 

 

  시청자 여러분!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지금 막 들어온 긴급 뉴스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차마 고향을 버리지 못하고 농사짓고 살아가던 몇 안 남은 늙은 농민들이, 농사 일 힘에 버거워 자기 먹을 농사만 짓기로 결의하고 파업을 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돈이 있기 때문입니다. 돈만 있으며 수입 농산물을 얼마든지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설마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한국 농민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인도, 칠레, 세계 모든 농민들이 파업에 동참하는 바람에 마구 들어오던 수입 농산물마저 완전히 끊겨 버렸습니다.

 

  지금 전 세계, 모든 도시는 거의 먹고살기 위한 전쟁터로 변했습니다. 사람들은 굶주린 배를 움켜쥐고 대도시 큰 상점뿐만 아니라 마을 구멍가게까지 침입하여 약탈해 갔습니다. 수십 억 수백 억짜리 예배당 따위도 사람 그림자 조차 찾을 수 없이 텅텅 비었습니다. 이제 평당에 몇 천만원 한다는 고급아파트를 몇 만 원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습니다. 잘 돌아가던 조선소도 자동차 공장도 문을 닫았습니다. 유명하다는 식당도 병원도 약국도 모든 관공서도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그나마 불행 가운데 다행인 일은, 양심이 살아 있는 사람들이 함께 살 길을 찾아 흙냄새 물씬 나는 농촌 들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시에서 음식 쓰레기통을 뒤져 살아가던 쥐와 고양이와 새들도, 사람들이 던져 주는 먹이로 살아가던 모든 짐승들도, 그들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밤마다 손님을 받기 위해 잠도 자지 않고 설쳐 대던 편의점과 식당과 술집과 노래주점과 나이트클럽과 온갖 가게들과 화려하고 웅장한 모든 시멘트 건물들이 하나 둘 폐허로 변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제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 우리가, 우리도 모르게 버리고 떠난 고향이 우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집 나간 아들 기다리듯 오래전부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도시에서 갖은 쓰레기를 다 만들어 내면서 입으로만 지구를 살려야 한다는 둥 양심을 지켜야 한다는 둥 떠들어 대던 신부도 수녀도 목사도 집사도 교사도 교수도 박사도 철학자도 예술가도 시인도 정치인도, 이제야 제정신을 차리고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 도시에서 들려 드리는 마지막 뉴스를 마치겠습니다. 그동안 저희 방송을 끝까지 시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 방송국도 오늘 보따리를 쌌습니다. 그럼 고향에서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 시가 인기좋다는건

사람들이 각성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이면서도 그만큼 절박해지고 있다는 거 겠지.

어디선가 먹을거리 때문에 폭동이 났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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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22 01:36 2008/06/22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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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2008/06/27 14:35 URL EDIT REPLY
어! 작년에 순교랑 놀러갔었는데, 합천 그 곳.
유랑감자 2008/06/29 23:56 URL EDIT REPLY
응- 사진봤어. 당신들이 길을 걷는 뒷 모습. 나도 가보고싶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