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20111220~20111226

일을 쉬고 있는 김에,

짧게 여행을 다녀왔다.

혼자 다녀올까 하다, 심심할까봐,

한 친구 꼬셔서 같이 다녀왔다.

 

바다를 보고 싶어서, 남해안을 돌기로 했다.

그런데..

구체적인 계획이 하나도 없이,

출발 전날에서야 일단 진주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다.

매일매일, 아침에서야 그날 어디 돌아볼지를 정했다.

 

첫날은 진주 도착하니 이미 날이 어둑해졌고,

통영에 도착해서는 재래시장이 있는 곳으로 가 근처에서 밥 먹고 일찍 잤다.

 

다음 날은 일찍 일어나서 배타고 소매물도 부터 갔다.

이른 새벽인데, 여객선 터미널에는 배타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배타고 소매물도 들어가는데, 멀미를 꽤나 했다.

어렸을 땐, 멀미를 심하게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괜찮았었다.

그런데, 몸이 약해진 겐지, 배에서 내리고서도 한동안 어질어질 땅을 잘 못짚었다.

배는 어스름녁에 출발했는데, 가다 보니 바다 너머로 해가 오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소매물도에 도착해서 섬을 돌아봤다.

곳곳에 묘가 있었다. 이곳도 많은 사람들이 살아왔을테고, 그 흔적은 곳곳에 남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섬에서 바라본 바다는 시원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등대섬을 가기 위해서는 바닷길을 건너야 하는데, 물이 빠져 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계단 길을 다 올라가니 등대가 나오고, 탁 트여 바다가 보인다.

그런데, 이 때도 이리저리 마음이 편치 않았다.

두고 온 일들이 떠오르고, 머리속이 온통 해야할 일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찼다.

풍경을 보면서도 뭔가 심드렁..

돌아다니는 내내, 이런 마음이 있었다. 고질병이다. 분리가 잘 안된다.

 

다시 배타고 돌아와서,

점심먹고 동피랑 마을에 갔다.

곳곳에 벽화가 그려져 있는 마을이다.

현대 사회에서 어떤 공동체의 누릴 수 있는 최대 수명에 대해 고민했다.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게 아니라, 살고 있던 이들이 삶을 지속하는 게 우선이어야 할텐데..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은 계속 살아간다 쳐도, 이 다음 세대는..?

 

달빛요정에 대한 오마쥬로 보이는 벽화도 있어서 재밌었다. ㅎ

 


사용자 삽입 이미지

 

통영에서 다음으로 이동한 곳은 남해.

바로 가는 차가 없어서 진주로 들려서 이동했다.

남해에서는 일행이 한 명 더 생겼다.

 

다음날 아침, 아예 차를 렌트해 움직였다.

금산 보리암을 먼저 올랐다.

보리암은 작년 여름에 처음 가봤었는데, 풍광이 참 좋았더랬다.

이번에도 좋았다.

이게 핸드폰 카메라로는 잘 안담기는데,

산위에서 내려다보이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가슴을 환기시켰다.

바다에 적셔진 햇살이 눈부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멀리서도 일렁임이 보일 듯 말듯..

금산에는 원효가 참선했다는 바위도 있는데,

우리가 그 쪽으로 가는 걸 지켜보던 아주머니들이

바위 위에 한 번 올라가보라고 부추킨다.

엄두가 안나서 그만뒀다.

바위에 올라가려는 마음 먹는 것 자체로 반절은 깨치겠다 싶었다.

아침에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생사일여의 마음이 아니면,

100길 낭떨어지 쯤 되는 바위 위에 올라갈 수 있을까 싶다.

 

끝없이 펼쳐져 있을 바다와

그 바다가 겪었을 무수한 시간이 어렴풋이 조망된다.

원효가 봤을 바다도 이 바다고,

뭇 존재가 거쳐갔을 이곳.

 

금산에서 내려와

상주 은모래해변으로 갔다.

작년에 들렀을 때도, 감탄했지만,

남해의 바다는,

내가 지금껏 본 바다 중 가장 예쁘다.

바다를 많이 못봐서 그런 것일테지만ㅎㅎ

동해는 시원해서, 차가웠고,

서해는 이런 탁트인 맛이 없다.

남해의 바다는 비늘이 곱다.

모래도 고왔다.

겨울이지만,

맨발로 모래사장을 밟으며 걸었다.

발이 좀 시려웠다.;

일행은 멀리 앞장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날이 동지였다.

해가 참 짧았다.

몇 시간 돌아다니지도 않았는데 해가 벌써 까무룩.

남해읍내로 돌아와 시장에서 식사를 했다.

식당에서 동지날이니 팥죽 먹어야지 않겠냐며, 팥죽도 한 그릇씩 주셨다.

아아, 감동 ㅠ

 

남해 음식이 입에 잘 맞았다.

전주에 살고 있고, 전주 음식 맛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맛이 너무 강하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남해에서 먹은 음식들은, 매운탕도 맛이 순했다.

어쩌면 밋밋한 것일지도 모르겠는데,

어쨋든, 그런 맛이 좋았다.

 

다음 날엔, 순천으로.

순천에, 일행의 친구가 있어 밥도 얻어먹었다. ㅎ

순천만을 돌아보고 다니, 해가 짧아 다른 곳을 가기가 어정쩡한 시간이 돼버렸다.

 

다음엔 어디로 갈까 얘기를 나누다,

내가 구례로 가자고 적극 제안해서 밤에 구례로 이동했다.

구례구역에 도착해서 보니,

이런! 동절기 성삼재행 버스 운행을 안한다는 공지가 붙어있다.

노고단 들리려던 계획은 포기하고,

쌍계사, 화엄사 들리기로 했다.

 

아침에 나오니,

눈이 펑펑 쏟아진다.

온 세상이 하얗다.

설레고 좋았다. 다른 세상에 온 기분.

이때서부터야, 두고온 현실과 좀 분리가 되기 시작한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쌍계사를 먼저 들렀다.

사박사박 눈길을 올라, 절을 둘러보고

내려와서 근처에 있던 차문화관을 들렀다.

쌍계사 근처가 차 시배지라고 적혀 있었다.

쌍계사 다리 바로 오른편에 있는 찻집에 갔다.

차가 맛있었다. 은은하고 구수하고.

게다가!! 쌌다. 관광지라면 관광지인데, 도심 찻집보다 쌌다.

엉엉. 감동이야..ㅠㅜ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난 커피를 마시면 머리도 어지럽고 속도 안 좋고,

아무래도 차가 훨씬 편하고 좋다.

차를 더 즐겨봐야겠다. 하지만, 요즘은 이런 찻집이 문을 닫아가는 추세여서.. 커피집만 늘어나고..

 

다음은 화엄사.

화엄사는 꽤나 자주 간 절이다.

생각나면 한 번씩 기차타고 갔으니.

새벽기차 타고 가면 들렀다 오전에 바로 돌아올 수 있는 절.

그런데, 화엄사를 매번 들리면서, 화엄사 위쪽에 구층암이라는 암자가 있다는 걸 안 건 얼마되지 않았다.

작년 여름에 알게 됐던가?

이 날도 구층암에 올라서, 마루에 앉아 따뜻한 햇볕을 쬐고 있는데,

암자에 계신 스님이, 들어와 차 한잔 하고 가라한다.

온갖 다기와 차들이 있었다.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엔, 야생차였다. 절 주변에 있는 야생찻잎을 따서 말린 거라고 한다.

이거 귀한거라며, 맛있지 않냐고 물으셨는데, 맛은 있었지만,

속으론 쌍계사 앞에서 마신 차가 더 맛있었다고 생각했다ㅋ;

어쨋든 구층암에서 마신 차도 맛있었다. 쌍계사 앞에서 마신 차가 은은하고 구수했다면,

구층암에서 마신 차는 쏴한 느낌이 들정도로 맛이 강했다.

 

차를 마시고, 차값을 해야하니, 물을 길어다 놓으래서,

동행이 열심히 물을 길어 날랐다. ㅎㅎ

난 뒤에서 사진이나 찍고.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만 하면 재워줄테니 와도 된대서, 옳다구니, 나중에 오겠다고 대답했다. ㅎㅎ

 

햇볕이 드는 마루 한쪽에 고양이 가족...이 느긋하게 햇볕을 쬐고 있다.

가까이 가니 경계하며 고개를 쭈뼛거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화엄사 올라가면서 보니, 화엄사 근처가 차 시배지라는 안내판이 있다.

이런. 쌍계사 근처도 차 시배지고, 화엄사 근처도 차 시배지구나. 허허허허

 

 

하루 내 산사들을 다니면서 문득 깨달은 게,

난 바다를 좋아한다고 생각해왔었지만,

바다보다 산사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바다를 좋아한다고 생각한 것도, 필요에 따라 기억을 조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절들을 들리면서, 마음먹었던 발원을 살포시 했다.

혼자인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아픔을 외면하지 않기.

 

금강문을 넘어서면서,

문수동자 보현동자 상을 봤는데,

아하, 했다.

얼마전 NLP 수업 들으면서, 창조분아 떠올려보라할 때

어떤 동자가 어디 올라타고서 빙긋 웃으며 비누거품을 불고 있는 게 떠올랐었다.

절에서 봤던 사람일거라 싶었지만 그게 누군지 몰랐었는데,

이날 보니 문수보살 아니면 보현보살이었겠다.

그런데 내 이미지에서 코끼리를 탔는지 사자를 탔는지는 모르겠던데ㅎㅎ

뭐, 내 멋대로 짬뽕시킨 색다른 존재일지도 모르겠지만.

왠지 문수동자가 더 끌리는데..

 

절을 몇 군데 들리니, 입장료도 만만찮다.

조계종 신도증을 만들어야겠단 생각이 든다 -_-;;

 

 

이날 일행은 돌아가고,

저녁부터 혼자 다니기 시작했다.

...

...

해남으로 갔다.

도착해서 일단 자고.

아침 일찍 나오니, 또 눈이 잔뜩이다.

땅끝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버스가 내리막길을 내려가지 못해 내려서 걸어내려갔다.

 

이리저리 땅끝 부근에 도착하니 저편에 해가 솟는다.

눈도 오고, 날이 궂어서 해 보는 건 기대를 안했는데,

거짓말처럼 해가 동그랗게 퐁당 올라온다.

이렇게 동그란 해 떠오르는 걸 보는 건 처음인 거 같은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날이 크리스마스라 방송국에서 카메라 들고 나와있다.

어떤 소원을 빌었느냐고 묻는다.

시크하게 웃으며, 세계평화를 기원했다고 말했다.

훗훗

당황하며 몇가지 질문을 더 했는데, 대답이 별로 신통치 않던지 다른 사람에게로 간다.

 

보길도를 나가볼까 했는데,

배가 안뜬다. 9시면 안내방송을 하겠다던게, 11시로 늦춰치고..

표지판에 보니 땅끝길이란 게 보여서, 거기를 걸어보기로 했다.

사구미 해변을 목표로 사박사박 걸어갔다.

이때쯤 돼서야, 어딘가 떠나있다는 느낌도 들고 좋았다.

눈이 와서 차도 별로 안다니고,

사람도 없고.

흥얼흥얼 노래르 부르며 걸었다.

길 옆으로 풍광이 좋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통호까지 걷고 나니,

표지판이 해변쪽을 가르킨다.

음.. 그런데 해변쪽에 아무리 봐도 길이 없다.

그냥 해변을 따라 걸으라는 건가, 궁리를 하며 해변 옆쪽에 걸을만한 길이 조금 있길래 따라 걷기 시작했다.

걷다 내리막길에서 줄에 걸려 몸이 공중으로 붕떴다. 30cm는 떴을거야ㅠ

손에 핸드폰을 쥐고 있던 터라 어정쩡한 자세에서 가슴, 배, 허벅지가 동시에 땅에 떨어졌다.

이렇게 충격을 골고루 분산시키는 훌륭한 낙법이라니!!

모래사장이어서 뭐, 다치지는 않았다만,

아무래도 내가 걷고 있는 곳이 길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해변을 따라 죽 걸어오니, 여전히 표지판이 서 있었다.

그런데..

표지판이 가르키는 방향에는.. 도저히 길을 찾을 수 없었다.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바다를 헤엄쳐 건넌 다음에, 바위를 타고 올라 산을 넘어야 했다.

내가 길 없는 길 가는 걸 마다하지 않고 좋아하긴 하지만,

저건 엄두가 나질 않았다.

대체 누가! 표지판을 이렇게 꽂아놓아서 날 농락한걸까..

표지판만 꽂아놓고 아직 길을 못만든걸까..

다시 해안을 거슬러 돌아가.. 결국 도로를 걸을 수 밖에..

사구미 해안에 도착해서.. 앉아서 바다를 좀 보다..

(해남 바다보다 남해 바다가 훨씬 맑다. 같은 남해인데.. 왜 이렇게 다르지? 남해 바다는 바로 옆 통영 바다보다도 훨씬 맑았다. - 이런 생각하면서.)

버스를 타고 해남읍으로 돌아갔다.

 

다음엔 미황사.

 

대웅전이, 단청도 없고, 혹은 있었지만 다 벗겨졌고, 수수해서 좋았다.

템플스테이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묵언중이었다.

나도 1주일 정도 묵언 해보면 좋겠단 생각이 문득.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정말 병풍처럼 둘러쳐진 아늑한 터에 절이 있다.

뒷산을 올라보려고 나섰다.

오르기 시작하면서, 뭔가 불편하고 오르기 싫다는 마음이 툭툭 튀어나왔다.

길을 잘 모르겠고,

눈이 쌓여 있는데, 오르는 발자국이 2~3개 있고, 내려오는 발자국은 없고,

발자국이 얼마 없으니, 어두워지면 길을 못찾겠다 싶고,

그래서 길을 잃으면, 배낭에 건빵도 한 봉지 가득있고 대충 옷 껴입고 낙엽 글어 모으면 하룻밤 정도는 버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하며.. 올랐다.

오르다 보니 대밭삼거리라는 이정표가 나왔는데,

올라온 길이 1.6km인데, 가장 높은 봉우리까지 1.6km를 더 가야한다고 쓰여있다.

거길 다 올라가면 시간맞춰 못 내려가겠구나 싶다.

아래에서 표지판을 읽을 땐 꼭데기까지 2km가 안될 것 같았는데..

왜 이런 것일까.. 번민하며,

이렇게 내키지 않는데 계속 오르게 하는 당위가 무엇인지 질문했다.

몇 가지 답이 떠오르면서, 내가 그런 당위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자,

그만 내려가도 좋겠단 마음이 들면서 편해졌다.

그래도 조금만 더 가보자싶어, 아주 조금 더 가다, 전망 트이는 곳에 도착해 한바퀴 휘돌아보고 다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보니 아무리 얕은 산이라지만, 눈이 쌓여있어 미끄러웠고,

어둑해져서 내려오면 정말 하룻밤 산에서 보내겠구나 싶었다. ㅎㅎ

내려와서 표지판 보니, 내가 올라간 길은 올라가려고 했던 길과 완전 다른 길. 음...;

뭐.. 나중에 다시 올라가봐도 되는 것이니.

 

절 앞에 다원이 있어 들어가서 차를 마셨다.

이번엔 말차.

말차는 처음 마셔본다.

열심히 거품을 냈는데, 거품이 잘 안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중간에 버리고 내려오니, 마음이 편해져서,

이날 돌아갈까, 아침에 일찍 올라가야 하더라도 하루 더 머물까 고민이었는데,

후자로 빠르게 정리됐다.

그래서 다시 땅끝으로 가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밤하늘 잠깐 보면서 별 세다가,

일찍 골아떨어졌다.

푹 자고,

땅끝 조금 더 돌아보고,

광주 거쳐 전주로.

 

 

아아, 다시!

몇가지 화두와 해결은 있었다.

얼마나 기억하고, 삶에 반영할지는 모르겠지만.

2011/12/27 02:01 2011/12/27 02:01

지나간다2011/12/12

거의 열흘째,

새벽잠을 잘 못자니

삶의 질이 낮아진다.

웃긴건, 자면 안될때는 또 기절해서 못일어난다는 거-

새벽에 못자는 건 뭔가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인 거 같은데,

어쨋든, 시간이 흘러야 나아지겠지.

 

/

 

 

한노보연 송년회에 다녀왔다.

좋은 사람들이 많다.

계속 잠을 못자, 피곤해서 오래있기가 힘들었다.
할 일 없이 있을 땐 그냥저냥 흘려보냈는데,
이렇게 다녀와야할 일이 생기니까, 잠 못자는 게 막 짜증이 솟구친다.
암튼, 자리에, 내가 전북에서 왔다니, x기의 똘마니!라며 반가워 하는 분이 계셨다.

이것 참, 이런 꼬리표가 참 민망하고 어색한데... 음.. 음.. 음..

이 다음날에는 사회진보연대 주점에 잠깐 들렸다. 말 그대로 들렸다가 거의 바로 나왔다.

반갑게 맞아주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음, 역시 몸이 피곤하기도 해서 일찍 일어섰다.

꼭 그것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뭐... 아무튼.

난 여전히 관계에 미숙하고,

사람 만나는 것도, 챙기는 것도 잘 못한다.

특히나, 요즘은,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떠올리면 피로감과 두려움이 같이 몰려온다.

그럴 일이 아닌데 말이다.

 

/

 

몇년전에,

까르마.에 대한 얘기를 들은적이 있는데,

어제 NLP수업을 듣고 나와서 문득 그게 떠올랐다.

어찌보면 NLP는 그때 들은 까르마에 좀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지만, 깊게 공부할 생각이 당장은 없고,

또 어떻게 써먹을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는데.

 

/

 

내가 이르고 싶은 곳을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지난 번에 적은 것보다 더 절실한 걸 떠올렸다.

혼자가 되는 걸, 혼자인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

기꺼이 감내하는 사람.

그러니까, 용기와 확신.

또 더 나가, 외로움을 즐길 줄 알면 좋겠고,

그리고, 여전히 필요한 건,

시선을 나보다 바깥에 먼저 돌리는 것.

 

/

 

NLP에서 영성은 관계의 확장, 그러니까 '나'의 범위가 넓어지는 걸 의미한다고 한다.

심리학이란 게, '자유로운 개인'을 전제하고 있어,

어떤 식으로 접근하든 부르주아 철학을 넘어서기 쉽지 않겠다 싶어 걱정이긴한데,

저런 가정은 좋다.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

 

7월에 한 인바디 결과지랑 며칠전 해본 결과지를 비교하니,

체지방률 조금 줄었고,

근육량도 같이 줄었다!!!!!

매일은 아니어도 나름 운동했는데

근육이 어디로 소실된거야!!!!!!

결정적으로 몸무게도 2kg 줄었다. ㅠ

복부지방률은 그대로다.

으어어어어어

2011/12/12 07:31 2011/12/12 07:31

지나간다2011/12/07

/ 소소한 일들로 가득찬

시간의 반복.

 

/ 문득 옛 글들을 다시 읽어봤다. 어느새 희미해진, 이야기들이 새삼스럽다. 

 

/ 이름. 이르다의 명사형이다. 주저없이 '멍청이'라고 불러왔었는데, NLP 수업 들으면서 바꿔야하지 않을까 고민한다. 난 어디에 이러야 할까. 내가 이르고 싶은 곳과 이러야 하는 곳은 얼마나 멀리 있을까.

 

/ 2008년 무렵일까. 실상사에서 발원을 한게. 어느새 4년 쯤 지났다. 그 발원이 많이 무뎌져 있다. 조급해하지 않으려는 노력인지, 삶이 점점 발원과 멀어진 것인지 분간하기가 어렵다. 난, 나를 못 믿고 있다. 못 믿어 왔다.

 

/ 나를 못미더워하기 때문에, 쉽사리 이름을 정하지도 못하는 것 같다. 이름에 부끄럽지 않고 싶다는 욕망은 강하니까.

 

/ 나의 소망을 적어보면,

그곳에 이르기 위해서 필요한 일을, 외면하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꿋꿋이, 흔들리더라도 제자리를 지키는 사람이고 싶다.

하지만, 햇살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 시간이 지나면, 답이 보일까, 싶었는데, 결국 답은 내가 '찾아야' 하는 것이더라.

 

/ NLP는 재밌다.

 

/ 중국집 음식은 비싼 걸 먹으나 싼 걸 먹으나 속 안 좋기는 매한가지.

 

/ 한동안 입에서 쌍시옷이 튀어나와 당황스러웠다. 별 의식 없이, '이런 썅'을 내뱉고 흠칫 주워담고.

 

/ 1월부턴, 다른 공간에서 생활 시작. 나의 거리두기가 재충전일지, 도망일지.

 

/ 연애할 생각 없느냐는 질문을, 공교롭게, 비슷한 시기 여러 사람에게 듣는다.

지금은 생각이 없다기보단, 하려면 행복한 연애를 하고 싶은데,

인연되면 어떻게든 만나지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

되도록 안하고 살아야지 보다는, 한결 전진한 자세다.

아닌가.. 지금도 되도록 안해야지인가.. 잘 모르겠네..

 

/ 기타는 한창 연습하다 또 손 놨다.

 

/ 손가락에서 딱 소리 내는 거 연습하기 -_-

연습하면 되나?

 

2011/12/07 23:55 2011/12/07 23:55

지나간다이제서야

조금 객관화 되는 것 같다.

얼핏 이해하게 된 것 같다.

나는 철이 없던 거고,

나에게서 비롯된 것이라는 걸 받아들이지 못했던거고.

 

지금은, 한발짝이라도 나아졌을까?

2011/11/26 11:24 2011/11/26 11:24

지나간다어떤 라디오 광고

지역 라디오에서 공익광고를 하는데,

들을 때마다 영 거슬린다.

 

자원 사용 등을 제시하면서 한국이 환경을 많이 파괴하고 있다고 말하고,

마무리 멘트가 이렇다.

 

"자연과 하나되는 법을 익히지 못하면 이제 사라져야할 것은 바로 우리 (   )이(가) 될 것입니다."

 

대개 이 괄호에 뭐가 들어갈거라고 생각할까?

 

 

 

 

 

 

 

 

 

광고는 '지구'라고 말한다.

 

아오.

지랄 옆차기도 가지가지셔.

풀꽃과 산나무와 온갖 짐승들을 겁박하는 저 무시무시한 오만방자함.

2011/11/24 13:47 2011/11/24 13:47

지나간다모기

11월인데,

집에 모기가 들끓는다.

외려 여름보다 더 많다.

 

며칠전부터 부쩍 늘어난 것 같다.

밤새 앵앵 거리는 소리에 잠을 잘 못잔다.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자도 10군데도 넘게 물리곤 한다.

 

오늘 새벽에 눈이 떠져선, 그대로 불을 켜고-

모기를 잡았다.

..

..

아침까지 잡은 모기가 11마리.

내 방 꽤 좁은데, 그 좁은 곳에 11마리.

한번 살신 들리니, 웅켜잡고 내리쳐잡고 튕겨잡고-

 

잡다보니 미안한 마음도 들고.. 살생을 저지른 걸 참회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랬는데-

한 5마리 쯤 잡았을 무렵인가-

모기 시체를 한데 모아놨는데,

보니 시체가 조각나서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거다.

자세히 보니 작은 개미들이 시체를 분해해서 끌고 가고 있었다.

나의 살생이 저 개미들 배를 채워주는구나.

저 개미가 또 다른 이의 배를 채워줄지 모르고,

그렇게 돌고 돌아-

연緣이고 업業이다-

더 살신들려 열심히 잡았다.

 

근데, 대체 왜!

지금 모기가 이렇게 많은거지?

 

모기가 집 어디에 알을 놓아서, 애들이 이제 까고 나온건가?

아님, 내 피냄새에 뭔가가 있어 일대 모기가 모두 집 안으로 모여든건가?

아님, 알고보니 누가 내 유전자를 채취해가기 위한 모기 로봇을 투입한건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모기를 분해해서 나르고 있는 개미들.. 그런데 개미들이 모기 날개는 안 먹나 보다;; 한참 뒤에 와서 보니 날개만 남아있다- 날개가 너무 가벼워서 실바람에 다 날아가버렸는데, 20짝 정도 남아있었다..

 

 

근데.. 윗 사진 위아래가 뒤집어졌다. 이상하네.. 컴퓨터에 있는 파일로 보면 잘 보이는데, 왜 업로드 하니까 뒤집어지지..?

2011/11/05 09:11 2011/11/05 09:11

지나간다FTA

 

여기저기 커뮤니티마다,
ISD다 뭐다 해서 FTA 관련 논쟁이 많은데..
 
난 FTA 하면, 김종훈 당시 수석대표가 
"한미FTA의 이익은 관세 감축보다 경쟁하면 이길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것"
이라고 말한 게 가장 강렬하게 떠오른다.
그때 범국본은 뭔 개소리냐고 그랬었다. 하지만 범국본은 순진했거나, 순진한 척 했던 것이었겠지.
 
누가 구체적인 이득을 얼마나 가져갈 지 계산기 두드리며 아웅다웅하고 있을 때,
김종훈 수석대표를 비롯한 똑똑한 정부 관료들(당시에는 노무현 각료)이
FTA가 가지는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정확히 계산하고 있었다는 게 소름끼쳤다.
 
이건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되는 노무현 정권의 특징일텐데, 장기적인 국면에 대한 전망.
어떤 정책으로 인한 단기적인 국면과 장기적인 국면 사이에 (방향은 같을지라도) 큰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을텐데, 
대개 장기적인 국면은 그 원인-결과를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깊이 고려되지 못한다.
단기적인 국면에서 효과가 눈에 뚜렷하게 보일 때는 더더욱.
이명박의 FTA가 노무현의 FTA와 같다 다르다 하는데, 다르다면 예상되는 단기적인 국면을 그다지 숨기지 않았고, 이것이 장기적인 국면과 별 차이가 없으리라는 신뢰를 4년내내 듬뿍주고 있다는 점이겠지-
 
한나라당은 자신이 의도하는 단기적인 국면과 장기적인 국면이 별 차이가 없는 거고,
노무현 세력은 단기적인 국면과 장기적인 국면이 같은지 다른지 드러나지 않게 잘 숨긴거고,
민노당을 비롯한 nl계 운동세력은, 잘 모르겠다- 알면서 속아주는 척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어쩃든 그래서 노무현 세력과 동맹을 맺고자 한다.
 
 
난 지금도 FTA의 가장 장기적인 효과는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살아남으려면 무한히 경쟁하고 밟고 올라서라. 도태되면 죽는다.
 
 
 
//
그렇다해서, 금융규제가 풀어지고 이런 것들이 덜 중요하다는 건 아니고..
맞물리는거지-
2011/11/04 09:56 2011/11/04 09:56

지나간다뒤지개

언젠가,

외할머니가,

기침하는 데 뒤지개(뒤지기?)가 좋다면서,

외할아버지에게 삶아드릴까 궁리하고 계셨다.

뒤지개란 건 처음 들어보는 거여서,

풀일까, 벌레일까, 뭘까 궁금해하면서 그런게 있는 갑다 하고 넘겼는데,

나중에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들으니,

땅 속에서 잡는 데다가, 쥐랑 비슷하게 생겼다니,

이거 두더쥐다.

 

음.. 얼마전에도 같이 희망버스 타고 갔던 한 분이,

어렸을 때 뒤지개 삶은 물을 먹었었다고 하셨다.

이번엔 제대로 알아들었다.

 

재밌는 사투리들이 많다.

갈수록 사투리가 억양으로만 남는 거 같은데..

이런 어휘도 사라지지 않고 많이 남으면 좋겠다.

근데 뒤지개 같은 말은 대상을 아예 볼수도 없어졌으니 자연히 사용 안하게 될터이다.

난 두더쥐를 맨땅에서 실물로 본적이 없다.

2011/11/03 16:08 2011/11/03 16:08

지나간다2011/10/27

언제는 마음 잘 날이 있었냐마는..

진보신당을 바라보면서 또 마음이 무겁다.

 

난 며칠 전 진보신당을 탈당했다.

그 전에도 페이퍼당원에 불과해, 내 탈당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 싶다.

당활동에 그닥 관심도 없고, 멀리서 간보면서 지켜만보는- 그래왔다.

 

 

 

 

선거시기만되면 돌변하는 진보정당들을 보면서,

난 저기에 뛰어들 엄두도 안나고, 내 지향이 아니라 생각해왔었다.

 

그런데..

음..

나는 길을 못찾고 있지만,

나와 함께했던 다른 이들이라든지,

혹 또다른 누구라든지,

무언가를 만들어주기만 기다려왔는데-

갈수록 뿌애지는 것 같다.

 

이렇게 운동에서 정치가 실종되어가고 있는데,

뭐라도 뛰어들어서 해야지,

선거정치하기 싫다고, 그거 답 아니라고 중얼거리는 거,

나 혼자 깨끗한척 하는 게 아닌지,

이런 고민이 든다.

그런데, 난 왜 지금 탈당을 했을까? ..음..

앞으로 더 이상 어정쩡하게 발적시기 싫다는 생각인건데,

어떤 걸 택하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들고 싶다.

 

 

어찌됐든 내가 나 혼자 활동하는 게 아니니, 함께 고민하고 해야할텐데..

몇 년 전부터.. 이게 안되어왔고.. 마음만 번잡하다.

 

 

/

홍세화씨의 당대표출마선언문에 진심이 절절히 보여서 감동받았다.

하지만, 정치가 진심만으로 되지 않기에, 구체적인 전망이 보이지 않는 게 걸린다.

 

그런데, 김진숙을 보라.

 

난 지금 너무 쉽게, 무엇도 안된다며 포기하는 게 아닌가?

난 상처 받는 게 두려워서, 실패하는 게 두려워서 계속 뒷걸음치고 있는 게 아닌가?

정말, 무엇이라도 해야하지 않는가?

일단 진심이라도 있다면 되지 않겠는가?

진보신당의 좌측에 길이 마땅하지 않다면, 그걸 계속 유보하는 게 정당하지 않잖은가?

진보신당의 좌측에 길이 마땅하지 않다고, 난 또 지례 포기한 게 아닌가?

.....나에게 비겁이 너무 짙게 드리워져 있는 게 아닌가?

면죄부를 주기 위한 고민만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내후년에는, 당당하게 뛰어들 수 있을 것인가?

 

오늘 읽은 문구 하나가 내 마음을 채찍질한다.

 

결정이 어려워도 무한정 연장할 수 없다. 가혹한 시간은 우물우물하는 결단부족 자체가 하나의 결단임을 뒤늦게나마 반드시 증명한다. - 박이문

2011/10/27 16:03 2011/10/27 16:03

지나간다가치론

가장 기초적인 부분일텐데,

여전히 가장 어렵다.

공부를 제대로 안해서.. -_-

 

생산적 노동/비생산적 노동, 물질노동/비물질노동

이런거 잘 구분이 안된다.

 

특히 생산적 노동에 무엇까지가 포함되는지가-

고민하기 싫으니까

그냥

생산적 노동=물질 노동

이렇게 정리하고 마는데,

음..

이게 맞는지 아닌지 잘 모른다.

 

판매되는 서비스를 생산하는 노동은 생산적 노동인건가? 아닌건가?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는 재생산 노동(이를테면 건물 청소)은 비생산적 노동인가?

그 재생산 노동이 하청업체를 통해 이루어지면 그건 생산적 노동일 수도 있나?

아...

모르겠다. 모르겠다.

 

공부를 좀...

 

최근 프레시안에 글 하나 있네.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0826171226&section=04

 

인지자본주의.. 흠..

조정환씨 글을 그냥 주억거리면서 읽었던 걸 떠올려보면, 정말 멋모를 때였구나 싶기도 하고 -_-;;

2011/10/21 17:19 2011/10/21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