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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요즘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한 작은 시민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시민단체의 특성상 당연히 급여는 적다. 그거는 뭐 나도 돈 많이 벌고싶은 생각이 없으니 괜찮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일하는게 전혀 즐겁지가 않다는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단체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안 생긴다.

그러니 당연히 일을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안생긴다.

 

오늘은 좋은 사업 아이템이 떠올라서 열심히 기획안을 작성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왜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기획하고 있는 대중사업이 잘 되면 좋은데,

별로 애정을 갖고 있지 않은 이 단체가 득을 보게되는게 싫다.

 

내가 몸담고 있는 단체는,이 지역은, 운동권 특유의 경직된 사고방식이 주류를 이룬다.

담배 한 대를 피울 때, 여기저기 눈치를 보아야 한다.

왜냐면, 내가 여자니까

그리고 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특정 정파 사람들을 자극하면 안된다.

왜냐면, 내가 속한 정파는  힘이 없으니까.  맞대거리를 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

그들의 패권주의적이고, 전근대적인, 비민주적인,

그리고 기본적인 정치소양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유아적인 모습을 봐야 한다.

80년대에 멈춰있는 사고방식과 이론, 지겹다.

난 그게 싫어서 탈당한건데, 여기서 일하면서 그런 모습들을 자주 본다.

그들은 내가 속한 정파를, 정말이지 만만하게, 아주 우습게 생각한다.

왜냐면 이쪽 지역은 그 사람들이 장악했으니까

 

여기서 말 안 통하는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는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정말이지, 맘이 맞고 말이 통하는, 진짜 동지라고 할 만한 사람이 이곳엔 없다.

우리 단체에만 없는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자체에 없다.

 

이번에 나는 정말이지, 동지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여기에 몇 달 있어보니 정말 외롭다.

 

게다가

우리 사무실엔 상근자가 두 명이다.

소장님과 나.

소장님은, 상근자는 활동가이지 절~~~~~~대 노동자가 아니라는 굳은 신념아래 헌신적으로 일하신다.

상근자도 당연히 노동자라는 생각을 가진 나는 나름 꾀부리며, 사실은 좀 많이 꾀부리며^^;  열심히 눈치보고 있다.

 

단체에 정이 안 가니 일의 능률은 떨어지고, 눈치보면서, 재미없는 일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죽을 맛이다.

다니기 싫은 직장에 억지로 다녀서 그런지 성격이 신경질적으로 변했다.

업무량이 과한 것도 아닌데 항상 피곤하다.

가벼운 우울증 증세다.

 

그래서 그만둘 예정이다.

 

하지만 갈 곳이 없다. ㅠㅠ

서울쪽에, 진보적인(!) 단체도 생각해보고, 일단은 몇 달 알바를 하면서 천천히 일자리에 대해 알아보고

생각해 볼 예정이다.  

 

대학 졸업후 지금까지, 잘 알아보지도 않고 무조건 취직하는 식이었다. 모아놓은 돈도 없는데, 부모님돈 까먹으면서 놀만큼 여유가 넉넉지 않다. 그렇게 급하게 들어간 직장을 오랫동안 다닌적이 없다.

 

일반적인 회사처럼 경직된 조직은 내게 맞지 않고, 시민단체도 나와 정파가 너무 다른 시민단체는 겪어보니 힘들다.

 

이직의 전과가 이렇듯 화려하니, 지인들은 그냥 여기 다니라는 분위기다. 어딜가나 넌 마찬가지일거라는 식이다. 다들 힘들어도 참고 일하는데 넌 조금 힘든것도 못 참고 어떻게 먹고 살거냐는 얘기다.

 

그 말도 맞다. 그 부분에 대해서 나도 참 열심히 생각해보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난,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서 배우는 것을 좋아한다.

나보다 더 발전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지금껏 생각지 못해왔던 것들에 대해서 듣고 생각해보고, 그런 것이 좋다.

그런데 여기 있으면, 배울게 별로 없다. 오히려 퇴보하는 듯하다.

 

그런데 문제는

집도 절도 없는 이 가난한 20대는 갈 곳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어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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