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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88만원세대는 거리가 좋다!

요즘 저는 작은 시민단체에서 일하면서 부모님이 청춘을 다바쳐 뼛골빠지게 일해서 마련하신 집에 얹혀살고 있습니다. 부모님과 사이가 좋지 않은 저는 정말이지 이 곳에서 독립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답니다. 오죽하면 추석 연휴에 아침부터 pc방와서 라면먹고 있겠어요.

 

편하게 집에서 담배도 피우고 백수 남친도 불러서 밖으로 돌아다니며 돈 쓸 것 없이 데이트 하고, 샤워할 때 화장실에 옷입고 들어가서 벗고 또 옷 입고 나올 필요 없이 걍 편하게 홀딱 벗고 화장실로 입장하고, 제가 좋아하는 현미밥도 마음껏 해먹고 그렇게 살고 싶어요.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이 집으로부터 독립할 방법이 없어요.

경제적인 능력이 없거든요. 월세 방 한 칸 얻더라도 보증금 1000만원은 있어야 되는데요. 뭐~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런걸 쪽팔려 하는 것 같던데 저는 이 나이 되도록 단돈 만원도 모아놓은 돈이 없답니다.

 

글구 보증금을 어찌어찌 마련해서 월세 20만원짜리 방을 얻는다해도 이것저것 공과금까지(핸드폰요금 포함) 합하면 평균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30만원인데요.  별다른 능력 없는 88만원 세대는 유지할 수 없는 가계랍니다.  

 

저는 정말로 명박씨가 말하는 부모 등골 빼먹는 나약한 젊은이인가봐요. 사실 요즘 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내가 이러고 살고 있는게 사회의 책임인가 나의 책임인가 헷갈릴 때가 있답니다.  

 

이렇듯 내 몸 하나 편히 쉴 곳이 없는 저는 요즘 부쩍 거리로 나돌아다닙니다. 이 거리라는 것이  번쩍번쩍한 간판 불빛아래 잘익은 고기 냄새와 술취한 사람들 냄새 북적북적한 그런 거리를 말하는게 아니고요.

각종 투쟁 현장과 선전전, 행사,회의들을 말하는 겁니다. 

 

괜히 마음 불편한 집에 들어가 있는건 싫고, 돈이 없으니 딱히 갈 데도 없고 앞서 나열한 곳에 참여하고 있으면 재미와 감동이 있으니 가장 좋습니다. 이리하여 갈 곳 없는 88만원 세대는 그저 거리를 방황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전 그게 좋답니다. 이것저것 배우는 것도 많고 느끼는 것도 많고, 현장의 그 많은 신념과 희망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만난 많은 사람들. . .  연대만이 희망인 우리들. . . .

 

하지만 한 편으론 마음 한구석에 짐을 들여놓았습니다.

나는,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한마디로 무능한 나는 어떻게 생존을 유지할 것인가.

언제까지 부모님께 빌붙어 살아야하나.

언제까지 마음 둘 곳 없이 거리를 떠돌아다녀야 하나.

 

이 사회는, 자신의 미래인 젊은이들에게 언제까지 이렇게 가혹할 것인가.

젊은이들은 언제까지 이런 고문을 견디고만 있을것인가.

 

피곤하다는 이유로 '88만원세대'라는 책을  근 반년에 걸쳐(^^;) 엊그제 다 떼었습니다.

몹시 우울했지요. 이놈의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사람 우울하게 만든다고 애꿎은 책 탓을 해댔지만,

사실은 그것이 진짜 현실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절망가득한 사회에서 조금이나마 희망을 만나고 위안을 얻고 싶은 마음에 저는 그다지도 현장들을 쫓아다니나 봅니다.  추석연휴가 끝나면 기륭에 갈 생각입니다.

 

어느 가난한 20대는 희망을 만나기위해 언제까지 거리를 방랑해야만 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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