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오션’을 통해 바라본 한국의 정치경제사회적인 담론과 비전
-한국 경제와 한국호의 앞날을 위한 희망 찾기
-작성자 박정례
들어가며
‘블랙오션’ 즉 이권경제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2년여 만에 읽는 경제 서적이다 보니 어떤 책일까 읽으면서 속으로 별점을 매겨보기도 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주장에 대한 타당한 근거가 살아 있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처 방안이 제시돼 있다는 점이다. 자 그럼 이 책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이 세상 많은 것이 백인백색 천인천색이듯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제시하는 주제도 내용도 책이 주는 인상도 뒤끝도 다 다르게 작렬한다. 하기에 리모컨을 들고 채널을 선택하듯이 책을 고르고 대하는 마음에는 지극히 자의적인 면이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좋은 책이든 가치가 별무인 책이든 이도 역시 만남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겠다. 그러니까 책을 고르고 책과 만나는 일도 사람과의 인연처럼 우연과 필연이 겹칠 수 있는 거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선택을 하여 구입한 책일 수도 있고 우연히 손에 접하게 된 경우에서 그렇다.
블랙오션을 읽게 된 배경과 기타의 대중경제서
그런데 사람은 하루 일과를 보내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산다. 몇 시에 집을 나설까, 무엇을 먹을까, 어떤 옷을 입을까, 누구랑 통화할까, 책은 무엇을 살까, 영화는 뭘 볼까 등등 수도 없이 많은 선택을 하면서 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말이다. [블랙오션]을 보는 순간 필자는 순간적으로 “저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자에게 ‘리뷰’를 써보겠노라는 즉석제안을 하게 됐다. 블랙오션을 읽기 위한 필자의 시도는 그렇게 저자의 즉각적인 화답의 결과로서 가능한 일이 되었다.
그런데 서재에 앉아서 책을 읽으려 하는 순간에는 막상 속도가 나지 않았다. 간간히 떠오르는 엉뚱한 잡념 때문이다. 비슷한 포맷으로 발간된 전에 읽었던 예닐곱 권의 책 내용이 문제였다. 말하자면 기억의 창고에 잠복하고 있던 산발적인 지식들이 불청객처럼 끼어들어 필자로 하여금 독서에 속도를 내기는커녕 한 구절 혹은 한 페이지에서 맴돌고 있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율배반 아닌가. 나라는 인간의 독서 성향이 냉정하고도 비판적인 독서가의 경지를 지향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그랬다. 요 몇 년 사이에 예닐곱 권이나 되는 책을 읽은 탓에 대중경제서에 대한 선입견이 내재하고 있었고, 그 같은 배경이 ‘블랙오션’ 읽기를 자꾸만 방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더라도 지난 책들로 인해서 형성된 기억을 떨치고 필자는 그 안개 속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더딘 속도를 재촉하기 위해 몸부림쳐야 했다.
이 책 ‘블랙오션’은 나의 안개 속 탈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 이년 만에 손에 잡는 경제서이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고 세상을 향해서 “우리 이렇게 하면 됩니다!”하고 외치고 싶은 열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존의 대중경제서를 통해본 한국경제의 단상
사설이 길었다. 그동안 읽은 책들은 대안제시가 전무했거나, 주구장창 한국경제의 문제점만을 파헤친 탓에 소시민에 불과한 필자에게 지나친 불안과 실망을 안겨줬던가 보다. 그것은 상처가 됐고 의욕상실로 이어졌으며 현실에 대한 절망감을 부추기게 만들었다. 위정자들과 토건 재벌과 부동산업자들이 한통속이 되어 펼치는 그들만의 펌프질이 싫었다. 이 모든 문제가 개발독재와 맞물려서 반칙투성이의 성장만을 위해서 질주한 결과라는 사실에 대응하는 저항감이기도 했다.
반세기 이상 개발독재 세력들이 정권을 잡은 나라 한국이다. 70년에 걸친 분단체재와 일제강점기의 수모까지 겪은 나라다. 같은 민족끼리 서로 돕고 갈등과 부조리를 일소하며 함께 가도 시원찮은데 문제는 작금에 이르도록 불목의 역사로만 치닫고 있는 점이다. 21C 백주 대낮에 서로 물어뜯고 갈구는 갈등요인 같은 ‘보이지 않는 자본’은 한국의 국부를 40%나 깎아먹는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나라가 임계점을 넘어 돌이킬 수조차 없는 더 이상의 불량사회가 되기 전에 치유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
이런 위기의식의 기저에서 대한민국이 나아갈 바 길을 찾아야겠다. 그렇다면 이 책이 기존의 대중경제서와 어떻게 다른지 우리에게 기여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인지 톺아볼 일이다. 다 같이 배우고 격려하며 환골탈퇴를 위한 나침판 같은 지침서가 되길 바라면서 말이다.
필자는 자주 좋은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좋은 밥상에 비유하곤 한다. 실컷 기대하고 받은 밥상이 맛도 내용도 부실하다면 얼마나 실망이겠는가,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을 읽고 난 직후의 소감은 다행히 ‘만족’이라는 말을 내뱉을 수 있어서 반갑기 그지없다.
필자가 생각하는 좋은 밥상이란 밥이 뜸이 잘 들었을 뿐만 아니라 윤기가 자르르하고 차져서 입에 척척 감기는 밥이다. 여기에 과할 필요도 없는 맛깔스런 반찬이 구성된 밥상이면 족하다. 그 이상의 수준 높은 밥상 혹은 특식이나 별식은 이후의 일이다. 반찬은 하나 같이 간이 잘 맞을 뿐만 아니라 영양상으로나 색깔의 조화로도 흠 잡을 수 없이 균형을 이뤄서 젓가락이 갈 때마다 흐뭇하고 기분 좋으면 기분 나이스인 거다. 이런 행복이 어려운가? 그렇지 않다. 우리들이 하기 나름이니까.
이권 경제와 그 처방
블랙오션은 크게 총 12장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4장까지가 즉 이권경제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구체적인 실례와 그 폐해와 저자가 분류한 네 가지 경제 유형에 대한 설명이 있다. 아울러서 이권경제의 해결책이 제시돼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우리나라 경제에 뿌리 깊게 똬리를 틀고 있는 이권 담합의 대표적인 품목은 설탕, 밀가루, 시멘트다. 이들 중 설탕은 국내 생산품이 전무하다시피 한 품목이고 밀가루 역시 국내 생산량이 미미한 품목이다. 그런데 이들의 생산체계는 간단한데다가 소비량은 엄청나게 많아서 담합과 수입 장벽을 쌓고 누리는 독과점업체들의 이권구조는 가히 황금알을 낳는 구조다.
이를 위한 대처방안으로서 저자는 수입을 자유롭게 하고 수입관세를 낮추자는 법모시순(法矛市盾)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업체의 담합과 독과점 체제를 깨뜨리지 못하고 묵인한 결과 국민들은 비싼 설탕과 비싼 밀가루를 사먹을 수밖에 없었으니까 담합은 못하게 하고 수입관세는 낮춰서 다른 업자들도 수입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걸림돌을 제거하자는 역발상적인 제안을 내놓은 거다. 우리사회의 이러한 모순의 배태는 위정자들의 무지와도 괘를 같이 하고 이권집단에 의해 포획된 관리들의 무능에 의한 시혜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바라 본 한국 형 집단유형 5G+i이론과 재벌봉건체제
현재의 한국을 10:90의 사회라고 하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20:80의 사회라고 말하기도 한다. 10:90은 물론이고 20:80도 절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본 글에서는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5G+i의 이론에 의해서 계층 분류를 해본다.
저자는 한국사회를 5개 그룹으로 계층을 나눴다. G1에서 G5그룹까지다. 이들을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G1그룹은 이권장악 집단이요 제 G2그룹은 이권비호집단이다. 그리고 제 G3 그룹은 이권추종집단, G4그룹은 침묵대중집단, G5 그룹은 극빈층인 소외집단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들 중에 준 특권층인 G3를 비롯해서 G1과 G2를 합하여 최소승리연합 세력이라 부르고 그들만의 성(城)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소수의 연합체를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한 성벽 쌓기가 사회 양극화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들 최소승리연합의 핵심축인 재벌들에 대해서 좀 더 논해보자. 이들은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특이한 구조로 재계를 지배하는 족속들이다. 저자는 이를 ‘제왕적 지배구조’와 ‘봉건적 사업구조’라고 일컫는다. 단 몇 퍼센트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소위 오너인 회장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클 뿐만 아니라 그룹 내에서 수많은 사업을 벌려놓고 내부거래를 통하여 경쟁력을 확보하는 점이 봉건적 사업구조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봉건적 재벌의 개혁방안은 무엇인가? 저자는 다시 말해서 법모시순(法矛市盾) 즉 법과 시장 질서를 잘 이용하여 재벌 문제를 해결하자는 방책을 제시했다.
법이라는 창과 시장이라는 방패를 적절하게 이용할 때 상당부분 그들만의 공고한 성을 공략할 수 있고 바로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열치열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해도 좋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고 하지 않은가. 그들만의 수법을 안 이상. 진단이 나온 이상 처방은 정확한 거다.
혁신경제와 좋은 일자리& 신자유주의 올바른 이해
저자의 대처방안은 명쾌하다. 이권경제에 익숙한 재벌의 오랜 담합과 독과점구조를 타파하는 것이 혁신경제로 가는 지름길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보수와 진보 양 진영 모두가 신자유주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부족한 점을 짚고 있다. 이러한 이해부족이 공공경제의 개혁방안과 복지정책의 방향 그리고 경제민주화 방안이 합리적이고도 타당하게 전개되는 것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진보진영은 정리해고 없는 세상을 주장하면서도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데 저자는 이것이 양립할 수 없는 구두선이라고 지적한다.
보수는 시장경제를 옹호하지만 하는 짓은 시장질서에 역행하는 이권집단의 성격이 강하다. 해서 주장하는 바에 준하는 경제 정책을 펴지 못한다. 진보는 반시장적인 정서만 강하고 문제 해결력이 부족하다. 신자유주의가 나쁜 것이 아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정리해고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되 실업급여를 비롯한 복지혜택을 크게 늘려야 기업도 살고 해고노동자들도 생활보장이 되어 생계에 대한 불안이 완화 된다 이런 점이 진보 쪽에서 오해하는 신자유주의 폐해론의 허구성이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이권경제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수입규제를 철폐해서 공정한 경쟁체재를 구축하고, 복잡한 가격구조는 개선하여 일물일가 원칙이 지켜지도록 한다. 각종 담합행위를 근절하여 정의로운 시장질서가 확립되도록 한다. 그래야 소비대중들에게서 부당한 착취행위가 일어나지 않고 경제정의가 실현될 수 있음을 일깨우고 있다.
아울러 내수보다 수출로 혁신경제를 구축하고 중소기업을 과보호하지 않아야 한다. 좀비기업이나 불량한 중소기업은 도태되는 것이 맞다. 이는 바로 건전한 기업이 성장하고 육성되는 토양이 될 것이다. 비재벌기업과 히든 챔피언을 많이 육성하여 분야별 경쟁력 있는 기업이 많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일자리도 많이 늘어난다. 이런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강조하는 주 포인트다.
이권 혁파 책과 직접민주주의 확산
직접민주주의, 오랜만에 듣는 이야기다. 저자는 직접민주주의가 정치경제에 순기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직접민주제가 확대되어 제 4의 세력으로 등장할 때 정치 시스템과 사회시스템과 경제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 한미 FTA 체결이나 제주 해군기자 건설 그리고 세종시 이전 문제와 4대강 사업 같은 국가적인 중대사나 정책에 국민들이 직접 나서서 찬반의 결정하는 투표하는 직접민주제를 실행했더라면 불필요한 갈등유발이나 국론분열을 줄일 수 있었을 거라고 한다.
이어서 양극화의 해소책도 역시 직접민주주의와 맞물려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많이 거론됐던 모델은 스웨덴 모델이었다. 하지만 저자는 경제과학적인 근거를 들어 우리나라에 적합한 모델은 스위스 모델로 가는 쪽에 방점을 찍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복지 증대는 원하지만 이를 위한 증세는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스위스는 조세의 국민조세부담율이 28%로서 26%인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기에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스위스처럼 잘살 수 있다고 보았다. 하여 보이지 않는 자본의 비축으로 보나 양극화 해소책으로 보나 스위스처럼 잘살기 위한 선행 조건으로서 직접민주제의 확산과 적극적인 시행을 권하고 있다.
그러니까 직접민주제는 우선 민의를 충실히 반영하기에 세대 간, 계층 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반칙과 특권을 막고 이권집단의 발호를 줄이는 수단이 되어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을 증대시킨다. 하여 혁신경제의 발전과 좋은 일자리 확대를 가져와 양극화를 줄일 수 있다.
재벌 퍼주기에 올인한 친 재벌정부들은 낙수효과를 말했다. 그러나 특권층이 서민들로부터 흡혈해간 부(富)는 전혀 아래로 흐르지 않았다. 그러니 뜬 구름 잡는 식의 ‘카더라’는 가라. 실행력을 갖추지 못한 허망한 장밋빛 이야기는 더더욱 가라. “바보야 문제는 진실이다!” ‘블랙오션의 성벽을 무너뜨리는 것이야말로 진실에 다름 아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성벽을 마음껏 넘나들게 하자. 이것이 진실에 대한 모두의 책무다.
*한 가지 양해를 구합니다. ‘블랙오션’의 10장인 ‘정치권의 이권집단’에 대한 고찰 없이 독후감을 끝낸 점입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거의 모든 문제가 사실 정치와 법제도와 맞물려 있음에도 이 부분에 대한 언급 없이 모두의 고민과 토론거리로 남겨두고 글을 맺게 되어 유감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