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23일째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단독인터뷰] 단식하는 그의 행보, 이름처럼 청청한 하늘 열리려나?
[브레이크뉴스 박정례 기자]= ‘먹어야 산다.’ 인간이 그렇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가 그렇다. 먹지 않으면 너나없이 죽음에 이르기 때문이다. 먹이 행위는 그만큼 세상의 모든 동식물에게 적용되는 신성하기조차 한 의무이다.
그런데 지금 그 의무를 팽개친 채 단식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광화문광장에서다. 왜 그런가. 왜 그들은 목숨까지 내놓고 단식에 임하고 있는가. 목적은 하나다. 304명의 목숨을 죽음에 이르게 한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다. 그러자면 조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돼 있는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
고 김유민 양은 진도 팽목항에서 목숨을 잃은 단원고 학생 중 한사람이다. 유민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6일 동안이나 목숨을 거는 단식을 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청래 의원이다. 정청래 의원은 지금 23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국 각처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동조단식을 위해서 광장을 찾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대한민국은 세월호 사건 이전과 이후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 23일째에 이르는 정청래 의원을 만나본다.
질문 몇 가지를 준비해갔다. 하지만 입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 그동안 광화문 광장에 몇 번이나 찾았지만 선뜻 인터뷰에 나서지 못했던 이유와 맞닿아 있다. 하고 많은 신문기자들이 다녀갔을 테고 많고 많은 방송국에서도 다녀갔을 거다. 여기서 나 하나 빠진다고 무슨 대수이랴. 그래 나도 똑같은 판박이 질문을 ‘던져봐 말아?’ 갈등이 일고 또 일었었다. 그래서 단식 장 주변을 맴돌다가 돌아가길 여러 번했다. 딱 그랬다
.
하지만 드디어 인터뷰를 신청했다. 준비해온 질문으로 운을 떼기 전에 책상위에 아는 책이 눈에 들어 왔다.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였다.
-이 책 읽으셨어요?
“다 못 읽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의 ‘그래도 사랑하라’도 있네요. 누가 사다주던가요? 이것은 읽으셨어요?
둘 다 잘 아는 책이라서 정청래 의원이 책 내용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언급을 해줄라치면 여기서부터 인터뷰를 풀어 가리라 생각했다. 헌데 돌아오는 대답은 “못 읽었어요. 읽을 시간이 없어요.”다.
-(주야로 들리는 온갖 소음에 방문객에 정신이 없을 것 같다. 굶어서 자기 몸 하나도 지탱하기 힘든 마당에 활자가 눈에 들어오랴 싶다. 솔직한 대답이구나 싶었다) 왜 단식을 하시기로 마음먹었습니까?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여기 올 때부터 언제까지 하겠다는 생각 없이 그냥 무작정 시작했어요. 세월호 유가족들이 너무 힘들겠다 싶어서 유민이 아빠가 혼자서 짊어지고 있으니까 그냥 같이 있어주고 싶어서 시작했습니다.”
-제가 전해 듣기로는 유민 아빠가 단식을 중단하면 의원님도 중단하시는 걸로 알았거든요 근데 단식을 계속하는 이유가 있으신 거예요?
“유민 아빠 병원에 실려 간다는 소식을 듣고서 아무도 없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누구라도 지켜야 되겠다고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고 유가족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눠보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잘못한 거에 대한 속죄의 심정, 뭐 이런 마음이 있었습니다. 유민아빠가 죽을 먹고 돌아올 때쯤이면 ‘그만둬도 되겠다.’ 생각했었는데 막상 추석이 다가 오자 더 걱정이 되더라고요. 연휴 때 아무도 없으면 어떡하나 생각한 거죠.”
-추석은 어떻게 보내셨어요?
“처음부터 의도된 것은 없었습니다. 뭔가 거창하게 이뤄내는 게 아니라 유가족들과 국민동조단식단들에게 작게나마 위안이 됐으면 했고, 또 보수단체 인사 등의 침탈이 계속 있어서 국회의원 한 명쯤은 이곳에서 지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고요. 유민아빠가 기운을 차리고 광화문 광장에 온다고 할 때는 한 명쯤은 그를 맞이할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계속했던 것입니다. 지금은 그들에게 가해지는 압력을 막기 위해서라도 좀 더 있어야지 하는 소박한 심정으로 있는 거죠.”
-그러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래서 안 되는데 하는 것 있잖아요. 잘못을 짚어서 솔직하게 몇 가지만 말씀해주세요.
“유가족과 국민들이 원하는 게 아니고 또 동의도 안 되는 것을 그냥 정치 공학적으로 하다 보니 협상은 깨지고 유가족들과 국민들은 허탈감과 배신감을 갖게 되고 그런 것이 잘못된 거죠.”
-2선 국회의원이신데요. 의원님 개인으로서는 단식 이전과 단식하고 계시는 요즘 가치관에서나 달라진 점 혹은 느낀 점 없으신가요?
“여기 와 있으니까 오히려 제가 힐링이 좀 많이 됐어요. 국민단식이나 종교단체에서 단식 나온 분들과 예기를 많이 했어요. 그 과정에서 느낀 점이 많죠. 건전한 상식으로 무장된 이런 분들 땜에 대한민국이 유지하고 있구나. 국내에서도 여러 분들이 찾아주시지만 해외에서도 비행기를 타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거기 다 지금 우리가 유가족들에게 해줄 것이 별로 없잖아요. 이분들과 같이 한 공간에서 같이 있다는 것이 제 스스로 힐링이 됐고 행복해요. 그냥 있어줘야겠구나 이것뿐인 거죠.”
-새누리 당 쪽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다녀가신 분 있습니까? “없습니다. 단 한 사람도 없었어요.”
-그럼 새정치민주연합 쪽 국회의원들은 많이들 오시나요? “예 많이들 오셨어요. 누구라고 말할 것도 없이 골고루 많이들 오십니다.”
-오시는 분들에게서는 어떤 느낌을 받으신 거예요? 특별법 관철 의지 같은 거요.
“그럼요. 특별법 관철 의지가 느껴져요. 세월호 진상 규명에는 사실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는 문제거든요. 국민과 국회의원들이 뭉치면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청래 의원에게는 건전한 상식으로 뭉친 사람들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나고 있었다. 세월호 특별법 통과에 대한 희망도 살아 있었다.
여담이지만 인터뷰를 허락받고 정청래 의원의 곁에 바짝 다가가 앉았을 때였다. 그러자 옆에서 누가 “의원님이 힘든 상태니 질문은 짧게 해주십시오.”하고 부탁한다. 딴은 그렇겠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고맙지만 관심도 지나치면 독이 되기 쉽고 감당하기조차 힘들 테니까.
이번에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다. 그가 “유민아빠가 단식 장을 비우면서 세월호에 모아지던 관심과 열기가 사그라지면 어떡하나,” 싶어서 “나라도 자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 단식을 시작했다고 했듯이 시민이라고 다르지 않고 정치인이라고 기자라고 방송국이라고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내가 왜 나서?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할 텐데 같은 수동적인 자세가 얼마나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세상에 해롭고 역사의 발전에 퇴보를 가져오는 가를 뼈저리게 알았다.
그래서다. 정청래 의원, 어서 빨리 먹구름 확 걷어내고서 밝고 맑은 얼굴로 하루 속히 국회로 돌아갈 날을 기대한다. 그리하여 세월호 유가족이든 동조단식에 참여하는 평범한 시민이든 할 것 없이 국민 모두가 승리의 노래를 다함께 부르는 세상을 맞았으면 좋겠다.
인터뷰어/박정례 기자, 르포작가,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