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당백’하는 윤지오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윤지오
-10년 전 무명배우...오늘은 ‘용기, 끈기, 결기’의 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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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일이 고개를 들어 외치고 있다. 한 신인여배우의 억울한 죽음을 둘러싸고 풀어야할 숙제가 만만찮아서인가. 고 장자연 씨 사건은 그동안 묻히고 가라앉길 되풀이하다가 이제 다시 진실규명의 길에 서광이 비치게 되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국민의 힘이다. 한편으로는 고 장자연 씨와 동료관계였던 윤지오 씨가 일당백을 하고 있는 덕분이다. 지금 그녀는 힘없는 사람의 죽음을 가볍게 무시해버리려는 한국사회의 고질병과 거대권력에 야합하는 습관에 맞서 ‘결코 밀리지 않는 싸움’을 해나가고 있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다. 다행이도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검토 대상 사건에 ‘장자연 사건’ 등을 추가할 것이라는 소식과 함께 작년 2월부터 국민청원이 있었다. 청원의 제목은 ‘고 장자연의 한 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 이일에 동참한 사람은 총 인원 23먼5천명이 넘어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와 검찰 진상조사단에서는 “여러 각도로 고심하고, 관련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는 대답을 내놓기에 이른다.

 

윤지오 씨의 귀국과 장자연의 주변 인물

이를 보며 윤씨는 용기를 갖게 됐다고 한다. 그녀는 올 초 <13번 째 증언>이라는 에세이집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캐나다에서 거주하며 시민권을 딸 수 있었지만 한국에 와 언론매체에 출연하며 각종 모임에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대검찰청에 참고인으로 출두하여 증언을 하고, 신변보호 요청과 ‘故장자연씨의 수사 기간 연장 및 재수사’를 직접 청원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 일은 현재 73만 명이 넘어 조사기간을 5월말까지 연장하는 결정을 이끌어냈다. ‘장자연 사건’의 전후 관계와 윤지오를 통해서 드러난 점 그리고 그녀가 밀리지 않고 이 싸움을 하게 된 동인에 대해 살펴본다.

그동안 누가 장자연의 죽음을 왜곡하며 덮으려고 했을까? 크게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계약관계에서 갑의 입장이었던 기획사 사장과 매니저 둘째는, 국내 굴지의 언론과 정.재계 인사들 셋째는, 장자연 씨를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이용한 정황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선후배 연예인과 장자연 사건에 대해 결코 모른다고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한쪽은 성상납 강요 및 폭력과 압력을 행사한 사람들이고 다른 한쪽은 술시중과 성 접대를 받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다. 이에 더해 자신의 꼬인 행보를 해결하는 수단으로 장자연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취하고자한 이기적인 연예계의 선후배들이 나머지 한 축을 이룬다.

돈 있고, 빽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그들만의 인적 네트워크가 강고하다 할 수 있다. 이익과 권력을 향유할 수 있는 일에 정보를 공유하거나 담합을 할 수 있는 개연성이 농후한 사람들이라는 거다. 때로는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여 자신들의 세계를 넘보지 못하도록 철벽을 쌓고 몇 겹씩 가시울타리로 방어벽을 치기도 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시간을 끌다보면 모든 것은 ‘덮이게 돼 있다’는 계산이 농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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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의 죽음과 부실수사
 
장자연의 죽음은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살날이 창창한 젊은 처자의 죽음이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수의 사회 지도층들과 얽힌 죽음이라서 그리 단순하게 취급될 문제는 아니었다. 주연은 아니더라도 당시 ‘꽃보다 남자’라는 인기드라마에 출연한 여배우가 억울한 심정을 밝히며 갑자기 죽었다. 보통사람들의 눈으로 봐도 ‘장자연 사건’에 연루된 인사들을 곱게 볼 리 없다. 그녀로부터 취한 것과 취하려 한 것들이 무엇이었던가를 추측하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하여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 식의 수사 종결에 “그건 니들 생각이야!”라는 반발심이 증폭했다. 민초들은 공정한 수사를 요구하길 멈추지 않았다. 유명 인사들이 연루된 수사에는 일종의 패턴이 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검.경은 압수수색에서 증거가 될 만한 것들을 애써 외면하고 대충 넘긴 정황이 드러났다. 당사자의 수첩과 휴대전화를 수집하지 않았던 것이다.

주검에 대한 부검도 없었다. 부검은 사망 원인을 상당 부분 밝힐 수 있는 과학수사의 중요한 방법인데도 말이다. 더구나 서둘러 화장을 해버린다. 차후라도 부검을 시도할 수 있는 여지마저 없애버렸던 것이다. 사건에 연루된 사람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 되겠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들을 위해 복무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았다면 이럴 순 없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한 부분이다. 하지만 민초들의 항의와 외침은 마침내 그들의 방어벽을 뚫는 쇠망치가 되기 시작했다. ‘재조사와 기간 연장을 요구하는 청원’에 73만 명이 넘는 사람들과 윤지오 씨가 나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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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증언자

우리 곁에 찾아온 윤지오는 혼자서 ‘일당백’하는 유지오였다. 10년 전엔 나약하던 윤지오는 ‘용기, 끈기, 결기’를 갖추고 ‘밀리지 않는 싸움‘을 할 줄 아는 당찬 의식의 소유자였다. 숨어 지내던 입장에서 언론매체에 등장하는 사람이 됐고, 진상을 밝히는 핵심 증언자가 되어 있었다.

다음은 그녀가 방송에서 밝힌 점들이다. “한 언론사에 동일한 성을 가진 세 명이 (문건에) 거론된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조선일보와 방씨 일가에 대해 증언했다. 이어 장자연을 향한 성폭행과 강간으로 의심되는 정황을 제시했다. “술을 유리컵 한 잔 정도로 그렇게 많은 양을 마시지 않은 상태인데 의식이 아예 없었던 상태를 여러 번 목격했다”던 점이다. 또한 윤지오는 장자연의 행동은 “술에 취한 사람의 행동이 아니라 술에 탄 무언가가, 타의에 의해서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이었다”며 장자연 씨가 “성상납을 할 인물이 아니다”라는 점을 확신했다.

만약 “그런 정황이 포착이 됐다면 성상납이라고 표기할 것이 아니라 성폭행으로 표기되는 것이 맞다”며 “재수사가 진행되어 특수강간죄가 인정되면 이 경우 공소시효는 15년으로 늘어난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윤지오 씨는 자신이 바라는 것은 ‘장자연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과 고인에 대한 명예훼복이라는 점, “늦었지만 바로 잡아야 할 부분은 반드시 바로 잡았으면 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죽음의 성격과 공소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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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장자연 씨의 죽음이 단순자살이 아니라면 공소시효가 25년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장자연과 같은 회사 소속의 여배우들이 “셋이나 자살을 했는데 누구도 유서가 없었다”며 “언니가 쓴 문건은 유서가 아니라고 본다”는 논지를 편 것이다. 이 지점에서 상식적인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이 유서를 썼는데 ‘남에게 자신의 유서를 돌려달라’고 하는 게 상식에 맞는가 하는 점이다. “언니는 유서라는 문건조차도 쓰고 나서 다시 돌려받기를 원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그렇다면 왜 이문건을 적게 됐는지의 정황과 왜 그쪽(이미숙 매니저 유장호)에서 남의 유서를 보관을 했는지 그리고 왜 돌려주지 않았는지 그런 것에 대해서는 좀 명확하게 답변을 해 주셔야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밖에도 이상한 점은 또 있다. 장자연씨 및 가족의 계좌에 백만 원 권의 고액 수표가 수십 장 입금되었다는 의혹이 있다. ‘장자연의 유서’라고 하는 문건 역시 그렇다. 그녀의 가족조차도 장자연의 필체가 아니라고 한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이 문건에 손을 댔다는 의심을 받고 있던 메니저 유장호의 필적 감식이 다른 사람의 필적이라는 주장이다. 하나 같이 의미 있는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3월 초부터 시작한 증언은 점이되고 선이 되고 있다. 선은 연속성을 의미하고 현재 진행형으로서 세인들의 관심과 조명을 받고 있다는 증거다. 일전에 윤지오 씨는 종로구의 한 복합문화공간 에무시네마에서 책 108권 찍어 관객들에게 기부 이벤트를 펼쳤다. 며칠 전엔 신변보호를 요청하며 관심을 집중시켰고, 과거 경찰관으로부터 들은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신장이 큰 여성은 납치된 전례가 없다는 얘기다. 참고로 윤지오 씨는 자신의 키가 173cm라고 밝혔다.

하나 더, 윤지오 씨의 어머니의 암투병 소식이다. 또 하나의 스토리 추가다. 이런저런 것들이 모여 이야기가 되고 화제를 불러일으킨다. 예컨대 그녀는 용기와 결기와 끈기의 화신으로 거듭해서 진화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들이 총체적으로 작용하여 고(故) 장자연의 억울한 죽음을 가볍게 무시해버리려는 한국사회의 고질병과 거대권력에 경종을 울리면서 ‘결코 밀리지 않는 싸움’을 수행해나가고 있다.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르포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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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0 16:08 2019/04/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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