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➁] 米美味, 남원 보절미술제 개최 성과와 이후의 전망

-김해곤 예술총감독에게 들어보는 미술제 전후 이야기

 

3개 공중파 방송과 24개 언론매체가 주목한 보절미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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米美味, 남원‘보절미술제’는 단 열흘 동안 한시적으로만 기능(技能)한다. 농한기를 틈타 잠시 비어 있는 비닐하우스에서 여는 미술제이기 때문이다. 미술제의 주체도 힘 있는 사람이 아닌, 지역 농민들이다. 보절면은 인구절벽에 직면해 있는 곳이라서 애당초 문화행사를 열기에는 무엇 하나 탐탁한 구석이라고는 없었다.

 

첫째는 제한된 공간, 불완전한 환경 때문이다. 전시공간이 비닐하우스인지라 제대로 된 조명시설을 갖추질 못했다. 부득이 자연채광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농사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수답’ 신세다. 천수답은 때맞춰 하늘에서 비가 오면 좋고 아니면 한해 농사를 망치게 되는 경작지 아닌가. 이처럼 ‘하우스미술관’은 조명시설이나 제대로 된 보호막도 없고, 비나 우박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지붕이 날아가고 하우스를 떠받치고 있는 지주대가 와장창 무너지는 판이라서 언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환경이다.

 

하지만 이번 미술제에 3개 공중파 방송과 24개 언론매체가 주목을 해줬다. 그 이유는 상대적으로 악조건 속에서 열리는 행사이기 때문일 것이다. 면 전체를 합해도 인구가 1370명뿐인 곳, 그 중에서도 처음엔 은천마을을 특정해서 시작했으니 ‘이게 뭔가?’ 싶었을 것이고, 사람 구경하기 힘든 곳에 그림이 걸린 장소도 비닐하우스라는 기상천외한 장소이고 보니 그야말로 기존의 상식을 벗어난 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나 싶다. 누가 봐도 덜 갖춰진 곳이었던 만큼 그 자체를 두고 화제를 삼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도 미술제는 열렸다. ‘시작이 반’이라고 작년에 이어 두 번 째로 말이다.

 

개막식 참석과 미술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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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 달이 지났다. ‘보절미술제’에 다녀온 것은, 개막식은 오후 2시, 제2관에서 할 모양이었다. 멀리서 봐도 전봇대에 매달린 플랜카드와 입구에 놓인 여남은 개의 축하화환이 ‘저기가 개막식을 할 장소인가 보구나.’를 짐작하게 해줬다. 김 작가는 방문객들을 맞이하느라 눈인사 허리인사가 한창이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일단은 ‘와 대단하다’라는 말 한마디쯤은 안심하고 내뱉을 수 있었다.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는 그림의 질로 보나 양으로 보나 보통 이상은 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둘 셋 모여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며 개막식 내방객들을 위한 파란 플라스틱 의자가 가득 놓인 것을 보면서 기대감이 점점 높아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 3관은 깃발이 휘날리는 다리 건너였다. 거긴 초.중.고생들의 그림과 사진 등 갖가지 형태의 주민참여 작품들이 가득했다. “이렇게나 많구나!” 학생 작품 224점에 400여 주민참여 작품을 합하면 못해도 624점인데 이 많은 것을 이곳에 다 진열을 할 수 있구나. 비닐하우스도 ‘예전에 내가 알던 비닐하우스가 아니구나.’ 싶었다. TV에서는 특용작물을 재배하여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농민들을 소개해주곤 했는데 그 같은 대형 하우스를 바로 이곳에서 보고 잇는 것이었다. ‘이 정도규모나 되니까 그림 수백 점 걸기는 일도 아니구나.’

 

제2관으로 돌아오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작품을 낸 학생들 중 전북도지사, 전북교육감, 시장 상을 수상하게 된 학생들과 그들의 보호자가 대기하고 있는 모습에 더해 지역민들과 면장을 비롯하여 지역 기초의원들이 자릴 잡았다. 각지에서 모인 전업 작가들도 20여 명이나 찾아와 미술제를 축하해주고 있었다.

 

문화적 약자를 위한 미술제, 대안공간으로서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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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보절미술제는 정확히 말하면 두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먼저 지역민들과 함께 하는 미술제, 문화약자들과 함께 하는 미술제다. 다른 한편으로는 전업 작가들을 위한 대안공간으로서의 역할이다. ‘보절아트페스타’라는 명칭을 놓고 보면 ‘페스타’는 축제라는 뜻이니까 지역민을 위해서는 ‘보절아트파스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것 같고, 전업작가들을 위한 대안공안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하우스미술관’이라고 하는 안내장을 마련한 걸로 보인다. 두 가지 성격이 어우러진 점은 나빠 보이지 않아 보인다. 기획자의 역량과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만큼의 선(善)기능으로 작동하고 있느냐의 여부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니까.

 

이런 종류의 문화기획은 해외에서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1995년 미국의 언론인이자 사회비평가인 얼 쇼리스가 개설한 인문학 코스도 그렇다. 얼 쇼리스는 부익부 빈익빈의 고리를 끊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클레멘트 코스’라는 인문학 강좌를 개설한다. 우리나라도 서울문화재단이나 문예진흥원과 같은 각 기관에서 공연예술단체들을 대상으로 공모 선정하는데 이게 다 문화 소외지역을 지원하는 정책 중 하나다. 차 상위 계층을 상대로 발행하는 문화누리카드도 비슷한 맥락이다. 연 8만 원 가량이 적립돼 있는 문화누리카드로는 영화를 비롯하여 음악 무용 연극 미술 관람에 이어 도서구입도 가능한 문자 그대로 문화를 향유하는데 사용하도록 정부가 발급해준 지원 카드이다.

 

김해곤 작가가 시도한 미술제도 문화적 약자를 위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90세의 촌로처럼 평생 문화예술과 멀어진 채 농경지에 매인 사람들은 정보부족과 이동 수단 부재 그리고 건강과 같은 악조건으로 인해서 문화약자일 수밖에 없다. 그림 구경을 위해 미술관이 있는 도회지로 나갈 여건도 안 되고 엄두 자체를 못 내기 십상이다. 이 지점에서 구상하게 된 것이 <米美味, 남원보절미술제>라고 생각된다. 농한기를 맞아 잠시 비어 있는 비닐하우스를 이용하여 그림을 걸어 지역민들에 의한 지역민들을 위한 열흘간의 축제다. 이를 전제로 보절미술제의 총감독이자 기획자인 김해곤 작가와 연결하여 일단 미술제 이후의 성과와 개선점을 비롯한 미래 비전에 대해 작가의 의견을 들어본다. ➂에서 계속

 

글쓴이/박정례 선임기자. 르포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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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8 10:41 2023/12/2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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