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중지추라는 말은 주머니 속의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주머니 밖으로 뽀족한 끝이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오늘 날 쓰이기는 재능이나 실력이 특출난 사람은 기어코 얼마 지나지 않아 두각을 드러내어 그 우수함이 알려진다는 뜻이다,
중국 전국시대에는 4공자가 있었는데 제나라의 맹상군, 조의 평원군, 위의 신릉군 그리고 초의 춘신군을 말한다. 그런데 조나라는 진나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어서 이러한 전국을 타개하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판이었다. 평원군은 자신이 거느리고 있던 식객 중에서 20명을 뽑아서 이웃나라로 가서 동맹을 맺으러 떠나는데 수행원으로 삼으려던 참이었다. 같이 떠날 사절을 선발하는데 끝내 마지막 명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모수'라는 식객이 자신을 뽑아달라고 자천하고 나섰다.
그런데 평원군은 덕망이 있고 사람이 너그러워서 늘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사람이었다. 평원군의 집에 드나들며 밥을 먹는 식객들이 무려 3천여명이나 될 정도였다. 이웃나라로 합종연횡을 하러 떠나려던 판에 인재를 뽑는데 모수라는 사람은 평원군의 식객노릇을 한지 3년이 돼도 도무지 눈에 띄지 않은 인물이었던지라, 모수 자신이 자천을 하고 나서자 평원군도 떱떠름하게 여기면서 말한다. '낭중지추'라고 주머니 속의 송곳은 그 뽀족한 끝이 자연히 드러나게 마련인데 모수 자네는 3년 동안 존재감을 드러내 본 적이 없는데 무슨 실력과 재주로서 우리 조나라를 위해서 이롭게 한단 말이요? 하고 묻기에 이른다.
모수가 말하기를 "소인은 아직 주머니에 들어 가 본 적이 없는데 군(君)의 주머니에 들어만 간다면 그 끝이 아니라 송곳 자루까지 다 드러나게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답했다. 이렇게 해 모수는 평원군을 따라 초나라에 가서 초왕과 평원군의 협상을 지켜보게 되었다. 그러나 초나라 왕은 핑게만 대면서 평원군의 청에 선뜻 응해주지를 않는 것이었다. 하루 온종일이 지나도 일이 지지부진하게 잘 되지 않자 모수는 급히 칼을 빼어들고 초왕을 협박하며 합종(合縱)의 타당성을 역설해 초왕으로부터 조나라에 대한 지원군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받고 성공리에 귀국했다.
이리하여 조나라는 멸망의 나락에 빠졌다가 모수의 지략과 지혜로 다시 회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때부터 낭중지추라는 말은 사람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 되었다. 특히나 미처 모르고 있던 우수한 사람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말로. 요즘 같이 자기 피알시대, 가만히 있으면 누가 알아주는 세상이 아닌 때는 자신이 실력과 담력을 갖추기만 했다면 전국시대 조나라 모수처럼 '모수자천' 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고 본다. '모수자천'이야말로 중요한 처세술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