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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회진보연대와 함께 돌아본 1년

백승욱 | 운영위원, 중앙대 사회학과

 

2004년은 2003년부터 지속된 대내외적 지각변동이 이어지면서 그 파장이 더욱 커진 한 해였다. 밖으로는 미국의 신보수파가 주도하는 세계질서의 재편이 이라크 전쟁으로 시작된지 두해 째 되면서 그 파장이 줄어들줄 모르는 채 확장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발발한지 한해가 아니라 두해가 지나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랄만큼 무장한 세계화의 영향력은 일상 속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전쟁에 대한 반대와 저항이 적지않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다른 영역에서 벌어지는 삶을 위협하는 것에 대한 저항으로 확산되지 못하면서 어느덧 반전은 삶의 문제가 아니라 도덕적 비판의 문제로 바뀌어버린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2004년 초 한국의 정치판에 벌어진 대통령 탄핵이라는 해프닝은 사실 이 문제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었다. 탄핵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사회진보연대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세가지 기준점을 제기한 바 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대, 무장한세계화와 전쟁에 대한 반대,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전면적 위협에 대한 저항이라는 기준점이 그것인데, 이 세가지가 서로서로를 받쳐주는 운동으로 연결되어야만 지속적 생명력을 가질 것임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탄핵과 그 이후 과정에서 나타난 수많은 동요는 이 것들중 어느 하나의 부분적 측면만을 붙잡거나 또는 낡은 방식으로 그 속성을 이해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002년 대선 이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국내 정치지형의 변화는 냉전의 틀이라고 부를 수도 있을 낡은 틀이 빠르게 무너지는 대신 변신한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가 새롭게 형성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 이데올로기적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며, 그 취약성이 쉽게 극복되지는 않을 것이고, 지속적인 동요와 상호폭로가 일시적으로 그 취약성을 지탱하는 정치가 지속될 것이지만, 외형이 쇄신된 자유주의와 외형을 쇄신하려는 보수주의는 진보세력의 쟁점제기를 선점하려 노력할 것이다. 그에 비해 쇄신되지 못한 진보세력은 여전히 익숙한 과거의 틀 속에 갇힐 수도 있을 것이다. 대중의 힘의 분출을 봉쇄한 1987년의 망령은 탄핵국면만 덮어싼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도 민주노동당도 덮어 쌀 수 있고, 윤기나는 고립을 찬란한 성공으로 오해하도록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김진균 전 대표께서 돌아가신지도 한 해가 되었다. 민중형성과 연대는 김진균 대표께서 붙잡고 있던 두가지 화두였는데, 연대를 통해 어떻게 민중이 민중으로서 형성되는 길을 찾아갈지는 남은 사람들의 몫이 되었다.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 돌진하면서 새로운 운동방식과 새로운 조직형식을 고민하는 것은 불나비 김진균 선생 만이 아니라 사회진보연대의 자세이기도 하다. 지난해의 만민공동회와 전범민중재판은 민중의 자기 발언권을 되찾는 작은 출발점이 될 수 있었다. 그 계기를 더욱 확대해가는 한 해가 될 것을 기원해 본다.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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