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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가게에 다시 고양이들이 나타났다

2월 15일 (화) 저녁부터 비오다 생선가게에 다시 고양이들이 나타났다. 개정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정치관계법을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은 지난해 9월 정치개혁특위가 출범하면서부터 감지되었다. 2004년 9월 13일 국회 정개특위 첫 회의는 상견례부터 시작하였다. 돌아가면서 한마디씩 하는 인사말의 대부분은 <지나치게 엄격하게 비현실적인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상견례에서 목청을 돋울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한마디 아니할 수 없었다. 인사말의 마지막 차례가 돌아오자 이렇게 말하였다. <개혁 후퇴를 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2004년 초에 마련된 지금의 정치관계법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정치인들을 제외한다면 단 한 사람도 없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64개국 5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04년 12월 9일 발표한 <글로벌 부패척도> 조사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 조사에 응한 한국인 천5백명은 국회에 4.5점, 정당에 4.4점을 매겼다. 가장 청렴한 상태가 1점, 가장 부패한 상태가 5점인 조사에서 였다. 가장 부패한 상태를 100점으로 환산한다면 한국 국회와 정당의 부패정도는 각각 90점과 88점에 이른다는 것이 국민들의 생각인 것이다. 제16대 국회의 정치특위가 그나마 개혁을 위한 특위였다면 제 17대 국회의 정개특위는 개혁후퇴를 위한 특위가 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동시에 제 16대 국회의 민간자문기구였던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가 <정치부패청산을 위한 보다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통로>였다면 제 17대 국회의 자문기구인 정개협은 <제 머리를 직접 깎지 못하는 정치인들의 민원을 관철시키는 이발소>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이발소>의 첫 결정이 <논의의 비공개>였다는 것도, 대표 이발사가 라디오방송에 출연하여 <머리를 깎아주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현실도 주목할만 하다. 자의든 타의든 제 16대 국회의 정개특위는 불법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는 중에 국민들의 부릅뜬 눈을 의식하여 그나마 정치자금법과 선거법의 오늘과 같은 개정안을 마련하였다. 제 17대 국회의원 후보 중에서 이 법들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므로 당선되면 후원금 한도를 늘이고, 기업후원금제도를 부할시키겠다고 공약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정치관계법 중 개정이 필요하다고 일각에서 주장하는 대표적 내용은 국회의원 후원금 연간 한도액을 1억 5천만원에서 3억으로 늘리고, 집회형식의 후원회 행사를 다시 허용하고, 법인후원금 금지 조항을 풀어서 기업명의의 후원금 기탁이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정치자금법이 개정된 후 국회의원들의 후원금 모금 실적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려스런 현실이 아니라 한편 당연하고 다른 한편 바람직한 현실로 보아야 한다. 정치자금법이 가혹하다고 얘기하는 국회의원들은 그 말을 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점검해봐야 한다. 현행 정치자금법의 정신은 고비용정치를 그만하고 저비용으로 정치를 하라는 것이며 정치에 필요한 자금은 소액다수의 후원금을 투명하게 모집하라는 것이다. 이 법이 가혹하다면 그것은 여전히 고비용정치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소액다수의 건전한 후원금을 모집할 능력과 자신이 없다는 고백에 다름아니다. 선거법을 위반해 가면서 사전 선거운동을 하고, 불법 사무실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치비용이 많이 들 이유가 없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의 정책활동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며 김원기 국회의장이 2005년용으로 100억원의 신규 예산을 확보해 놓은 상황이 아닌가? 입만 열면 서민경제가 어렵다느니, 민생이 위기상태라느니 말하는 바로 그 입으로, 정치자금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려면 먼저 3천cc, 4천cc 하는 검은 세단부터 팔아서 정치자금으로 써야 한다. 골프도 끊겠다고 선언하고 한끼 4만원, 5만원하는 저녁식사도 1만원 이하짜리로 돌려야 한다. 해외출장 갈 때 이코노미 좌석으로 갈테니 천만원에 가까운 퍼스트클래스 좌석비용을 정책활동비로 돌려달라고 스스로 선언해야 한다. 모든 변화는 고통을 수반한다. 금단현상으로 괴롭다고해서 아편을 다시 가까이 해선 안된다. 변화에 따른 고통은 정치인들이 감내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그 고통도 새로운 정치문화, 저비용 투명정치에 적응하기까지의 한시적인 아픔이다. 17대 국회는 16대 국회가 가까스로 마련한 개정 정치관계법을 사수하고 미진한 부분이 있다면 더욱 강도 높은 개혁을 자청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들의 바램이다. 현행 법으로 정치하기 힘들다면 스스로 그만두어야지 개혁후퇴로 국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어선 안될 것이다. 신영복선생께서 책과 글을 보내주셨다. 휘호는 <함께 맞는 비>. 해제로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다는 것입니다>라 쓰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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