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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사태에 관한 짧은 메모

작성일: 2005년 2월 2일

작성자: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정책국장


- 사태의 전 과정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므로 당장 심층적인 분석을 어려울 듯하다. 다만 몇가지 의문만을 언급하고자 한다.


1. 누가 ‘민주주의의 파괴자’가 되었는가?


- 언론은 이번 사태를 두고 ‘강경파 세력의 맹목적인 폭력행동’으로 규정지으려하는 듯하다. 또는 충분한 공론화와 합의 과정 없이 공약사항이라는 점만을 내세워 이를 대의원대회에서 관철시키려고 했던 현 지도부나 이를 완력을 동원해 막으려고 했던 반대세력 모두가 큰 잘못을 범한 것이라는 양비론이 제기될 여지도 충분하다 (민주노총의 분열과 무능력을 대중들에게 드러냄으로써 대중들의 사기저하를 초래했고, 보수세력에게 악선전의 빌미를 주었다는 점). 그러나 왜 이런 사태가 계속 반복되고 있는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할 듯하다. 


- 대의원대회의 진행 경과를 보면 대의원/참관인의 대립구도로 갈등이 진행된 듯하다 (참세상 뉴스에 따르면 시작 시점에서 대의원 450여명, 참관인 400여명 정도였다고 한다). 이것이 어떤 현실을 반영하는가? 현재 민주노총의 조직구성이나 의사집행결정 구조가 광범위한 노동자대중의 현존 -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존 - 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가? (또한 이수봉 대변인은 ‘단체, 학생의 소행’으로 규정했는데, 단체활동가는 왜 민주노총의 동등한 구성원이 될 수 없는가?)

- 이를 단적으로 말하자면, ‘거대노조의 과잉 대표성’이라고도 칭할 수 있을 듯하다 (‘민주노총 조합원의 절대다수는 사회적 교섭을 원하고 있다’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닐 것이다). 비정규직 운동이 성장하면서 자기조직화가 (여러 난관 속에서도) 일부 진척되고 있는데, 이것이 현재 민주노총의 의사결정 과정에는 반영될 여지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 이 문제가 전진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방안을 찾지 못한다면, 현재와 같은 대립구도가 앞으로 반복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겠는가 여겨진다.

- 그렇다면 현재의 민주노총의 조직구성이나 의사집행결정 구조가 ‘민주주의가 작동가능한 방식’이 아니라는 점을 문제제기해야 하지 않나?



2. ‘사회적 교섭구조 반대’와 ‘신자유주의 반대’


- ‘사회적 교섭’은 곧 ‘신자유주의의 파트너’를 의미하는가? 이 문제를 제대로 논파하지 못한다면 만에 하나 민주노총의 조직구성, 의사결정구조가 당장에 크게 바뀐다고 해도, 사태는 유사하게 반복될 여지가 크다.

- 또는 ‘사회적 교섭 반대’가 적극적인 의미에서 그 자체로 ‘대안’아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인식하는 게 관건이 될 것이다. 단적인 예를 들어 ‘비정규직 보호입법’과 같은 것을 추구한다면 ‘사회적 교섭구조에 대한 참여냐 투쟁을 통한 쟁취냐’라는 식의 대립구도는 쉽게 발 밑이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방식이 아니라면, ‘비정규직 권리보장 입법’에 관한 공세적 투쟁계획이 제출되어야 할 것이다. 또는 신자유주의의 원리를 파괴하는 사회, 경제적 변혁의 전략을 구성해내어야 할 것이다.)

- 이 문제에 관해서는 사회진보연대의 활동이나 ‘전노투’의 활동을 스스로 반성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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