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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인권]영광 성지송학중학교 인권교육을 다녀와서

 

[다산인권]영광 성지송학중학교 인권교육을 다녀와서-

 

 

 지금까지 몇 번 인권교육 한다는 데에 쫄랑쫄랑 쫓아간 적이 있긴 하지만 내가 직접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진행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영광 성지송학중학교로 간 인권교육. 영광에 있는 대안학교로, 팀 프로젝트 기간에 인권교육을 통해 2박 3일 인권캠프를 진행하는 거였다.

 가서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진행할 지 준비할 때도, 영광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도, 그곳에 도착해서 학교의 학생분들과 만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도,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 물론 긴장도 많이 했지만.

 

 첫째날은, '인권'이란 개념에 대해 조금 두루뭉실하게 감을 잡아보는 시간이었다. 학생들은 조금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특히 '법보다 인권', 법을 들이대며 인권을 침해할 수 없다, 법이 인권보다 위에 있을 수 없다라는 얘기를 할 때, '그럼 모든 걸 다 자유롭게 내버려두자는 얘기인가?' 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듯 했다. 기존에 알고 있던 자신의 생각들과 부딪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얘기하곤 했다.

 둘째날은, '차이와 차별'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소수자들의 입장이 되어보는 시간과, 학생인권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인권을 얘기할 때 꽤 치열한 토론이 되었다. 사실 학생인권 프로그램을 나와, 나랑 같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친구랑 준비했는데, 그 때 내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잘 안 난다. 이런이런 얘기를 해야지, 하고 준비했던 이야기들을 착실하게 내 머릿속으로 다 넣지도 못했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 얘기를 하는 걸 어색해하기도 해서. 지금 기억에 남는 건, 어떤 분이 던졌던 질문. "왜 학생들 입장만 생각해서 말해요? 어른들은 생각 안 하고?"

 

 청소년인권운동이라는 것을 내 삶으로 가져오면서, 청소년인권, 인권을 중심에 놓고 살면서, 인권을 어려워하거나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거리감을 느끼곤 했었던 적이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내가 거리감을 느낀 만큼, 상대방도 물론 그런 느낌을 가졌을 터. 그치만 내가 인권을 잘 몰랐을 때는 인권에 대해 특별히 관심 가질 일도, 오래 얘기를 들어볼 일도 없었기 때문에 그 때 인권교육에 참가했던 학생 분들이, 또는 나와 얘기를 나누었던 상대방이 어떤 느낌이나 생각을 했을지는 사실 잘 느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은 살아가면서 정말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함정에 쉽게 빠지지 않기 위해서 우리가 인권운동을, 인권교육을 하는 것이면서도, 그러한 인권운동, 인권교육을 하기 때문에 더 쉽게 빠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적당한 규제와 감시 아래에서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핸드폰 압수 정도는 어느 정도 감안해야 될 일이다. 학생은(미성년자는) 규칙을 안 지키면(통제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맞거나 처벌을 받게 할 수도 있다. 라는 말들이 '당연하고 당연한' 곳에서, 조금 더 청소년의 입장에서 무언가를 생각하고 주장하는 건, 비청소년(어른들)의 주장이나 권리를 우리가 빼앗는 것이 아니라, 이런 비청소년/힘 있는 사람들 중심의 논리가 판을 치는 세상에서 우리의 권리를 되찾아오는 것이라는 이야기.

 

 "당연한 게, 당연한 게 아니에요."라는 이야기를, 그곳의 학생 분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꼭꼭 해주고 싶었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마 그곳의 학생 분들은 우리가 다녀간 후에도 딱히 관심 없고, 그냥 평소와 같은 일상생활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학교 수업의 일부분으로 스쳐지나간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겐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아 지금도 나름 뿌듯해하고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했었고, 그렇게 영광까지 다녀왔다.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 겪게 될 일들에 대한 설렘으로 다시 채워졌다.

 

 

 

*

4월 말에 영광 인권교육 갔다온 후에 쓴 글인데- (;;)

영광 교육 다녀온 뒤로 "그럼... 내가 너무 거만한건가?"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는 등의, 펼쳐놓기는 살짝 미묘한 고민들이 어떤 면에서는 조금 선명해진 것 같아서. 이 글을 쓰던 그 날 밤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당연한 게, 당연한 게 아니야-" 이 말과 함께

영광에 다녀온 뒤로, 영광에서의 얘기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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