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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청소년의 문화적 권리를 제한하고, 문화적 표현물을 이중 규제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 법률안을 철회하라!

 

 

[성명]청소년의 문화적 권리를 제한하고, 문화적 표현물을 이중 규제하는 청소년보호법 개정 법률안을 철회하라!


지난 4월 2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민주당 최영희 의원 등이 발의한 <청소년보호법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번 청소년보호법의 개정 법률안은 인터넷 게임 이용자의 회원 가입 시 청소년인 경우 친권자의 동의를 의무화하고, 친권자가 청소년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고자 할 때 시간에 관계없이 청소년의 의사와 관계없이 제한할 수 있으며,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심야시간의 청소년 게임 이용을 의무적으로 금지하고, 인터넷 게임 중독에 관한 경고문구를 표시하고, 청소년 회원가입자의 친권자에게 게임의 특성, 등급, 결제정보, 이용시간을 통보해야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청소년보호법 개정법률안은 최근에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에 대한 법적인 규제 조처로 볼 수 있다. 물론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이 청소년의 자아형성과 다양한 문화 활동의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지만, 이번 청소년보호법의 개정 법률안은 청소년들의 게임이용을 ‘과몰입과 그 부작용’의 잣대로만 대입하여 너무 과도하게 규제하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게임 과몰입이 단지 청소년들만의 문제가 아니며 여러 연령대에서 문제가 될 수 있음이 여러 사건을 통해 증명되어왔다. 게임 과몰입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건강한 놀이문화를 갖고 있지 못한 현대 사회의 환경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청소년들에게만 해당되는 사회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청소년들에 대해서만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고 청소년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문화를 즐길 자유를 원천 봉쇄하는 이와 같은 조치는, 청소년들을 미성숙하다고 간주하고 청소년들의 자기결정권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는 발상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국회와 정부가 이 문제의 중요한 당사자들인 청소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는지,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듣는 과정을 거치기는 했는지 의문이다.

또한 청소년에게 게임은 가장 중요한 놀이문화 중의 하나이다. 게임을 통한 청소년의 놀이문화 형성이 모두 부정적인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게임을 통해서 새로운 공동체를 경험하고 치열한 입시 교육에 받는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건전한 오락물로 존재해온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게임을 즐길 문화적 권리를 가지고 있다. 청소년들이 누려야할 문화적 기본권과 그들만의 놀이문화의 형성을 일부 게임 과몰입 현상에 따른 불미스러운 사회문제로 환원시켜 철저하게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게임이용을 규제하겠다는 발상은 문화적 주체로서의 청소년의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번 청소년보호법의 개정법률안이 확정되어 법적 효력이 발생하게 되면, 청소년들의 게임이용에 대한 자율적 권리는 사실상 박탈당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임이용 시간을 강제로 제한당하고, 게임이용에 대한 모든 정보를 통제당하는 상황이 초래된다면, 청소년들의 게임이용에 대한 자기 권리가 과연 존재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사람들의 지나친 게임과몰입을 조절하고 건전하게 게임을 이용할 수 있도록 게임이용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안이다. 그러나 이번 청소년보호법의 개정법률안은 게임이용환경을 개선하는 차원이라기보다는 청소년들의 게임이용의 권리를 사실상 박탈하겠다는 뜻으로밖에 볼 수 없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점은 청소년보호법의 개정안이 문화적 표현물에 대한 지나친 이중규제의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다. 현재 게임이용에 대한 규제는 전적으로 문화적 표현물을 전문적으로 심의하는 게임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와 게임 기업들의 자발적인 규제조치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게임사들 스스로 자율규제를 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청소년보호법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규제 법률과 장치들을 무시하고, 청소년들의 문화적 권리를 사실상 박탈하는 수준의 강도 높은 규제안을 제안한 것이 과연 타당하고 합리적인지 묻고 싶다.


청소년의 게임이용에 대한 사회적 접근은 ‘청소년보호론’의 관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청소년들의 문화적 권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게임이용을 위한 자율규제와 공적인 등급제도 존재한다. 여성가족부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배타적이고 강압적인 청소년보호론을 관철시키기 위해 청소년들의 게임이용의 자율적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려는 이번 조치를 조속히 철회하기 바란다. 청소년들의 게임 과몰입의 진정한 해결은 이러한 법적인 규제를 관철시키려는 방식보다는 청소년들의 문화를 좀 더 내밀하게 이해하고 그들에게 다양한 문화적 선택권을 보장하는 문화교육을 통해서만, 그리고 청소년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다양한 놀이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문화적 인프라를 만듦으로써만 가능하다. 현행 법제도 속에서도 해당기관인 게임등급위원회의 심의강화와 해당 기업인 게임사에서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할 수 있음에도 청소년의 자율성을 전면 부정하는 무리한 규제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불합리하다. 청소년의 게임이용에 대한 강제 규제를 밀어붙이기보다, 청소년들이 문화적 권리와 행복한 삶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누릴 수 있을지 그 방안을 담은 정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2010년 4월 26일

 

관악동작학운협, 교육공동체나다, 다산인권센터, 문화연대,

범국민교육연대, 인권교육센터 '들',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진보교육연구소, 청소년다함께, 청소년인권행동아수나로, 청소년인권활동가네트워크, 평등학부모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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