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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김상곤 교육감

경기 학생인권조례 2주년 &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출범, 선언문

 

[기자회견문]

경기 학생인권조례 2주년, 학생인권 죽었니? 살았니?

- 경기 학생인권조례 2주년을 맞으며, 던지지 않을 수 없는 질문 -

 

우리네 교육의 암울한 소식이 연신 쏟아지는 요즘이다. 마치 폭풍 같다. 폭력의 학교, 경쟁의 교육 속에서 학생과 교사들은 점점 더 시들어간다. 그 동안 수많은 학생들과 시민사회․국제사회의 반복되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여럿의 방임 속에서 학생인권․교육 상황은 여전히 안쓰럽다.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통과되고 공포된 지 어느덧 2주년이 되었지만, 학생인권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2010년 전국 최초로 통과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을 현재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존엄한 한 주체로 명명하고, 최소한의 학생인권 보장을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경기 학생인권조례 이후, 광주, 서울, 경남 등의 지역에서도 주민발의 등을 통하여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다. 학생인권이 보편적 인권으로서 교문을 넘어서야 하는 가치임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게 학생인권조례는 학교의 구성원 모두가 존중받는 학교, 인권이 살아숨쉬는 교육을 향해 디딜 수 있는 작은 징검다리가 되어주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지 꼬박 2주년을 달려온 지금, 전국 최초로 시행된 경기 학생인권조례는 과연 잘 살아있는가?

 

1년 전 오늘, 우리는 같은 자리에서“학생인권은 교문을 넘어섰는가. … 우리는 수없이 반문해보아야 한다.”라며 학생인권조례의 1주년을 돌아보았다. 그러나 2주년을 맞은 지금도 우리의 질문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학생들은 교육의 주인공이 되기는커녕, 피해자로 내몰리거나 가해자가 되어 내쫓기고 있으며, 학생인권조례가 품은 인권의 가치는 그저 성가신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학생인권의 뿌리내리기를 고민하고 시행해야 할 경기도교육청은 어떠한가. 학생인권옹호관, 학생인권심의위원회, 학생참여위원회 등 학생인권 실현을 위한 기구들의 업무를 적극 지원할 역할을 부여받았으나, 여전히 형식적 절차만 따지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등 어영부영 뜬구름 잡기만이 현재진행형이다. 2주년을 앞두고 있음에도 학생인권이 구석구석 미칠 수 있기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부끄럽지 않은가. 결국 “학생인권조례, 죽었니? 살았니?”를 묻지 않을 수가 없는 현실인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존중받는 교실, 학생·교사·학부모 모두가 불행하지 않은 교육, 불신과 홀대가 아닌 신뢰가 쌓여가는 관계, 폭력에 익숙해지는 법이 아닌 인권과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사회. 학생인권조례가 만들고자 했던 변화의 씨앗을, 학생인권이 다시 숨을 쉴 수 있도록,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대로 심어야 할 것이다. 인권과 교육의 만남을 기다리며 2년 넘는 시간 동안 문만 두드리고 있는 학생인권을 외면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학생인권조례에 담긴 정신을 기억하고, 우리의 학교와 교육을 바꿔나가고 싶다면 더 이상 주저하고 머뭇거려서는 안 될 것이다. <경기 학생인권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는 그 변화의 흐름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발걸음에 앞으로도 함께할 것이다.

 

 

2012년 10월 4일

경기 학생인권조례 2주년을 앞두고,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가 출범하는 날,

<경기 학생인권 실현을 위한 네트워크> 참가 단체 일동

 

 

 

 

 

<출범선언문>

 

폭력의 학교를 넘어 인권의 학교로!

인권의 학교를 넘어 인권 친화적 사회로!

인권 친화적 학교와 그 너머를 향한 활보(活步)를 힘차게 내딛는다

 

 

우리는 오늘, 교육을 살리는 걸음, 사람을 살리는 걸음, 그래서 더욱더 신나는 걸음을 힘차게 내딛는다. 학생을 겁박하는 교육, 한 가지 정답만이 강요되는 교육, 인간적 모욕이 판치는 교육, 차별에 침묵하는 교육, 강제와 불통이 횡행하는 교육, 그래서 학생도 교사도 학부모도 모두가 불행한 교육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떠나온 이들이 먼저와 출발선에 섰다. 존중받는 기쁨이 타인을 존중할 동기가 되고, 배우는 기쁨이 가르치는 긍지가 되고, 서로의 차이가 환대의 기쁨이 되는 교육을 향한 긴 여정의 첫 도착지는 학생인권조례였다. 그러나 인권친화적 학교를 제대로 움틔우기 위해서는 결코 학생인권조례에서 멈출 수 없음을 알기에, 조례를 흔드는 광폭한 바람이 앞으로도 쉬이 잠들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학생과 교사를 모두 지원하는 맞바람이 그 광폭한 바람을 잠재울 수 있음을 알기에, 우리는 다시금 길을 재촉한다.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낙인과 추방으로 이어지는 학교, 학생을 잔인한 가해자 아니면 무기력한 피해자로 양분하는 학교, 학생을 향해 으르렁대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성찰의 거울을 들이대지 않는 학교가 너무나 부끄러운 이들도 함께 길을 나섰다. 책임질 기회와 돌아올 기회는 양자택일이 아니라 함께 주어져야 하는 것임을, 그 책임은 개인뿐 아니라 사회가 함께 져야 하는 것임을, ‘폭력의 학교’가 ‘학교폭력’을 키운다는 것을 알기에 서둘러 문밖을 나섰다. 한 사람 한 사람이 귀히 대접받는 문화, 반(反)폭력․반(反)차별 감수성을 일상에서 익힐 수 있는 문화, 스스로 결정하고 더불어 문제를 해결하는 문화만이 폭력을 녹이는 힘임을 알기에, 학교폭력 관련 법률과 정책을 근본에서부터 바로잡기 위한 걸음을 재촉한다.

 

인권친화적 학교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청소년에게 친화적인 사회가 함께 일구어져야 한다고 믿는 이들, 학생인권조례에 깃든 가치와 열망이 학교는 물론 어린이․청소년이 생활하는 모든 공간에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이들도 우리 여행의 동반자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내일이 아닌 오늘을 사는 시민으로 대접받는 사회, 어린이와 청소년이기에 더더욱 풍요로운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사회, 누구와 살든, 어디에서 배우든, 어떻게 쉬거나 일하든 행복할 권리를 보장받는 사회, 삶의 공간 가까이에서 참여도 문화도 복지도 권리회복도 가능한 사회를 지도 삼아 길을 나섰다.

 

우리의 여정이 결코 순조로울 리 없다. 학생인권조례를 좌초시키려던 광풍이, 미성숙한 어린이․청소년에게 인권은 위험하다는 우려를 부채질하는 손길이 또다시 우리의 여정을 방해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권이 꽃피는 학교와 그 너머를 만들기 위한 우리의 발걸음은 멈출 수 없다. 교육을 살리는 걸음, 학생도 교사도 살리는 걸음,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의 오늘을 살리는 걸음,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살리는 걸음, 살리기에 신나는 걸음, 시민과 함께 내딛기에 더욱더 신나는 걸음, 우리의 활보(活步)는 계속된다.

 

 

2012년 10월 04일

인권친화적 학교+너머 운동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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