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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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 11조 5,902억원’. 지난 3월 20일, 김희정 의원(대표발의)의 ‘학교 밖 학업중단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붙여준 우리의 새로운 이름이다. 법안에서 우리는 국가적 손실과 사회적 부담으로 전락하였고, 어느새 ‘존재 자체가 민폐인’ 사람들이 되었다. 오늘 우린 김희정 의원에게 이렇게 인사를 전한다. “의원님, 여기 국가적 손실들이 모였습니다.”

잠깐이나마 기대했다. 탈학교 청소년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내용일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허나 번지르르한 제안이유를 들추고 나니, 초라하고 앙상한 법안만이 놓여있다. 이마저도 그럴싸한 의무와 장황한 구절들을 제외하면 학교를 나온 청소년의 대한 정보들을 수집하겠다는 독소조항을 마주한다. 탈학교 청소년을 지원하겠다는 법안엔 ‘탈학교 청소년’, 우리의 존재는 없다. 그저 우리의 정보수집만을 목적으로 하는 의지와 국가적 손실이라 낙인찍는 꼬리표 뿐 이었다.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이 법안의 어디에서도 우리의 현실은 찾을 수가 없었다.

복지는 최소한 당사자의 소통을 통해 당사자의 이야기가 담겨야만, 허구 속에 갇힌 복지가 아닌 현실 속에 피어날 복지를 계획할 수 있다. 청소년이라 해서 다르지 않다. 개인정보를 모으고 분석하는 것은 사찰이지, 복지도 지원도 아니다. 진정으로 탈학교 청소년의 복지를 고민한다면 탈학교 청소년을 만나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해야한다. 그렇기에 묻고 싶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탈학교 청소년의 삶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과연 진정으로 이 법안에 탈학교 청소년의 목소리를, 우리가 처한 현실을 담으려 했는가.

당신들은 언제쯤 우리가 ‘문제아’고 ‘관리’가 필요하다는 허상에서 깨어날 수 있단 말인가. 당신들이 만든 그 허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편견에 찬 시선을 던질 때, 최소한의 복지마저 박탈당하는 탈학교 청소년의 삶을 상상이나 해보았겠는가. 그럼에도 우리가 문제아고, 국가와 사회의 부담이라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단 말인가.

껍데기뿐인 법안은 필요 없다. 우리의 현실이 담기지 않은 법안 따위는 존재하지 말아야한다. 진정한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실질적’ 지원은 개인 정보 사찰과 겉핥기식 복지가 아닌 독립된 인격체인 청소년 주체와의 소통과 존중 속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라. 그렇지 않고 지금과 비슷한 상황들이 계속 연속된다면 분명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될 각오를 하시라. 진정한 ‘사회적 손실’인 이 법안을 우리는 그저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 탈학교 청소년에 대한 낙인과 차별, 그리고 정보인권 침해를 조장하는 사찰법안 즉각 폐기하라!

- ‘탈학교’를 삶의 또 하나의 길로서 인정하고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실질적 지원정책을 마련하라!

- 당사자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청소년 복지 제도 추진을 중단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