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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불안정, 수급 불안정, 인력 부족,

한성대학교에서 2013년11월16일에 활동보조인과 이용자간에 갈등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있다. 토론자로 참석한다. 그곳에서 쓸 발제문.

노들야학으로 장소가 변경되었다. 오후2시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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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불안정, 수급 불안정, 인력 부족,

1. 문제인식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이용자 사이에는 해당 사회서비스를 중개하는 중개기관이 있다. 중개기관은 서비스를 중개하면서 무슨 문제가 있을 때 중개기관을 찾으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로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이용자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중개기관을 찾는 일은 드물다. 일을 오래 한 활동보조인일수록 그러하다. 드러나지 않은 문제들은 많지만, 드러난 문제들을 해결하는 중개기관의 대처는 미흡하다. 문제를 드러내도 해결되리라는 기대가 없기에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이용자는 문제를 드러내지는 않고, 사적 차원에서 문제해결을 시도한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적인 자리에서 서로 욕할 뿐이다. 그래서 활동보조인에 대한 악담과 장애인 이용자에 대한 악담은 더욱더 풍성해져 간다.

2. 활동보조인이 약자인 경우

장애인운동에서 말하는 장애인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면 존중할수록, 그것의 실현수단으로서의 활동보조인은 노예에 가까운 무엇이 되어 간다. 딱히 활동보조인의 업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활동보조인은 장애인 이용자가 요구하는 것을 모두 들어줘야 한다. 문제의 소지가 많은 활동보조라 하더라도 혹은 거부할 수 있는 활동보조라 하더라도 활동보조인이 이를 적극적으로 거부하게 되면 장애인 이용자는 자신이 원하는 활동보조를 받기 위해 다른 사람을 찾는다. 합리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장애인 이용자가 활동보조인으로부터 서비스를 받는 것을 거부할 경우, 중개기관은 억지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신앙, 취미에 이르러 정치적 성향까지, 장애인 이용자가 요구하는 조건은 매우 까다로울 수 있다. 결국, 중개기관은 서로의 욕구가 일치하는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을 매칭시켜줄 수밖에 없다. 중개기관이 구하지 못하면 장애인 이용자가 직접 구한다. 이런 장애인은 자기결정능력이 있는 장애인으로 높게 평가받는다. 일례로 구인·구직 사이트에는 활동보조인력의 요건으로 운전 가능자, 자동차 소지자를 찾는 장애인 이용자 개인의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결과 유류비를 처리하기 위한 부정수급의 문제, 사고 시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 문제 등등 잇따르는 문제는 많지만, 장애인 이용자들의 욕구는 여전하고, 이는 결국 이런저런 상황을 잘 모르는 초보 활동보조인에게로 부담이 돌아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활동보조인은 문제를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고용불안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3. 장애인당사자가 약자인 경우

활동보조인이 중개기관의 장애인 당사자주의에 불만을 느낀다면, 장애인 이용자들은 또 다른 이유로 불만을 가진다. 그들이 불만의 근거를 구성하는 방법은 활동보조인과는 다르다. 활동보조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개기관이 활동보조인의 편만 든다는 논지이다. 자신이 활동보조인을 구하는 자기결정능력이 높은 뛰어난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이 없어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는 장애인 이용자는 같은 장애인 이용자가 아니다. 후자의 경우 활동보조인들이 꺼리는 최중증장애인인 경우가 많다. 혹은 아무런 관계자본이 없는 상태로 고립되어 사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활동보조인을 구하지 못해 밥을 먹지 못하고 신변처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은 활동보조인에게 몇 대 쥐어박히는 것보다 더한 폭력적 상황이다. 문제를 드러내도 기존의 활동보조인이 그만두고 새로운 활동보조인을 구할 때까지 공백 기간이 생긴다. 새로운 활동보조인을 구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리고 활동보조인들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4. 중개기관의 대처

중개기관 입장에서는 활동보조인과 장애인 이용자는 중개기관의 수입요건이기 때문에 양자 모두 중요하다. 활동보조인이 장애인 이용자를 만나 활동보조 서비스를 제공하고 바우처가 결제되어야 중개기관의 수입이 생긴다. 둘 중 하나만 없어도 수입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개기관의 역할은 미미하다. 활동보조인은 자신의 근무처도 중개기관으로부터 전달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장애인 이용자의 전화나 다른 보조자들을 통해 활동보조인이 자신의 근무처를 찾아간다. 중개기관이 근무처에 오는 일이 없으니, 활동보조인력이 행할 업무의 경계를 정하는 일도 없다. 중개기관은 장애인 이용자의 삶을 파악할 수도 없고, 활동보조인이 어떤 업무를 하는지 파악하지도 못한다. 갈등이 드러났을 때 양자의 주장만을 들으니 무엇을 어떻게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을까? 지금의 중개기관은 갈등해결기관을 자임하고 있으나, 그 능력에 있어서는 철저하게 무능력하다.

5. 대안검토

가.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활동보조서비스 이용자 집체교육에 관한 의견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의 갈등에 대한 대안으로 이용자교육에 관한 의견들이 있다.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대구대 조한진 교수는 자립생활의 철학이 장애인의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것이며 활동보조서비스를 활용하기 위해 장애인이 어떤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을 가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이 적절하지 않다고 반론한다.1) 하지만 자립생활의 패러다임이 장애인 이용자의 선택과 결정이 도덕과 법을 넘어 무제한적으로 용인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활동보조서비스 또한 활동보조인이라는 사람을 대하는 일이기에 그 관계에서도 지켜야 할 윤리나 규범이 있게 마련이다.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그들의 결정이 존중받는 것과 동시에 사회구성원들과 어울려 관계 맺는 능력을 향상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 당사자만이 특별한 취급을 받는 것은 그것 자체가 고립이며, 그 특별취급에는 오히려 시혜와 보호의 시선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활동보조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갈등은 활동보조인이 의견 없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용자 교육은 이용자가 활동보조인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그들이 그들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나. 현장을 지속해서 돌보아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장애인 이용자에 대한 교육 또한 현장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해결하기에는 부족한 대안이라고 본다. 자기결정능력은 키워져야 할 능력이지만, 교육기회를 박탈당한 장애인들을 보호할 장치 또한 필요하다. 장애인과 활동보조인 간의 갈등은 그들의 폐쇄성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많다. 장애인과 활동보조인이 폐쇄적 상황에 있다면 활동보조인과 갈등 상황에서 장애인 이용자를 지켜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장애인의 자립생활 공간을 지속해서 찾아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중개기관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인력충원을 하거나, 안 된다면 지방자치단체를 통하거나 다른 기관을 통해서라도 장애인의 자립생활 현장을 지속해서 찾아주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활동보조인에게 있어서도 업무를 명확하게 해줄 누군가가 있다면 갈등의 소지는 훨씬 줄어드리라 생각한다.

다. 시시비비를 가릴 기준이 필요하다.

활동보조서비스를 대하는 중개기관들의 태도는 중개기관의 성격에 따라 그 태도가 천차만별이다. 복지관은 비교적 서비스제공자 중심으로 관리하는가 하면, 자립생활센터들은 장애인당사자의 욕구를 중심으로 관리하는 경향이 있다. 활동보조 서비스의 공공성과 활동보조인의 노동권, 장애인 이용자의 권리가 조화된 갈등해결 기준이 필요하다.

라. 활동보조인이 정당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고용안정을 실현해야 한다.

활동보조인의 정당한 문제제기가 자신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활동보조인이 정당한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일을 쉬게 될 경우, 근로기준법 46조를 참고하여 이를 사용자(중개기관)의 귀책사유로 인한 휴업으로 간주하고 해당 조항에서 규정하는 휴업수당에 준하는 임금을 지급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겠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활동보조인의 월급제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겠다.

마. 장애인 이용자가 정당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게 활동보조인 수급 안정을 실현해야 한다.

장애인 이용자가 새로운 활동보조인을 구하는 기간 동안의 공백기를 염려하여 자신의 불만을 표출하지 못하는 사례는 없어야 한다. 활동보조인력의 수급을 원활하게 하려면 활동보조인력의 근로조건을 향상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긴급하게 임시로라도 활동보조를 해줄 수 있는 인력을 확보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나 자치단체 차원에서 긴급하게 투입할 활동보조인력을 고용하여 상시 대비시키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1) 에이블뉴스, ‘활동보조인·이용자 간 갈등 해결 단계적 방안’, <http://ablenews.co.kr/news/newscontent.aspx?categorycode=0009&newscode=000920131015093849836942>, 2013.10.15.

2013/10/30 21:23 2013/10/30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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