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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희 [How Do You Wear Your Body?-이불의 몸 짓기]

미술속의 여성/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엮음/이화여자대학교 출판부/219~248쪽

강태희 [How Do You Wear  Your Body?-이불의 몸 짓기]

 

"소재로서 몸이 연결되어야 주제가 가장 잘 다루어질 수 있으며, 몸은 모든 사회, 역사, 문명과 문화의 사이트로서 발언하기 가장 좋은 대상"이라고 말하는 이불의 몸은 한 마디로 '발언하는' 몸이다. 따라서 그의 작업은 두 가지 중요한 논의의 대상이 된다. 첫째는 그가 그려 내고 있는 여성 몸의 위상이고, 둘째는 그런 몸의 정치적 함의이다. 다시 말하면 전자는 그 몸의 궤적을 가늠해 보는 일이고, 후자는 그것이 근자의 몸 담론이나 사이버페미니즘과 어떤 접점을 이루는지를 파악하는 일이 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그의 발언이 우리 몸의 현실을 얼마나 의미 있게 조명하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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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와중에서 여성의 몸은 더욱 심각한 정체성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자고로 몸은 정신에 비해 늘 주변화되어 왔지만, 그와 좀더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온 '부족한' 인간으로서 여성의 몸은 넘치거나 새는 예측 불허이자 규제 불능의 대상으로 비이성과 열등의 징표였다. 여성이라는 토포스가 비정상의 기호이자 차이가 열등성의 함의를 띠게 되어 서구 과학 담론에 항존해 온 것은 기실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경계를 넘는 과잉 때문에, 남성적 통일성을 결여한 결핍 때문에, 또한 모호함, 비결정성, 혼합, 과도기적 중간 과정 등의 특성으로 인해 괴물의 영역에 자리해 왔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당대의 생명공학은 출산을 하이테크 사건으로 만들어 여성을 소외시키고 있다.

 

인체의 모든 비천함의 원천이자 '몸 자체'로 여겨졌던 여성에게 사회적 관계의 경험과 효과는 육체적 현상이므로, 차별과 억압은 몸에 구현된다는 각성이 대두된 바로 이 시점에 여성성의 구성에 테크놀로지가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는 것은 대대로 테크노포비아의 혐의를 받아 온 여성에게는 이중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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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적인] 서구 과학에 의해 여성의 몸은 쉽게 다루어지곤 한다. 히스테리가 여성만의 병으로 여겨졌던 것이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과학은 어떻게 여성과 연결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내 작업에 있어, 생리에 관한 관찰을 어떻게 과학적 증언 외의 [다른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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