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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실 하나의 탈출 - 토마스 베르하르트

p 42,43,44

 

나는 세르츠하우스 주택단지에서 살아있는 인간의 육신이 썩는 냄새를 맡았다. 나를 연옥(지옥)으로 이끌고 간 것은 우연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연옥(지옥)을 알지 못하는 자는 예감 능력이 전혀 없는 무능력한 사람이다. 진실은 오직 진실과 관계가 있는 자만이 알 수 있다고 나는 생각 한다. 만일 그가 진실을 말하려고 하면 그는 자동적으로 거짓말쟁이가 된다. 말로 전해지는 것은 모두 가짜요 위조된 것일 수 있다. 말하자면 진실이 아니거나 날조된 것만이 전달되어 왔다.

...

진실이란 절대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대상을 기록하고 그것을 진실에 충실하게 기록했지만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는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사실을 명확히 밝히고 있지만 그것은 우리가 명확히 밝히고자 했던 것은 아니다. 결코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다른 것이다. 우리는 단 한 번도 진실이었던 것을 전달한 적이 없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진실을 전달하려는 시도는 평생 포기한 적은 없다. 우리는 진실을 말하고 싶어하면서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p68

 

외할아버지는 나에게 지나칠 정도로 고독을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인간은 고독과 격리속에서 살 수는 없다. 고독과 격리 속에서 인간은 파멸할 뿐이다. 파멸의 길로 가지 않을 수 없다. 사회를 치사적인 환경으로 확인하는 것, 나는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파멸하지 않으려면 나는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과도 격리되어야 했다. 나는 매 순간 모든 사람들과 격리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 결과를 나로서는 알 수 없었지만 그러한 격리는 성취되어야했다. 나는 여전히 여러 해 동안 학교에 더 다니면서 매일 이른 아침 이 광기와 어리석음, 그리고 진실로 치명적인 병과 뒤엉켜 견딜 수 없는 치사적인 증오 상태를 오랫동안 견딜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남은 것은 격리밖에 없었을 것이다.

 

 

p80

 

우울증과 권태는 인간 존재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다.

 

p83

 

인간은 자유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 밖의 다른 말은 다 거짓말이다. 인간은 자유를 가지고는 아무 일도 하지 못 한다.

 

p93

 

외할아버지는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사회를 저주했다. 그는 자신의 일에 즉 글 쓰기라는 자신의 평생의 작업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그러면서 혼자만의 존재를 위해 다른 모든 것을 예속시키는 자유를 택했다. 그 예속 밑에서 외할아버지의 주변 사람들은 평생을 고통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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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들은 외할아버지에게 제공한 모든 것에 대한 대가를 자신들의 삶으로 지불했다. 최고로 값비싼 대가였다.

 

p140, 141, 142

 

나는 모든것에 귀를 기울였지만 아무것에도 따르지 않았다. 나는 지금 또다시 내 모습 그대로의 고독한 외톨이에 현혹되어 오늘도 실험을 계속한다. 어떻게 끝날지 알지 못 한 채. 나는 이미 오래전에 어휘의 의미에 대해 묻는 것을 단념했다. 모든 것을 더 애매모호하게 만들 뿐인 어휘들의 의미에 대해서. 생명 그 자체니, 존재 그 자체니 하는 것은 모두 진부한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들이 지금의 나처럼 지난 날을 되돌아 보면 모든 것은 제 스스로 하나씩 하나씩 해결되어 간다. 평생을 우리는 우리에 대해서 손톱 만큼도 모르면서 우리에 대해 다 아는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왔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 자신도 거의 알지 못하고 있으니까. 우리는 평생을 우리 자신에 대한 탐구로 보냈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의 정신적 한계를 발견하고는 포기했다. 우리들의 노력은 철저한 무의식 상태와 그리고 치명적이고 언제나 치사적인 의기소침 가운데서 끝났다.

...

우리 모두는 언제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내팽개쳐진 사람이며 매일 새롭게 재발견되고 짜맞추어지고 구성되어야 하는 존재이다. 우리는 스스로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엄격한 판결을 내리며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는 반대 방향으로 이중의 판결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모든 인간 관계에서 미숙함이 지배하고 그 미숙함은 자연적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무관심을 낳게 된다.

...

인생은 오늘날 우리 자신이 사용하는 보다 짧고 보다 허무적인 언어로 이야기 한다. 우리는 아직도 희망을 운운할 만큼 더 이상 감상적인 인간이 아니다. 절망은 우리에게 인간, 사물, 인간관계, 과거, 미래 따위에 대해 분명한 것을 알려 주었다. 우리는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부딪쳐 온 모든 것에 대해 우리 스스로 증거가 될 수 있을 만큼 성숙한 나이가 되었다.

 

p144

 

그러나 나는 걸어야 할 길이 없는 인간이었다. 나는 다분히 무한하고 무희미한 길을 걸어가는 것에 대한 일말의 불안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하려고만 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늘 말해왔다. 그렇지만 나는 그길을 가지 않았다. 오늘날까지도 그렇다. 변화도 있었다. 나는 나이들었고, 그대로가 아니다. 그러나 나는 하나의 길을 걷지 않았다. 나는 나 혼자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한다. 어느 누구도 그것을 알아 듣지 못한다. 모든 이가 다만 자기 자신의 말만을 이해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이해할 것이라고 빋는 것은 바보 아니면 사기꾼이다. 나한테는 진실이지만 그것이 타인에게 이해가 잘 안 되고 모든 경우에 항상 오해받곤 한다.

...

곧 자기 자신만 의존하는 악몽으로 되돌아온다.

다른 것이 여기에서 문제 된다면 나는 더 이상 존재

하지 않았다. 내 앞에 다가와 현실이 되는 매일의 나날이 그에 대한 증거이다.

 

p148

우리는 언제나 남들보다 앞서가며, 우리가 찬사를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를 알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정신 상태는 예상할 수 없다. 우리는 전부이거나 아무것도 아니기도 한다. 우리는 정확히 한가운데에서 틀림없이 조만간 파멸할 것이다. 다른 모든 것은 하나의 어리석은 주장이다. 진실할 의미에서 우리의 뿌리는 극장이다. 자연은 극장 그 자체이다. 그리고 인간은 극장 그 자체로서의 이 자연에서 더 이상 기대할 것은 없는 배우들이다.

 

p154

 

오늘에 이르러 나의 특별한 표지는 무관심이다. 그리고 그것은 한때 존재했었고 지금 존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존재할 모든 것에 대한 동등가치의 의식이다. 그것보다 높은 더 높은 그리고 최고도의 가치는 없다. 그것으로 모든 것은 끝났다. 인간은 존재하는 그대로이며, 인간이 만들었고 지금 만들고 있으며 앞으로 만들게 될 대상들처럼 인간은 변화하지 않는다. 자연은 가치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어도 거기에 있는 것은 오직 자신의 모든 약점을 갖고 있는 인간, 육체적, 정신적 오점을 지니고 있는 인간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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