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7 19:28

빈농들 긴 농알투어 3

잊지 못할 명잦마을의 밤.

여느 때 처럼 마을 노인정을 빌려놓고

 어르신들이 다 놀고 가실 때까지 밖에서 기다렸다.

마을이 커서인지 어르신들이 많이도 오고 가셨고 

우린 마냥 기다렸다.

 

컴컴해지는 것을 느껴

노인정에 들어서니 

"여기 아무나 와서 막 자고 그러는 데 아니야!"

"아까는 쓰라고 하셨는데요...;_:"

"그 할매들은 다 집에 가고 없어!"

꾸벅 인사를 하고 나왔지만 갈 데가 없다.

 

근처에 마을도 회관도 교회도 빌릴 상황이 안된다.

두려움과 서운함을 섞어 마구 내달린 새벽길.

비까지 온다.

 

깜깜한 밤길에 하얀 불빛.

간이역이다.

창문을 두드려 사정을 말하니 밤샘근무를 하시던 역장님(이셨을까?)이 문을 열어주시고

따뜻한 커피를 내주신다.

우린 그 밤을 간이역에서 잤다.

 

 

역 이름은 밝히지 않으련다.

고맙고 예뻤던 간이역, 커피, 아저씨.

 

 

지난 밤의 질주 덕에 우린 다음날 일찍 안동시청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발바닥에서는 국물이 흐르고 물집이 잡힌 곳마다 뜸을 떠서 굳혔다.

오일간의 여행을 함께 했던 붉은 말을 서울로 올려보내고

넷이 남았다.

 

 

예천으로 넘어가는 길에

짱돌이 사라져다.

 

 

그를 찾아 우리는 약 다섯 번 정도 되돌이 히치를 했다.

 

 

우린 지쳤고 더웠고 마치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이였다.

그 시각 짱돌은 낙동강에서 우렁이를 잡고 있었다.

 

까만 봉다리 가득 우렁이를 담아서

허겁지겁 우릴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어두워진 하늘 아래 지친 그의 파란 등짝을

씨게 두 차레 두들겨주고 싶었던 날.

음...

서로 미안한 마음이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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