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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노래의 추억

요즘엔 피곤해서 자리에 누워도 쉬이 잠이 오질 않는다.

아가들이 잠투정을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몸은 피곤한데 정신 한 구석이 불편하게 깨어 있고, 몸도 여기저기가 찌뿌둥하다.

뒤척이다 음악을 틀어 보니 효과가 있다.  

 

그래서 요즘은 음악을 많이 듣는데

어젯밤엔 영화 '바그다드 카페'의 ost를 들었다.

 

아, 음악만으로 분위기를 이렇게 만들 수 있다니!!!

작곡가들은 참 천재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간지러워지고 주위 벽이 사라지는 듯 하며

어딘가 둥 떠 있는 듯하다.

 

'브랜다~ 브랜다~'하는 음악은 절로 흥이 난다.

 

그러다 영어로 한참을 주절거려서 으잉?하긴 했지만...(덕분에 빨리 잠 들기는 했다.)

 

'I am calling you~~'하는 노래를 들으니 11년 전의 추억이 생각난다.

 

쭌과 사랑을 시작하게 된 날(오왓 간지러~)

누군가에게 홀랑 마음을 준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또 그 감정이 참으로 강하여

집에 와서도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래도 희한하게 하나도 졸립지 않고 피곤하지도 않았다.

 

아침에 깨니 삐삐가 울렸다.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보니 들리는 음악. 나는 이렇게 들었다.

'I am fall in you'...

이제 사귀는 것인가, 하고 급류를 타는 상황에서 정신 없던 내게

'fall in you'라니.. 멋진 고백이 아닌가!!

 

하지만 나중에 쭌 말하길, 가사를 잘못 들은 거였고,

녹음을 할 때 나만큼은 가사에 의미 부여를 하지 않았다 한다.

 

김칫국을 독째로 마신 셈이다.

그래도 혼자 엉뚱한 생각을 한 것이 창피하거나 하진 않는다.

얼마나 예쁜 청춘인가.

 

한참을 연애하면서 '어떤 사람인지 알겠어' 했던 사람은

함께 살수록 미지의 영역에 남겨진 부분이 많다는 걸 알게 한다.

내가 모르는 그가 있고, 그가 몰랐던 내가 있고, 또 나도 몰랐던 내가 있다.

 

말을 하는 방법도, 사고 방식의 패턴도 이제 좀 알 것 같아, 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어긋나고 서로 상처를 주게 되는 일이 있다.

 

아주 비관적이고 힘이 들 때는 내가 그를 너무 힘들게 하는 건 아닌가?

내가 달랐다면 그도 달랐을까? 그게 더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서운했던 것들만 왁왁 떠오르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자기 전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며

추억이 담긴 노래를 들으며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것이 행복하다.

투덕투덕거려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이 좋다.

 

부드럽고 딱딱하며 따뜻하고 큰 손을 잡는 것이 좋다.

그 손의 마디마디를 쓰다듬는 일도..

 

맛난 것을 먹으러 서울 나들이를 간 쭌,

어여 오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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