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참세상] 성희롱, 해고, 그리고 두 번의 폭력-“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성희롱, 해고, 그리고 두 번의 폭력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윤지연 기자 2010.11.02 15:22

현대차 아산공장 금양물류 성희롱 피해자가 지난 1일, 사측으로부터 두 번째 폭행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4월부터 금양물류 A소장과 B조장의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는, 지난 9월 30일 사측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사내의 풍기를 문란하게 했으며, 사회 통념상 근로관계를 유지하기 곤란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피해자는 지난 10월 5일부터 아산공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으나, 14일 현대자동차 정규직 직원들과 용역직원 30여 명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었다. 이후 피해자는 또 다시 아산공장 앞에서 농성에 돌입했으나 지난 1일, 사측은 또 다시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현재 통원치료 중이다.

 

정규직이어도 성희롱, 해고, 폭력을 당했을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민우회 등 12개 여성단체들은 2일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희롱과 부당징계, 그리고 계속되는 사측의 폭력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 자리에서 피해자 대리인으로 나선 권수정 현대차 아산공장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하청 노동자는 성희롱 당했다고 말도 못하냐”면서 “또한 성희롱 당한 것이 근로관계를 지속하지 않을 이유가 되는지 의문”이라며 피해자의 심경을 대신 전했다.

 

권수정씨에 따르면, 피해자는 지난 7월 11일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판결을 전해 듣고 ‘내가 정규직이었어도 성희롱과 징계를 당했을까’하는 생각 끝에 조합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12년간 아산공장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해 왔던 피해자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12년 전 정규직으로 전환되었어야 할 노동자였다.

 

특히 피해자는 14년간 아산 공장에서 출고와 검사 등의 공정을 해 오면서 7번의 업체 변경을 경험했다. 정원기업 입사 후, 제동기업, 웰비스, 지금의 금양물류까지 수시로 업체가 변경돼 온 것이다. 

 

성희롱 문제가 공론화 된 후, 금양물류는 11월 4일 또 다시 폐업을 공고했다. 때문에 사측은 피해자가 더 이상 부당해고라고 책임을 물을 사용자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의 1인 시위와 농성 중에도, 사측 직원들은 “우리 땅에서 나가라”, “오죽 힘들었으면 폐업을 했겠냐”, “현대차와는 상관없다”면서 피해자를 폭행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수정 조합원은 “아산 공장이 본격 시동했던 97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일해 온 노동자에 대해 현대자동차는 아무 상관없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정말 아무 상관없다면, 왜 현대차 정규직 직원이 나와서 피해자를 때리고 짐짝처럼 드러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서 “지금 피해자는 너무 억울해서 입원도 못하겠다며 통원치료를 받고 있으며, 몸이 회복되면 다시 농성을 진행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2002년 이혼 후, 금양물류에서 일을 하며 세 아이를 키웠던 피해자는 2009년 4월부터 직장 동료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에 시달려 왔다. B조장은 피해자에게 ‘좋아한다, 사랑한다’라는 문자를 보내고 “우리 둘이 자고 나면 우리 둘만 입 다물면 누가 알겠느냐”라며 피해자를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다. A소장 역시 ‘너희 집에 가서 자고 싶다’는 문자와 함께, 직장동료에게 피해자의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이야기를 해 왔다.

 

하지만 사측은 피해자가 핸드폰 문자를 직장동료에게 보여주며 하소연했다는 이유로 작년 12월 9일, 인사위원회를 개최했다. 회사의 규칙을 위반하고, 잘못된 언행을 감행하여 회사 내 질서를 문란하게 하거나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특히 인사위원회에는 성희롱 당사자인 A소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작년 12월 17일, 피해자는 인사위원회의 재심결과 ‘감봉 3개월, 시말서 제출’이라는 최종 징계처분을 받았다. 성희롱을 당한 피해자에 대한 가해자의 징계처분이 이뤄진 것이었다.

 

이후 피해자는 2010년 8월 12일,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지회에 가입하고 조합원의 신분으로 지회에 사건을 제보했다. 9월 3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접수 및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하지만 사측은 9월 20일 또 다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문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뿐만 아니라 금양물류는 11월 4일부로 업체 폐업신고를 통보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는 성희롱과 부당해고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길이 없어졌다. 유의선 진보신당 대외협력실장은 “아동 성폭력은 아이들이 자신을 지킬 수 없기 때문에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라며 “여성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자신을 방어하고 싸워내기 어렵기 때문에 사회가 책임져야 하지만, 어느 누구도 책임지려하는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성희롱 피해자의 문제는 이 땅의 비정규직 여성들이 모두 겪는 문제”라고 강조하며 “현대자동차 공장 안에서, 현대자동차를 만드는 여성노동자에게 일어난 일에 대한 책임이 현대자동차에게 없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있겠는가”라며 현대자동차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피해자를 비롯한 지회 조합원들과 연대단체들은 오는 4일, 아산공장 앞에서 ‘금양물류 폐업 규탄집회’를 열고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과 공개사과, 부당해고 철회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