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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성장 일기] 6월 24일부터 27일까지의 농성장 일기입니다.

*이 글은 피해 노동자 분과 함께 농성을 하고 계시는 대리인 분이 작성하신 것입니다.

 

 

농성장 일지

 

6월 24일 농성 23일차

 

 

1.

누구에게나 세상의 중심은 자기자신이다.

가끔 지독하게 감기가 걸려 병원에 가보면 온통 세상에 아픈사람이 가득하고 어쩌다 장례식장엘 가보면 날마다 날마다 세상에 죽는 사람도 많다. 징역살 때 보니 교도소가 미어터지게 억울한 사람들이 갇혀있더니 날마다 오전 9시에 집회신고하러 남대문경찰서에 가면 한달후의 집회를 미리 신고하러 오는 사람들도 참 많다. 딱 봐도 양복입고 온 저 사람은 사측이고 공격적인 눈빛의 저젊은이는 용역이다. 언론에 보도된 CJ 씨큐리티처럼 노동조합을 깨려고 성폭력까지 기획하고 실행하는 용역깡패, 저들이 스스로 중심인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억울한 사람들을 폭행하는일로 먹고사는 자들의 세상은 어떤 모양일지 문득 궁금해진다.

비오는 남대문 경찰서에서 재능교육 집회신고 내러온 동지와 반갑게 인사하며 하루가 시작된다.

 

2.

여성가족부 앞으로 이사한지 나흘째 되었다. 하루종일 비가 온다.

낮부터 청계광장에 고깔모양 천막이 줄줄이 들어서더니 한 대련 동지들이 반값등록금 원탁회의를 한다. 덕분에 비정규직없는 세상만들기의 촛불문화제는 취소되었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려고 왔다 여러동지들이 헛걸음을 했다. 역시 촛불문화제 참석하러왔다 김샌 김형우 부위원장, 김소연분회장과 저녁을 먹었다.

 

아산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켜준다. 오늘은 금요일 낮에 조합원들이 돌아간후 사노위 학생동지가 와서 여성만있는 농성장을 지켜준다. 고마워라.

 

 

6월 25일 농성 24일차

 

잠깐비가 오지 않는 틈을타 시민들에게 선전물을 나누어주었다. 청계광장의 시민들은 대체로 유인물을 잘 받아가고 반응도 좋다. 함께 걱정해주고 안타까와해주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인사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많아 기분도 좋은데 나이가 쉰은 넘어보이는 아저씨가 선전물 내용은 보지도 않고 내가 입고 있는 조끼의 금속노조를 보더니 다짜고짜 삿대질을 하신다.

“여기서 뭐하고 있는거야. 얼른 유성이나 좀 어떻게 해봐. 내가 아주 속이터져. 금속노조 뭐하는거야!”

저런. 네, 하고 대답은 했지만 난처했다. 아저씨 저도 잘 싸우고 싶어요.

 

6월 26일 농성 25일차

 

태풍 메아리가 지나가고 있다. 비가 엄청나게 많이 온다. 바람불고. 여러동지들이 걱정하며 전화를 한다. 웃으며 대답한다. 네. 바람이 많이 불지만 별일없이 잘 있구요, 청계천은 아직 안넘쳤답니다. 오바!

 

오후에 잠깐 비가 멈추고 잠깐 해나 났다. 반가워라. 꾸물꾸물 냄새나는 눅눅한 몸을 햇볕에 말렸다. 기다렸다는 듯이 시민들이 청계광장으로 몰려나와 시원한 바람과 햇살을 즐긴다.

이때가 기회다. 젖은 피켓들을 꺼내 늘어놓고 농성연대온 김기식동지와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에서 받은 스타렉스 청소를 했다. 지난 목요일 밤에 동희오토 김주원동지가 쓰라고 끌어다 놓고 갔는데 우와, 차가 아니라 이동식 쓰레기통이다. 차문을 모두 열고 의자들을 이리저리 제껴가며 청소를 끝냈더니 가장 큰 쓰레기봉투가 미어터진다. 청소가 끝난뒤에도 차문을 모두 열고 환기를 했는데 끝내 퀴퀴한 냄새는 가시질 않는다.

어쨌거나 청소했더니 개운하다.

 

농성장에 차가 없어서 엠프시스템이며 온갖 짐들을 금속노조에 두고 필요할때마다 왔다갔다 번거로웠는데 이제 이 차가 우리 창고이고 집인 셈이다. 뉴코아 동지들이 투쟁할 때 쓰고 동희오토 동지들과 고락을 같이하며 투쟁을 승리했던 차이다. 이제 우리 차례다. 동희오토 동지들 고마워요.

 

 

 

6월 27일 농성 26일차

 

건수와 함께 한성조합원들이 왔다.

오전에는 비바람이 엄청 불었다.

이동네 음식점들을 탐방하며 맛집을 찾아다니고 있다. 엄청 맛있는 북어국집을 알아냈고 맵지 않은 낙지비빔밥집을 찾아냈다. 이동네 밥값 비싸다. 우-씨.

 

하루쉬고 갈아입을 옷챙기러 집에 간다. 씩씩한 건수야, 언니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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