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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노협] 출판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첫 걸음

 

 

 

  

출판노동자들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첫 걸음

- 출판 구인구직 게시물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제시 -

 

 

 

안녕하십니까, 출판노동자협의회(이하 ‘출판노협’)입니다. 출판노협은 2009년 2월 11일에 결성된 출판노동자 운동 단체로서, 편집․디자인․인쇄․제본․마케팅을 비롯한 책 만드는 일에 관련된 모든 출판인들의 노동권을 지키고, 출판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활동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지난 7개월여 동안 많은 출판노동자들의 관심 속에서 작지만 의미 있는 길을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출판노협은 맨 먼저 출판노동자들이 어떠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는지, 노동형태가 어떠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실태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구인구직과 관련된 문제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왜냐하면 구인구직은 사용자와 노동자가 만나는 첫 장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출판업계의 구인구직은 몇몇 출판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에디터가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출판업에 종사하면서 북에디터를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으실 겁니다. 대다수의 출판인들이 북에디터를 통해 구인과 구직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출판노협은 출판업계의 구인구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이트로 북에디터가 적합하다고 보고, 지난 5월부터 북에디터 구인구직 게시판에 올라오는 구인내용들을 분석하였습니다. 아래 내용은 그간의 검토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을 정리한 것입니다.

 

첫째, 출판사와 노동조건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구인업체 중에는 임금, 노동시간, 복지는 고사하고 업체의 이름이나 위치도 밝히지 않은 채 마치 유령회사인 양 구인을 하고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이런 점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양질의 노동을 제공할 출판노동자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출판노동자도 자신의 노동을 존중하는 출판사와 일하기를 원합니다. 이 같은 이해관계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출판사와 출판노동자가 각자 자신의 정보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을 그렇지 못했습니다. 출판사는 출판노동자 개인의 정보를 아주 상세한 것까지 요구하고 있는 반면 출판사는 회사의 정보와 노동조건 중 극히 일부분만 밝히고 있었습니다.

 

둘째, 출판사에서 게재하고 있는 구인공고의 내용이 적법한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수많은 출판노동자들은 출판산업의 영세성, 지식산업에 종사한다는 자긍심이란 장막 뒤에서 기본적인 노동조건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매일 격심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출판사가 출판노동자들을 구인할 때 제시하는 노동조건이 근로기준법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출판노동자들의 노동권이 적법하지 않은 근로계약으로 원천적으로 침해받고, 노동조건에 있어 출판계의 만연한 불법성이 소위 ‘관행’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출판노동자 재생산 구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또한 가장 기본적인 법적요건조차 충족시키지 않는 구인공고가 버젓이 내걸리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출판계 내부의 감시체계가 허술함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셋째,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인 비정규직 문제가 출판계에도 예외 없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출판산업의 특성상 프로젝트 작업이 있을 수 있고, 때문에 ‘시간제’ 노동자나 ‘기간제’ 노동자를 일부 고용할 수 있음까지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일부 사용자들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하여 정규직 노동자들을 감원한 후 모자라는 인력을 비정규직 노동자들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상근외주, 객원, 출퇴근 프리랜서, 장기 아르바이트’와 같은 기상천외한 이름으로 상시적인 업무에 하루 8시간 주 5일을 직접고용하고 있음에도 마치 ‘외주’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것은 출판노동자를 자유롭게 해고하기 위함과 노동법의 적용을 회피할 의도가 있어서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넷째, 외주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조건이 명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수의 업체에서 외주작업의 내용이나 작업물 완성까지 외주 노동자에게 할애되는 시간, 작업단가나 작업비 지불 시점에 대해서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외주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조건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사용자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는 외주 노동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문서인 외주계약서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작성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외주 노동자는 끊임없이 낮은 작업단가와 작업비 체납․미지불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출판계의 해묵은 문제로서 사용자와 출판노동자가 함께 방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그 해결은 요원할 것입니다.

 

이에 출판노협은 출판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불분명하고 위장된 고용형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판 노동시장에서 구인을 하는 모든 업체에 다음과 같은 권고를 드립니다.

 

 

1. “노동조건”을 명시해 주십시오!!

 

출판노동자가 구직 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통해 자신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출판사에 제공하고 있듯이, 출판사도 회사에 관한 정보와 노동조건을 구인공고에 명시해야 합니다.

 

- 업무내용

- 노동시간 (하루 노동시간, 주 노동시간)

- 임금

- 시간 외 수당 지급의 유무

- 휴일과 휴가제도

- 복리후생 (4대 보험 등과 같은 법정 복리후생시설, 법정 외 복리후생시설)

- (근로기준법을 따르는)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

 

 

2. “고용형태”를 명시해 주십시오!!

 

출판노동자는 자신이 어떠한 형태로 일하게 될지를 미리 알고서 판단한 후 출판사에 지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때문에 출판사는 구인 시 출판노동자에게 고용형태를 제시해야 합니다.

 

- 정규직인가, 비정규직인가?

- 비정규직 출판노동자 고용 시 ‘사용사유’와 ‘사용기간’

 

 

3. “외주 노동조건”을 명시해 주십시오!!

 

외주 노동자는 외주계약을 맺기 전에 작업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출판사는 외주 노동자에게 작업과 관련된 사항들을 사전에 명확히 공지해야 합니다.

 

- 작업내용과 작업시간

- 작업단가와 작업비 지불 시점

- 외주계약서 작성 여부

 

 

 

 

 

2009년 09월 21일

출판노동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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