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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달인...

테레비 프로그램중에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그램을 알것이다.

 

우리가 흔히 볼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사람들중 자신의 직업에 대해 혀를 내두를 만큼의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이들... 이들의 희한한 기술을 맛깔나는 멘트와 함께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느날 회사에서 일을 하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생활의 달인은 노동자들이 아닐까? 숙련노동자의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노동법, 언론 등에서 단순노동으로 이야기하고, 이를 근거로 비숙련이라 말하며 따라서 비정규직을 고용해도 얼마든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그런 노동말이다.

 

우리 회사는 전자제품을 만든다. 크게 보면 조립과 QC공정으로 나뉘는데 어느 파트를 막론하고 그녀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보면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전동드라이버로 나사를 정확한 위치에 박고, 각종 전선을 이쁜 모양으로 정리하고 1mm의 틈을 보아가며 부품을 조립하고, 이 화면의 딱 점만한 크기의 스크래치를 보아내는 그녀들의 모습은 말그대로 달인의 모습이다.

 

관리자들은 단순노동이라 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 하지만 그녀들의 일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전동 드라이버가 살짝만 어긋나도 비싼 원자재에 흠집이 나 못쓰게 되고 니퍼 한번 잘못 놀리면 또 다른 자재가 고물이 되어버린다. 끊임없는 집중을 요구하는 것이 그네들의 일이다. 더욱이 그녀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한대의 제품을 처리하는 시간은 불과 30여초에 불과하다. 그 30여초동안 그녀들은 자신의 일을 완벽하게 마무리해내고 때로는 다음공정의 작업까지 도와주기도 한다. 그렇게 한대의 제품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걸보고 감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그네들의 속내를 봐야 한다. 거의 3초마다 한번씩 주먹을 쥐었다폈다-전동드라이버를 작동하기 위해-하는 노동자의 손목은 아침부터 부어오른다. 30초에 한번씩 억센 전선케이블을 케이블타이로 묶어야 하는 노동자의 팔뚝은 점점 굵어진다. 그리고 누구를, 어느 공정을 마다할 것없이 양 어깨가 쑤시고, 하루종일 서있어야 하는 그네들의 허리는 그 하중을 못이기고 주저앉고 있다.

 

중간관리자들은 처음 이일을 하는 이들에게 그렇게 말한다. 처음에 많이 쑤시고 힘들거라고. 하지만 일하다 보면 할만하다고, 그게 적응되는 거라고. 적응? 웃기지 마라. 그건 적응이 아니라 몸이 망가지는 것에 둔화되는 것이다. 결국 어느 순간 그녀들의 몸이 망가졌을 때 회사는 그녀들을 쉽게 내치고 말것이다. 분명 이렇게 말하겠지. (매우 걱정스런 눈빛으로) 괜찮으시겠어요? 집에서 쉬셔야 할 것 같은데.... 

 

생활의 달인의 결론은 거의 항상 피나는 노력으로 아픔을 딛고 일어서 지금은 희한한 일들을 매우 쉽게 처리하며 자신의 일에 보람을 느끼는 아름다운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 현장의 그 누구도 피나는 노력으로 아픔을 딛고 일어서지 못한다. 그저 피나는 노력만을 할 뿐이다. 또 자신의 작업을 누구도 쉽게 처리하지 못한다. 하루하루가 힘들 뿐이다. 보람은 느낀다. 서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하지만 그 누구도 월급날 보람을 느끼지는 않는다. 월급날이 되면 화가 날 뿐이다.

 

내가 있는 현장은 이렇다. 우리가 비정규직이냐고? 아니다. 우린 정규직이다. 월급날이 되면 스스로를 비정규직이 아닌지 의심하는 정규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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