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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여기에 있었으면

Name  
   류은숙  (2005-01-04 15:16:19, Hit : 159, Vote : 23)
Subject  
   당신이 여기 있었으면
국경없는 친구들에서 보내온 글입니다.

당신이 여기에 있었으면  
Shine Shan

매일 매일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는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생각하는 반면 긴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삶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기회가 있다고 말한 게 당신이었지요? 이번에 Mae Sarieng에 여행 다녀오면서 나는 줄곧 내 삶에 대해 그리고 당신에 대해 생각했어요.

Ching Mai에서 출발한 버스는 만원이었어요. 뱀처럼 구불구불한 길을 버스가 기어갈 때 다른 승객들과 엉켜서 5시간을 서있어야 했어요. CD 플레이어로 듣는 음악만이 절 위로해줬죠. 그때, Cranerries의 친숙한 노래가 들렸어요.

"사람들이 말하는 건 진실이야.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보호하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사람들을 내가 보호할 수 있을까 항상 의심스러워"

이 노래는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노래지요? 세상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면전에 정신나갔다고 질러대는 사람들을 상기시키는 노래예요.

당신이 나를 사람들의 고통에서 행복을 찾는 유형의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내 삶을 난민들의 우울한 세계에 결부시키면서 나는 한때 내가 정말 그 일을 좋아하는지 자문해봤어요. 나는 난민들의 운명에 절망했었고, 난민들을 방임하고 그들에게 선을 행하기 보다 해를 끼치는 타이 사회에 대해 무력감을 느꼈어요. 이런 일들로 나는 인간애에 대한 모든 신념을 거의 잃을 뻔했고, 모든 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할 수 없는 작은 보트에 불과한 나 자신을 증오했어요. 내가 큰 배였으면 하고 바랬어요.

하지만 그때, Htoo Klie라는 사람이 있었어요. 당신은 그를 만나본 적이 없죠? 그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싶을 거예요. 내가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되고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었어요. 내가 동정을 느꼈던 사람들이 사실은 나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내가 그 사람을 더 일찍 만나지 못했더라면 나는 여전히 겁쟁이일 테고 당신을 나를 용서할 수 없을 거예요. 나 또한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거예요.

Htoo Klie는 밤늦게 여기서 내 곁에 앉아 있었어요. 집으로 돌아갈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내 동무가 돼주었어요. Mae Sarieng의 황혼은 어둠과 침묵뿐이었어요. 경찰차가 근처에 멈추는 것을 봤어요. 그들은 틀림없이 신분증이 없는 사람들을 검색하고 있는 거예요. 이주법이 얼마나 혹독하게 소수민족이나 이주노동자, 난민들을 다루는지에 대해 들어봤을 거예요. 하지만 그렇거나 말거나, Htoo Klie는 내가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여행을 하고 있어요. 검문소가 가까워질 때 Htoo Klie의 심장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나는 몰라요.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그런 두려움이 있다고 해서 그가 믿는 바를 실천하는 일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는 거예요.  

Htoo Kle는 버마에서 태어났어요. 전쟁 때문에 그의 가족은 여기 저기로 도망다녀야 했어요. 11살에 그는 엄청난 공포에 대해 알게 됐어요. 밀림 속에서 버마군으로부터 숨는 일은 기침소리도 숨소리도 내서는 안되는 것이었어요. 닭이나 개들마저 어떤 소리라도 낸다면 즉각 죽음을 맞게 됐어요.

당신은 그런 공포에 맞닥뜨려본 적이 있나요? 나는 결코 없어요. 그리고 다른 누구도 그런 공포를 느끼지 않기를 바래요.

11년전에 Htoo Klie와 그 친구들은 Karen족 난민들을 위한 원조사업과 발전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그는 국제법에 대해 해박하지만 풀뿌리 사회에서 변화를 일궈내는 노력에 더 힘을 기울여요. 서류를 만들고 국제적 옹호활동을 하기보다는 풀뿌리 공동체를 조직화하는 것이 인간존엄성과 함께 가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일굴 수 있는 민중들의 힘을 만드는 열쇠라고 생각해요. 지난 몇 년 동안 버마군대는 전체 국경지대를 점령할 목적으로 그 세력을 확장해왔어요. 그 때문에 난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졌고, Htoo Klie의 조직이 난민들에게 접근하기도 더 어려워졌어요. 하지만 거기에 있는 사람들이 위험속에서도 여전히 투쟁하고 있는 한, Htoo Klie가 하던 일을 포기할리는 없어요.

버마의 정치는 "한 걸음 전진하며, 두 걸음 후퇴한다"라고들 말해요. 하지만 Htoo Klie는 또다른 정치적 경로를 내게 보여줬어요. 그 길은 민중들은 결코 뒷걸음치지 않는다는 거예요. 비록 느린 걸음이기는 하지만 언제나 그 길에는 희망이 있어요.

자정 무렵에 드디어 버스가 도착했어요. 나는 Htoo Klie에게 작별인사를 했지요. 내가 Ching Mai에 도착했을 때는 새벽녘이었지만, Htoo Klie의 이야기는 이미 내 맘속에 빛을 밝혔어요. 구불구불한 도로에서, 나는 내 삶과 당신을 생각했어요. 나는 방금 Pat과 Earn Martin의 말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됐어요.

"이 세상에 절망이란 없다. 우리 주변에 고통받는 사람들을 우리 자신이 거절하지 말고, 그들이 우리를 움직이고 사랑하고 행동하게 하라."

그래서 나는 당신이 여기에 있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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