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츠키  2005/09/16 11:57

이행강령 2

최소 강령과 이행 강령

다음 시기 우리의 전략적 임무는 준혁명 상황에서 수행되는 선동, 선전 그리고 조직활동이 될 것이다. 사회주의 혁명을 이룩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은 무르익었다. 그러나 혁명의 주체적 조건인 노동계급과 그 전위당은 조직적으로 성숙하지 못했다. 노동계급의 구세대는 혼란과 좌절에 빠져 있으며 신세대는 경험이 부족하다. 우리는 객관적 조건과 주체적 조건 사이의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 일상 투쟁에서 대중이 제기하는 당면한 요구들과 사회주의 혁명 강령 사이에는 격차가 있다. 일상적 투쟁에서 대중이 사회주의 혁명의 필요성을 인식하도록 다리(가교)를 놓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다리에는 이행 요구들(transitional demands)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 요구들은 현재의 객관적 상황과 광범위한 노동자 대중의 의식에 기초하여 제기되면서 동시에 이들이 노동계급의 권력 장악이라는 단 하나의 최종 결론에 도달하도록 인도한다.

 진보적 자본주의 시기에 활동했던 고전적 사회민주주의자들은 자신의 강령을 서로 구분되는 두개의 부분으로 나누었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현 가능한 개량적 조치들의 획득에 제한을 둔 최소 강령(minimum program)과 시기가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자본주의를 사회주의로 대체하는 약속을 담은 최대 강령(maximum program)으로 나누었다. 이 두 강령 사이에는 그 격차를 극복할 다리가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사회민주주의자들에게는 이 다리가 필요 없었다. 사회주의는 휴일 집회의 연설에서나 필요한 공문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코민테른은 부패해 가고 있는 반동적 자본주의 시기에 사회민주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체계적인 사회개혁이나 대중의 생활수준 향상 등은 아예 가능하지 않다. 노동계급은 물론이고 소자본가 계급의 모든 심각한 요구들조차 자본주의 소유관계와 부르조아 국가의 한계 내에서는 성취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제 4 인터내셔널의 전략적 임무는 자본주의 체제의 개선이 아니라 타도에 있다. 이 조직의 정치적 목표는 자본가 계급 수중의 생산수단을 몰수하기 위해 노동계급의 권력 장악을 돕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략적 임무는 모든 전술적 문제들 심지어는 아주 사소하고 부분적인 전술적 문제들을 가장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서는 달성될 수 없다. 후진층, 선진층, 직업, 집단 등을 망라하여 노동계급 전체는 혁명운동에 가담해야 한다. 혁명 정당은 대중의 일상 투쟁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반대로 이 투쟁들은 실제 혁명의 임무와 완벽히 결합한다. 이것이 바로 반동적 자본주의인 제국주의 시대의 특징이다.

오래 전부터 존재한 `최소'요구들의 강령이 아직까지 그 핵심적 유효성을 보존하고 있는 한 제 4 인터내셔널은 그것을 계속 옹호하고 유지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노동계급의 민주적 권리와 투쟁의 성과들을 옹호한다. 다만 이러한 일상 투쟁들을 올바르고 현실적인 혁명적 전망 속에서 수행한다. 대중의 부분적인 `최소'요구들이 부패한 자본주의의 파괴적이고 비인간적 경향과 매시간 충돌하는 한 제 4 인터내셔널은 이행 요구들을 체계적으로 제기한다. 이행 요구들은 더욱더 공공연하고 단호하게 자본주의 체제의 기반 자체를 공격한다. 이행 요구들의 핵심적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최소강령'은 이행 강령으로 대체된다. 이행 강령은 사회주의 혁명의 길로 대중을 체계적으로 인도한다.

물가-임금 연동제와 노동시간 연동제

해체되고 있는 자본주의로 인해 대중은 계속 궁핍한 생활을 이어가는 억압에 처해 있다. 그리고 과거 어느 때보다 극빈자로 떨어질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 빵의 양이나 질을 개선할 수 없다면 일단 이 빵을 지켜내야 한다. 구체적 상황 속에서 전국, 지방, 노동조합의 차원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개별적이고 부분적인 요구들을 여기서 일일이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실업높은 물가는 자본주의의 점점 격화되는 모순이 집약적으로 표현되는 두 근본적인 경제적 질병이다. 이것들은 어느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는 일반적 구호와 투쟁 방식을 요구한다.

제 4 인터내셔널은 자본가들의 정치에 대한 비타협적인 전쟁을 선언한다. 자본가들은 자신의 하수인인 개량주의자들과 마찬가지로 군국주의, 경제위기, 통화정책의 붕괴, 그리고 자본주의의 단말마적 고통에서 발생하는 모든 재앙들을 근로인민에게 뒤집어씌우려고 한다. 모든 인민이 직업품위 있는 생활조건을 보장받을 것을 제 4 인터내셔널은 요구한다.

통화 인플레나 통화 안정이나 어느 것도 노동계급의 이익과는 무관하다. 이것들은 모두 같은 막대기의 양끝에 지나지 않는다. 치솟는 물가는 다가오는 전쟁과 함께 더욱 겉잡을 수 없이 뛰어 오를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는 물가-임금 연동제(sliding scale of wages) 구호로 투쟁할 수밖에 없다. 즉 단체협약을 통해 소비자 물가의 상승 정도에 따라 임금이 자동적으로 인상되어야 한다.

노동계급은 해체될 위협에 놓여있다. 따라서 점점 많은 노동자들이 고질적인 실업자 빈민이 되어 붕괴되는 사회의 음식 찌꺼기로 목숨을 이어가도록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착취 사회에서 고용에 대한 권리는 노동자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중요한 권리이다. 그러나 이 권리조차 매일 잠식되고 있다. `계절적'이든 `구조적'이든 모든 형태의 실업에 대해 공공사업 추진 구호와 노동시간 연동제(sliding scale of working hours) 구호를 제출할 때가 무르익었다. 노동조합과 기타 대중조직들은 노동자와 실업자 모두를 상호 책임의 연대망으로 조직해야 한다. 이러한 기반을 바탕으로 모든 일은 모든 노동자들에게 골고루 분배되어야 한다. 모든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이전과 동일해야 한다. 엄격하게 보장된 최저임금 제도하에서 임금은 물가와 함께 올라야 한다. 지금의 파국 상황에서 이와 다른 어떤 강령도 받아들일 수 없다.

이 요구들의 `실현 불가능성'을 유산 계급과 이들의 변호사 하수인들이 증명하려들 것이다. 이에 동조하여 소자본가 특히 파멸한 자본가들은 자신들의 장부를 가리키며 이 요구들의 실현 불가능성을 강변할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 결론과 증거들을 절대적으로 거부하고 비난한다. 이것은 `일상 시기'에 서로 상반되는 물질적 이해관계의 충돌 문제가 아니다. 노동계급을 쇠퇴, 사기저하, 그리고 파멸의 늪에서 구해내는 문제이며 유일하게 창조적이고 진보적이며 인류의 미래를 상징하는 계급이 죽고 사는 문제이다. 스스로 만들어낸 재앙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요구들을 만족시킬 능력이 자본주의에게 없다면 이 체제는 멸망해야 한다. `실현가능성'이나 `실현불가능성'은 역관계의 문제이다. 이 역관계는 오직 투쟁을 통해서만 결정된다. 투쟁을 통해 얼마나 직접적인 성과가 달성될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 투쟁을 통해 자본주의 노예제도를 청산할 필요성을 가장 잘 이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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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6 11:57 2005/09/16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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