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츠키  2005/09/16 11:59

이행강령 4

기업 비밀'과 노동자에 의한 산업 통제

경쟁과 자유무역에 근간을 둔 자유방임 자본주의는 완전히 과거의 일이 되었다. 이에 대신하여 독점자본주의가 등장하였다. 이 체제는 시장의 무정부성을 완화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와 반대로 특히 발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경제를 `통제'하고 산업에 대한 국가의 `지도'를 시행하고 `계획'을 실시해야할 필요성은 오늘날 최소한 말로나마 거의 모든 대자본가 및 소자본가 경향들에 의해서 인정되고 있다. 파시스트들과 사회민주주의자들도 이 점을 인정한다. 파시스트들은 주로 군사적 목적을 위해 인민을 `계획적으로' 약탈하기 위해 국가의 계획을 말한다. 사회민주주의자들은 무정부 상태라는 큰 바다의 물을 관료적 `계획'이라는 수저로 퍼내려 한다. 공학자들과 교수들은 `기술관료에 의한 정치'에 대해 논문을 쓰고 있다. `통제'를 겁쟁이처럼 실험하는 과정에서 부르조아 민주주의 정부들은 막강한 대자본의 저항과 정면충돌하고 있다.

착취자들과 민주적 `경제 당국' 사이의 진짜 관계는 `개혁가 양반들'이 트러스트들과 이들의 기업 `비밀' 앞에서 공손히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모습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여기서 기업에 대한 `비간섭주의' 원칙이 지배한다. 개인 자본가와 사회 사이에 유지되는 회계장부는 자본가 고유의 비밀로 남아있다. 즉 사회가 간여할 일이 아니게 된다. 기업 `비밀'을 원칙으로 인정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자유방임 자본주의 시대와 마찬가지로 자유 `경쟁'이 지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이다. 그러나 실제로 트러스트들은 서로 간에 비밀을 다 털어놓고 지낸다. 지금 존재하는 기업 비밀이란 독점자본주의가 사회 전체의 이익에 반하여 끈질기게 음모를 꾸미고 있는 상황을 반영할 뿐이다. `경제 대왕들'의 전제정치를 규제하는 계획은 사회적 생산수단의 개별 주인들이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착취, 강도, 사기 등의 수작들을 마음대로 숨길 수 있는 한 애처로운 우스개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 비밀'의 철폐는 산업을 실제로 통제하는 첫걸음이다.

자본가들 이상으로 노동자들도 공장, 트러스트, 산업 전체, 국가경제 전체 등의 `비밀들'을 알 권리가 있다. 무엇보다도 은행, 중공업, 중앙집중 수송체계 등이 조사의 도마 위에 올라와야 한다.

노동자에 의한 산업 통제의 당면한 임무는 개별 기업들로부터 시작해서 사회의 차변과 대변을 설명하는 것이다. 그리고 국민총소득 가운데 개별자본가와 자본가계급 전체가 차지하는 실제 비율을 계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은행과 트러스트들이 밀실에서 사기와 계략을 꾸미는 일을 폭로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본주의적 무정부성과 노골적인 이윤추구의 결과 발생하는 인간 노동의 말할 수 없는 낭비를 사회 성원 모두에게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커다란 권한을 부여한다고 해도 부르주아 국가의 관료는 이 작업을 수행할 위치에 있지 않다.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와 프랑스의 수상 블룸이 자기나라 `60대 대자본', `200대 대자본'의 계략에 아무런 힘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전세계는 목격했다. 착취자들의 저항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노동계급의 대중적 압력이 필요하다. 오직 공장위원회 만이 생산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다. `기술관료'가 아니라 `컨설턴트'로서 인민의 이해에 진정으로 헌신하는 회계사, 통계사, 공학자, 과학자 등을 작업에 참여시키는 것을 통해서 생산을 올바로 통제할 수 있다.

공공사업을 광범위하게 그리고 대담하게 조직할 것을 촉구하지 않고서는 실업에 대한 투쟁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러나 공공사업은 전반적인 계획의 일부로서 상당 기간동안 진행되어야 실업자들 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에 봉사할 수 있다. 이 계획의 틀 내에서 노동자들은 공공사업의 일환으로 경제위기의 결과 문을 닫은 개인 기업들이 다시 문을 열고 일자리를 제공하라고 요구할 것이다. 이 경우에 노동자에 의한 통제는 노동자들 자신의 직접적인 경영으로 대체될 것이다.

착취자가 아니라 피착취자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기본적인 경제계획의 실행조차 노동자에 의한 통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즉 자본주의 경제의 모든 공개적이고 비공개적인 측면들을 노동자들이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개별 기업들을 대표하는 위원회들이 회의에 모여 트러스트, 산업 전체, 경제지역,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민경제 전체 등을 다룰 해당 위원회들을 선임하여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서 노동자에 의한 통제는 계획경제의 학교가 된다. 통제의 경험에 기반하여 노동자계급은 마침내 때가 왔을 때 국유화 산업을 직접 경영할 준비를 스스로 갖출 것이다.

주로 중하층의 자본가들이 가끔 스스로 장부를 노동자들에게 공개하면서 임금을 인하해야할 필요성을 증명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 노동자들은 개별적인 파산자 또는 반(半)파산자들의 장부에는 관심이 없으며 대신 착취자 계급 전체의 장부에만 관심이 있다고 답변한다. 노동자들은 체제의 희생자들이기도 한 개별 자본가들의 절박한 상황에 맞추어 자신의 생활수준을 낮출 수도 없고 그렇게 하기를 원하지도 않는다. 노동자계급의 임무는 생산과 분배 체계 전체를 좀더 인간적이고 운용 가능한 기반 하에 재조직하는 일이다. 기업비밀을 철폐하는 일이 노동자에 의한 산업 통제의 필요조건이라면 노동자에 의한 산업 통제는 사회주의 경제 운영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개별 기업집단의 몰수

자본가 계급을 타도하고 이들의 경제적 지배를 끝장내는 몰수(expropriation) 역시 사회주의 강령에 포함된다. 그러나 여러 핵심 산업부문이나 자본가 계급의 가장 기생적인 집단에 대한 몰수를 요구하는 것도 이행기의 특수한 상황에 따라서 필요할 수가 있다.  

따라서 미국의 `60대 대자본'과 프랑스의 `200대 대자본'의 독재에 대한 신사-민주주의자들의 애처로운 한탄에 대해 우리는 이들 60대 또는 200대 봉건 자본가 영주들의 재산을 몰수할 것을 요구한다.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군수 산업, 철도, 가장 중요한 원자재 등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들을 몰수할 것을 요구한다.

이러한 몰수 요구와 흐리멍텅한 개량주의자들의 `국유화' 구호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1) 우리는 몰수 재산에 대한 배상을 거부한다; (2) 국유화에 대한 사탕발림의 말을 늘어놓으면서 실제로는 자본의 하수인 노릇을 하는 인민전선의 궤변가들의 정체를 대중들에게 폭로한다; (3) 대중이 자신의 혁명 역량에만 의존할 것을 촉구한다; (4) 몰수의 문제를 노동자와 농민의 권력 장악 문제와 연결시킨다.

선전작업을 통해 몰수의 좀더 포괄적인 측면들을 다룰 뿐 아니라 일상적인 선동 과정에서 부분적인 형태로 몰수의 구호를 제출해야할 필요성은 다음의 사실로 인해 명백해진다: 산업의 제 분야들은 발전 수준이 다르며 사회생활에서 서로 다른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계급투쟁의 각기 다른 단계를 경과하고 있다. 사회주의 혁명의 고양기가 되어야 자본가 계급에 대한 몰수가 일정에 오를 수 있다. 이행기 요구들의 임무는 노동계급이 이 문제를 해결할 준비를 하도록 하는 데에 있다.

민간은행의 몰수와 신용체제의 국가관리

제국주의는 금융자본의 지배를 의미한다. 트러스트, 신디케이트와 함께 그리고 아주 빈번하게 이들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으면서 은행은 경제에 대해 실질적인 통제력을 장악하고 있다. 조직 구조에 있어서 은행은 현대 자본 전체의 구조를 응축된 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즉 독점의 경향을 무정부성의 경향과 결합시키고 있다. 은행은 기술수준의 기적, 거대 기업, 막강한 트러스트 등을 창조해 낸다. 그리고 높은 물가, 경제 위기, 실업 등도 은행의 소행이 가지고온 결과이다. 은행 통제권이 약탈적 자본가들의 손에 들어 있는 이상 독점자본의 횡포와 자본주의의 무정부성에 대항하는 투쟁은 한발자국도 전진할 수 없다. 인민 전체의 이해에 부응하는 합리적인 계획에 따라 투자와 신용의 통합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모든 은행들을 단 하나의 전국적 기관으로 합병하는 것이 필요하다. 민간은행의 몰수와 신용체제 전체를 국가의 손에 집중시키는 것을 통해서만 국가는 경제계획을 위해 단순히 서류와 관료적 자원만이 아니라 필요한 실제적 즉 물질적 자원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은행의 몰수가 은행 저축의 몰수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단 하나의 국영은행은 수많은 민간 은행들보다 소액 예금자에게 훨씬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국영은행만이 농민, 소매상인, 소규모 도매상인들에게 유리한 즉 값싼 대부를 해줄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전체 경제 특히 대규모 산업과 수송이 단 하나의 금융기관에 의해 지원 받을 경우 노동자를 비롯한 근로인민의 중요한 이해들이 더욱 증진될 것이다.

그러나 은행의 국가 관리는 국가권력 자체가 착취자들로부터 근로인민의 손으로 완전히 넘어간 경우에만 지금까지 말한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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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6 11:59 2005/09/16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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